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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의 확장이 뽑아낸

무한대의 네트워크

2016년 유럽 출장 중, 스페인의 한 페스티벌 기획자가 나에게 유로소닉에 가는지 물었다. 그런 이벤트는 처음 들어본다고 대답했더니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말을 얹었다. 유로소닉은 유럽인들을 위한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라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음악 시장 안에서 권역을 정하고 움직이는 이벤트는 자칫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유로소닉은 유럽 라이브 뮤직 생태계를 기반으로 전략적이면서도 구조적으로 조직된 네트워킹 페스티벌이자 플랫폼으로서서 이제 막 시장과 네트워크가 구축되어가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꼭 참고해야 하는 사례다. 이에 AAA 매거진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나아가 비유럽 권역에까지 점진적으로 문을 열며 글로벌 라이브 음악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유로소닉 노더슬라흐(Eurosonic Noorderslag, 이하 ESNS)를 분석한다.

Article 이수정

유로소닉 노더슬라흐


THE ORGANIZERS

ESNS는 일종의 전투에서 시작됐다. 1986년 네덜란드의 흐로닝언(Groningen)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공연 배틀 이벤트로 시작했다가 경연이라는 포맷은 없어지고 지역은 확장되어 유럽 전역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아티스트가 참여하면 레이블과 매니지먼트는 자연스럽게 행사에 따라서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 선정된 공연이 좋다는 얘기가 돌거나 참여한 아티스트 중 유명해진 아티스트가 탄생하면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 즉 축제들과 프로모터들이 찾게 되고 이들과 아티스트를 잇는 부킹 에이전트도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석한다. 대중음악 업계에서 ESNS보다 유명한 쇼케이스형 페스티벌은 많다. 그 대표주자는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South by Southwest)와 영국의 더 그레이트 에스케이프(TGE, The Great Escape)인데 두 행사 모두 상업 이벤트로 오픈 플랫폼을 표방한다. 해당 이벤트들이 좋은 취지로 열리는 건 같지만 수익에 중심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는 점에서 ESNS와는 조금 다르다. 현재 ESNS는 비영리 민간간재단으로 네덜란드와 유럽의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고 장려하는 독립 플랫폼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ESNS는 네덜란드의 민간기업과 민간기관,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이들로부터 재정적 후원이나 협업, 기타 지원을 받는다.


[그림1] ESNS 파트너



이벤트가 아닌 조직으로서의 ESNS를 후원하고 보조하는 프리미엄 파트너와 미디어 파트너, 각종 비영리 민간·공공 재단과 관계하며 공공의 가치를 달성한다. 따라서 파트너십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ESNS의 메인 이벤트 (페스티벌과 컨퍼런스) 외에도 연간으로 생산되는 결과물들이 안정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거대 스폰서 외에도 민간 문화재단, 소규모 음악 기업까지도 파트너로 연결되어 ESNS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음악 생태계의 매개자로 활약하며 따라서 공동의 가치를 지원하면서도 각자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ESNS의 활동이 설계되어 있다. ESNS 만들어내는 주요 콘텐츠는 페스티벌과 컨퍼런스 뿐이지만, 후속 성과가 이루어지도록 협력 파트너를 개발하고 매개하는 작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성과를 가시화하는 작업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보기 어렵다. 




[그림2] ESNS 프로그램, 파트너, 팀, 후속 사업



THE CONTENT

점과 점이 만나서 연결되고 이런 연결들이 ‘망(net)’으로 조직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동시다발적인 연결을 촉발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계기성 이벤트이다. ESNS는 메인 콘텐츠인 페스티벌과 컨퍼런스를 통해 1년에 한 번 유사 동기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한다. 음악 페스티벌은 유로소닉(Eurosonic)이라고 불리는 이벤트로 매년 1월 중 한 주의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3일간 그로닝언(Groningen)의 수십 개의 라이브 공연장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주요 아티스트는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신인들로 300여 팀이 넘고, 4,000여 명의 음악 관계자가 참석하는데 이 중 400여 명이 페스티벌 관계자이다. 음악 산업의 네트워킹과 공연 딜(deal)을 위한 쇼케이스 이벤트가 끝난 다음 날인 토요일에는 1,200석의 공연장 더 오스터포트(De Oosterpoort)에서 노더슬라흐(Noorderslag)라는 이름의 공연이 열리는데, 이때 유로소닉의 다양한 시상식이 함께 개최된다. 이 외에도 야외 페스티벌인 유로소닉 에어(Eurosonic Air)가 동시에 프로그램되어 지역 주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연다.


2016년 공연 이후의 성과로 2023년에 Excellence Award를 수상한 Dua Lip와 아버지 (출처: esns.nl)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하는 유로소닉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는 시상식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두 시상식은 MMETA(Music Moves Europe Talent Awards)와 EFA(European Festival Awards)이다. 이 두 시상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먼저 MMETA는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의해 시작된 유럽연합 주최의 시상식이다. 2004년, EBBA(European Border Breakers Award)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2019년 유럽집행위원회의 새로운 음악 산업 캠페인인 ‘Music Moves Europe’에 따라 이름을 바꾸었다. 2009년부터 ESNS의 주관으로 행사 기간 중 시상식이 열리는데, 전해 첫 음반을 발매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자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에서의 음반 발매 반응과 라디오 송출 횟수, 자국을 제외한 해외 페스티벌 공연 등을 평가하여 시상한다. 지난 수상자로는 아델(Adele), 두아 리파(Dua Lipa)와 같이 영어권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한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노르웨이의 시그리드(Sgrid), 오로라(Aurora), 알란 워커(Alan Walker), 프랑스의 크리스틴 앤 더 퀸스(Christine and the Queens), 아일랜드의 호지어(Hozier), 코다라인(Kodaline), 독일의 제드(Zedd), 벨기에의 셀리아 수(Selah Sue)등 이제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아티스트가 수상자 명단에 있다. 따라서 매년 유럽 음악계에서는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시상식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요한 시상식은 유럽 페스티벌 시상식인 EFA이다. EFA는 유럽 페스티벌 연합인 유럽(Yourope)이 주최하고 ESNS는 시상식을 주관한다. 유럽페스티벌연합 유럽은 1998년에 창설되어 현재는 총 30개국 122개 페스티벌이 멤버로 가입되어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EFA는 총 16개의 부문에서 축제, 프로모터, 에이전트 등 라이브 음악 산업의 생태계를 이루는 주체를 대상으로 한다.



[그림3] ESNS 페스티벌 어워즈



ESNS와 같은 쇼케이스, 네트워킹 이벤트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컨퍼런스다. ESNS에서도 4일간 수십 가지의 주제로 강연과 세미나, 라운드테이블, 비공개회의가 이루어진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아티스트, 공연장, 이벤트, 페스티벌 등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하여 교육, 정책, 펀딩, 미래, 기술, 소셜미디어, 티켓, 청년, 지속가능성과 같이 산업으로부터 확장된 주제를 함께 다룬다. 이들 컨퍼런스는 ESNS에서 직접 준비하는 세션 외에도 참가자들이 제안하는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매해 유럽집행위원회 내부의 비공개회의들이 함께 열리기도 한다.




THE NETWORK & DATA

위에서 보았듯이, ESNS은 네덜란드라는 나라에서 열리는 지역의 행사로만 볼 수 없다. 유럽이라는 권역 내의 다양한 라이브 음악 산업의 주체들이 참가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으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이 주체들에게는 새로운 네트워크나 아티스트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ESNS를 계기로 1년에 한 번씩 다 함께 모이는 자리라는 위치가 더욱 중요하다. 세계에서 이러한 위치를 가지는 대중음악 쇼케이스 무대는 미국의 SXSW나 영국의 TGE, 독일의 리퍼반(Reeperbahn)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벤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플랫폼은 당시에 교섭이나 성과가 일어난다고 해도 가시화되기 어렵다. 대표적인  쇼케이스와 네트워킹 이벤트마저도 대개 슈퍼스타가 된 아티스트 중 자신의 쇼케이스 무대를 거쳐간 팀을 홍보에 앞세우는 것 이외에 이 모든 작업의 가치를 드러내지 않는다. 세상에 페스티벌과 아티스트 매개자는 너무 많고 한 건의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 수많은 과정과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ESNS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데이터를 통해 수치화하여 눈에 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유럽 내 음악 차트와 페스티벌을 분석하는 레이더(Radar)를 통해서 유럽의 아티스트 중 누가 얼만큼의 임팩트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며, 전 세계 130여개의 페스티벌을 분석하여 유럽 아티스트의 공연 성과를 추적하고 정리한다.



[그림4] 페스티벌 섭외 차트 (출처: esns.nl)



이렇게 추적하고 데이터로 환산, 홈페이지를 통해 성과를 가시화함으로써 신뢰도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ESNS는 ‘신인 아티스트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위해 유럽페스티벌연합인 유럽과 함께 ETEP(European Talent Exchange Programme)이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2003년에 시작된 본 프로그램은 현재 ESNS 익스체인지(ESNS Exchange)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130개의 파트너 페스티벌, 유럽방송조합(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 소속의 27개 공영 라디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집행위원회 및 기타 민간 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ESNS 익스체인지의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프로그램에 등록된 파트너 페스티벌이 ESNS를 통해 아티스트를 섭외하면 ESNS에서 섭외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 페스티벌 당 최대 2팀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아티스트는 최대 10개의 페스티벌에 연계되어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10개 이상의 페스티벌이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 있다) 이 방식을 통해 매해 신인 아티스트가 해외 페스티벌 무대의 기회를 얻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재 파트너 페스티벌은 미국의 코첼라 (Coachella), 홍콩의 클로켄플랍(Clockenflap) 등 비유럽권의 이벤트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5] ESNS 익스체인지 프로그램 성과 (출처: esns.nl)




[그림6]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은 아티스트 및 페스티벌 랭킹 (출처: esns.nl)



라이브 뮤직 업계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로 시작 단계에서부터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려우므로, 인맥과 네트워크는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디지털 사회, 초연결 사회에서 네트워크는 느슨하고 연대는 파편적이다. 공연 업계도 많이 변화했다. 누구나 공연을 만들고 누구나 아스트를 섭외할 수 있으며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공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여느때보다 절실하게 큰 차원에서의 지속적 네트워크와 연대가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라는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전략적으로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행사를 통해 만남의 계기를 만들어내는 ESNS의 강점이다.





이벤트의 확장이 뽑아낸

무한대의 네트워크

2016년 유럽 출장 중, 스페인의 한 페스티벌 기획자가 나에게 유로소닉에 가는지 물었다.

그런 이벤트는 처음 들어본다고 대답했더니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말을 얹었다.

유로소닉은 유럽인들을 위한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라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음악 시장 안에서 권역을 정하고 움직이는 이벤트는 자칫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유로소닉은 유럽 라이브 뮤직 생태계를 기반으로 전략적이면서도

구조적으로 조직된 네트워킹 페스티벌이자 플랫폼으로서서 이제 막 시장과 네트워크가 구축되어가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꼭 참고해야 하는 사례다. 이에 AAA 매거진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나아가 비유럽 권역에까지 점진적으로 문을 열며 글로벌 라이브 음악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유로소닉 노더슬라흐(Eurosonic Noorderslag, 이하 ESNS)를 분석한다.

Article 이수정

유로소닉 노더슬라흐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THE ORGANIZERS

 


ESNS는 일종의 전투에서 시작됐다. 1986년 네덜란드의 흐로닝언(Groningen)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공연 배틀 이벤트로 시작했다가 경연이라는 포맷은 없어지고 지역은 확장되어 유럽 전역의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아티스트가 참여하면 레이블과 매니지먼트는 자연스럽게 행사에 따라서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 선정된 공연이 좋다는 얘기가 돌거나 참여한 아티스트 중 유명해진 아티스트가 탄생하면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 즉 축제들과 프로모터들이 찾게 되고 이들과 아티스트를 잇는 부킹 에이전트도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석한다. 대중음악 업계에서 ESNS보다 유명한 쇼케이스형 페스티벌은 많다. 그 대표주자는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South by Southwest)와 영국의 더 그레이트 에스케이프(TGE, The Great Escape)인데 두 행사 모두 상업 이벤트로 오픈 플랫폼을 표방한다. 해당 이벤트들이 좋은 취지로 열리는 건 같지만 수익에 중심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는 점에서 ESNS와는 조금 다르다. 현재 ESNS는 비영리 민간간재단으로 네덜란드와 유럽의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고 장려하는 독립 플랫폼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ESNS는 네덜란드의 민간기업과 민간기관,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이들로부터 재정적 후원이나 협업, 기타 지원을 받는다.

 




[그림1] ESNS 파트너


 


이벤트가 아닌 조직으로서의 ESNS를 후원하고 보조하는 프리미엄 파트너와 미디어 파트너, 각종 비영리 민간·공공 재단과 관계하며 공공의 가치를 달성한다. 따라서 파트너십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ESNS의 메인 이벤트 (페스티벌과 컨퍼런스) 외에도 연간으로 생산되는 결과물들이 안정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거대 스폰서 외에도 민간 문화재단, 소규모 음악 기업까지도 파트너로 연결되어 ESNS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음악 생태계의 매개자로 활약하며 따라서 공동의 가치를 지원하면서도 각자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ESNS의 활동이 설계되어 있다. ESNS 만들어내는 주요 콘텐츠는 페스티벌과 컨퍼런스 뿐이지만, 후속 성과가 이루어지도록 협력 파트너를 개발하고 매개하는 작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성과를 가시화하는 작업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보기 어렵다. 

 





[그림2] ESNS 프로그램, 파트너, 팀, 후속 사업

 

 




THE CONTENT



점과 점이 만나서 연결되고 이런 연결들이 ‘망(net)’으로 조직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동시다발적인 연결을 촉발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계기성 이벤트이다. ESNS는 메인 콘텐츠인 페스티벌과 컨퍼런스를 통해 1년에 한 번 유사 동기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한다. 음악 페스티벌은 유로소닉(Eurosonic)이라고 불리는 이벤트로 매년 1월 중 한 주의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3일간 그로닝언(Groningen)의 수십 개의 라이브 공연장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주요 아티스트는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신인들로 300여 팀이 넘고, 4,000여 명의 음악 관계자가 참석하는데 이 중 400여 명이 페스티벌 관계자이다. 음악 산업의 네트워킹과 공연 딜(deal)을 위한 쇼케이스 이벤트가 끝난 다음 날인 토요일에는 1,200석의 공연장 더 오스터포트(De Oosterpoort)에서 노더슬라흐(Noorderslag)라는 이름의 공연이 열리는데, 이때 유로소닉의 다양한 시상식이 함께 개최된다. 이 외에도 야외 페스티벌인 유로소닉 에어(Eurosonic Air)가 동시에 프로그램되어 지역 주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연다.

 



2016년 공연 이후의 성과로 2023년에 Excellence Award를 수상한 Dua Lipa와 아버지 (출처: esns.nl)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하는 유로소닉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는 시상식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두 시상식은 MMETA(Music Moves Europe Talent Awards)와 EFA(European Festival Awards)이다. 이 두 시상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먼저 MMETA는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의해 시작된 유럽연합 주최의 시상식이다. 2004년, EBBA(European Border Breakers Award)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2019년 유럽집행위원회의 새로운 음악 산업 캠페인인 ‘Music Moves Europe’에 따라 이름을 바꾸었다. 2009년부터 ESNS의 주관으로 행사 기간 중 시상식이 열리는데, 전해 첫 음반을 발매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자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에서의 음반 발매 반응과 라디오 송출 횟수, 자국을 제외한 해외 페스티벌 공연 등을 평가하여 시상한다. 지난 수상자로는 아델(Adele), 두아 리파(Dua Lipa)와 같이 영어권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한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노르웨이의 시그리드(Sgrid), 오로라(Aurora), 알란 워커(Alan Walker), 프랑스의 크리스틴 앤 더 퀸스(Christine and the Queens), 아일랜드의 호지어(Hozier), 코다라인(Kodaline), 독일의 제드(Zedd), 벨기에의 셀리아 수(Selah Sue)등 이제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아티스트가 수상자 명단에 있다. 따라서 매년 유럽 음악계에서는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시상식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요한 시상식은 유럽 페스티벌 시상식인 EFA이다. EFA는 유럽 페스티벌 연합인 유럽(Yourope)이 주최하고 ESNS는 시상식을 주관한다. 유럽페스티벌연합 유럽은 1998년에 창설되어 현재는 총 30개국 122개 페스티벌이 멤버로 가입되어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EFA는 총 16개의 부문에서 축제, 프로모터, 에이전트 등 라이브 음악 산업의 생태계를 이루는 주체를 대상으로 한다.




[그림3] ESNS 페스티벌 어워즈




ESNS와 같은 쇼케이스, 네트워킹 이벤트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컨퍼런스다. ESNS에서도 4일간 수십 가지의 주제로 강연과 세미나, 라운드테이블, 비공개회의가 이루어진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아티스트, 공연장, 이벤트, 페스티벌 등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하여 교육, 정책, 펀딩, 미래, 기술, 소셜미디어, 티켓, 청년, 지속가능성과 같이 산업으로부터 확장된 주제를 함께 다룬다. 이들 컨퍼런스는 ESNS에서 직접 준비하는 세션 외에도 참가자들이 제안하는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매해 유럽집행위원회 내부의 비공개회의들이 함께 열리기도 한다.

 





THE NETWORK & DATA



위에서 보았듯이, ESNS은 네덜란드라는 나라에서 열리는 지역의 행사로만 볼 수 없다. 유럽이라는 권역 내의 다양한 라이브 음악 산업의 주체들이 참가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으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이 주체들에게는 새로운 네트워크나 아티스트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ESNS를 계기로 1년에 한 번씩 다 함께 모이는 자리라는 위치가 더욱 중요하다. 세계에서 이러한 위치를 가지는 대중음악 쇼케이스 무대는 미국의 SXSW나 영국의 TGE, 독일의 리퍼반(Reeperbahn)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벤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플랫폼은 당시에 교섭이나 성과가 일어난다고 해도 가시화되기 어렵다. 대표적인  쇼케이스와 네트워킹 이벤트마저도 대개 슈퍼스타가 된 아티스트 중 자신의 쇼케이스 무대를 거쳐간 팀을 홍보에 앞세우는 것 이외에 이 모든 작업의 가치를 드러내지 않는다. 세상에 페스티벌과 아티스트 매개자는 너무 많고 한 건의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 수많은 과정과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ESNS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데이터를 통해 수치화하여 눈에 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유럽 내 음악 차트와 페스티벌을 분석하는 레이더(Radar)를 통해서 유럽의 아티스트 중 누가 얼만큼의 임팩트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며, 전 세계 130여개의 페스티벌을 분석하여 유럽 아티스트의 공연 성과를 추적하고 정리한다.




[그림4] 페스티벌 섭외 차트 (출처: esns.nl)




이렇게 추적하고 데이터로 환산, 홈페이지를 통해 성과를 가시화함으로써 신뢰도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ESNS는 ‘신인 아티스트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위해 유럽페스티벌연합인 유럽과 함께 ETEP(European Talent Exchange Programme)이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2003년에 시작된 본 프로그램은 현재 ESNS 익스체인지(ESNS Exchange)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130개의 파트너 페스티벌, 유럽방송조합(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 소속의 27개 공영 라디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집행위원회 및 기타 민간 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ESNS 익스체인지의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프로그램에 등록된 파트너 페스티벌이 ESNS를 통해 아티스트를 섭외하면 ESNS에서 섭외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 페스티벌 당 최대 2팀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아티스트는 최대 10개의 페스티벌에 연계되어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10개 이상의 페스티벌이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 있다) 이 방식을 통해 매해 신인 아티스트가 해외 페스티벌 무대의 기회를 얻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재 파트너 페스티벌은 미국의 코첼라 (Coachella), 홍콩의 클로켄플랍(Clockenflap) 등 비유럽권의 이벤트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5] ESNS 익스체인지 프로그램 성과 (출처: esns.nl)






[그림6]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은 아티스트 및 페스티벌 랭킹 (출처: esns.nl)




라이브 뮤직 업계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로 시작 단계에서부터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려우므로, 인맥과 네트워크는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디지털 사회, 초연결 사회에서 네트워크는 느슨하고 연대는 파편적이다. 공연 업계도 많이 변화했다. 누구나 공연을 만들고 누구나 아스트를 섭외할 수 있으며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공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여느때보다 절실하게 큰 차원에서의 지속적 네트워크와 연대가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라는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전략적으로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행사를 통해 만남의 계기를 만들어내는 ESNS의 강점이다.




INSIGHT

ISSU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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