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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Recognizes Real.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온 바밍타이거가 어떻게 단시간에 이토록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그 결과물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신인이 쏟아지는 음악산업계에서 이름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바밍타이거는 활동 초기부터 이들을 믿고 돕는 조력자들과 함께했다. 이 중에서도 이들을 해외 무대에 피칭하고 연결하는 부킹 에이전트 실스 윌리엄스(Cils Williams)는 데뷔 때부터 바밍타이거를 지원하며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신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이번 호 AAA 매거진에서는 실스 윌리엄즈와 함께 섭외 중개자로서 라이브 공연계의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 이수정, Edit | 이수정

부킹에이전트 실스 윌리엄스 (ATC Live)

출처: Cils Williams



공연 섭외 중개자, 부킹 에이전트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이티시 라이브(ATC Live)의 부킹 에이전트이자 코디네이터인 실스 윌리엄스(Cils Williams)입니다. 이 업계에서 일한 지 13년 정도 되었고 현재 회사로 옮긴 지는 15개월 정도 되었네요. 이전에는 프라이머리 탤런트 인터네셔널( Primary Talent International)이라는 부킹 에이전시에서 근무했습니다.



부킹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한국 사람에게는 조금 생소한데요, 부킹 에이전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 건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볼게요. 부킹 에이전트의 핵심 의무는 아티스트의 공연(라이브 뮤직) 커리어를 개발하는 겁니다. 라이브 뮤직 에이전트로서 저의 주요 역할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라이브 공연에 섭외(Booking)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헤드라인 투어라고 불리는 단독공연,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에 함께 서는 서포트 투어, 페스티벌, 기업 및 브랜드 공연이 대부분이고요, 여기에 TV 출연과 같이 다양한 공연 기회를 찾아 연결하기도 합니다. 아티스트를 대신해서 공연료와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공연이 성공적으로 준비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합니다. 라이브 음악 에이전트로서 저는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 팀, 프로모터(공연기획자)나 이벤트 부커(섭외 담당자) 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 역할을 통해서 당사자 사이 간극을 좁히고 아티스트와 프로모터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하죠.


 
"제가 소개하는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고 음악산업 일부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미래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 직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지금까지의 경력은 어떻게 쌓게 되었나요?


인턴으로 시작해서 코디네이터(정식 명칭은 에이전트 어시스턴트)로 정식 입사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에이전트가 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는데,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들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에이전트들이 그냥 지나치는 걸 보면서 ‘저 아티스트는 잘될 거 같은데 왜 아무도 계약하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라이브 뮤직 에이전시 업계에는 다양성, 특히 유색인종과 여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런 환경이 저에게 업계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했고, 여전히 저에게 이 일을 하는 동력이 됩니다. 저는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므로 에이전트로서 계속 성장하고, 저처럼 업계의 변화를 원하며 그 마음을 자신의 예술 활동에 반영하는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창작자들로 로스터(중개를 담당하는 아티스트 풀)를 꾸리게 되었어요. 먼 미래가 되면 저도 누군가의 조상이 될 텐데, 제가 소개하는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었고 음악산업 일부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미래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공식 에이전트라는 직함을 달게 된 첫날은, 이트스 런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머케이지 데이브(Murkage Dave)라는 아티스트와 계약서에 사인했던 날이었어요. 일단 저는 머케이지 데이브의 열렬한 팬이에요.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진정제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당시 머케이지 데이브는 다른 에이전시 몇 곳과 논의 중이었는데 저에게 먼저 그의 에이전트가 되는 데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처음에는 확정된 공연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 공연 섭외에 관한 경험 없었던 상황이라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회라고 생각하여 잡았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저만의 큐레이션으로 꾸려진 아티스트 로스터를 가지고 있죠.



주로 누구와 함께 일하며 실스의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저는 주로 아티스트, 프로모터, 매니저, 투어 매니저, 서브 에이전시, 타 에이전트 및 공연장 관계자들과 일합니다. 이 외에도 더 있을 것 같긴 한데, 지금 당장은 이분들이 떠오르네요.


음악 업계에서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먼저 저의 고객(아티스트 및 매니지먼트)과 논의를 통해 발매 계획이 무엇인지, 해당 연도에 투어를 수행하고 싶은지, 시기나 기간은 어떤 게 좋을지 등을 알아봅니다. 보통 영미권에서는 단독공연이라고 일컬어지는 헤드라인 공연은 주로 9월 말부터 5,6월 정도까지이고 5월 중순에서 9월까지는 여름 페스티벌에서 주로 공연을 하게 되죠. 그래서 8월까지는 다음 해의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아티스트를 피칭할 페스티벌 목록을 만들고, 헤드라인 공연과 투어 계획을 세워요. 그러면서 이동 경로를 짜면서 어떤 공연장이 좋을지, 그 공연장에서 공연이 가능한지, 티켓 가격은 얼마나 해야 할지 논의하고, 프로모터가 제시하는 조건이 괜찮은지 아티스트 팀과 확정합니다. 보통 신보가 나왔을 때 홍보 캠페인과 투어를 계획하고요, 모든 게 확정되면 투어를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티켓을 판매합니다. 그 순간부터는 티켓 판매량을 계속 확인하느라 스트레스를 좀 받는 편이에요.


지금 소속된 에이전시는 어떤 곳인가요? 규모나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 담당하는 지역에 관해 알려주세요.


에이티시 라이브(ATC Live)에는 약 35명의 직원이 있고요, 에이전트로 일하는 사람은 21명입니다. 영국, 유럽권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에이전트들은 북미를 관장하기도 합니다. 저희 에이전시의 대표 아티스트로는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씨즈(Nick Cave and the Bad Seeds), 맥 드마르코(Mac DeMarco), 블랙 푸마(Black Puma), 재패니즈 브랙퍼스트(Japanese Breakfast), 혁오(HYUKOH) 등이 있습니다. 현재 런던, 파리, 글래스고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요, 저는 (비공식적으로) 서울에도 에이티시 라이브 사무실이 있어서 서울에 가면 거기에서 일하면서 어묵탕도 마음껏 먹죠.



(한국)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기


바밍타이거 Tiny Tour II, 이미지출처 @바밍타이거 SNS



 
"분명히 가능성을 봤고, 직감인지 육감인지 모르겠지만 미래가 보였어요. 그래서 이 팀을 위해 싸워 보기로, 열심히 한번 해 보기로 했어요. 너무 멋지고 훌륭한 그룹이니까요. 앞으로는 더 대단해질 거고요."
 



우리가 처음 만난지도 이제 수년이 흘렀네요. 뮤콘의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서 알게 되었잖아요. 당시 저에겐 영미권 에이전트가 먼저 미팅을 요청하는 게 좀 생소한 경우여서, 꼭 만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해외에서 바밍 타이거의 잠재력을 알아본 첫 음악 관계자인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바밍 타이거와 계약하게 된 스토리에 관해 알려주세요.


사실 2019년 6월에 바밍타이거가 영국에서 첫 공연을 하기 전까지 이들의 공연을 본 적이 없어요. 그보다 훨씬 전에 친구가 ‘Armadillo’라는 곡을 한번 들어보라고 추천해 줬는데, 당시에 그 곡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미 바밍 타이거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확정된 상태여서 누가 먼저 같이 일하나보다고 생각해서 연락하기가 어렵더군요. 최소 두 달 정도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유튜브에서 ‘Chef Lee’라는 곡을 보게 됐는데 보자마자 그 시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됐고 음악도 믹스테이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됐어요. (시각적으로 이토록 훌륭한 걸작을 만든 잔퀴(Jan’Qui) 샷아웃 합니다!) 그래서 SNS에 적힌 주소로 메일을 보냈어요. 별다른 내용은 없었고 제 소개와 제가 당시 일했던 회사를 소개하면서 프랑스 페스티벌 공연 주변 기간으로 다른 공연을 잡아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런던과 파리에서 공연할 수 있었는데 130석 가량의 공연장이었어요. 휴가차 서울에 방문해서 바밍타이거를 처음 만났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소통하던 한 두 명만 나올 줄 알았는데 멤버가 모두 다 있었거든요. 마치 첫 데이트 같은 기분이었달까요? “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제발 나를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드러내는 것뿐이잖아요. 그래서 밥을 먹는 동안 제가 가지고 있는 투어 아이디어와 그들이 하고 싶은 것, 앞으로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를 나눴어요. 며칠 후에 다시 이들을 만났고 그땐 함께 술을 마셨어요. 그 이후로 저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으로 한국에 소문난 거 같은데요.


아무튼, 영국에 돌아와서 ‘타이니 투어(Tiny Tour)’를 만들었어요. 드디어 바밍 타이거가 영국으로 입국했고 저도 런던의 공연에 참석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들 최고의 공연은 아니긴 했지만 (죄송합니다) 분명히 가능성을 봤고, 직감인지 육감인지 모르겠지만 미래가 보였어요. 그래서 이 팀을 위해 싸워 보기로, 열심히 한번 해 보기로 했어요. 너무 멋지고 훌륭한 그룹이니까요. 앞으로는 더 대단해질 거고요. 그땐 저를 믿어 주는 사람이 별로 없긴 했어요. 하지만 결국 팀은 계속해서 성장했죠. 이제 4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그때 저의 피칭 메일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 와요. 같이 일하고 싶다고요. 재밌지 않나요? 그 사람들한테 꼭 알려주고 싶어요. 당신은 망했다고. 그때 왜 내 말을 안 들었냐고요. 바밍 타이거를 판단하는 지표가 숫자로는 크게 늘었지만, 그들의 작업물은 지금만큼 그때도 훌륭하고 멋있었어요. 뭐, 모든 것엔 때가 있는 법이겠죠.


밴드와 계약할 때 온전히 독자적으로 결정하나요, 아니면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치나요?


네, 온전히 제가 결정합니다. 조언이나 격려의 말을 듣기 위해서 회사 내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제가 마음에 들어야 연락을 하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그래서 다른 에이전트에 비해서 저의 로스터가 아직은 작을 수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돈을 내고서라도 라이브를 보고 싶고 음악을 사고, 듣고 싶은 ‘팬’의 마음이 생겨야 하거든요. 이 일을 시작한 2018년 이후 매년, 제가 일하는 아티스트 중 적어도 한 팀은 항상 제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듣는 탑 파이브 안에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2018년과 2019년에는 머케이지 데이브였고 2020년에는 bj원진(스포티파이에 솔로곡이 2곡 밖에 없어서 엄청 돌려 들었던 거 같아요.), 오메가 사피엔, 바밍타이거, 그리고 2021년에도 머드 더 스튜던트랑 바밍타이거, 2022년에는 오메가 사피엔, 바밍 타이거, 머케이지 데이브, 소금 이렇게가 탑 파이브였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트랙은 2위를 차지한 비욘세를 제친 소금의 개구리였어요! 2023년에도 아마 저와 함께 일할 아티스트들이 탑 파이브에 있겠죠.


아티스트와 계약하는 일은 저에게 연애하는 것과 같아요. 일단 제가 그 아티스트를 진짜 좋아하는지 확신이 서야 하고, 장기적인 관계여야 하니까요. 제가 아티스트를 위해서 하는 그 모든 일은 열정에서 비롯된답니다. 아직 저도 업계에서 큰 인물도 아니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제가 하는 모든 일에는 저의 진심이 담겨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코 좋은 일을 하거나 최선을 다할 수 없을 겁니다.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과정에 관해 얘기해 주시겠어요?


아티스트에게 제안이나 문의가 들어오면 항상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회신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의 몫이에요. 이들이 확정해주기 전에는 절대 제 마음대로 승낙이나 거절하지 않아요. 혹시라도 그 제안이 아티스트나 매니지먼트 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들어오는 건 반드시 모두 공유해야 합니다. (웃음)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팀과 공유하여 검토합니다. 팀에서 만족하면 진행하고 우려 사항이 있다면 논의를 거치고, 아니면 제 아이디어가 효과가 없거나 팀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변경합니다. 모든 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며 아티스트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됩니다. 팀과 저, 우리 모두 훌륭한 공연과 투어의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티스트와 나름 꽤 개방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됩니다. 에이전트를 해고하는 일이 아티스트에게는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강력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티스트와 회사가 나서서 저희와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해결해 나가죠. 저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아마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들도 저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바밍타이거




바밍타이거는 2022년에 처음으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에서 쇼케이스를 했었죠. 직접 스테이지까지 꾸려 공연을 했는데, 그때 에이전트인 실즈가 옆에서 무척 열정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바밍타이거는 2023년에도 SXSW 쇼케이스 무대를 열었는데, 제가 놀랐던 건 쇼케이스 중 하나가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영국 공식 무대 브리티시 뮤직 엠버시(이하 BME, British Music Embassy)였어요.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아닌데 어떻게 가능했죠?


제가 속한 ATC Live 에이전시는 매년 BME 무대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무대를 가집니다. 보통 6팀이 공연하는데 그 중 한 팀은 해외 아티스트예요. 올해는 그 하나의 슬롯에 바밍 타이거가 선정된 거죠. 아마 BME에서 소개하는 50팀 이상의 라인업 중 유일한 해외 아티스트였을 거예요. 이 자리를 빌려서 저희 대표님과 BME 쇼케이스 팀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공연 이후 관심을 많이 받았고 흥미로운 제안들도 들어왔거든요.


다시 돌아가서, 바밍 타이거의 첫 무대는 갑작스럽게 기획됐어요. 이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코리아 스포트라이트, 비트바이트(Beat Bite) 등이 한국 아티스트를 라인업으로 내세워 쇼케이스 무대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요, 2022년에는 한국 아티스트들로만 큐레이션된 쇼케이스 무대가 전혀 없었어요. 바밍 타이거는 그해 아티스트로 공식 초청을 받았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바밍타이거의 리더인 산얀이 제임스 마이너(James Minor)에게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쇼케이스 무대를 열고 싶다고 제안한 거예요. 그 메일 이후 5개월 정도 감감무소식이었다가 어느 날 제임스가 저에게 메일을 보내서 산얀과 함께 줌 미팅을 할 수 있냐고 물었죠. 사실 그때까지도 저는 바밍타이거가 아티스트로 선정됐는지 몰랐어요. 아무튼, 그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무대를 세우는 얘기가 나왔고 화상 회의 내내 저는 ‘대체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에이전트로서의 역할은 제쳐두고 일단 어떻게 하면 친구를 도울 수 있을까만 생각했어요. 아, 질문에 먼저 답을 하자면, 아티스트는 보통 이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아마 아티스트의 매니저나 회사, 친구 정도 되어야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2022년 SXSW 바밍타이거 스테이지는 리더인 산얀과 바밍타이거 멤버들의 아이디어이자 꿈이었고 비전이었기 때문에 제가 뭘 했다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 일은 모두 우정에 기반한 거예요. 그때의 경험 때문에 흰머리가 좀 는 것 같긴 합니다만, 바밍타이거 멤버들이 이 쇼케이스를 통해 성취한 것들을 보며 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음악계에 미칠 영향력을 알게 되었고 아티스트이자 콜렉티브로서 이들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마침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올해에는 제이디드(Jaded)라는 회사와 협업했는데요,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정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이 협업을 통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아티스트에게도 SXSW 무대라는 기회와 보금자리를 제공했어요. 저는 바밍타이거가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SXSW 참여 아티스트 중 가장 신선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룹에게 수여되는 그룰케 프라이즈(Grulke Prize)를 수상했다는 사실이 바밍타이거라는 그룹에 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죠.


이제 바밍타이거는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테고, 이를 위해서 북미 지역은 새로운 에이전트가 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에이전시와는 어떻게 업무를 분담하나요?


바밍타이거의 미주 에이전시는 바서만(Wasserman)으로 북미와 남미 지역을 총괄하고요, 저는 영국과 EU, 오세아니아,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아프리카까지 담당합니다. 아무래도 한 아티스트가 투어를 도는 기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투어 시기를 결정할 때 서로의 타겟과 일정을 고려하고 가능한 한 빨리 논의하고자 합니다.


올해 바밍타이거는 투어 계획이 있나요? 투어 외에 장기적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요?


계획은 언제나 있죠! 안타깝게도 지금 밝힐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8월에는 유럽 페스티벌 투어가 있을 예정이고요, 호주 페스티벌에서도 현지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에요.


바밍타이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실 지금처럼 멋진 노래와 비주얼을 선보이면서 그룹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항상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공연 일정이 아주 빡빡한데, 투어를 통해서 팬층을 꾸준히 구축하는 게 아주 중요한데, 문제없이 잘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바밍타이거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를 경험하자마자 끌리는 무언가가 있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네요. 체취인가? (웃음)



투어, 그리고 네트워크


 
"공연, 페스티벌, 네트워킹 파티(믹서), 미팅 등에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밍타이거의 얘기를 더 듣고 싶지만, 지난 일보다 앞으로의 에피소드가 더 많을 거라서 이쯤에서 묻어두고, 업계에 관련한 질문을 몇 개 더 해 볼게요. 먼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22년은 라이브 뮤직 업계 역사상 가장 바쁜 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2020년과 2021년에 셧다운 되었던 공연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작년엔 800~1,000회의 공연을 진행했어요. 저랑 제 동료는 지난 2년동안 공연과 투어의 일정을 변경하는 일만 하는 바람에 ‘일정 변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움찔해요. 투어 비용은 증가했고, 투어 수도 많아져서 공연장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죠. 동선이 어색해지거나 스케줄이 불명확해지는 걸 피하고자 가능한 한 일찍 공연을 부킹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영국은 생활비 위기로 일부 아티스트의 티켓 판매량이 감소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갈 수 있는 여력이 없어져 1년에 한 두 번으로 그치는 것 같아요.


업계 내부적으로는, 코로나 19이후 정신 건강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정신 건강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신의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공연에서 100%를 보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자기 관리하는 법을 연습하고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에이전트가 투어를 기획할 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투어 기간을 관리하고, 일행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업계에서 개인 네트워크는 얼마나 중요하며,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나요?


저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인맥 쌓기에는 관심이 없지만, 음악 업계에서 인맥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인정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것도 뮤콘(Mu:Con)이라는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난 덕분이잖아요? 그러니 공연, 페스티벌, 네트워킹 파티(믹서), 미팅 등에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영국에서는 전 세계의 프로모터와 부커들이 모이는 더 그레이트 에스케이프(TGE, The Great Escape) 같은 이벤트가 도움이 돼요. 최근에는 음악 관련 컨퍼런스에서 패널로 나가는 일도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겁나긴 하지만 아주 유용해요. 지난번에는 ‘Now, that’s What I Call 2023’이라는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가했는데, 프로모터와 에이전트들이 뽑은 2023년 유망주 세 팀에 관해 얘기하는 거였어요. 다른 패널들은 각자 자기와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얘기했지만, 저는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한국의 음악신이 어떤지 현장의 청중에게 알려줬어요.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음악이 BTS나 블랙핑크 같은 게 아니다, 다른 스타일의 아티스트와 음악을 더 찾아 들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세션이 끝나고 정말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거기 계셨던 분들의 눈이 떠졌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앞으로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더 많은 한국 아티스트를 보게 될 수도 있겠네요. 바밍타이거를 포함해서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영미권의 라이브 음악 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면, 지역의 프로모터나 부커들이 한국 아티스트의 섭외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아직은 초기 단계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하시는지?


제 생각에, 라이브 음악 산업계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유럽의 페스티벌은 영국 페스티벌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진취적인 마인드로 라인업을 구성한다고 생각해요. 이들의 라인업은 훨씬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죠.


어떤 페스티벌 기획자가 ‘한국 아티스트가 한 팀 있어서 그쪽 아티스트는 패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네요. 저는 이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아티스트 자리는 하나밖에 없다는 뜻이었을까요? 저는 이게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백인 남성 기타 밴드가 한 팀 있으니 패스해야 할 거 같은데요’라고 말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영미권 라이브 음악 시작은 아직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페스티벌 라인업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유형의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경향이 있어요. 상당한 팬덤을 가지고 영미권의 대형 공연장을 매진시킬 수 있는 티켓파워를 가진 한국 아티스트조차도 이런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데엔 어려움을 겪어요. 신인 아티스트라면 말할 필요도 없죠. 그래서 제가 큐레이팅하는 아티스트 로스터는 큰 의미와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어요. 제가 함께 작업하는 모든 아티스트는 사회와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무대는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겁니다. 그렇게 저는 아티스트가 무대 안팎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확신이 있어요.


그러니 페스티벌들도 빨리,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겁니다.




Real Recognizes Real.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온 바밍타이거가

어떻게 단시간에 이토록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그 결과물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신인이 쏟아지는

음악산업계에서 이름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바밍타이거는 활동 초기부터 이들을 믿고 돕는 조력자들과 함께했다.

이 중에서도 이들을 해외 무대에 피칭하고 연결하는 부킹 에이전트

실스 윌리엄스(Cils Williams)는 데뷔 때부터 바밍타이거를 지원하며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신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이번 호 AAA 매거진에서는 실스 윌리엄즈와 함께 섭외 중개자로서

라이브 공연계의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 이수정, Edit | 이수정

부킹에이전트 실스 윌리엄스 (ATC Live)

출처: Cils Williams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공연 섭외 중개자, 부킹 에이전트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이티시 라이브(ATC Live)의 부킹 에이전트이자 코디네이터인 실스 윌리엄스(Cils Williams)입니다. 이 업계에서 일한 지 13년 정도 되었고 현재 회사로 옮긴 지는 15개월 정도 되었네요. 이전에는 프라이머리 탤런트 인터네셔널( Primary Talent International)이라는 부킹 에이전시에서 근무했습니다.



부킹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한국 사람에게는 조금 생소한데요, 부킹 에이전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 건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볼게요. 부킹 에이전트의 핵심 의무는 아티스트의 공연(라이브 뮤직) 커리어를 개발하는 겁니다. 라이브 뮤직 에이전트로서 저의 주요 역할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라이브 공연에 섭외(Booking)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헤드라인 투어라고 불리는 단독공연,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에 함께 서는 서포트 투어, 페스티벌, 기업 및 브랜드 공연이 대부분이고요, 여기에 TV 출연과 같이 다양한 공연 기회를 찾아 연결하기도 합니다. 아티스트를 대신해서 공연료와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공연이 성공적으로 준비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합니다. 라이브 음악 에이전트로서 저는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 팀, 프로모터(공연기획자)나 이벤트 부커(섭외 담당자) 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 역할을 통해서 당사자 사이 간극을 좁히고 아티스트와 프로모터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하죠.

 


 
"제가 소개하는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고
음악산업 일부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미래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 직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지금까지의 경력은 어떻게 쌓게 되었나요?


인턴으로 시작해서 코디네이터(정식 명칭은 에이전트 어시스턴트)로 정식 입사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에이전트가 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는데,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들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에이전트들이 그냥 지나치는 걸 보면서 ‘저 아티스트는 잘될 거 같은데 왜 아무도 계약하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라이브 뮤직 에이전시 업계에는 다양성, 특히 유색인종과 여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런 환경이 저에게 업계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했고, 여전히 저에게 이 일을 하는 동력이 됩니다. 저는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므로 에이전트로서 계속 성장하고, 저처럼 업계의 변화를 원하며 그 마음을 자신의 예술 활동에 반영하는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창작자들로 로스터(중개를 담당하는 아티스트 풀)를 꾸리게 되었어요. 먼 미래가 되면 저도 누군가의 조상이 될 텐데, 제가 소개하는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었고 음악산업 일부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미래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공식 에이전트라는 직함을 달게 된 첫날은, 이트스 런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머케이지 데이브(Murkage Dave)라는 아티스트와 계약서에 사인했던 날이었어요. 일단 저는 머케이지 데이브의 열렬한 팬이에요.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진정제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당시 머케이지 데이브는 다른 에이전시 몇 곳과 논의 중이었는데 저에게 먼저 그의 에이전트가 되는 데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처음에는 확정된 공연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 공연 섭외에 관한 경험 없었던 상황이라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회라고 생각하여 잡았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저만의 큐레이션으로 꾸려진 아티스트 로스터를 가지고 있죠.



주로 누구와 함께 일하며 실스의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저는 주로 아티스트, 프로모터, 매니저, 투어 매니저, 서브 에이전시, 타 에이전트 및 공연장 관계자들과 일합니다. 이 외에도 더 있을 것 같긴 한데, 지금 당장은 이분들이 떠오르네요.


 

음악 업계에서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먼저 저의 고객(아티스트 및 매니지먼트)과 논의를 통해 발매 계획이 무엇인지, 해당 연도에 투어를 수행하고 싶은지, 시기나 기간은 어떤 게 좋을지 등을 알아봅니다. 보통 영미권에서는 단독공연이라고 일컬어지는 헤드라인 공연은 주로 9월 말부터 5,6월 정도까지이고 5월 중순에서 9월까지는 여름 페스티벌에서 주로 공연을 하게 되죠. 그래서 8월까지는 다음 해의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아티스트를 피칭할 페스티벌 목록을 만들고, 헤드라인 공연과 투어 계획을 세워요. 그러면서 이동 경로를 짜면서 어떤 공연장이 좋을지, 그 공연장에서 공연이 가능한지, 티켓 가격은 얼마나 해야 할지 논의하고, 프로모터가 제시하는 조건이 괜찮은지 아티스트 팀과 확정합니다. 보통 신보가 나왔을 때 홍보 캠페인과 투어를 계획하고요, 모든 게 확정되면 투어를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티켓을 판매합니다. 그 순간부터는 티켓 판매량을 계속 확인하느라 스트레스를 좀 받는 편이에요.

 


지금 소속된 에이전시는 어떤 곳인가요? 규모나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 담당하는 지역에 관해 알려주세요.


에이티시 라이브(ATC Live)에는 약 35명의 직원이 있고요, 에이전트로 일하는 사람은 21명입니다. 영국, 유럽권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에이전트들은 북미를 관장하기도 합니다. 저희 에이전시의 대표 아티스트로는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씨즈(Nick Cave and the Bad Seeds), 맥 드마르코(Mac DeMarco), 블랙 푸마(Black Puma), 재패니즈 브랙퍼스트(Japanese Breakfast), 혁오(HYUKOH) 등이 있습니다. 현재 런던, 파리, 글래스고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요, 저는 (비공식적으로) 서울에도 에이티시 라이브 사무실이 있어서 서울에 가면 거기에서 일하면서 어묵탕도 마음껏 먹죠.

 



(한국)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기



바밍타이거 Tiny Tour II, 이미지출처 @바밍타이거 SNS



 
"분명히 가능성을 봤고, 직감인지 육감인지
모르겠지만 미래가 보였어요. 그래서 이 팀을 위해
싸워 보기로, 열심히 한번 해 보기로 했어요.
너무 멋지고 훌륭한 그룹이니까요.
앞으로는 더 대단해질 거고요."
 



우리가 처음 만난지도 이제 수년이 흘렀네요. 뮤콘의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서 알게 되었잖아요. 당시 저에겐 영미권 에이전트가 먼저 미팅을 요청하는 게 좀 생소한 경우여서, 꼭 만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해외에서 바밍 타이거의 잠재력을 알아본 첫 음악 관계자인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바밍 타이거와 계약하게 된 스토리에 관해 알려주세요.


사실 바밍타이거가 영국에서 첫 공연을 하기 전까지 이들의 공연을 본 적이 없어요. 그보다 훨씬 전에 친구가 ‘Armadillo’라는 곡을 한번 들어보라고 추천해 줬는데, 당시에 그 곡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미 바밍 타이거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확정된 상태여서 누가 먼저 같이 일하나보다고 생각해서 연락하기가 어렵더군요. 최소 두 달 정도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유튜브에서 ‘Chef Lee’라는 곡을 보게 됐는데 보자마자 그 시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됐고 음악도 믹스테이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됐어요. (시각적으로 이토록 훌륭한 걸작을 만든 잔퀴(Jan’Qui) 샷아웃 합니다!) 그래서 SNS에 적힌 주소로 메일을 보냈어요. 별다른 내용은 없었고 제 소개와 제가 당시 일했던 회사를 소개하면서 프랑스 페스티벌 공연 주변 기간으로 다른 공연을 잡아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런던과 파리에서 공연할 수 있었는데 130석 가량의 공연장이었어요. 휴가차 서울에 방문해서 바밍타이거를 처음 만났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소통하던 한 두 명만 나올 줄 알았는데 멤버가 모두 다 있었거든요. 마치 첫 데이트 같은 기분이었달까요? “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제발 나를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드러내는 것뿐이잖아요. 그래서 밥을 먹는 동안 제가 가지고 있는 투어 아이디어와 그들이 하고 싶은 것, 앞으로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를 나눴어요. 며칠 후에 다시 이들을 만났고 그땐 함께 술을 마셨어요. 그 이후로 저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으로 한국에 소문난 거 같은데요.


아무튼, 영국에 돌아와서 ‘타이니 투어(Tiny Tour)’를 만들었어요. 드디어 바밍 타이거가 영국으로 입국했고 저도 런던의 공연에 참석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들 최고의 공연은 아니긴 했지만 (죄송합니다) 분명히 가능성을 봤고, 직감인지 육감인지 모르겠지만 미래가 보였어요. 그래서 이 팀을 위해 싸워 보기로, 열심히 한번 해 보기로 했어요. 너무 멋지고 훌륭한 그룹이니까요. 앞으로는 더 대단해질 거고요. 그땐 저를 믿어 주는 사람이 별로 없긴 했어요. 하지만 결국 팀은 계속해서 성장했죠. 이제 4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그때 저의 피칭 메일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 와요. 같이 일하고 싶다고요. 재밌지 않나요? 그 사람들한테 꼭 알려주고 싶어요. 당신은 망했다고. 그때 왜 내 말을 안 들었냐고요. 바밍 타이거를 판단하는 지표가 숫자로는 크게 늘었지만, 그들의 작업물은 지금만큼 그때도 훌륭하고 멋있었어요. 뭐, 모든 것엔 때가 있는 법이겠죠.

 


밴드와 계약할 때 온전히 독자적으로 결정하나요, 아니면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치나요?


네, 온전히 제가 결정합니다. 조언이나 격려의 말을 듣기 위해서 회사 내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제가 마음에 들어야 연락을 하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그래서 다른 에이전트에 비해서 저의 로스터가 아직은 작을 수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돈을 내고서라도 라이브를 보고 싶고 음악을 사고, 듣고 싶은 ‘팬’의 마음이 생겨야 하거든요. 이 일을 시작한 2018년 이후 매년, 제가 일하는 아티스트 중 적어도 한 팀은 항상 제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듣는 탑 파이브 안에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2018년과 2019년에는 머케이지 데이브였고 2020년에는 bj원진(스포티파이에 솔로곡이 2곡 밖에 없어서 엄청 돌려 들었던 거 같아요.), 오메가 사피엔, 바밍타이거, 그리고 2021년에도 머드 더 스튜던트랑 바밍타이거, 2022년에는 오메가 사피엔, 바밍 타이거, 머케이지 데이브, 소금 이렇게가 탑 파이브였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트랙은 2위를 차지한 비욘세를 제친 소금의 개구리였어요! 2023년에도 아마 저와 함께 일할 아티스트들이 탑 파이브에 있겠죠.


아티스트와 계약하는 일은 저에게 연애하는 것과 같아요. 일단 제가 그 아티스트를 진짜 좋아하는지 확신이 서야 하고, 장기적인 관계여야 하니까요. 제가 아티스트를 위해서 하는 그 모든 일은 열정에서 비롯된답니다. 아직 저도 업계에서 큰 인물도 아니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제가 하는 모든 일에는 저의 진심이 담겨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코 좋은 일을 하거나 최선을 다할 수 없을 겁니다.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과정에 관해 얘기해 주시겠어요?


아티스트에게 제안이나 문의가 들어오면 항상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회신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의 몫이에요. 이들이 확정해주기 전에는 절대 제 마음대로 승낙이나 거절하지 않아요. 혹시라도 그 제안이 아티스트나 매니지먼트 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들어오는 건 반드시 모두 공유해야 합니다. (웃음)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팀과 공유하여 검토합니다. 팀에서 만족하면 진행하고 우려 사항이 있다면 논의를 거치고, 아니면 제 아이디어가 효과가 없거나 팀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변경합니다. 모든 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며 아티스트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됩니다. 팀과 저, 우리 모두 훌륭한 공연과 투어의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티스트와 나름 꽤 개방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됩니다. 에이전트를 해고하는 일이 아티스트에게는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강력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티스트와 회사가 나서서 저희와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해결해 나가죠. 저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아마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들도 저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바밍타이거





바밍타이거는 2022년에 처음으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에서 쇼케이스를 했었죠. 직접 스테이지까지 꾸려 공연을 했는데, 그때 에이전트인 실즈가 옆에서 무척 열정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바밍타이거는 2023년에도 SXSW 쇼케이스 무대를 열었는데, 제가 놀랐던 건 쇼케이스 중 하나가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영국 공식 무대 브리티시 뮤직 엠버시(이하 BME, British Music Embassy)였어요.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아닌데 어떻게 가능했죠?


제가 속한 ATC Live 에이전시는 매년 BME 무대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무대를 가집니다. 보통 6팀이 공연하는데 그 중 한 팀은 해외 아티스트예요. 올해는 그 하나의 슬롯에 바밍 타이거가 선정된 거죠. 아마 BME에서 소개하는 50팀 이상의 라인업 중 유일한 해외 아티스트였을 거예요. 이 자리를 빌려서 저희 대표님과 BME 쇼케이스 팀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공연 이후 관심을 많이 받았고 흥미로운 제안들도 들어왔거든요.


다시 돌아가서, 바밍 타이거의 첫 무대는 갑작스럽게 기획됐어요. 이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코리아 스포트라이트, 비트바이트(Beat Bite) 등이 한국 아티스트를 라인업으로 내세워 쇼케이스 무대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요, 2022년에는 한국 아티스트들로만 큐레이션된 쇼케이스 무대가 전혀 없었어요. 바밍 타이거는 그해 아티스트로 공식 초청을 받았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바밍타이거의 리더인 산얀이 제임스 마이너(James Minor)에게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쇼케이스 무대를 열고 싶다고 제안한 거예요. 그 메일 이후 5개월 정도 감감무소식이었다가 어느 날 제임스가 저에게 메일을 보내서 산얀과 함께 줌 미팅을 할 수 있냐고 물었죠. 사실 그때까지도 저는 바밍타이거가 아티스트로 선정됐는지 몰랐어요. 아무튼, 그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무대를 세우는 얘기가 나왔고 화상 회의 내내 저는 ‘대체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에이전트로서의 역할은 제쳐두고 일단 어떻게 하면 친구를 도울 수 있을까만 생각했어요. 아, 질문에 먼저 답을 하자면, 에이전트는 보통 이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아마 아티스트의 매니저나 회사, 친구 정도 되어야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2022년 SXSW 바밍타이거 스테이지는 리더인 산얀과 바밍타이거 멤버들의 아이디어이자 꿈이었고 비전이었기 때문에 제가 뭘 했다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 일은 모두 우정에 기반한 거예요. 그때의 경험 때문에 흰머리가 좀 는 것 같긴 합니다만, 바밍타이거 멤버들이 이 쇼케이스를 통해 성취한 것들을 보며 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음악계에 미칠 영향력을 알게 되었고 아티스트이자 콜렉티브로서 이들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마침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올해에는 제이디드(Jaded)라는 회사와 협업했는데요,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정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이 협업을 통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아티스트에게도 SXSW 무대라는 기회와 보금자리를 제공했어요. 저는 바밍타이거가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SXSW 참여 아티스트 중 가장 신선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룹에게 수여되는 그룰케 프라이즈(Grulke Prize)를 수상했다는 사실이 바밍타이거라는 그룹에 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죠.

 


이제 바밍타이거는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테고, 이를 위해서 북미 지역은 새로운 에이전트가 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에이전시와는 어떻게 업무를 분담하나요?


바밍타이거의 미주 에이전시는 바서만(Wasserman)으로 북미와 남미 지역을 총괄하고요, 저는 영국과 EU, 오세아니아,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아프리카까지 담당합니다. 아무래도 한 아티스트가 투어를 도는 기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투어 시기를 결정할 때 서로의 타겟과 일정을 고려하고 가능한 한 빨리 논의하고자 합니다.

 


올해 바밍타이거는 투어 계획이 있나요? 투어 외에 장기적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요?


계획은 언제나 있죠! 안타깝게도 지금 밝힐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8월에는 유럽 페스티벌 투어가 있을 예정이고요, 호주 페스티벌에서도 현지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에요.


바밍타이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실 지금처럼 멋진 노래와 비주얼을 선보이면서 그룹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항상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공연 일정이 아주 빡빡한데, 투어를 통해서 팬층을 꾸준히 구축하는 게 아주 중요한데, 문제없이 잘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바밍타이거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를 경험하자마자 끌리는 무언가가 있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네요. 체취인가? (웃음)

 



투어, 그리고 네트워크




 
"공연, 페스티벌, 네트워킹 파티(믹서), 미팅 등에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밍타이거의 얘기를 더 듣고 싶지만, 지난 일보다 앞으로의 에피소드가 더 많을 거라서 이쯤에서 묻어두고, 업계에 관련한 질문을 몇 개 더 해 볼게요. 먼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22년은 라이브 뮤직 업계 역사상 가장 바쁜 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2020년과 2021년에 셧다운 되었던 공연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작년엔 800~1,000회의 공연을 진행했어요. 저랑 제 동료는 지난 2년동안 공연과 투어의 일정을 변경하는 일만 하는 바람에 ‘일정 변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움찔해요. 투어 비용은 증가했고, 투어 수도 많아져서 공연장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죠. 동선이 어색해지거나 스케줄이 불명확해지는 걸 피하고자 가능한 한 일찍 공연을 부킹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영국은 생활비 위기로 일부 아티스트의 티켓 판매량이 감소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갈 수 있는 여력이 없어져 1년에 한 두 번으로 그치는 것 같아요.


업계 내부적으로는, 코로나 19이후 정신 건강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정신 건강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신의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공연에서 100%를 보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자기 관리하는 법을 연습하고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에이전트가 투어를 기획할 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투어 기간을 관리하고, 일행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업계에서 개인 네트워크는 얼마나 중요하며,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나요?


저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인맥 쌓기에는 관심이 없지만, 음악 업계에서 인맥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인정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것도 뮤콘(Mu:Con)이라는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난 덕분이잖아요? 그러니 공연, 페스티벌, 네트워킹 파티(믹서), 미팅 등에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영국에서는 전 세계의 프로모터와 부커들이 모이는 더 그레이트 에스케이프(TGE, The Great Escape) 같은 이벤트가 도움이 돼요. 최근에는 음악 관련 컨퍼런스에서 패널로 나가는 일도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겁나긴 하지만 아주 유용해요. 지난번에는 ‘Now, that’s What I Call 2023’이라는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가했는데, 프로모터와 에이전트들이 뽑은 2023년 유망주 세 팀에 관해 얘기하는 거였어요. 다른 패널들은 각자 자기와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얘기했지만, 저는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한국의 음악신이 어떤지 현장의 청중에게 알려줬어요.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음악이 BTS나 블랙핑크 같은 게 아니다, 다른 스타일의 아티스트와 음악을 더 찾아 들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세션이 끝나고 정말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거기 계셨던 분들의 눈이 떠졌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앞으로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더 많은 한국 아티스트를 보게 될 수도 있겠네요. 바밍타이거를 포함해서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영미권의 라이브 음악 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면, 지역의 프로모터나 부커들이 한국 아티스트의 섭외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아직은 초기 단계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하시는지?


제 생각에, 라이브 음악 산업계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유럽의 페스티벌은 영국 페스티벌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진취적인 마인드로 라인업을 구성한다고 생각해요. 이들의 라인업은 훨씬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죠.

어떤 페스티벌 기획자가 ‘한국 아티스트가 한 팀 있어서 그쪽 아티스트는 패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네요. 저는 이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아티스트 자리는 하나밖에 없다는 뜻이었을까요? 저는 이게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백인 남성 기타 밴드가 한 팀 있으니 패스해야 할 거 같은데요’라고 말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영미권 라이브 음악 시작은 아직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페스티벌 라인업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유형의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경향이 있어요. 상당한 팬덤을 가지고 영미권의 대형 공연장을 매진시킬 수 있는 티켓파워를 가진 한국 아티스트조차도 이런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데엔 어려움을 겪어요. 신인 아티스트라면 말할 필요도 없죠. 그래서 제가 큐레이팅하는 아티스트 로스터는 큰 의미와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어요. 제가 함께 작업하는 모든 아티스트는 사회와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무대는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겁니다. 그렇게 저는 아티스트가 무대 안팎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확신이 있어요.


그러니 페스티벌들도 빨리,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겁니다.




INSIGHT

ISSU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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