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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와 커뮤니티가

서로 마주칠 때

“헤드라이너가 주류화되고 표준화되는 현상에 저항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만이 가진 예술적 비전과 DNA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계엔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매년 봄이 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타의 이름이 박힌 페스티벌 포스터들이 뉴스피드에 우후죽순 떠다닌다. 대형 페스티벌은 수십억을 호가하는 헤드라이너만 잡아도 흥행은 보증되는 것이니 섭외 싸움도 점점 더 치열해진다. 그런데 어떤 관객에게는는 사실, 비슷비슷한 이름이나 스타일이 매해 돌아가며 등장하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티스트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스티벌의 아이덴티티에 공감할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런데 페스티벌 아이덴티티는 단순 마케팅을 통해서가 아닌, 축제의 다양한 콘텐츠와 공간을 꿰는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구축된다. 오늘 소개할 벨기에의 두흐 페스티벌(Dour Festival)에도 헤드라이너는 등장한다. 하지만 두흐에는 다른 상업 페스티벌과는 차별되는 무언가가 있는데, 어딘가 끈끈하고 손맛이 들어있는 음악 큐레이션과 그 큐레이션에 걸맞은 페스티벌의 정체성 같은 거다. 그리고 이 모습 뒤에는 벨기에에서 가장 멋있는 라이브 뮤직 에이전시 큐레이티드바이(Kuratedby)가 있다. AAA매거진의 이번 호에서는 큐레이티드바이의 두 수장 알렉스(Alex)와 매튜(Mathieu)를 통해 벨기에의 페스티벌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Article | 큐레이티드바이(Kuratedby), Edit | 이수정

벨기에 두흐 페스티벌(Dour Festival)

출처: Dour Festival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축제의 시작과 개인의 성장

 
“두흐만큼은 하드코어 테크노, 랩, 드럼 앤 베이스, 덥, 하이퍼팝, 레게톤 등의 커뮤니티가 서로 마주칠 수 있는 자유롭고도 개방적인 정신을 유지해 왔습니다.”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에는 석탄 더미가 쌓인 지역이 많습니다. 1989년, 이 석탄 더미를 두고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는데 이 시위가 바로 현재 벨기에에서 가장 큰 독립 음악 페스티벌인 두흐의 시작입니다. 지금의 장소로 옮기기 전까지 두흐 페스티벌은 석탄 더미 위에서 축제를 열곤 했죠.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저희 둘에게 90년대의 두흐 페스티벌은 놓칠 수 없는 연례행사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0년이 되었고, 알렉스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두흐 페스티벌과 일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가장 처음 했던 일은 페스티벌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알렉스는 웹 개발자거든요. 매튜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페스티벌의 무대를 큐레이션했고 이후 알렉스와 함께 지금까지 축제의 전반적인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습니다.


두흐 페스티벌은 처음 개최했던 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얼터너티브 음악과 커뮤니티를 장려해 왔습니다. 벨기에에서도 메이저 음악을 다루는 페스티벌이 있고 업계에서도 주요 플레이어가 있지만, 두흐만큼은 하드코어 테크노, 랩, 드럼 앤 베이스, 덥, 하이퍼팝, 레게톤 등의 커뮤니티가 서로 마주칠 수 있는 자유롭고도 개방적인 정신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페스티벌의 캠핑은 벨기에에서 가장 상징적인 캠핑이 되었고, 축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Doureuuuh!”라고 외치는 구호도 시그니처가 되었죠. 이렇게 두흐 페스티벌에서 일하다가 2019년에 퇴사하여 본격적으로 우리의 회사인 큐레이티드바이(Kuratedby)를 설립했어요. 새로운 회사에서는 페스티벌을 위한 음악 큐레이션, 커뮤니케이션, PR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죠.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두흐를 위해 외부 큐레이터로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해외 홍보를 담당하는 파트너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출처: Dour Festival




큐레이티드바이의 큐레이션

 
“독립성, 친절함, 커뮤니티를 위한 배려라는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일과 일의 진행 과정, 비즈니스 교류, 협업 등에서 드러납니다. 사실, 이들이 바로 큐레이티드바이의 탄생 배경이죠.”
 

저희가 축제 공연을 큐레이팅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페스티벌의 커뮤니티입니다. 두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페스티벌과 함께 성장했고 이들은 우리처럼 음악의 개방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페스티벌이라면 유명 아티스트를 많이 섭외해야 하죠. 하지만 저희는 다양한 음악적 틈새를 공략해서 매년 수십, 수백 개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페스티벌 관객을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게 무엇인지, 다른 페스티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덴마크의 로스킬데(Rokilde), 스페인의 소나르(Sonar),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와 같은 대형 페스티벌을 탐색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 가장 신선한 크루/콜렉티브/신과 아티스트를 찾기 위해 네덜란드의 데크만텔(Dekmantel), 뮤텍(MUTEK), 언사운드(Unsound), 벨기에의 홀스트(Horst)와 같은 소규모 커뮤니티 이벤트를 주목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큐레이티드바이에서 하는 일들은 다양합니다. 음악 이벤트 제작, 큐레이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홍보 등, 우리가 좋아하고 우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아티스트 크루와 레이블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저 고객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또 친구로서 함께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서비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프로젝트의 전략 논의에서부터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하면 지역의 신을 더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팀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전략적으로는, 다양한 페스티벌의 큐레이션을 맡는 일을 하면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논의 테이블에 참석하게 되었고 어떤 아티스트가 언제 어느 권역 투어를 예정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모든 이벤트에 특정 아티스트 하나만 섭외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올해를 예로 들어 볼게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마르사탁(Marsatac) 페스티벌에는 아야 나카무라(Aya Nakamura)를, 레위니옹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사키포(Sakifo) 페스티벌에는 앙젤(Angèle)을, 두흐 페스티벌에는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을 섭외했어요. 우리는 헤드라이너가 주류화되고 표준화되는 현상에 저항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만이 가진 예술적 비전과 DNA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틈새와 커뮤니티야말로 페스티벌이나 이벤트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신선함을 드러낼 수 있는 열쇠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최신 동향과 유행 속에서 살아남는 덴 이 방법밖에 없어요. 지금은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거나, 틈새시장이라고 여겨지는 이벤트가 내일이 되면 세계적인 이벤트가 될 수도 있어요. 물론 굳이 글로벌 이벤트가 되지 않더라도도, 탐색하고 집중하는 걸 게을리해선 안 되죠.


벨기에의 수많은 아티스트가 두흐 페스티벌을 통해 성장했어요. 청소년 때 처음으로 페스티벌에 놀러 왔고 수년이 지나 아티스트로 무대에 서게 된 아멜리 렌즈(Amelie Lens)나, ‘떠오르는 신예’로 우리 페스티벌에 소개되었다가 몇 년 뒤엔 헤드라이너로, 또 몇 년 후엔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 앙젤(Angèle) 같은 아티스트들이에요.


우리가 일하면서 구축하고자 하는는 인류애는 섭외 너머의 일화와 사실들로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에이펙스 트윈도 그런 점 때문에 올해 두흐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거든요. 에이펙스 트윈은 2009년에 처음으로 우리 페스티벌 무대에 섰는데, 그때 그는 가족과 함께 페스티벌에 왔었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에이펙스 트윈은 이번 여름에 유럽 전역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지만 딱 몇 개만 골랐어요.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두흐 페스티벌입니다. 지난 경험을 통해 두흐에서의 공연이 편안하고 환대받는다고 느꼈던 거죠. 


‘독립성, 친절함, 커뮤니티를 위한 배려’라는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일과 일의 진행 과정, 비즈니스 교류, 협업 등에서 드러납니다. 사실, 이 가치가 바로 큐레이티드바이의 탄생 배경이죠. 불안정하기로 유명한 음악 산업계에서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고 우리 모두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이 에이전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출처: Dour Festival




라이브 뮤직 비즈니스, 인맥에서 우정으로

이제 저희가 이 업계에서 일한 지도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행한 국제교류 프로젝트 덕분에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두흐 페스티벌과 진행했던 유로소닉의 ESNS Exchange 프로젝트의 ‘De Concert!’와 같은 무대를 통해 말이죠.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행사에 참석하면서 지금 우리가 가족이자 친구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동료들은 유럽에도 있지만만, 한국의 잔다리 페스타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캐나다 퀘벡의 FME(Festival De Musique Émergente), 문샤인 콜렉티브(Moonshine Collective), 우간다의 녜게녜게(Nyege Nyege) 등등 세계에 퍼져있죠. 지난 수년 동안 이들과 교류하면서 드디어 우리 역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만의 비전은은 무엇인지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에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PR 에이전시인 파이브 오(Five Oh)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에서 쇼케이스 페스티벌인 피프티 랩(Fifty Lab) 뮤직 페스티벌을 탄생시켰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또 한 번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계속 이 일을 해나가겠죠.



틈새와 커뮤니티가 서로 마주칠 때

“헤드라이너가 주류화되고 표준화되는 현상에 저항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만이 가진 예술적 비전과 DNA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계엔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매년 봄이 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타의 이름이 박힌 페스티벌 포스터들이

뉴스피드에 우후죽순 떠다닌다. 대형 페스티벌은 수십억을 호가하는 헤드라이너만 잡아도

흥행은 보증되는 것이니 섭외 싸움도 점점 더 치열해진다.

그런데 어떤 관객에게는는 사실, 비슷비슷한 이름이나 스타일이 매해 돌아가며

등장하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티스트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스티벌의 아이덴티티에 공감할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런데 페스티벌 아이덴티티는 단순 마케팅을 통해서가 아닌,

축제의 다양한 콘텐츠와 공간을 꿰는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구축된다.

오늘 소개할 벨기에의 두흐 페스티벌(Dour Festival)에도 헤드라이너는 등장한다.

하지만 두흐에는 다른 상업 페스티벌과는 차별되는 무언가가 있는데,

어딘가 끈끈하고 손맛이 들어있는 음악 큐레이션과

그 큐레이션에 걸맞은 페스티벌의 정체성 같은 거다.

그리고 이 모습 뒤에는 벨기에에서 가장 멋있는 라이브 뮤직 에이전시

큐레이티드바이(Kuratedby)가 있다. AAA매거진의 이번 호에서는 큐레이티드바이의

두 수장 알렉스(Alex)와 매튜(Mathieu)를 통해 벨기에의 페스티벌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Article | 큐레이티드바이(Kuratedby), Edit | 이수정

벨기에 두흐 페스티벌(Dour Festival)

출처: Dour Festival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