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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확장으로,

확장에서 성장으로

황소윤은 지금껏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과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과 연결되지 못하고 함께 음악을 나눌 수 없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라고 답했다. 자주 '확장'이라는 표현을 쓰며 더 많은 곳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소윤에게 마음이란, 확장이란, 성장이란 무엇일까? 잠깐 엿들어 봤다.

Interview | 하박국 , Edit | 하박국

So!YoON!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인터뷰: 하박국 @havaqquq

세계적인 토크쇼 ‘피식쇼’보다 6년 먼저 캐스퍼 라디오 정통 뮤직토크쇼 ‘하박국의 박국박국해’에서 황소윤을 인터뷰했다. 뭐든 남들 보다 먼저 하는 걸 좋아해, 좋은 음악 남들이 듣기 전 미리 듣고 싶어 10년 전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그만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인디 음악가의 생존 친구를 표방하는 뉴스레터 ‘윌슨레터’와 동기 탐구 유튜브 채널 ‘사람들은 왜?’를 만들고 있다.

마음의 근거가 되어준 것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So!YoON!의 정규 앨범 <Episode1 : Love>가 얼마 전 발매됐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소윤: 충전하며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활동이라는 게 좀 의미가 없어서요. 음악 방송을 도는 것도 아니고요. 하고 싶은 곳만 나가는데 그건 다 끝났고요. 보통 앨범 하나를 내고 나면 많이 지치는 편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최대한 빨리 회복하고 있어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23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스포티파이의 캠페인에 3월의 앰배서더로 선정돼 뉴욕 타임스퀘어에 얼굴이 걸렸어요. 새소년으로는 유튜브 '2021 파운드리'에 선정돼 뉴욕, LA, 런던 등의 도심 번화가에 실린 적이 있지만, 솔로로는 처음이고 타임스퀘어는 상징성이 강한 곳이기도 하잖아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을 예상했나요?

소윤: 예상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항상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마음은 있었어요.


— 그 마음에 근거가 되었던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소윤: 아이러니하게도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건 저 멀리에 있는데 지금 당장 거기에 갈 수는 없으니까. 싫어하는 것을 조금씩 하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해 온 것 같아요.


— 지금은 전보다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많이 안 하게 된 것 같나요?

소윤: 그건 아닌데, 전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선택지 혹은 가능성을 더 갖게 됐어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Episode1 : Love>의 수록곡 ' Smoke Sprite (feat. RM of BTS)'이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송 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발표하기 전 곡에 대한 반응을 예상했나요?

소윤: 성과에 대해 예측은 하지 않았고, 성공에 대한 어느 정도 예측은 했어요. RM이 이 정도의 반응은 있을 거라고 미리 얘기해줬거든요. 성과는 아직 제가 경험하지 못한 수치라 정확히 모르겠어요. 앨범에서 처음에 눈에 띄는 건 타이틀 곡이고 RM과 함께했다는 사실 역시 크겠죠. 근데 만약 황소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면 그 후에 앨범도 전체적으로 듣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관객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느낌이에요.


— RM뿐 아니라 정말 많은 음악가와 함께 작업했어요. 사람을 고르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소윤: 작업하며 보니까 제 기준이 굉장히 확실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걸 어떻게 언어화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제가 이성적으로 상대를 필요로 하기보다 본능적으로 같이 작업하면 좋은 게 나올 것 같다는 판단으로 접근하는 편이거든요. 지금 와 기준을 정리하자면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게 아니라 함께 작업하니까, 자기 작업에 대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상대의 작업을 들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며 유연한 부분도 있어야 하는 거죠. 근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아요. 다들 바쁘고 자기 작업이 있으니까. 결국, 함께 작업하고 소통하는 것의 가치와 행복을 누리고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는 저와 같이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일일이 조율하는 게 정말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소윤: 제가 엄청나게 사회성이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에너지를 많이 쓰기는 했는데, 그게 아깝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에너지를 쓴 만큼 더 나은 결과물이 따라오는 걸 알아서요.


전체적으로 앨범의 그림을 그려 놓고 거기에 맞춰 협업할 음악가를 찾나요. 아니면 상대 음악가의 작업을 보고 거기에 영향받아 그 사람과 함께 작업이 하고 싶어지나요.

소윤: 곡을 만들며 다른 음악가를 염두에 두진 않아요. 물감으로 비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에게 없는 물감이 있는데 그게 필요해요. 그 물감이 어디 있을까, 찾다 보면 그 물감의 색을 진하게 가진 음악가가 보여요. 그 사람에게 가서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런 색이 부족한데, 당신에게서 이런 색을 느꼈어. 혹시 너도 자신의 색이 그렇다고 느낀다면 한 번 참여해 보지 않을래? 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첫 해외 투어의 기억, 이어지는 도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처음 했던 해외 투어가 기억나나요?

소윤: 대만의 메가포트 페스티벌이었던 것 같아요. 거의 데뷔 직후에 갔던 것 같아요.


—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소윤: 해외여행 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해외에 나가 공연하면서 그 나라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에 엄청 벅찼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 감상은 비슷한 것 같아요.


— 새소년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의식하고 있었나요?

소윤: 그렇진 않았어요. 그랬다면 영어 가사를 쓰고 좀 더 장르 음악을 했을 것 같아요. 밴드의 카피를 '세계적인 밴드 새소년'이라고 했던 건 어딘가 계속 고여 있지 않고 확산하겠다는 반쯤 장난 섞인 포부였어요.


잔다리 페스타가 생긴 게 2012년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국내 밴드가 해외에 나간다는 걸 잘 상상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전보다 그런 경험을 하는 밴드가 많아진 것 같아요. 새소년은 자연스럽게 해외에 진출하게 됐나요. 아니면 진출하려고 했던 계기가 있나요.

소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일단은 성장이 목표예요. 저희가 특별히 해외에 통할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장르를 규정하기도 어렵고 이지리스닝도 아니고요. 그래도 한국에 살고 있는 새소년의 음악을 어디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과 성장을 계속하고 싶어요. 일종의 도전이죠.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도전하면서 쌓이는 게 있나요?

소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가치는 무대에서 많이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쉽게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잖아요. 그래도 실제로 만나 연주를 하고 관객을 만나고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게 됐다고 느꼈을 때 얻는 쾌감 같은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요. 더 크게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계속 머물러 있으면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 처음 새소년이 해외 진출했을 때와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본인은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나요?

소윤: 케이팝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침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요즘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뭘 입고 뭘 먹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다 찾고 볼 수 있잖아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상대의 정보를 더 많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아진 것 같아요.


— 해외 팬과 소통하기 위해 하는 본인만의 노력이 있나요?

소윤: 솔직히 한국 팬에게도 해외 팬에게도 엄청나게 노력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의 음악을 설명하거나 할 때 늘 번역을 필수적으로 하는 형태로 노력하고 있어요. 전에 <자유>라는 싱글을 발매했을 때, 새소년의 공식 사이트에 주소를 남기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정말 많은 나라에서 주소를 적어 주신 거예요. 저희 스태프도 굉장히 놀랐고요. 그분들에게도 꼭 편지를 보내고 싶어서 영문판을 따로 뽑아 직접 다 접어서 보냈어요. (당시 코로나로 인해 발송이 불가했던 국가를 제외하고요.) 전 세계 모든 팬의 사랑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돼요.


— 해외 진출을 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없나요?

소윤: 늘 시행착오가 있어요. 해외 음악 산업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저는 좀 더 모험하고 싶거든요. 게다가 이제는 시대도 변해 해외 시장에 대한 중요성도 커졌으니까요. 회사와 저 함께 늘 공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해요. 저희 음반은 정말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참여하거든요. 마스터링은 유럽에서 하고 믹스는 미국에서 하고 연주도 다양한 국가 사람이 섞여 있고. 일하다 보면 주변의 익숙하고 편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걸 지우려고 해요. 계속 전 세계의 멋진 작업자를 알아내고 그들이 누군지 몰라도 내 음악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연결하려 하는 게 제가 하는 가장 큰 공부인 것 같아요.


— 해외 스태프와 일할 때의 기준 같은 게 있나요?

소윤: 너무 빠르게 결정하지 않으려 해요. 조급함을 내려놓고 정말 저희에게 애정을 갖고 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려고 해요. 여러 차례 미팅하고 상대가 진심인지 알려고 해요.

 

 


팬데믹을 지나 다시 연결의 시대를 향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새소년은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SXSW 2020 같은 경우 직접 출연이 직전에 취소되기도 했잖아요.

소윤: <비적응>이 발매된 직후 팬데믹이 터졌어요. 돌이켜보면 정말 큰 고난이었죠. 언제 끝날지 모르니 계획을 세우고 엎어지고 세우고 엎어지고. 그런 반복이 저희를 좀 지치게 했던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관객과 만나야 하고 삶을 살면서 계속 영감을 받아야 하는 직업으로는 최악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재정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기는 해요. 뭘 더 잘해야 하는지 알고, 뭘 버려야 하는지 알고. 이런저런 성찰과 깨달음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 결론적으로 지금의 새소년과 제게는 괜찮은 것 같아요.


밴드에 있어 단독공연은 의미가 크잖아요. 새소년은 [Hello, World!] 시리즈를 통해 해외팀과 함께하고 있어요. 얼마 전 끝낸 [Hello, World! 2023]에서 함께한 팀들은 국내에서 팬덤이 크지 않은 편이라, 어찌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기획인데 마치고 난 소감이 어떤가요?

소윤: 너무 재미있었어요. 위험한 공연이긴 하지만 공연하면서 이게 맞는다는 걸 스스로 증명할 수 있었어요. 팬들이 저희뿐 아니라 초대된 아티스트에게 열광해 주는 모습을 보고 당장은 성과가 없더라도 계속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확장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싶었고요. 무식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형태로 국가 간의 경계를 지우고 사람과 만날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소윤 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확장'인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확장의 목표가 있나요?

소윤: 물풍선을 만들 때 풍선을 부풀리면 물이 더 들어가잖아요. 풍선을 부풀렸는데 물이 그대로면 부풀린 이유가 없고요. 제게는 물을 더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해요. 확장의 틀을 계속 만들고 제가 그만큼 성장을 해야 하는 거죠. 확장의 목표라기보다 제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인 것 같아요. 제게 확장은 야망에 찬 관점보다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 같아요.


—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데도 당신이 새소년의 음악을 들어야 할 뾰족한 이유를 댄다면요.

소윤: 새소년의 음악은 멋이 없어요. 세상에 정말 멋있는 음악이 많은데 새소년은 그런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장식적이기보다 좀 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라 생각해요.

 



황소윤이 거쳐온 과정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소윤 씨는 먼저 큰 그림을 그린 다음 거기에 무엇을 채우는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윤: 맞아요. 근데 판을 키우는 건 비이성적으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진짜 동물적인 감각으로, 모험이고 도전이니까요. 그 뒤로부터는 정말 성실하고 집요하게 고민해요. 그러다 실패하면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면 거기서 또 다음 스텝을 걷는 거죠.


— 지금의 황소윤이 있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 왔을 텐데요. 그중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는 과정이 있을까요?

소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치열한 과정이었어요. 최근에는 제 솔로 앨범이 가장 큰 과정이었던 것 같고요.


— 그렇다면 지금까지 황소윤을 가장 힘들게 한 과정은 뭔가요?

소윤: 음악을 만드는 건 오히려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밴드도 그렇고 일들이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멤버가 바뀐다든지, 코로나로 사람을 못 만나게 된다든지, 그런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며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없을 때.


—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코딱지에게 한 마디 남겨주신다면요.

소윤: 감사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감동합니다.

마음에서 확장으로,

확장에서 성장으로

황소윤은 지금껏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과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과 연결되지 못하고 함께 음악을 나눌 수 없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라고 답했다.

자주 '확장'이라는 표현을 쓰며 더 많은 곳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소윤에게 마음이란, 확장이란, 성장이란 무엇일까? 잠깐 엿들어 봤다.

Interview | 하박국 , Edit | 하박국

So!YoON!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인터뷰: 하박국 @havaqquq

세계적인 토크쇼 ‘피식쇼’보다 6년 먼저 캐스퍼 라디오 정통 뮤직토크쇼 ‘하박국의 박국박국해’에서 황소윤을 인터뷰했다. 뭐든 남들 보다 먼저 하는 걸 좋아해, 좋은 음악 남들이 듣기 전 미리 듣고 싶어 10년 전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그만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인디 음악가의 생존 친구를 표방하는 뉴스레터 ‘윌슨레터’와 동기 탐구 유튜브 채널 ‘사람들은 왜?’를 만들고 있다.

마음의 근거가 되어준 것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So!YoON!의 정규 앨범 <Episode1 : Love>가 얼마 전 발매됐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소윤: 충전하며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활동이라는 게 좀 의미가 없어서요. 음악 방송을 도는 것도 아니고요. 하고 싶은 곳만 나가는데 그건 다 끝났고요. 보통 앨범 하나를 내고 나면 많이 지치는 편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최대한 빨리 회복하고 있어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2023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스포티파이의 캠페인에 3월의 앰배서더로 선정돼 뉴욕 타임스퀘어에 얼굴이 걸렸어요. 새소년으로는 유튜브 '2021 파운드리'에 선정돼 뉴욕, LA, 런던 등의 도심 번화가에 실린 적이 있지만, 솔로로는 처음이고 타임스퀘어는 상징성이 강한 곳이기도 하잖아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을 예상했나요?


소윤: 예상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항상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마음은 있었어요.



— 그 마음에 근거가 되었던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소윤: 아이러니하게도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건 저 멀리에 있는데 지금 당장 거기에 갈 수는 없으니까. 싫어하는 것을 조금씩 하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해 온 것 같아요.



— 지금은 전보다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많이 안 하게 된 것 같나요?


소윤: 그건 아닌데, 전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선택지 혹은 가능성을 더 갖게 됐어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Episode1 : Love>의 수록곡 ' Smoke Sprite (feat. RM of BTS)'이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송 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발표하기 전 곡에 대한 반응을 예상했나요?


소윤: 성과에 대해 예측은 하지 않았고, 성공에 대한 어느 정도 예측은 했어요. RM이 이 정도의 반응은 있을 거라고 미리 얘기해줬거든요. 성과는 아직 제가 경험하지 못한 수치라 정확히 모르겠어요. 앨범에서 처음에 눈에 띄는 건 타이틀 곡이고 RM과 함께했다는 사실 역시 크겠죠. 근데 만약 황소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면 그 후에 앨범도 전체적으로 듣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관객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느낌이에요.



— RM뿐 아니라 정말 많은 음악가와 함께 작업했어요. 사람을 고르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소윤: 작업하며 보니까 제 기준이 굉장히 확실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걸 어떻게 언어화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제가 이성적으로 상대를 필요로 하기보다 본능적으로 같이 작업하면 좋은 게 나올 것 같다는 판단으로 접근하는 편이거든요. 지금 와 기준을 정리하자면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게 아니라 함께 작업하니까, 자기 작업에 대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상대의 작업을 들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며 유연한 부분도 있어야 하는 거죠. 근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아요. 다들 바쁘고 자기 작업이 있으니까. 결국, 함께 작업하고 소통하는 것의 가치와 행복을 누리고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는 저와 같이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일일이 조율하는 게 정말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소윤: 제가 엄청나게 사회성이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에너지를 많이 쓰기는 했는데, 그게 아깝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에너지를 쓴 만큼 더 나은 결과물이 따라오는 걸 알아서요.



— 전체적으로 앨범의 그림을 그려 놓고 거기에 맞춰 협업할 음악가를 찾나요. 아니면 상대 음악가의 작업을 보고 거기에 영향받아 그 사람과 함께 작업이 하고 싶어지나요.


소윤: 곡을 만들며 다른 음악가를 염두에 두진 않아요. 물감으로 비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에게 없는 물감이 있는데 그게 필요해요. 그 물감이 어디 있을까, 찾다 보면 그 물감의 색을 진하게 가진 음악가가 보여요. 그 사람에게 가서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런 색이 부족한데, 당신에게서 이런 색을 느꼈어. 혹시 너도 자신의 색이 그렇다고 느낀다면 한 번 참여해 보지 않을래? 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첫 해외 투어의 기억, 이어지는 도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처음 했던 해외 투어가 기억나나요?


소윤: 대만의 메가포트 페스티벌이었던 것 같아요. 거의 데뷔 직후에 갔던 것 같아요.



—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소윤: 해외여행 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해외에 나가 공연하면서 그 나라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에 엄청 벅찼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 감상은 비슷한 것 같아요.



— 새소년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의식하고 있었나요?


소윤: 그렇진 않았어요. 그랬다면 영어 가사를 쓰고 좀 더 장르 음악을 했을 것 같아요. 밴드의 카피를 '세계적인 밴드 새소년'이라고 했던 건 어딘가 계속 고여 있지 않고 확산하겠다는 반쯤 장난 섞인 포부였어요.



— 잔다리 페스타가 생긴 게 2012년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국내 밴드가 해외에 나간다는 걸 잘 상상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전보다 그런 경험을 하는 밴드가 많아진 것 같아요. 새소년은 자연스럽게 해외에 진출하게 됐나요. 아니면 진출하려고 했던 계기가 있나요.


소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일단은 성장이 목표예요. 저희가 특별히 해외에 통할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장르를 규정하기도 어렵고 이지리스닝도 아니고요. 그래도 한국에 살고 있는 새소년의 음악을 어디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과 성장을 계속하고 싶어요. 일종의 도전이죠.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도전하면서 쌓이는 게 있나요?


소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가치는 무대에서 많이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쉽게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잖아요. 그래도 실제로 만나 연주를 하고 관객을 만나고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게 됐다고 느꼈을 때 얻는 쾌감 같은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요. 더 크게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계속 머물러 있으면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 처음 새소년이 해외 진출했을 때와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본인은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나요?


소윤: 케이팝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침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요즘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뭘 입고 뭘 먹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다 찾고 볼 수 있잖아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상대의 정보를 더 많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아진 것 같아요.



— 해외 팬과 소통하기 위해 하는 본인만의 노력이 있나요?


소윤: 솔직히 한국 팬에게도 해외 팬에게도 엄청나게 노력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의 음악을 설명하거나 할 때 늘 번역을 필수적으로 하는 형태로 노력하고 있어요. 전에 <자유>라는 싱글을 발매했을 때, 새소년의 공식 사이트에 주소를 남기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정말 많은 나라에서 주소를 적어 주신 거예요. 저희 스태프도 굉장히 놀랐고요. 그분들에게도 꼭 편지를 보내고 싶어서 영문판을 따로 뽑아 직접 다 접어서 보냈어요. (당시 코로나로 인해 발송이 불가했던 국가를 제외하고요.) 전 세계 모든 팬의 사랑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돼요.



— 해외 진출을 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없나요?


소윤: 늘 시행착오가 있어요. 해외 음악 산업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저는 좀 더 모험하고 싶거든요. 게다가 이제는 시대도 변해 해외 시장에 대한 중요성도 커졌으니까요. 회사와 저 함께 늘 공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해요. 저희 음반은 정말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참여하거든요. 마스터링은 유럽에서 하고 믹스는 미국에서 하고 연주도 다양한 국가 사람이 섞여 있고. 일하다 보면 주변의 익숙하고 편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걸 지우려고 해요. 계속 전 세계의 멋진 작업자를 알아내고 그들이 누군지 몰라도 내 음악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연결하려 하는 게 제가 하는 가장 큰 공부인 것 같아요.



— 해외 스태프와 일할 때의 기준 같은 게 있나요?


소윤: 너무 빠르게 결정하지 않으려 해요. 조급함을 내려놓고 정말 저희에게 애정을 갖고 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려고 해요. 여러 차례 미팅하고 상대가 진심인지 알려고 해요.





팬데믹을 지나 다시 연결의 시대를 향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새소년은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SXSW 2020 같은 경우 직접 출연이 직전에 취소되기도 했잖아요.


소윤: <비적응>이 발매된 직후 팬데믹이 터졌어요. 돌이켜보면 정말 큰 고난이었죠. 언제 끝날지 모르니 계획을 세우고 엎어지고 세우고 엎어지고. 그런 반복이 저희를 좀 지치게 했던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관객과 만나야 하고 삶을 살면서 계속 영감을 받아야 하는 직업으로는 최악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재정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기는 해요. 뭘 더 잘해야 하는지 알고, 뭘 버려야 하는지 알고. 이런저런 성찰과 깨달음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 결론적으로 지금의 새소년과 제게는 괜찮은 것 같아요.



— 밴드에 있어 단독공연은 의미가 크잖아요. 새소년은 [Hello, World!] 시리즈를 통해 해외팀과 함께하고 있어요. 얼마 전 끝낸 [Hello, World! 2023]에서 함께한 팀들은 국내에서 팬덤이 크지 않은 편이라, 어찌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기획인데 마치고 난 소감이 어떤가요?


소윤: 너무 재미있었어요. 위험한 공연이긴 하지만 공연하면서 이게 맞는다는 걸 스스로 증명할 수 있었어요. 팬들이 저희뿐 아니라 초대된 아티스트에게 열광해 주는 모습을 보고 당장은 성과가 없더라도 계속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확장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싶었고요. 무식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형태로 국가 간의 경계를 지우고 사람과 만날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소윤 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확장'인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확장의 목표가 있나요?


소윤: 물풍선을 만들 때 풍선을 부풀리면 물이 더 들어가잖아요. 풍선을 부풀렸는데 물이 그대로면 부풀린 이유가 없고요. 제게는 물을 더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해요. 확장의 틀을 계속 만들고 제가 그만큼 성장을 해야 하는 거죠. 확장의 목표라기보다 제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인 것 같아요. 제게 확장은 야망에 찬 관점보다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 같아요.



—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데도 당신이 새소년의 음악을 들어야 할 뾰족한 이유를 댄다면요.


소윤: 새소년의 음악은 멋이 없어요. 세상에 정말 멋있는 음악이 많은데 새소년은 그런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장식적이기보다 좀 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라 생각해요.





황소윤이 거쳐온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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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윤 씨는 먼저 큰 그림을 그린 다음 거기에 무엇을 채우는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윤: 맞아요. 근데 판을 키우는 건 비이성적으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진짜 동물적인 감각으로, 모험이고 도전이니까요. 그 뒤로부터는 정말 성실하고 집요하게 고민해요. 그러다 실패하면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면 거기서 또 다음 스텝을 걷는 거죠.



— 지금의 황소윤이 있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 왔을 텐데요. 그중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는 과정이 있을까요?


소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치열한 과정이었어요. 최근에는 제 솔로 앨범이 가장 큰 과정이었던 것 같고요.



— 그렇다면 지금까지 황소윤을 가장 힘들게 한 과정은 뭔가요?


소윤: 음악을 만드는 건 오히려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밴드도 그렇고 일들이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멤버가 바뀐다든지, 코로나로 사람을 못 만나게 된다든지, 그런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며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없을 때.



—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코딱지에게 한 마디 남겨주신다면요.


소윤: 감사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감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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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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