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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결엔 만남이 있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라이브 뮤직 비즈니스 대담

공연은 공연장과 페스티벌을 통해 거래된다. 가상공간의 대표 플랫폼에 음원이 유통되는 것과 달리, 오프라인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공연 채널은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다. 세상의 수많은 공연과 공연장을 연결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공연에서 ‘유통’은 공연장, 페스티벌에 적합한 공연을 매칭 하는 일이자, 아티스트에게 적합한 공연의 기회를 연결하는 일이다. 매력적인 공연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하고, 좋은 채널이 될 수 있는 공연장과 페스티벌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비즈니스다.


페스티벌 프로그래머이자 공연을 유통하는 매개자로 활약하고 있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계명국 감독,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이수정 기획국장과 라이브 뮤직 비즈니스의 핵심인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Interview | 김미소, Edit | 김미소

계명국(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이수정(피스트레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인터뷰, 글: 김미소 miso@alpsinc.kr

㈜알프스의 대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
페스티벌 프로그래머


—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늘 페스티벌, 라이브 뮤직 신의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눌 계획입니다. 제가 아는 두 분은 오랜 시간 음악 페스티벌에서 일하며, 다양한 글로벌 뮤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계시죠.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메인무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명국: 안녕하세요. 저는 계명국입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감독을 맡고 있고 프로그램도 같이하고 있어요. 페스티벌 외에는 블랙스트링, 신노이, 반도의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고, 오티움라는 레이블을 조그맣게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본 대담의 주제가 ‘네트워크’죠. 자라섬을 통해서 축적된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조금 더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아티스트나 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올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20주년을 맞아요. 올해 EJN(European Jazz Network)에 가입했어요.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죠. 35개국 185개 단체가 가입된 EJN은 유럽에서 재즈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지원하고 유럽 안팎의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간의 국제 교류, 특별 프로젝트 및 협업 개발을 장려해요. 아시아나 한국 내에서라고 음악 페스티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이런 식의 운영이 되면 좋겠다 바라고 있습니다.




2022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피스트레인 




수정: 안녕하세요. 저는 이수정이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기획국장입니다. 페스티벌에서는 전반적인 컨셉을 정하는 일, 라인업을 프로그래밍하고 아티스트를 큐레이션해서 섭외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거기에 전반적으로 해외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뮤직 컬처 콘텐츠 에이전시 ㈜알프스에서 기획이사로 일하고 있어요. 여기에서도 해외와 관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고, 한국에 있는 아티스트를 해외의 파트너에게 소개하는 일, 해외에서 한국에 관심 있어 하는 아티스트나 레이블, 음악관계자를 한국 시장에 연결해주는, 말하자면 문지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 분 다 페스티벌의 디렉터이자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고 계세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조합하는 역할 때문에 그와 관련한 네트워크가 개발되는 거겠죠. 세상의 수많은 아티스트 중에서 자라섬, 피스트레인에 설 아티스트는 어떻게 만나고 선정하시나요?


명국: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아티스트를 내가 먼저 발견하고 소개했는데, 이후 그 아티스트가 대박이 날 때예요. (웃음)


사람들이 ‘어떤 아티스트가 좋은 아티스트냐’고 많이 묻곤 해요. 재즈 음악에서는 톤이 중요하죠. 개인적으로 자기 톤을 가진 연주자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누구랑 비슷한 연주자는 선호하지 않아요. 저는 아티스트를 연주를 ‘잘한다, 못한다'로 판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톤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 아티스트는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의 기준은 프로모션의 의지가 있는 아티스트를 먼저 선정하는 편이에요. 세상에는 너무 많은 아티스트가 있고, 좋은 아티스트도 많죠. ‘어떤 아티스트는 왜 여기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대부분 프로모션의 의지가 있는 아티스트예요. 자꾸 그들이 제 이름을 부르고, 저는 그 아티스트를 보게 되죠.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쉽게 만나게 돼요.


재즈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은 게 한국에서 재즈를 한다는 건, 마치 미국에서 장구, 가야금, 거문고를 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페스티벌을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티스트가 섰을 때 신 자체에 그것이 어떤 의미가 되는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누가 자라섬에 서는가’를 신에서 주목하죠. 어떤 아티스트를 세우는 게 어떤 의미인가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그러려면 아티스트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특히 한국 아티스트의 경우는 더요. 저 아티스트의 음악이 왜 저렇게 만들어졌는가를 들여다보려 해요. 




2022 피스트레인 스타크롤러(Starcrawler) 공연 Ⓒ피스트레인




— 피스트레인은 어떤가요? 피스트레인의 경우 전면에 ‘NO 헤드라이너’를 내세우고 있죠.


수정: 저희는 초반에 피스트레인을 세팅했을 때부터, 티켓 파워 때문에 이름이 크게 박히는 대형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피스트레인에 서는 모든 아티스트를 동등하게 존중한다, 다양한 권역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소개한다가 우리 내부에서 정한 기본적인 규칙이었어요.


그 룰을 가장 따르는 게 가장 기본이고, 그다음은 ‘다양성’을 중심에 둡니다. 다양성이라는 건 사실 기준이 없다는 것과도 똑같은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의 기본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특정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공연 자체인 것 같아요. 재즈 같은 음악은 연주 기반이라서 진짜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를 판단하기가 훨씬 더 섬세하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다루는 대중음악은 오히려 음악 스타일의 범위가 넓어서 연주는 잘하지만, 독창성이 없는 팀이 있기도 한 반면 녹음된 음악은 너무 좋은데 공연이 별로인 경우도 왕왕 있어요.


공연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냥 딱 봐도 테크닉, 퍼포먼스,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인 공연자로서의 태도나 기술이 갖춰져 있는지를 가장 중심으로 놓고 보는 것 같아요. 장르도 상관없고요, 연주 테크닉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 무대를 얼마만큼 흡입력 있게 구성하고 공연하는 순간에 얼마나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느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 공연자로서 기본적 기술과 태도, 자기만의 톤이 중심이 되는군요. 국내·외 소개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직접 다 보시나요? 해외의 경우는 직접 다 챙겨보기에 제약이 있죠. 직접 라이브를 보지 못하는 경우 아티스트 선정에 어떤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나요?


명국: 저 아티스트가 너무 좋으리라 예상되는 아티스트는 여지없이 좋아요. 특히 우리가 아는 빅네임들은 공연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죠. 그러나 잘 모르는 아티스트를 영상만 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요. 잘 모르는 아티스트인 경우, 누가 나한테 그 아티스트를 소개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왜냐하면, 적어도 저한테 그런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사람은 제가 어느 페스티벌을 하고 있고, 심지어 제 취향도 잘 알고 있어요.


초청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슬롯은 정해져 있어요. 저희도 표를 팔아야 하니 빅네임도 필요하죠. 그러면 미들급 아티스트 슬롯은 실제 10개 정도에요. 전 세계에 너무나 많은 뮤지션들이 있는데 거기서 누군가를 임의로 누가 더 낫다고 디테일하게 평가하는 건 실제로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페스티벌이 좋은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기능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프로그램들이 페스티벌을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톤이 있으려면 그 톤에 맞는 아티스트를 찾는 게 중요해요. 전부 다 보컬이 있는 음악만 소개할 수 없고, 피아노만 할 수는 없죠. 여러 장르나 악기 구성을 고려하며 좋은 그림을 만들려고 해요. 결국, 색깔 하나하나가 중요하긴 하지만 안 어우러지면 아름답지 않죠. 전체적인 그림을 많이 생각합니다.


수정: 그렇죠. 1년 내내 그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거나 무대를 보면서 피스트레인과 어울리는지를 항상 상상합니다. 늘 염두에 둬서 수시로 노트해 두고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슬롯을 고려해서 이런저런 조합을 만들어봐요. 예산, 스케줄에서 언제나 변수가 있기에 1순위, 2순위, 3순위를 정하고 연락을 취해요. 


저도 개인적인 취향이 있고 공연을 잘하는 사람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는 하지만, 그 못지않게 일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나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팀들과의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가도 중요한 지점이에요. 




 
“저희와 비슷한 마인드로 이 무대를 생각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아티스트와 일하고 있는 사람이 중요해지죠.”
 



좋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작동되는 네트워크


— 저희가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기 아티스트를 프로모션해야 하는 위치의 레이블, 매니지먼트,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이 매개자들은 자기 아티스트에게 적합한 기회를 찾고, 그 무대의 의미나 가치를 아티스트에게 전달하죠. 매개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행되는 공연은 분명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수정: 맞아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섭외했을 때, 그리고 그 아티스트가 자신이 서는 무대의 의미나 과정을 알고 있을 때 그려지는 그림이 훨씬 더 만족스럽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를 선택하면서 그가 누구랑 일하고 있는지, 내가 그 사람을 알고 있는지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일이 성사될 확률이 훨씬 더 높고 서로 상호 이해가 있는 게 바탕이 되었을 때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져요.


역으로 저한테도 한국 아티스트를 추천해 달라는 연락이 많이 와요. 그들로서도 저를 통해 관심 있는 아티스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태도를 확인하고 싶어 해요. 그들도 한국의 누군가한테 콜드컨택을 하기보다 저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원하고요.


콜드 컨택이라고 하더라도 논의가 오가는 과정에 상대방이 ‘피스트레인 알아. 누구한테 들었어. 거기 간 아티스트를 알고 있어’ 이렇게만 되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달라지죠. 




 
“라이브 신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항상 느낍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15 리차드 보나 공연 Ⓒ자라섬재즈페스티벌  




— 빅네임, 레전드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는 이러한 네트워크나 신뢰가 더 중요할 거 같은데, 어떤가요? 


명국: 사실 빅 네임을 초청할 때는 누군가 그 아티스트 옆에 가서, 자라섬에 대해 펌프질을 하는 게 필요하죠.

리차드 보나(Richard Bona)가 올해 다시 오려고 하고 있어요. 한창때는 지났지만, 여전히 빅 네임이죠. 음악도 너무 잘하고요. 보나는 프랑스의 재즈 페스티벌인 재즈 술레 포미에(Jazz Sous les pommiers)에서 제가 직접 만났어요. 보나가 이 페스티벌에 정말 감사하다며 자기가 즉석에서 노래를 작곡하고 자원활동가에게 노래를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감동하여서 ‘자라섬에 더 좋은 자원활동가가 있는데 당신이 오면 더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운을 띄우고 아시아 투어를 5개나 엮어서 자라섬에 부른 적이 있어요.


2015년 자라섬에 보나가 왔고, 자원활동가가 30명 넘게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어요. 저 영상 클립이 52만 뷰가 나왔어요. 이 영상이 너무 유명해져서 보나가 자기 메인에 몇 달 동안 걸어놨어요. 올해 10월 리차드 보나의 아시아 투어가 있는데, 자라섬은 무조건 다시 가고 싶다고 해서 현재 공연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요.


페스티벌에 오면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되는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에게 자라섬을 전도해요. ‘그 페스티벌 좋더라, 꼭 가봐. 고기는 꼭 사준다, 1만 명의 젊은이들이 야외에서 초를 켜고 와인을 마시며 재즈를 듣는다.’ 가장 자랑스러울 때는 아티스트 프로필에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적혀 있을 때요. 




 
“자라섬에 왔던 아티스트, 매개자의 평가나 피드백이 다른 네트워크로 연결돼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존 케일(John Cale) 공연 Ⓒ피스트레인




수정: 저도 비슷해요. 그냥 정중하고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메일을 보내는데 콜드 컨택은 전혀 반응이 없을 때가 많죠. 고액의 출연료를 준다고 해도(물론, 저희는 할 수 없지만) 아티스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그 사람한테 가장 먹힐 만한 이야기가 들어가도록 계속 작업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고 해서 안 되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몇 달을 두고 몇 년을 두고 계속 작업하면서 그 아티스트 옆에 있는 누군가한테 계속 알려줘야 해요. 해외 선배들한테 SOS를 치기도 해요. 내가 계속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냐고 요청하면 자신들이 연락해서 한마디 얹겠다고 해요. 지금도 그렇게 작업하는 부분이 있고요.


대부분 제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페스티벌 경험이 많은 기획자나 프로그래머인 경우가 많죠. 그분들도 자기 무대에 세운 아티스트에게 아시아에 갈 기회가 있으면 피스트레인에 꼭 가보라거나 저를 만나보라고 이야기하죠. 





새로운 시장, 네트워크의 개발


해외 음악 마켓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프로모션 부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 두 분은 해외 출장이 잦죠. 페스티벌 기준에 맞는 아티스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개성 있는 아티스트를 한 꺼 번에 만날 수 있는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나 음악 마켓이 좋은 장이 되겠군요. 레이블,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미디어와 같이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그들과 사귀며 신뢰를 쌓아가는 게 필수적이고요.


명국: 저는 매년 워멕스(WOMEX)랑 재즈어헤드(jazzahead!)는 10년 이상 빠지지 않고 간 거 같아요. 권역별로 작은 마켓이나 컨퍼런스도 초청받아서 가요. 그러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생기죠. 한국에서 사는 내 친구들보다 더 자주 보는 친한 이들이 생겨요. 일종의 커뮤니티처럼요. 우리 다음에는 워멕스에서 보는 건가 하면서 헤어지기도 하고요. 



 
“워멕스나 재즈어헤드에 가면 누군가를 만나서 식사를 나누는 한 끼 한 끼가 중요하죠. 밥을 먹고 친해지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함께 할 일을 도모하기도 하죠.” 
 



2019 SXSW SM엔터테인먼트 컨퍼런스 세션  Ⓒ알프스




수정: 저한테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는 반드시 가야 하는 자리에요. 사실 네트워킹은 오히려 작은 페스티벌에서 더 유효하기도 해요. 그러나 SXSW는 정말 앞으로 잘될 다양한 신인의 무대를 가장 처음 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엄청난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바이어를 만난다기보다 진짜 유효한 쇼케이스를 보러 갑니다.


영국의 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The Great Escape)도 중요해요. 쇼케이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아티스트들이 신청해서 나오거나, 문화 기관에서 밀고 싶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행사들이 많은데요. TGE는 영국의 대표 에이전시나 레이블이 쇼케이스 스테이지를 직접 운영해 본인들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에이전시, 글로벌로 영향력 있는 에이전시들이 앞으로 될 거 같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실제 음악 신에 주요한 이너서클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요.


독일에서 하는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은 비영미권의 음악 마켓이죠. 굉장히 많은 스테이지가 열리고 비영미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레이블, 페스티벌, 각 문화부, 펀딩 파트너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리퍼반도 중요해요.


아시아 주요 국가의 대형 뮤직 페스티벌은 겨울과 봄에 몰려 있어요. 그때 아시아 권역의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아시아는 나라마다 쇼케이스 페스티벌, 마켓 붐이 있었다가 한 번 꺾이고 지금은 버티고 살아남은 곳들이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나 음악 마켓 외에 어디에서 새로운 네트워크가 마련되나요?


명국: 제가 아티스트에 대해서 더 잘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된 기회가 뭐였냐면, 제가 아티스트 일을 하면서 그렇게 됐어요. A라는 페스티벌에 특정 아티스트만을 보러 가기는 쉽지 않아요. 블랙스트링, 신노이랑 해외 투어를 다니기 시작하면 가게 된 페스티벌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1년에 10번 정도의 해외 출장을 가는데, 5번 정도는 아티스트랑 가고 5번 정도는 페스티벌, 마켓에 초청을 받아서 가요. 나라마다 쇼케이스에도 형식의 차이가 있어요. 당장 5월에는 노르웨이의 재즈 쇼케이스 너츠셸(Jazz showcase Nutshell)과 스페인의 파코 데 루시나 플라멩코 랩의 국제 쇼케이스(Flamenco Lab Paco de Lucía International Showcase)에 참가하는데 모든 델리게이트가 전 일정을 같이 해요. 매끼 밥 먹고 아티스트 공연을 보고,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세션도 있고. 그러면서 서로 친해지고, 아티스트에 대해서 알게 되고 초청으로 연결되죠.


아티스트와 공연을 하러 가게 되면 백스테이지에 다른 아티스트, 매니저, 관계자들과 함께 있잖아요. 아티스트를 무대에서 보는 것과 백스테이지에서 보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있죠.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고요.자라섬에 서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매개자의 네트워크 외에도 다양한 각도에서의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접점이 많아졌어요.




2019 SXSW 재패니즈 브랙퍼스트 공연  ⒸALPS




수정: 저랑은 조금 차이가 있네요. 저도 권역별 쇼케이스를 많이 가는데, 쇼케이스에 서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신인이에요. 거기서 본 아티스트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관찰하면서 향후 5-6년까지 생각하고 염두에 두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아티스트랑은 별로 안 친해요. (웃음)



 
“저는 오히려 저희와 같이 페스티벌 하는 사람들, 프로그래머들과 훨씬 좀 더 돈독한 네트워킹을 하면서 그 사람들은 누구를 큐레이션 하는지,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는 어떤지 공유하고, 그들에게도 우리 페스티벌을 어필하죠. 그 친구들을 통해서 아티스트를 소개받고 정보도 공유해요.”
 


저는 쇼케이스 페스티벌보다 일반 음악 페스티벌에 가는 게 확실히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대형 페스티벌에서는 제가 점찍어 놓은 미들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스테이지에서 실제로 공연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모니터링 할 기회이기 때문에 큰 페스티벌에 가서 쏙쏙 골라보는 재미들이 있어요. 그 페스티벌 프로그램 오거나이저를 알면 그와 따로 얘기하면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물어볼 수도 있고요. 





네트워크의 응용과 활용


— 결국, 라이브 신은 좋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 그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아티스트와 매개자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신뢰감 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두 분은 이를 위해 어떤 시도나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명국: 프로그래머의 어떤 능력이나 취향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아티스트는 좋은 아티스트가 찾는 페스티벌, 좋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곳을 찾게 돼요. 13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와서 공연을 한번 만 하는 것이어도 자라섬에 서고 싶다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알수 있죠. 누군가를 세우냐보다 우리 스타일의 시선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만의 시선으로 여러 음악 콘텐츠를 카테고리화 해서 음악을 소개하려고 해요. 올해 자라섬은 프리 재즈 스테이지를 만들어요.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잘 알려진 재즈 외에 다른 재즈도 있다를 소개하는 거죠. 저희는 포커스 국가를 정해서, 그 나라의 재즈를 조금 더 집중해서 보여주기도 해요. 포커스 국가를 정하면 그 나라에 가서 한국의 재즈, 한국의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네덜란드와 스페인에서 두 번을 했고. 올해는 캐나다에서 진행할 계획이에요. 허대욱, 홍선미퀸텟, 블랙스트링 등의 아티스트를 소개했어요. 한국의 아티스트가 좀 더 글로벌 무대에 서고 활동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서죠. 




2016 프리마베라 사운드 데드버튼즈 공연 ⒸALPS




수정: 야외 뮤직 페스티벌은 대개 장르의 범위가 넓고, 뮤지션의 수도 많죠. 그에 비해 피스트레인은 아직 신생 페스티벌이에요. 일단은 저희가 페스티벌을 지속시키며 성장하는 게 가장 먼저고요. 여러 장르, 여러 아티스트 풀 안에서도 막힘없이 연결될 수 있는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처럼 특정 레이블, 에이전시의 아티스트를 돌려쓰듯 소개하면 관객들도 금방 알고, 재미가 없어요.


조금 더 재미있고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먼저 발견하고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들한테 가닿을 수 있는 중간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개발하는 게 중요해요. 이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도 신선한 아티스트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어요. 더불어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한국 아티스트를 유효한 네트워크와 연결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죠.




— 페스티벌 디렉터, 프로그래머 외에도 아티스트와 일하고 계시죠. 페스티벌을 통해 보유한 네트워크 자산은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수정: 한국엔 부킹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회사가 없어요. 일단 국내 시장은 투어를 할 만큼 크지 않고, 해외 진출은 아직도 시작 단계니까요. 그래서 잔다리페스타에서 일했을 때 한국 아티스트를 직접 해외에 많이 데리고 나가게 됐어요.



 
“아티스트를 데리고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쇼케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기회가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중간에서 누가 도와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해파리의 경우에도 저희는 매니지먼트가 아니에요. 중간에서 아티스트에게 좋을 기회를 제안하고 또 제안들이 오면 그게 메이드 될 수 있게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조건을 맞춰 주는 거죠. 아티스트가 어디까지 가보고 싶다고 하면 거기까지 갈 수 있도록 중간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해파리는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같이 그 역할을 하게 되었던 거고, 시피카의 경우 해외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그 기회를 검토하고 메이드 시킬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일을 합니다.



2022 SXSW 해파리 쇼케이스 ⒸALPS




명국: 저도 비슷해요. 예술경영지원센터 UK 커넥션 사업에 지원했어요. 1년차에 영국에 가서 리서치를 했고, 리서치에서 나온 결과물이 된 게 블랙스트링이에요. 그때 리서치의 결과물이 네트워크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우리는 일을 하다 보면 네트워크가 보이잖아요. 신에서 활동하는 핵심 노드가 되는 사람들이 있죠. 저희는 해외 아티스트를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처지였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희도 그 이너서클에 들어가서 인터랙션을 하고 싶었어요. 자라섬에 네트워크도 많이 쌓이기도 했고요. 한국의 재즈나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었지만, 본토인 그곳에 한국 재즈만을 갖고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우리 이런 음악 정도는 할 수 있어,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게 여기 있어.’ 하고 싶었죠. 그들의 가치판단에서 벗어나 등급을 매길 수 없는 뉴 뮤직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블랙스트링은 그 네트워크를 통해 꽤 괜찮은 성과가 만들어졌어요. 주요 페스티벌, 공연장에서 공연했고 ACT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매했죠. NEQ는 ECM에서 앨범이 나오기도 했고요.




2016 워멕스 블랙스트링 쇼케이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한국, 아시아의 로컬 네트워크


—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금 전 말씀하셨던 것처럼 지속적인 기회로의 연결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 개인이 기회를 엮어내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죠. 특히나 해외진출, 국제교류와 관련해서는 유통 경로를 확장할 수 있는 지원이나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국내에도 그런 차원에서 서울아트마켓, 뮤콘, 에이팜과 같은 이벤트가 생기고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공연 유통 확산을 위한 지원이 있죠. 민간에서 운영하는 잔다리페스타, 서울뮤직위크도 있고요.


명국: 한국의 서울아트마켓, 뮤콘, 에이팜 등의 음악마켓이 있죠. 너무나 좋은 플랫폼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여기에 알맹이가 없다고 느껴져요. 왜냐하면, 그 플랫폼에서 좋은 아티스트를 만나고 못 만나고는 그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매년 하고 있으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좋은 창구가 되어야 하거든요. 좋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그건 다른 큰 곳들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다만 여기 온 사람들한테 그 모인 자리가 의미가 있어야 하거든요. 의미가 있으려면 주최하는 곳이 그 신의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에 담당자가 신의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고요. 글로벌에서 활동하는 핵심 인사들을 다 불러 모았는데, 결국 호스트가 거기에 못 끼는 그런 장만 만들어주는 거예요.몇 명이 왔고 교섭 성과를 보고서로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호스트가 모임의 중심에서 여러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마켓의 진짜 목적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죠.”
 



수정: 민간이건 공공이건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나 마켓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돈을 버는 것 이상의 가치를 보고 있다는 건 기획자 모두가 비슷할 텐데, 그 가치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 각각 동조할 수 있는 가치여야 하는 거죠. 그 장소에 가면 나도 원하고 너도 원하는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 데 사실 그게 없어 보여요.


공공 기관은 순환보직으로 담당자도 주기적으로 바뀌고 음악 신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꾸릴 때는 민간 전문가와의 파트너십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 과정에서 쇼케이스나 마켓의 주최측이 행사 이상의 근본적인 가치를 쉽게 잊어버리는 사례를 자주 목격합니다. 네트워크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축적된 것들마저 쉽게 날려 버리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국내 마켓, 네트워크의 한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다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거 같아요. 호스트가 부재한 공공의 마켓, 성과가 있어도 후속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지원 체계가 가장 크죠. 공공이든, 민간이든 축적된 성과나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명국: 해외 민간의 플랫폼이나 페어들을 보면 다 아티스트만을 향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마켓을 보면 굉장히 아티스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한국 아티스트가 영미권처럼 넘쳐나는 상황도 아니고 그중에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뮤지션은 아주 한정되어 있죠. 아티스트만을 지향하는 마켓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과, 그렇다면 우리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매개자들이 길러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특히, 몇몇 마켓에서 시도하고 있는 기획자 프로그램이 단순히 한국 아티스트들을 케어하는, 그것도 그저 한두팀을 맡아서 하는 기획자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데 이건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해요. 




 
“마켓의 의미나 파워가 생기려면 아티스트말고 신에서 활동하는 기획자와 같은 매개자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야 다양한 교류와 접점이 생겨나요.  

그 매개자는 단순히 한 밴드의 매개자가 아니라 한국의 음악시장과 해외의 음악시장을 동시에 다 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래야 아티스트들의 해외 활동이 단순히 지원사업을 받아서 만들어지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아요. 그리고 결국,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현지의 에이전트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한국의 매니저 일을 하는 기획자들이 에이전트 일까지 다 같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에이전트와 일하기 위해서는 각종 지원금이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질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모든 해외 관련 지원금들이 그저 공연에 맞춰져 있는데 이것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하루 공연하는 것보다 며칠을 거기에 있으면서 홍보도 하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쉽지 않아요. 물론 이 모든 것을 지원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해외 나가서 공연하는 기금이 대부분인 지금의 현실을 조금 변화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거예요.




잔다리페스타 2019 네트워킹 Ⓒ잔다리페스타




— 아시아 관계자들끼리 모이려는 시도들이 있죠.


명국: AJO(Asia Jazz Organization)라는 단체가 있었어요. 인도네시아의 자바 재즈 페스티벌 의 감독 피터 곤타가 중심이 되어서 조직되었고, 아시아 지역의 15개 정도의 페스티벌이 회원사로 참여했었어요. 1년에 한 번 국가를 정해 미팅을 했고, 서로의 페스티벌을 방문하며 교류를 잘했었는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없어졌어요. 실제로 많은 축제가 문을 닫기도 했고요. 아시아에서의 네트워크는 유럽이나 북미의 그것에 비하여 쉽지 않았어요. 서양에서는 아시아가 마치 유럽처럼 하나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데 비해 아시아의 국가들은 서로 너무 떨어져 있고,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너무 달라서 하나로 뭉쳐지기는 쉽지 않았어요.


수정: 아시아는 보통 몇몇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서 정보나 아티스트를 공유합니다. 대개 헤드라인 쇼의 프로모터나 페스티벌 기획자예요. 예를 들어, 한국의 관객들도 일본의 후지록이나 섬머소닉의 라인업이 발표되면 저들 중에서 한국 페스티벌이 누구를 데려올지 상상해 보잖아요. 아시아 내에서도 권역별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시기가 달라 이들끼리 라인업을 공유합니다. 예전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해외 헤드라이너를 데려갈 수 있는 페스티벌이 손에 꼽았는데 이젠 상황이 다르거든요.


올해 초에도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페스티벌이 헤드라이너를 공유했어요. 저희에게도 크고 작은 공연을 같이 기획하고 유치하자고 제안이 와요. 한국의 뮤콘이나 잔다리페스타 외에 동남아시아, 일본, 대만 등에도 훌륭한 네트워크 행사가 많고요. 이런 계기들을 통해 1년에 여러 번 만나면서 관계를 지속합니다. 자주 보니까 이젠 정말 같이 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이런 관계를 어떻게든 공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네요.



— 국내의 음악 페스티벌끼리 모이기는 힘들까요. 서로 경쟁해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서로 교류 협력하면 더 좋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필요가 있다고 체감하는 사람들이 먼저 만나서 무언가들을 시도해보는 거요.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수정: 우선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서로의 페스티벌을 봐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지난해 랩비트, 에어하우스 페스티벌 관계자와 스태프들을 피스트레인에 초청했어요. 그들의 페스티벌에 저희도 초청받았죠. 만드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페스티벌을 보며 좋은 점, 아쉬운 점도 생각해 보고, 또 현장에서 동료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거죠. 자라섬과 피스트레인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개최되어 아티스트를 공유하기도 했죠. 일단 서로 일이 있을 때 연락하고 초청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는 정도만 하면 돼요. 관심의 표현. 그게 네트워킹이에요. 뻑적지근한 협회를 창설하거나 이런 거 아니고요.


명국: 어떤 무브먼트 같은 게 될 수 있겠네요. 서로의 페스티벌을 보게 해주며, 우선 만나고 친해지는 게 필요하니까요. 서로 뭐가 필요한지,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언지를 진지하게 살펴보며 하나씩 해봐요.




모든 연결엔 만남이 있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라이브 뮤직 비즈니스 대담

공연은 공연장과 페스티벌을 통해 거래된다.

가상공간의 대표 플랫폼에 음원이 유통되는 것과 달리,

오프라인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공연 채널은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다.

세상의 수많은 공연과 공연장을 연결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공연에서 ‘유통’은 공연장, 페스티벌에 적합한 공연을 매칭 하는 일이자,

아티스트에게 적합한 공연의 기회를 연결하는 일이다. 매력적인 공연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하고,

좋은 채널이 될 수 있는 공연장과 페스티벌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비즈니스다.


페스티벌 프로그래머이자 공연을 유통하는 매개자로 활약하고 있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계명국 감독,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이수정 기획국장과

라이브 뮤직 비즈니스의 핵심인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Interview | 김미소, Edit | 김미소

계명국(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이수정(피스트레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인터뷰, 글: 김미소 miso@alpsinc.kr

㈜알프스의 대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

페스티벌 프로그래머



—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늘 페스티벌, 라이브 뮤직 신의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눌 계획입니다. 제가 아는 두 분은 오랜 시간 음악 페스티벌에서 일하며, 다양한 글로벌 뮤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계시죠.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메인무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명국: 안녕하세요. 저는 계명국입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감독을 맡고 있고 프로그램도 같이하고 있어요. 페스티벌 외에는 블랙스트링, 신노이, 반도의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고, 오티움라는 레이블을 조그맣게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본 대담의 주제가 ‘네트워크’죠. 자라섬을 통해서 축적된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조금 더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아티스트나 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올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20주년을 맞아요. 올해 EJN(European Jazz Network)에 가입했어요.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죠. 35개국 185개 단체가 가입된 EJN은 유럽에서 재즈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지원하고 유럽 안팎의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간의 국제 교류, 특별 프로젝트 및 협업 개발을 장려해요. 아시아나 한국 내에서라고 음악 페스티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이런 식의 운영이 되면 좋겠다 바라고 있습니다.





2022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피스트레인 




수정: 안녕하세요. 저는 이수정이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기획국장입니다. 페스티벌에서는 전반적인 컨셉을 정하는 일, 라인업을 프로그래밍하고 아티스트를 큐레이션해서 섭외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거기에 전반적으로 해외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뮤직 컬처 콘텐츠 에이전시 ㈜알프스에서 기획이사로 일하고 있어요. 여기에서도 해외와 관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고, 한국에 있는 아티스트를 해외의 파트너에게 소개하는 일, 해외에서 한국에 관심 있어 하는 아티스트나 레이블, 음악관계자를 한국 시장에 연결해주는, 말하자면 문지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 분 다 페스티벌의 디렉터이자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고 계세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조합하는 역할 때문에 그와 관련한 네트워크가 개발되는 거겠죠. 세상의 수많은 아티스트 중에서 자라섬, 피스트레인에 설 아티스트는 어떻게 만나고 선정하시나요?


명국: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아티스트를 내가 먼저 발견하고 소개했는데, 이후 그 아티스트가 대박이 날 때예요. (웃음)


사람들이 ‘어떤 아티스트가 좋은 아티스트냐’고 많이 묻곤 해요. 재즈 음악에서는 톤이 중요하죠. 개인적으로 자기 톤을 가진 연주자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누구랑 비슷한 연주자는 선호하지 않아요. 저는 아티스트를 연주를 ‘잘한다, 못한다'로 판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톤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 아티스트는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의 기준은 프로모션의 의지가 있는 아티스트를 먼저 선정하는 편이에요. 세상에는 너무 많은 아티스트가 있고, 좋은 아티스트도 많죠. ‘어떤 아티스트는 왜 여기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대부분 프로모션의 의지가 있는 아티스트예요. 자꾸 그들이 제 이름을 부르고, 저는 그 아티스트를 보게 되죠.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쉽게 만나게 돼요.


재즈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은 게 한국에서 재즈를 한다는 건, 마치 미국에서 장구, 가야금, 거문고를 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페스티벌을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티스트가 섰을 때 신 자체에 그것이 어떤 의미가 되는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누가 자라섬에 서는가’를 신에서 주목하죠. 어떤 아티스트를 세우는 게 어떤 의미인가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그러려면 아티스트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특히 한국 아티스트의 경우는 더요. 저 아티스트의 음악이 왜 저렇게 만들어졌는가를 들여다보려 해요. 




2022 피스트레인 스타크롤러(Starcrawler) 공연 Ⓒ피스트레인




— 피스트레인은 어떤가요? 피스트레인의 경우 전면에 ‘NO 헤드라이너’를 내세우고 있죠.


수정: 저희는 초반에 피스트레인을 세팅했을 때부터, 티켓 파워 때문에 이름이 크게 박히는 대형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피스트레인에 서는 모든 아티스트를 동등하게 존중한다, 다양한 권역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소개한다가 우리 내부에서 정한 기본적인 규칙이었어요.


그 룰을 가장 따르는 게 가장 기본이고, 그다음은 ‘다양성’을 중심에 둡니다. 다양성이라는 건 사실 기준이 없다는 것과도 똑같은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의 기본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특정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공연 자체인 것 같아요. 재즈 같은 음악은 연주 기반이라서 진짜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를 판단하기가 훨씬 더 섬세하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다루는 대중음악은 오히려 음악 스타일의 범위가 넓어서 연주는 잘하지만, 독창성이 없는 팀이 있기도 한 반면 녹음된 음악은 너무 좋은데 공연이 별로인 경우도 왕왕 있어요.


공연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냥 딱 봐도 테크닉, 퍼포먼스,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인 공연자로서의 태도나 기술이 갖춰져 있는지를 가장 중심으로 놓고 보는 것 같아요. 장르도 상관없고요, 연주 테크닉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 무대를 얼마만큼 흡입력 있게 구성하고 
공연하는 순간에 얼마나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 공연자로서 기본적 기술과 태도, 자기만의 톤이 중심이 되는군요. 국내·외 소개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직접 다 보시나요? 해외의 경우는 직접 다 챙겨보기에 제약이 있죠. 직접 라이브를 보지 못하는 경우 아티스트 선정에 어떤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나요?


명국: 저 아티스트가 너무 좋으리라 예상되는 아티스트는 여지없이 좋아요. 특히 우리가 아는 빅네임들은 공연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죠. 그러나 잘 모르는 아티스트를 영상만 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요. 잘 모르는 아티스트인 경우, 누가 나한테 그 아티스트를 소개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왜냐하면, 적어도 저한테 그런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사람은 제가 어느 페스티벌을 하고 있고, 심지어 제 취향도 잘 알고 있어요.


초청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슬롯은 정해져 있어요. 저희도 표를 팔아야 하니 빅네임도 필요하죠. 그러면 미들급 아티스트 슬롯은 실제 10개 정도에요. 전 세계에 너무나 많은 뮤지션들이 있는데 거기서 누군가를 임의로 누가 더 낫다고 디테일하게 평가하는 건 실제로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페스티벌이 좋은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기능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프로그램들이 페스티벌을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톤이 있으려면 그 톤에 맞는 아티스트를 찾는 게 중요해요. 전부 다 보컬이 있는 음악만 소개할 수 없고, 피아노만 할 수는 없죠. 여러 장르나 악기 구성을 고려하며 좋은 그림을 만들려고 해요. 결국, 색깔 하나하나가 중요하긴 하지만 안 어우러지면 아름답지 않죠. 전체적인 그림을 많이 생각합니다.



수정: 그렇죠. 1년 내내 그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거나 무대를 보면서 피스트레인과 어울리는지를 항상 상상합니다. 늘 염두에 둬서 수시로 노트해 두고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슬롯을 고려해서 이런저런 조합을 만들어봐요. 예산, 스케줄에서 언제나 변수가 있기에 1순위, 2순위, 3순위를 정하고 연락을 취해요. 


저도 개인적인 취향이 있고 공연을 잘하는 사람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는 하지만, 그 못지않게 일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나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팀들과의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가도 중요한 지점이에요. 




 
“저희와 비슷한 마인드로 이 무대를 생각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아티스트와 일하고 있는 사람이 중요해지죠.”
 




좋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작동되는 네트워크



— 저희가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기 아티스트를 프로모션해야 하는 위치의 레이블, 매니지먼트,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이 매개자들은 자기 아티스트에게 적합한 기회를 찾고, 그 무대의 의미나 가치를 아티스트에게 전달하죠. 매개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행되는 공연은 분명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수정: 맞아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섭외했을 때, 그리고 그 아티스트가 자신이 서는 무대의 의미나 과정을 알고 있을 때 그려지는 그림이 훨씬 더 만족스럽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를 선택하면서 그가 누구랑 일하고 있는지, 내가 그 사람을 알고 있는지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일이 성사될 확률이 훨씬 더 높고 서로 상호 이해가 있는 게 바탕이 되었을 때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져요.


역으로 저한테도 한국 아티스트를 추천해 달라는 연락이 많이 와요. 그들로서도 저를 통해 관심 있는 아티스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태도를 확인하고 싶어 해요. 그들도 한국의 누군가한테 콜드컨택을 하기보다 저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원하고요.


콜드 컨택이라고 하더라도 논의가 오가는 과정에 상대방이 ‘피스트레인 알아. 누구한테 들었어. 거기 간 아티스트를 알고 있어’ 이렇게만 되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달라지죠. 




 
“라이브 신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항상 느낍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15 리차드 보나 공연 Ⓒ자라섬재즈페스티벌  




— 빅네임, 레전드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는 이러한 네트워크나 신뢰가 더 중요할 거 같은데, 어떤가요? 


명국: 사실 빅 네임을 초청할 때는 누군가 그 아티스트 옆에 가서, 자라섬에 대해 펌프질을 하는 게 필요하죠.

리차드 보나(Richard Bona)가 올해 다시 오려고 하고 있어요. 한창때는 지났지만, 여전히 빅 네임이죠. 음악도 너무 잘하고요. 보나는 프랑스의 재즈 페스티벌인 재즈 술레 포미에(Jazz Sous les pommiers)에서 제가 직접 만났어요. 보나가 이 페스티벌에 정말 감사하다며 자기가 즉석에서 노래를 작곡하고 자원활동가에게 노래를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감동하여서 ‘자라섬에 더 좋은 자원활동가가 있는데 당신이 오면 더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운을 띄우고 아시아 투어를 5개나 엮어서 자라섬에 부른 적이 있어요.


2015년 자라섬에 보나가 왔고, 자원활동가가 30명 넘게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어요. 저 영상 클립이 52만 뷰가 나왔어요. 이 영상이 너무 유명해져서 보나가 자기 메인에 몇 달 동안 걸어놨어요. 올해 10월 리차드 보나의 아시아 투어가 있는데, 자라섬은 무조건 다시 가고 싶다고 해서 현재 공연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요.


페스티벌에 오면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되는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에게 자라섬을 전도해요. ‘그 페스티벌 좋더라, 꼭 가봐. 고기는 꼭 사준다, 1만 명의 젊은이들이 야외에서 초를 켜고 와인을 마시며 재즈를 듣는다.’ 가장 자랑스러울 때는 아티스트 프로필에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적혀 있을 때요. 




 
“자라섬에 왔던 아티스트, 매개자의 평가나 피드백이
다른 네트워크로 연결돼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존 케일(John Cale) 공연 Ⓒ피스트레인




수정: 저도 비슷해요. 그냥 정중하고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메일을 보내는데 콜드 컨택은 전혀 반응이 없을 때가 많죠. 고액의 출연료를 준다고 해도(물론, 저희는 할 수 없지만) 아티스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그 사람한테 가장 먹힐 만한 이야기가 들어가도록 계속 작업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고 해서 안 되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몇 달을 두고 몇 년을 두고 계속 작업하면서 그 아티스트 옆에 있는 누군가한테 계속 알려줘야 해요. 해외 선배들한테 SOS를 치기도 해요. 내가 계속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냐고 요청하면 자신들이 연락해서 한마디 얹겠다고 해요. 지금도 그렇게 작업하는 부분이 있고요.


대부분 제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페스티벌 경험이 많은 기획자나 프로그래머인 경우가 많죠. 그분들도 자기 무대에 세운 아티스트에게 아시아에 갈 기회가 있으면 피스트레인에 꼭 가보라거나 저를 만나보라고 이야기하죠. 





새로운 시장, 네트워크의 개발



해외 음악 마켓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프로모션 부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 두 분은 해외 출장이 잦죠. 페스티벌 기준에 맞는 아티스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개성 있는 아티스트를 한 꺼 번에 만날 수 있는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나 음악 마켓이 좋은 장이 되겠군요. 레이블,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미디어와 같이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그들과 사귀며 신뢰를 쌓아가는 게 필수적이고요.


명국: 저는 매년 워멕스(WOMEX)랑 재즈어헤드(jazzahead!)는 10년 이상 빠지지 않고 간 거 같아요. 권역별로 작은 마켓이나 컨퍼런스도 초청받아서 가요. 그러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생기죠. 한국에서 사는 내 친구들보다 더 자주 보는 친한 이들이 생겨요. 일종의 커뮤니티처럼요. 우리 다음에는 워멕스에서 보는 건가 하면서 헤어지기도 하고요. 



 
“워멕스나 재즈어헤드에 가면 누군가를 만나서 
식사를 나누는 한 끼 한 끼가 중요하죠. 
밥을 먹고 친해지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함께 할 일을 도모하기도 하죠.” 
 



2019 SXSW SM엔터테인먼트 컨퍼런스 세션  Ⓒ알프스




수정: 저한테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는 반드시 가야 하는 자리에요. 사실 네트워킹은 오히려 작은 페스티벌에서 더 유효하기도 해요. 그러나 SXSW는 정말 앞으로 잘될 다양한 신인의 무대를 가장 처음 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엄청난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바이어를 만난다기보다 진짜 유효한 쇼케이스를 보러 갑니다.


영국의 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The Great Escape)도 중요해요. 쇼케이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아티스트들이 신청해서 나오거나, 문화 기관에서 밀고 싶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행사들이 많은데요. TGE는 영국의 대표 에이전시나 레이블이 쇼케이스 스테이지를 직접 운영해 본인들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에이전시, 글로벌로 영향력 있는 에이전시들이 앞으로 될 거 같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실제 음악 신에 주요한 이너서클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요.


독일에서 하는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은 비영미권의 음악 마켓이죠. 굉장히 많은 스테이지가 열리고 비영미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레이블, 페스티벌, 각 문화부, 펀딩 파트너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리퍼반도 중요해요.


아시아 주요 국가의 대형 뮤직 페스티벌은 겨울과 봄에 몰려 있어요. 그때 아시아 권역의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아시아는 나라마다 쇼케이스 페스티벌, 마켓 붐이 있었다가 한 번 꺾이고 지금은 버티고 살아남은 곳들이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나 음악 마켓 외에 어디에서 새로운 네트워크가 마련되나요?


명국: 제가 아티스트에 대해서 더 잘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된 기회가 뭐였냐면, 제가 아티스트 일을 하면서 그렇게 됐어요. A라는 페스티벌에 특정 아티스트만을 보러 가기는 쉽지 않아요. 블랙스트링, 신노이랑 해외 투어를 다니기 시작하면 가게 된 페스티벌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1년에 10번 정도의 해외 출장을 가는데, 5번 정도는 아티스트랑 가고 5번 정도는 페스티벌, 마켓에 초청을 받아서 가요. 나라마다 쇼케이스에도 형식의 차이가 있어요. 당장 5월에는 노르웨이의 재즈 쇼케이스 너츠셸(Jazz showcase Nutshell)과 스페인의 파코 데 루시나 플라멩코 랩의 국제 쇼케이스(Flamenco Lab Paco de Lucía International Showcase)에 참가하는데 모든 델리게이트가 전 일정을 같이 해요. 매끼 밥 먹고 아티스트 공연을 보고,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세션도 있고. 그러면서 서로 친해지고, 아티스트에 대해서 알게 되고 초청으로 연결되죠.


아티스트와 공연을 하러 가게 되면 백스테이지에 다른 아티스트, 매니저, 관계자들과 함께 있잖아요. 아티스트를 무대에서 보는 것과 백스테이지에서 보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있죠.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고요.자라섬에 서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매개자의 네트워크 외에도 다양한 각도에서의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접점이 많아졌어요.




2019 SXSW 재패니즈 브랙퍼스트 공연  ⒸALPS




수정: 저랑은 조금 차이가 있네요. 저도 권역별 쇼케이스를 많이 가는데, 쇼케이스에 서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신인이에요. 거기서 본 아티스트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관찰하면서 향후 5-6년까지 생각하고 염두에 두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아티스트랑은 별로 안 친해요. (웃음)




 
“저는 오히려 저희와 같이 페스티벌 하는 사람들, 프로그래머들과
훨씬 좀 더 돈독한 네트워킹을 하면서 그 사람들은 누구를 큐레이션 하는지,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는 어떤지 공유하고, 그들에게도 우리 페스티벌을 어필하죠.
그 친구들을 통해서 아티스트를 소개받고 정보도 공유해요.”
 



저는 쇼케이스 페스티벌보다 일반 음악 페스티벌에 가는 게 확실히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대형 페스티벌에서는 제가 점찍어 놓은 미들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스테이지에서 실제로 공연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모니터링 할 기회이기 때문에 큰 페스티벌에 가서 쏙쏙 골라보는 재미들이 있어요. 그 페스티벌 프로그램 오거나이저를 알면 그와 따로 얘기하면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물어볼 수도 있고요. 





네트워크의 응용과 활용



— 결국, 라이브 신은 좋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 그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아티스트와 매개자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신뢰감 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두 분은 이를 위해 어떤 시도나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명국: 프로그래머의 어떤 능력이나 취향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아티스트는 좋은 아티스트가 찾는 페스티벌, 좋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곳을 찾게 돼요. 13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와서 공연을 한번 만 하는 것이어도 자라섬에 서고 싶다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알수 있죠. 누군가를 세우냐보다 우리 스타일의 시선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만의 시선으로 여러 음악 콘텐츠를 카테고리화 해서 음악을 소개하려고 해요. 올해 자라섬은 프리 재즈 스테이지를 만들어요.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잘 알려진 재즈 외에 다른 재즈도 있다를 소개하는 거죠. 저희는 포커스 국가를 정해서, 그 나라의 재즈를 조금 더 집중해서 보여주기도 해요. 포커스 국가를 정하면 그 나라에 가서 한국의 재즈, 한국의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네덜란드와 스페인에서 두 번을 했고. 올해는 캐나다에서 진행할 계획이에요. 허대욱, 홍선미퀸텟, 블랙스트링 등의 아티스트를 소개했어요. 한국의 아티스트가 좀 더 글로벌 무대에 서고 활동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서죠. 





2016 프리마베라 사운드 데드버튼즈 공연 ⒸALPS




수정: 야외 뮤직 페스티벌은 대개 장르의 범위가 넓고, 뮤지션의 수도 많죠. 그에 비해 피스트레인은 아직 신생 페스티벌이에요. 일단은 저희가 페스티벌을 지속시키며 성장하는 게 가장 먼저고요. 여러 장르, 여러 아티스트 풀 안에서도 막힘없이 연결될 수 있는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처럼 특정 레이블, 에이전시의 아티스트를 돌려쓰듯 소개하면 관객들도 금방 알고, 재미가 없어요.


조금 더 재미있고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먼저 발견하고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들한테 가닿을 수 있는 중간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개발하는 게 중요해요. 이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도 신선한 아티스트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어요. 더불어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한국 아티스트를 유효한 네트워크와 연결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죠.




— 페스티벌 디렉터, 프로그래머 외에도 아티스트와 일하고 계시죠. 페스티벌을 통해 보유한 네트워크 자산은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수정: 한국엔 부킹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회사가 없어요. 일단 국내 시장은 투어를 할 만큼 크지 않고, 해외 진출은 아직도 시작 단계니까요. 그래서 잔다리페스타에서 일했을 때 한국 아티스트를 직접 해외에 많이 데리고 나가게 됐어요.



 
“아티스트를 데리고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쇼케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기회가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중간에서 누가 도와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해파리의 경우에도 저희는 매니지먼트가 아니에요. 중간에서 아티스트에게 좋을 기회를 제안하고 또 제안들이 오면 그게 메이드 될 수 있게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조건을 맞춰 주는 거죠. 아티스트가 어디까지 가보고 싶다고 하면 거기까지 갈 수 있도록 중간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해파리는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같이 그 역할을 하게 되었던 거고, 시피카의 경우 해외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그 기회를 검토하고 메이드 시킬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일을 합니다.




2022 SXSW 해파리 쇼케이스 ⒸALPS




명국: 저도 비슷해요. 예술경영지원센터 UK 커넥션 사업에 지원했어요. 1년차에 영국에 가서 리서치를 했고, 리서치에서 나온 결과물이 된 게 블랙스트링이에요. 그때 리서치의 결과물이 네트워크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우리는 일을 하다 보면 네트워크가 보이잖아요. 신에서 활동하는 핵심 노드가 되는 사람들이 있죠. 저희는 해외 아티스트를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처지였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희도 그 이너서클에 들어가서 인터랙션을 하고 싶었어요. 자라섬에 네트워크도 많이 쌓이기도 했고요. 한국의 재즈나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었지만, 본토인 그곳에 한국 재즈만을 갖고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우리 이런 음악 정도는 할 수 있어,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게 여기 있어.’ 하고 싶었죠. 그들의 가치판단에서 벗어나 등급을 매길 수 없는 뉴 뮤직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블랙스트링은 그 네트워크를 통해 꽤 괜찮은 성과가 만들어졌어요. 주요 페스티벌, 공연장에서 공연했고 ACT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매했죠. NEQ는 ECM에서 앨범이 나오기도 했고요.





2016 워멕스 블랙스트링 쇼케이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한국, 아시아의 로컬 네트워크



—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금 전 말씀하셨던 것처럼 지속적인 기회로의 연결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 개인이 기회를 엮어내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죠. 특히나 해외진출, 국제교류와 관련해서는 유통 경로를 확장할 수 있는 지원이나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국내에도 그런 차원에서 서울아트마켓, 뮤콘, 에이팜과 같은 이벤트가 생기고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공연 유통 확산을 위한 지원이 있죠. 민간에서 운영하는 잔다리페스타, 서울뮤직위크도 있고요.


명국: 한국의 서울아트마켓, 뮤콘, 에이팜 등의 음악마켓이 있죠. 너무나 좋은 플랫폼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여기에 알맹이가 없다고 느껴져요. 왜냐하면, 그 플랫폼에서 좋은 아티스트를 만나고 못 만나고는 그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매년 하고 있으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좋은 창구가 되어야 하거든요. 좋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그건 다른 큰 곳들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다만 여기 온 사람들한테 그 모인 자리가 의미가 있어야 하거든요. 의미가 있으려면 주최하는 곳이 그 신의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에 담당자가 신의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고요. 글로벌에서 활동하는 핵심 인사들을 다 불러 모았는데, 결국 호스트가 거기에 못 끼는 그런 장만 만들어주는 거예요.몇 명이 왔고 교섭 성과를 보고서로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호스트가 모임의 중심에서 여러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마켓의 진짜 목적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죠.” 
 



수정: 민간이건 공공이건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나 마켓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돈을 버는 것 이상의 가치를 보고 있다는 건 기획자 모두가 비슷할 텐데, 그 가치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 각각 동조할 수 있는 가치여야 하는 거죠. 그 장소에 가면 나도 원하고 너도 원하는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 데 사실 그게 없어 보여요.


공공 기관은 순환보직으로 담당자도 주기적으로 바뀌고 음악 신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꾸릴 때는 민간 전문가와의 파트너십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 과정에서 쇼케이스나 마켓의 주최측이 행사 이상의 근본적인 가치를 쉽게 잊어버리는 사례를 자주 목격합니다. 네트워크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축적된 것들마저 쉽게 날려 버리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국내 마켓, 네트워크의 한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다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거 같아요. 호스트가 부재한 공공의 마켓, 성과가 있어도 후속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지원 체계가 가장 크죠. 공공이든, 민간이든 축적된 성과나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명국: 해외 민간의 플랫폼이나 페어들을 보면 다 아티스트만을 향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마켓을 보면 굉장히 아티스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한국 아티스트가 영미권처럼 넘쳐나는 상황도 아니고 그중에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뮤지션은 아주 한정되어 있죠. 아티스트만을 지향하는 마켓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과, 그렇다면 우리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매개자들이 길러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특히, 몇몇 마켓에서 시도하고 있는 기획자 프로그램이 단순히 한국 아티스트들을 케어하는, 그것도 그저 한두팀을 맡아서 하는 기획자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데 이건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해요. 




 
“마켓의 의미나 파워가 생기려면 아티스트말고 
신에서 활동하는 기획자와 같은 매개자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야 다양한 교류와 접점이 생겨나요.  

그 매개자는 단순히 한 밴드의 매개자가 아니라 
한국의 음악시장과 해외의 음악시장을 동시에 다 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래야 아티스트들의 해외 활동이 단순히 지원사업을 받아서 만들어지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아요. 그리고 결국,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현지의 에이전트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한국의 매니저 일을 하는 기획자들이 에이전트 일까지 다 같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에이전트와 일하기 위해서는 각종 지원금이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질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모든 해외 관련 지원금들이 그저 공연에 맞춰져 있는데 이것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하루 공연하는 것보다 며칠을 거기에 있으면서 홍보도 하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쉽지 않아요. 물론 이 모든 것을 지원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해외 나가서 공연하는 기금이 대부분인 지금의 현실을 조금 변화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거예요.




잔다리페스타 2019 네트워킹 Ⓒ잔다리페스타




— 아시아 관계자들끼리 모이려는 시도들이 있죠.


명국: AJO(Asia Jazz Organization)라는 단체가 있었어요. 인도네시아의 자바 재즈 페스티벌 의 감독 피터 곤타가 중심이 되어서 조직되었고, 아시아 지역의 15개 정도의 페스티벌이 회원사로 참여했었어요. 1년에 한 번 국가를 정해 미팅을 했고, 서로의 페스티벌을 방문하며 교류를 잘했었는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없어졌어요. 실제로 많은 축제가 문을 닫기도 했고요. 아시아에서의 네트워크는 유럽이나 북미의 그것에 비하여 쉽지 않았어요. 서양에서는 아시아가 마치 유럽처럼 하나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데 비해 아시아의 국가들은 서로 너무 떨어져 있고,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너무 달라서 하나로 뭉쳐지기는 쉽지 않았어요.


수정: 아시아는 보통 몇몇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서 정보나 아티스트를 공유합니다. 대개 헤드라인 쇼의 프로모터나 페스티벌 기획자예요. 예를 들어, 한국의 관객들도 일본의 후지록이나 섬머소닉의 라인업이 발표되면 저들 중에서 한국 페스티벌이 누구를 데려올지 상상해 보잖아요. 아시아 내에서도 권역별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시기가 달라 이들끼리 라인업을 공유합니다. 예전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해외 헤드라이너를 데려갈 수 있는 페스티벌이 손에 꼽았는데 이젠 상황이 다르거든요.


올해 초에도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페스티벌이 헤드라이너를 공유했어요. 저희에게도 크고 작은 공연을 같이 기획하고 유치하자고 제안이 와요. 한국의 뮤콘이나 잔다리페스타 외에 동남아시아, 일본, 대만 등에도 훌륭한 네트워크 행사가 많고요. 이런 계기들을 통해 1년에 여러 번 만나면서 관계를 지속합니다. 자주 보니까 이젠 정말 같이 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이런 관계를 어떻게든 공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네요.



— 국내의 음악 페스티벌끼리 모이기는 힘들까요. 서로 경쟁해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서로 교류 협력하면 더 좋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필요가 있다고 체감하는 사람들이 먼저 만나서 무언가들을 시도해보는 거요.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수정: 우선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서로의 페스티벌을 봐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지난해 랩비트, 에어하우스 페스티벌 관계자와 스태프들을 피스트레인에 초청했어요. 그들의 페스티벌에 저희도 초청받았죠. 만드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페스티벌을 보며 좋은 점, 아쉬운 점도 생각해 보고, 또 현장에서 동료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거죠. 자라섬과 피스트레인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개최되어 아티스트를 공유하기도 했죠. 일단 서로 일이 있을 때 연락하고 초청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는 정도만 하면 돼요. 관심의 표현. 그게 네트워킹이에요. 뻑적지근한 협회를 창설하거나 이런 거 아니고요.


명국: 어떤 무브먼트 같은 게 될 수 있겠네요. 서로의 페스티벌을 보게 해주며, 우선 만나고 친해지는 게 필요하니까요. 서로 뭐가 필요한지,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언지를 진지하게 살펴보며 하나씩 해봐요.



INTRO

ISSU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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