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형 밴드 ADOY의
글로벌 성장 지침서
‘상업적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본연의 개성과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차근차근 그러나 꾸준히 성장해온 커머셜 인디 밴드 아도이 (ADOY)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준다. 모델, 마케팅, 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루 활동하다 현재 독립 레이블 ANGEL HOUSE의 대표이자 ADOY 멤버로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해가는 오주환에게 ADOY의 성장 과정에 대해 들었다.
Interview | 손꼽힌, Editㅣ이송은미
밴드 AD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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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꼽힌 @kphnsohn
부티크 브랜딩 에이전시 Hearty Handy의 에이전트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미디어, 부동산, 정치, 블록체인, 대체육 등 대안적인 흐름을 만드는 회사들의 브랜드 전략 및 마케팅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 공간을 만나는 일을 좋아하며 음악이 없는 시간은 쉽게 따분해한다. 소규모 공연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정리: 이송은미 @miandwalk
매일 아침 일기를 쓰는 산책자. 심미적인 순간, 내면의 평화를 돕는 대상에 애정이 많다. 라이프스타일 숍의 콘텐츠 마케터로 근무하다 현재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이것저것 다하는 사람’으로 진화했다. 오랫동안 Inner Peace를 위한 음악을 수집하고 있으며, 현재는 월요병 퇴치에 도움이 되는 뉴스레터 <귀짤단>를 운영하고 있다.
관객 200명에서 2000명으로:
밴드 ADOY의 성장곡선
— 주환님, 안녕하세요! 태국 투어 중에도 시간내주셔서 감사해요. ADOY는 2017년 데뷔해 바로 인기를 얻으신거죠? 처음 팀을 시작하실 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주환: 하하, ADOY가 앨범으로는 2017년 5월에 첫 번째 EP 앨범 《CATNIP》을 발표했고요. 벨로주에서 첫 단독 공연을 했었어요. ADOY로 활동하기 전에 다른 팀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연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앨범 발매 이후 두세 달 정도 반응이 없었어요. 다음 공연은 어떻게 해야 반응이 좋을지 고민이 많았죠.
(이미지 출처 @ADOY)
그러던 중 시도했던 게 ASK라고 신해경, 아도이, 새소년 셋이서 벨로주, 브이홀에서 함께한 콜라보 공연이에요. 당시 저희와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을 모아 2회로 나눠서 공연했는데요. 단독 공연이었다면 관객 500명을 모으기 힘들었을 텐데 신해경, 아도이, 새소년 세 팀이 뭉쳐서 가능했어요. 합동 공연을 통해 인디 씬의 활력을 불어넣고, 서로의 팬들이 교집합이 되면서 “지금은 이런 팀들이 활동하는구나”하는 인식도 심어 줄 수 있었죠.
— 반응이 뜸했던 시기가 있었군요, 그럼 합동 공연 후 앨범이 역주행한 거예요?
주환: 네. 처음에 미러볼이랑 유통 계약을 했는데, 미러볼에서 제공하는 K-INDIE CHART에서 꽤 오랫동안 1등을 했어요. 덕분에 팬층이 두터워졌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ADOY 첫번째 EP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젝트를 개설해 팬들의 도움으로 초반의 앨범 제작 비용의 일부와 리워드를 준비할 수 있었어요.
(이미지 출처 @ADOY)
그리고 2018년에 《LOVE》라는 EP를 내면서 타이틀곡 <Wonder>가 많은 사랑을 받아 2,000석 정도 되는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9년 11월에 첫 정규 앨범인 《VIVID》를 발표했습니다. 국내 공연을 하는 중간에도 일본, 태국 밴드와 콜라보 공연도 하고, 태국, 대만, 일본,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투어를 다녀왔어요.
— 기세가 바로 이어졌네요, 해외 진출을 밴드 초반부터 고려하셨어요?
주환: 아무래도 한국의 홍대 씬에만 국한되면 리스너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초기부터 해외 팬을 고려해 ADOY의 곡 대부분을 영어 가사로 썼고, 그중에서도 활동 기반은 로컬(국내), 확장은 아시아 지역으로 생각했습니다.
— 보통 해외 진출을 생각하면 미국, 유럽 쪽을 떠올리던데 아시아 시장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주환: 미국, 영국을 다녀왔음에도 영미권 시장은 조금 장벽이 느껴졌어요. 물리적인 거리감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생각해보면 아시아 역시 큰 시장이거든요. 한국,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이렇게 4~5개의 나라가 위치적으로도 가까워 해외 투어를 올 때 벨트처럼 연결되기도 하고요. 자본금이 많지 않은 신생 밴드가 해외 진출 및 확장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 그러네요, 영미권 밴드가 아시아 투어를 먼저 하지 않듯이요. 2019년부터는 전세계가 팬데믹을 경험하게 되었잖아요. ADOY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주환: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팬데믹은 모두 처음이었으니까 많이 우왕좌왕하기도 했어요. 취소가 반복되면서 빠르게 온라인 공연을 잡으려고 움직였어요.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온라인 공연을 하기도 하고, 여러 문화재단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온라인 공연을 제안하면서 지원금으로 라이브도 찍었죠. 각종 온라인 공연을 합하면 15개 이상은 했을 거예요.
— 비대면 공연으로만 15개 이상이나요? 대안을 빠르게 만드셨네요. 공연 외 다른 돌파구도 있으셨나요?
(이미지 출처 @ADOY)
주환: 가만히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안 수익을 마련하려고 했어요. 예전에 발매된 음원의 카세트테이프나 바이닐을 재생산하고,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고요. 변수도 많고 타격이 큰 시기였지만 기민하게 움직인 덕에 돌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나아지기 시작한 2022년부터 미국과 아시아 투어를 다녀올 수 있었어요. 펜타포트,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레인보우, 렛츠락 등 그동안 주춤했던 국내 페스티벌도 재개됐고요.
독립 아티스트의
처음을 돕는 국내 지원사업
— ADOY가 역주행하기 전 초기 활동 비용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나요?
주환: CJ문화재단의 지원사업 중 튠업이라고, 선정되면 신규 음반과 뮤직비디오 제작에 도움을 받고, 유튜브 채널 ‘아지트 라이브'에도 출연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혜택이 많아서 독립 아티스트라면 꼭 주목하는 사업인데 ADOY가 튠업 출신이에요. LP 제작 지원금, 투어 시 항공료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어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도 있어요. 공공기관이다 보니 절차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예산도 큰 편이죠. 예술경영지원센터나 서울문화재단도 도움이 되었어요. 지원사업은 찾는 만큼 나오는 것 같아요. 각 단체에 맞는 시스템에 맞춰서 제안하고 보고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저희는 추가 지원 제안도 적극적으로 한 편이에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고, 이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적어 지원 가능 여부를 여쭙고, 지원 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정리해 문을 두드렸어요. 거절당한 것도 많지만요.
— 발굴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게 포인트네요.
주환: 그렇죠. 음악도 사업이니까. 니즈가 맞는다면 기획과 제안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통사에 뮤직비디오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요. 확보한 예산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유통사는 저희 음원을 유통하면서 이익을 얻었죠. 기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건 정부와는 또 달라요. 시너지 전략을 얼마나 잘 세우는지가 중요하죠.
공연도 공연이지만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내는 제안서마다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지만 일단 제안을 많이 보내고, 하나라도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게 초창기에는 중요했죠. 예산이 확보되어야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쉬우니까요. 공연의 컨디션, 공연의 퀄리티,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 지속하기 위해 경영적인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대목이네요.
주환: 밴드의 초반일수록 수에 밝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도 살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돈은 못 벌지?’ 생각하게 될 거예요. 동료나 팀원들에게도 미안한 소리를 계속 해야 하는 거죠. 그 고비를 잘 넘기고 싶었습니다. 지속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는 실천이 꼭 필요한 부분인 거죠.
국내외 포지셔닝과 확장을
돕는 협력 네트워크 구조
— ADOY의 협업 방식도 독특한데요. 멤버 외에도 다른 아티스트, 브랜드도 있고 해외 진출도 하시면서 유통 파트너도 계시더라고요. ADOY의 성장을 함께한 크루와 네트워크가 궁금해요.
주환: 팀 ADOY 내 멤버는 4명, 세션 1명으로 뮤지션은 총 5명이에요. 같이 일하는 크루들도 팀 ADOY로 통칭하는데 A&R, 음향, 조명, 헤어 메이크업, 뮤직비디오, 그리고 활동을 기록하는 영상팀으로 구성하고 있어요.
— 팀 구성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도 있으신가요?
주환: 항상 염원하던 크루가 바로 FOH에요. 무대나 음향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이고 2018년 펜타포트 페스티벌 때부터 항상 같이 다니고 있어요. 당시에는 인디밴드가 FOH와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지금도 많이 없을 거예요. 전문 음향팀이 모니터나 콘솔을 잡고 좋은 퀄리티의 무대를 하는 게 저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항상 일정한 모습을 좀 보여주는 게 프로라고 생각해요. 공연마다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함께 일하는 전문 크루, 스태프들의 도움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 퍼포먼스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크루나 외부 팀과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초기 팀이라면 비용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주환: 맞아요, 회사가 없다면 부담이 크죠. 저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도 ADOY를 좋게 보고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보면 장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협업이었던 것 같아요. ADOY가 잘 되면 스케줄이 계속 잡히고 크루들도 장기적으로 일을 예측해가며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 전에 서로 인간적인 유대감이 쌓여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 ADOY의 잠재력과 신뢰 관계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십이 된 셈이네요. 또, 옥승철(Aokizy) 작가와 앨범 커버를 만들거나 우원재, 죠지와 같은 뮤지션과 콜라보를 하기도 하셨어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 굿즈를 제작하시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는지, 어떻게 콜라보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주환: 뮤지션 콜라보는 피처링을 계기로 인연이 생기곤 해요. <Blanc>이라는 곡의 피처링을 죠지가 해주었고, 그 계기로 오존, 죠지와 ‘존죠아(오존, 죠지, 아도이)’라는 이름으로 왓챠 홀에서 합동 공연을 했던 것처럼요. 우원재 님도 <Porter>라는 곡의 피처링으로 만나게 되었구요. 아직 밝힐 순 없지만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일을 해본 경험이 ADOY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의류 사업을 해봤으니 굿즈를 만들 때도 수월했고, 커버나 굿즈 제작 관련 콜라보 역시 예전에 일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옥승철 작가가 ADOY 앨범 커버 이미지를 만들어줬고, CFC 전채리 대표가 ADOY 로고를 만들어줬어요.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초장기 ADOY만의 유니크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탄생할 수 있었죠.
— 정말 든든한 친구들이네요. 기억에 남는 브랜드 콜라보도 있으신가요?
주환: 무신사 테라스 에디션으로 티셔츠나 모자 굿즈를 만들고, HYM와 함께 앨범 커버 일러스트가 들어간 에디션 턴테이블을 제작한 게 기억에 남아요. 새 앨범을 내거나 큰 공연을 할 때마다 굿즈를 제작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들과 협업을 고려하게 되었어요. 5~6년 정도 했으니까 굿즈를 10번 정도 기획하고 제작한 거죠.
(이미지 출처 @ADOY)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우리와 결이 맞는지'였어요. 높은 개런티를 줄 때도 결이 맞지 않으면 최대한 조율하려고 했습니다. 무턱대고 진행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고, 강한 이질감이 들 테니까요. 공연도 마찬가지죠. 우리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행사를 가지 않는 것처럼 브랜드 콜라보도 동일하다고 봐요.
— 일을 하며 알게 된 친구들,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했네요. 해외의 파트너들은 어때요? ADOY의 해외로의 확장에 도움이 되었던 파트너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주환: 2018년 DMZ PEACE TRAIN 페스티벌에서 프로모터로 온 웨이닝을 만났어요. 앞서 말했듯이 저희는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벨트 형태로의 활동을 고려하고 있었기에 함께 일하게 되었죠. 웨이닝 덕분에 아시아의 여러 페스티벌과 공연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해외 프로모션은 웨이닝이 하고, 국내 일은 저희가 나눠 담당했습니다. 해외 프로모터가 있다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일들이 또 많이 있으므로 멤버 zee가 맡아서 어레인지 업무를 해요. 이러한 업무 방식 역시 ADOY의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 해외 유통사 얘기가 나온 김에 유통사와의 네트워크를 여쭤보고 싶어요. ADOY는 국내외 유통사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지 궁금해요.
주환: 보통은 한 유통사와 진행하곤 하죠, 그게 편하니까. 저희는 미러볼, 오차드, 카카오뮤직, CJ 등, 앨범마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여러 유통사와 계약을 진행했어요. 하지만 유통 계약할 때 회사마다 요율도 다르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달라 최대한 팀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하려고 시도했어요. 유통사를 국내, 해외로 나눠 계약하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은 어느 유통사가 가져가는가 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ADOY가 독립적으로
마케팅하는 방법
— ADOY는 ‘커머셜 인디'라는 호칭도 있듯이, 음악도 좋은데 주도적이고 전략적으로 마케팅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주환: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음악 관련 블로그나 기자, 평론가분들에게 콜드 메일과 함께 저희 음악을 많이 보냈어요. PR CD라고 앨범 나오면 방송국 관계자, 기자님에게 홍보차 드리는 것처럼요. 무시당할 때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일단 많이 보낼 수 있으면 많이 보냈습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웬만한 팀만큼 하려고 했죠.
마케팅이라면 SNS를 먼저 떠올릴 텐데 SNS 광고는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멤버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SNS 광고를 많이 돌리면 사람들도 피로감을 느낄 것 같아서요. 초반에는 앨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같이 팬들이 궁금해하고 좋아할 내용들을 블로그나 음원 사이트에 프로모션 했습니다.
— 광고 대신 스토리텔링을 선택한 거네요. ADOY의 성향에 맞게 채널을 고른 게 인상적이고요.
주환: 광고를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피로도가 적은 채널에,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있었죠. 채널은 아시다시피 대안이 많이 없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중에서 때에 따라서 비율을 조절했고요. 굳이 남들 다한다고 해서 ‘나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아티스트의 색깔, 팬들의 성향이 다르니까 불필요한 방법은 생략하고, 힘을 줄 곳에만 예산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앨범을 낼 때 오히려 마케팅보다 비주얼적인 뮤직비디오나 음향 퀄리티에 힘을 주는 게 나을 수도 있죠. 그게 입소문을 탈 수 있으니까요.
— 예산을 잘 배분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피로감을 주는 SNS 광고처럼 하지 않은 마케팅이 더 있으신가요?
주환: 결이 맞지 않는 브랜드 협업, 행사는 페이가 높아도 나가지 않아요. 방송 출연은 초반엔 지양했는데 이제는 제안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 있어요. 처음부터 ‘이건 하지 않아’라는 기준이 있기보다는 해보면서 조금씩 기준이 생긴 거죠. 해봤는데 굳이 안 해도 되는 방법은 이제 하지 않는 거고요. 처음엔 재지 않고 일단 했어요. 해봐야 경험의 데이터가 쌓이니까 처음일수록 ‘다 해본다’라는 정신이 중요한 것 같아요.
— SNS를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 편인데, 팬과 시장 반응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궁금해요.
주환: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멜론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의 데이터를 주로 봤어요. 태국이 제일 플레이 수가 많고, 그다음 홍콩, 싱가포르면 다음 해외 투어를 잡을 때 그 순서대로 정하거나 상세한 예산 분배 같은 걸 고려하는 식이에요. 또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을 정할 때나 뮤직비디오에서 힘을 줘야 하는지 아닌지를 논의할 때 반영하려고 해요.
또 ADOY의 포지셔닝을 잡을 때도 데이터를 항상 참고했어요. 항상 우리보다 조금 더 상위에 있는 팀을 찾고, 그들과 같이 일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시도했을 때 예상보다 데이터 반응이 좋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지 분석하기도 했고요. 그 부분을 보완해서 결과값을 올리려고 노력했어요.
— 그로스 마케팅의 정석이네요. 실무적인 팁만큼 중요한 것이 태도와 관점인 듯해요. 한 레이블의 대표,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주환님이 생각하는 비즈니스 성장에 대한 핵심 태도와 관점이 궁금합니다.
주환: 위에 언급했지만, 효과가 별로거나 과정이 힘들어도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해요. 뭐가 잘 될지 모르잖아요. 성공에 대한 완벽한 공식은 없는 것 같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잔뼈도 굵어지고 내실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계획해도 막상 활동하면 정말 여러 상황이 있거든요. 투어할 때 아직도 좌충우돌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수화물 이슈부터 공연장 사고까지 셀 수 없는 변수들을 예상할 수도 없고요. 일단 해가면서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하다 보면 ‘겨우 이런 것 때문에 못 해?’하면서 팀 내 단결력도 생기는 것 같고요.
처음에는 무조건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개선해 가죠. 시행착오를 경험하다 보면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때 지치지 않을 만한 열정이나, 에너지를 챙길 방법을 준비하는 게 오히려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경험으로 터득한 자기 기준이 생길 거예요.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게 잘 관리를 하는 것, 균형이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이제 막 적극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아티스트이지만 엔젤하우스의 대표이기도 한 주환님이 비즈니스 감각을 유지하고, 전개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환: 요즘은 아티스트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자체 수익 모델을 만들 기회와 시장도 커지는 것 같고요. 그래서 더욱 세상에 관심을 많이 두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과 귀를 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음악 산업백서를 매년 내는데 흐름을 파악하는 데 꽤 도움이 됐습니다. 음악 산업을 다루는 TMI.FM도 있죠. 내가 속한 산업에 대한 정보 동향에 관심을 두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류해야 해요. NFT가 뭐야?’라고 주변에 물어보지 말고 발 빠르게 공부하면서 돌파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해요. 관심가지고 보고 듣는 정보로 업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비즈니스로 연결하기도 하고요. 눈과 귀를 열고 세상에 관심을 두는거죠.
컨퍼런스에서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중요해요. 아시아 쪽은 특히 프로모터들이 잔다리 페스타나 뮤콘, DMZ PEACE TRAIN 페스티벌 등에 찾아오거든요. 그 안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키우면서 성장하는 거예요.
기업가형 밴드 ADOY의
글로벌 성장 지침서
상업적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본연의 개성과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차근차근 그러나 꾸준히 성장해온 커머셜 인디 밴드 아도이 (ADOY)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준다.
모델, 마케팅, 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루 활동하다
현재 독립 레이블 ANGEL HOUSE의 대표이자 ADOY 멤버로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해가는 오주환에게 ADOY의 성장 과정에 대해 들었다.
Interview | 손꼽힌, Editㅣ이송은미
밴드 AD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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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꼽힌 @kphnsohn
부티크 브랜딩 에이전시 Hearty Handy의 에이전트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미디어, 부동산, 정치, 블록체인, 대체육 등 대안적인 흐름을 만드는 회사들의 브랜드 전략 및 마케팅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 공간을 만나는 일을 좋아하며 음악이 없는 시간은 쉽게 따분해한다. 소규모 공연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정리: 이송은미 @miandwalk
매일 아침 일기를 쓰는 산책자. 심미적인 순간, 내면의 평화를 돕는 대상에 애정이 많다. 라이프스타일 숍의 콘텐츠 마케터로 근무하다 현재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이것저것 다하는 사람’으로 진화했다. 오랫동안 Inner Peace를 위한 음악을 수집하고 있으며, 현재는 월요병 퇴치에 도움이 되는 뉴스레터 <귀짤단>를 운영하고 있다.
관객 200명에서 2000명으로:
밴드 ADOY의 성장곡선
— 주환님, 안녕하세요! 태국 투어 중에도 시간내주셔서 감사해요. ADOY는 2017년 데뷔해 바로 인기를 얻으신거죠? 처음 팀을 시작하실 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주환: 하하, ADOY가 앨범으로는 2017년 5월에 첫 번째 EP 앨범 《CATNIP》을 발표했고요. 벨로주에서 첫 단독 공연을 했었어요. ADOY로 활동하기 전에 다른 팀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연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앨범 발매 이후 두세 달 정도 반응이 없었어요. 다음 공연은 어떻게 해야 반응이 좋을지 고민이 많았죠.
(이미지 출처 @ADOY)
그러던 중 시도했던 게 ASK라고 신해경, 아도이, 새소년 셋이서 벨로주, 브이홀에서 함께한 콜라보 공연이에요. 당시 저희와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을 모아 2회로 나눠서 공연했는데요. 단독 공연이었다면 관객 500명을 모으기 힘들었을 텐데 신해경, 아도이, 새소년 세 팀이 뭉쳐서 가능했어요. 합동 공연을 통해 인디 씬의 활력을 불어넣고, 서로의 팬들이 교집합이 되면서 “지금은 이런 팀들이 활동하는구나”하는 인식도 심어 줄 수 있었죠.
— 반응이 뜸했던 시기가 있었군요, 그럼 합동 공연 후 앨범이 역주행한 거예요?
주환: 네. 처음에 미러볼이랑 유통 계약을 했는데, 미러볼에서 제공하는 K-INDIE CHART에서 꽤 오랫동안 1등을 했어요. 덕분에 팬층이 두터워졌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ADOY 첫번째 EP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젝트를 개설해 팬들의 도움으로 초반의 앨범 제작 비용의 일부와 리워드를 준비할 수 있었어요.
(이미지 출처 @ADOY)
그리고 2018년에 《LOVE》라는 EP를 내면서 타이틀곡 <Wonder>가 많은 사랑을 받아 2,000석 정도 되는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9년 11월에 첫 정규 앨범인 《VIVID》를 발표했습니다. 국내 공연을 하는 중간에도 일본, 태국 밴드와 콜라보 공연도 하고, 태국, 대만, 일본,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투어를 다녀왔어요.
— 기세가 바로 이어졌네요, 해외 진출을 밴드 초반부터 고려하셨어요?
주환: 아무래도 한국의 홍대 씬에만 국한되면 리스너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초기부터 해외 팬을 고려해 ADOY의 곡 대부분을 영어 가사로 썼고, 그중에서도 활동 기반은 로컬(국내), 확장은 아시아 지역으로 생각했습니다.
— 보통 해외 진출을 생각하면 미국, 유럽 쪽을 떠올리던데 아시아 시장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주환: 미국, 영국을 다녀왔음에도 영미권 시장은 조금 장벽이 느껴졌어요. 물리적인 거리감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생각해보면 아시아 역시 큰 시장이거든요. 한국,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이렇게 4~5개의 나라가 위치적으로도 가까워 해외 투어를 올 때 벨트처럼 연결되기도 하고요. 자본금이 많지 않은 신생 밴드가 해외 진출 및 확장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 그러네요, 영미권 밴드가 아시아 투어를 먼저 하지 않듯이요. 2019년부터는 전세계가 팬데믹을 경험하게 되었잖아요. ADOY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주환: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팬데믹은 모두 처음이었으니까 많이 우왕좌왕하기도 했어요. 취소가 반복되면서 빠르게 온라인 공연을 잡으려고 움직였어요.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온라인 공연을 하기도 하고, 여러 문화재단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온라인 공연을 제안하면서 지원금으로 라이브도 찍었죠. 각종 온라인 공연을 합하면 15개 이상은 했을 거예요.
— 비대면 공연으로만 15개 이상이나요? 대안을 빠르게 만드셨네요. 공연 외 다른 돌파구도 있으셨나요?
(이미지 출처 @ADOY)
주환: 가만히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안 수익을 마련하려고 했어요. 예전에 발매된 음원의 카세트테이프나 바이닐을 재생산하고,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고요. 변수도 많고 타격이 큰 시기였지만 기민하게 움직인 덕에 돌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나아지기 시작한 2022년부터 미국과 아시아 투어를 다녀올 수 있었어요. 펜타포트,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레인보우, 렛츠락 등 그동안 주춤했던 국내 페스티벌도 재개됐고요.
독립 아티스트의 처음을 돕는
국내 지원사업
— ADOY가 역주행하기 전 초기 활동 비용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나요?
주환: CJ문화재단의 지원사업 중 튠업이라고, 선정되면 신규 음반과 뮤직비디오 제작에 도움을 받고, 유튜브 채널 ‘아지트 라이브'에도 출연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혜택이 많아서 독립 아티스트라면 꼭 주목하는 사업인데 ADOY가 튠업 출신이에요. LP 제작 지원금, 투어 시 항공료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어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도 있어요. 공공기관이다 보니 절차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예산도 큰 편이죠. 예술경영지원센터나 서울문화재단도 도움이 되었어요. 지원사업은 찾는 만큼 나오는 것 같아요. 각 단체에 맞는 시스템에 맞춰서 제안하고 보고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저희는 추가 지원 제안도 적극적으로 한 편이에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고, 이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적어 지원 가능 여부를 여쭙고, 지원 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정리해 문을 두드렸어요. 거절당한 것도 많지만요.
— 발굴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게 포인트네요.
주환: 그렇죠. 음악도 사업이니까. 니즈가 맞는다면 기획과 제안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통사에 뮤직비디오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요. 확보한 예산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유통사는 저희 음원을 유통하면서 이익을 얻었죠. 기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건 정부와는 또 달라요. 시너지 전략을 얼마나 잘 세우는지가 중요하죠.
공연도 공연이지만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내는 제안서마다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지만 일단 제안을 많이 보내고, 하나라도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게 초창기에는 중요했죠. 예산이 확보되어야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쉬우니까요. 공연의 컨디션, 공연의 퀄리티,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 지속하기 위해 경영적인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대목이네요.
주환: 밴드의 초반일수록 수에 밝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도 살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돈은 못 벌지?’ 생각하게 될 거예요. 동료나 팀원들에게도 미안한 소리를 계속 해야 하는 거죠. 그 고비를 잘 넘기고 싶었습니다. 지속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는 실천이 꼭 필요한 부분인 거죠.
국내외 포지셔닝과 확장을 돕는
협력 네트워크 구조
— ADOY의 협업 방식도 독특한데요. 멤버 외에도 다른 아티스트, 브랜드도 있고 해외 진출도 하시면서 유통 파트너도 계시더라고요. ADOY의 성장을 함께한 크루와 네트워크가 궁금해요.
주환: 팀 ADOY 내 멤버는 4명, 세션 1명으로 뮤지션은 총 5명이에요. 같이 일하는 크루들도 팀 ADOY로 통칭하는데 A&R, 음향, 조명, 헤어 메이크업, 뮤직비디오, 그리고 활동을 기록하는 영상팀으로 구성하고 있어요.
— 팀 구성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도 있으신가요?
주환: 항상 염원하던 크루가 바로 FOH에요. 무대나 음향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이고 2018년 펜타포트 페스티벌 때부터 항상 같이 다니고 있어요. 당시에는 인디밴드가 FOH와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지금도 많이 없을 거예요. 전문 음향팀이 모니터나 콘솔을 잡고 좋은 퀄리티의 무대를 하는 게 저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항상 일정한 모습을 좀 보여주는 게 프로라고 생각해요. 공연마다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함께 일하는 전문 크루, 스태프들의 도움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 퍼포먼스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크루나 외부 팀과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초기 팀이라면 비용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주환: 맞아요, 회사가 없다면 부담이 크죠. 저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도 ADOY를 좋게 보고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보면 장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협업이었던 것 같아요. ADOY가 잘 되면 스케줄이 계속 잡히고 크루들도 장기적으로 일을 예측해가며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 전에 서로 인간적인 유대감이 쌓여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 ADOY의 잠재력과 신뢰 관계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십이 된 셈이네요. 또, 옥승철(Aokizy) 작가와 앨범 커버를 만들거나 우원재, 죠지와 같은 뮤지션과 콜라보를 하기도 하셨어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 굿즈를 제작하시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는지, 어떻게 콜라보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주환: 뮤지션 콜라보는 피처링을 계기로 인연이 생기곤 해요. <Blanc>이라는 곡의 피처링을 죠지가 해주었고, 그 계기로 오존, 죠지와 ‘존죠아(오존, 죠지, 아도이)’라는 이름으로 왓챠 홀에서 합동 공연을 했던 것처럼요. 우원재 님도 <Porter>라는 곡의 피처링으로 만나게 되었구요. 아직 밝힐 순 없지만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일을 해본 경험이 ADOY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의류 사업을 해봤으니 굿즈를 만들 때도 수월했고, 커버나 굿즈 제작 관련 콜라보 역시 예전에 일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옥승철 작가가 ADOY 앨범 커버 이미지를 만들어줬고, CFC 전채리 대표가 ADOY 로고를 만들어줬어요.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초장기 ADOY만의 유니크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탄생할 수 있었죠.
— 정말 든든한 친구들이네요. 기억에 남는 브랜드 콜라보도 있으신가요?
주환: 무신사 테라스 에디션으로 티셔츠나 모자 굿즈를 만들고, HYM와 함께 앨범 커버 일러스트가 들어간 에디션 턴테이블을 제작한 게 기억에 남아요. 새 앨범을 내거나 큰 공연을 할 때마다 굿즈를 제작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들과 협업을 고려하게 되었어요. 5~6년 정도 했으니까 굿즈를 10번 정도 기획하고 제작한 거죠.
(이미지 출처 @ADOY)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우리와 결이 맞는지'였어요. 높은 개런티를 줄 때도 결이 맞지 않으면 최대한 조율하려고 했습니다. 무턱대고 진행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고, 강한 이질감이 들 테니까요. 공연도 마찬가지죠. 우리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행사를 가지 않는 것처럼 브랜드 콜라보도 동일하다고 봐요.
— 일을 하며 알게 된 친구들,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했네요. 해외의 파트너들은 어때요? ADOY의 해외로의 확장에 도움이 되었던 파트너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주환: 2018년 DMZ PEACE TRAIN 페스티벌에서 프로모터로 온 웨이닝을 만났어요. 앞서 말했듯이 저희는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벨트 형태로의 활동을 고려하고 있었기에 함께 일하게 되었죠. 웨이닝 덕분에 아시아의 여러 페스티벌과 공연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해외 프로모션은 웨이닝이 하고, 국내 일은 저희가 나눠 담당했습니다. 해외 프로모터가 있다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일들이 또 많이 있으므로 멤버 zee가 맡아서 어레인지 업무를 해요. 이러한 업무 방식 역시 ADOY의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 해외 유통사 얘기가 나온 김에 유통사와의 네트워크를 여쭤보고 싶어요. ADOY는 국내외 유통사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지 궁금해요.
주환: 보통은 한 유통사와 진행하곤 하죠, 그게 편하니까. 저희는 미러볼, 오차드, 카카오뮤직, CJ 등, 앨범마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여러 유통사와 계약을 진행했어요. 하지만 유통 계약할 때 회사마다 요율도 다르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달라 최대한 팀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하려고 시도했어요. 유통사를 국내, 해외로 나눠 계약하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은 어느 유통사가 가져가는가 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ADOY가 독립적으로 마케팅하는 방법
— ADOY는 ‘커머셜 인디'라는 호칭도 있듯이, 음악도 좋은데 주도적이고 전략적으로 마케팅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주환: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음악 관련 블로그나 기자, 평론가분들에게 콜드 메일과 함께 저희 음악을 많이 보냈어요. PR CD라고 앨범 나오면 방송국 관계자, 기자님에게 홍보차 드리는 것처럼요. 무시당할 때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일단 많이 보낼 수 있으면 많이 보냈습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웬만한 팀만큼 하려고 했죠.
마케팅이라면 SNS를 먼저 떠올릴 텐데 SNS 광고는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멤버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SNS 광고를 많이 돌리면 사람들도 피로감을 느낄 것 같아서요. 초반에는 앨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같이 팬들이 궁금해하고 좋아할 내용들을 블로그나 음원 사이트에 프로모션 했습니다.
— 광고 대신 스토리텔링을 선택한 거네요. ADOY의 성향에 맞게 채널을 고른 게 인상적이고요.
주환: 광고를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피로도가 적은 채널에,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있었죠. 채널은 아시다시피 대안이 많이 없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중에서 때에 따라서 비율을 조절했고요. 굳이 남들 다한다고 해서 ‘나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아티스트의 색깔, 팬들의 성향이 다르니까 불필요한 방법은 생략하고, 힘을 줄 곳에만 예산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앨범을 낼 때 오히려 마케팅보다 비주얼적인 뮤직비디오나 음향 퀄리티에 힘을 주는 게 나을 수도 있죠. 그게 입소문을 탈 수 있으니까요.
— 예산을 잘 배분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피로감을 주는 SNS 광고처럼 하지 않은 마케팅이 더 있으신가요?
주환: 결이 맞지 않는 브랜드 협업, 행사는 페이가 높아도 나가지 않아요. 방송 출연은 초반엔 지양했는데 이제는 제안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 있어요. 처음부터 ‘이건 하지 않아’라는 기준이 있기보다는 해보면서 조금씩 기준이 생긴 거죠. 해봤는데 굳이 안 해도 되는 방법은 이제 하지 않는 거고요. 처음엔 재지 않고 일단 했어요. 해봐야 경험의 데이터가 쌓이니까 처음일수록 ‘다 해본다’라는 정신이 중요한 것 같아요.
— SNS를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 편인데, 팬과 시장 반응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궁금해요.
주환: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멜론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의 데이터를 주로 봤어요. 태국이 제일 플레이 수가 많고, 그다음 홍콩, 싱가포르면 다음 해외 투어를 잡을 때 그 순서대로 정하거나 상세한 예산 분배 같은 걸 고려하는 식이에요. 또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을 정할 때나 뮤직비디오에서 힘을 줘야 하는지 아닌지를 논의할 때 반영하려고 해요.
또 ADOY의 포지셔닝을 잡을 때도 데이터를 항상 참고했어요. 항상 우리보다 조금 더 상위에 있는 팀을 찾고, 그들과 같이 일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시도했을 때 예상보다 데이터 반응이 좋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지 분석하기도 했고요. 그 부분을 보완해서 결과값을 올리려고 노력했어요.
— 그로스 마케팅의 정석이네요. 실무적인 팁만큼 중요한 것이 태도와 관점인 듯해요. 한 레이블의 대표,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주환님이 생각하는 비즈니스 성장에 대한 핵심 태도와 관점이 궁금합니다.
주환: 위에 언급했지만, 효과가 별로거나 과정이 힘들어도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해요. 뭐가 잘 될지 모르잖아요. 성공에 대한 완벽한 공식은 없는 것 같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잔뼈도 굵어지고 내실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계획해도 막상 활동하면 정말 여러 상황이 있거든요. 투어할 때 아직도 좌충우돌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수화물 이슈부터 공연장 사고까지 셀 수 없는 변수들을 예상할 수도 없고요. 일단 해가면서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하다 보면 ‘겨우 이런 것 때문에 못 해?’하면서 팀 내 단결력도 생기는 것 같고요.
처음에는 무조건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개선해 가죠. 시행착오를 경험하다 보면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때 지치지 않을 만한 열정이나, 에너지를 챙길 방법을 준비하는 게 오히려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경험으로 터득한 자기 기준이 생길 거예요.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게 잘 관리를 하는 것, 균형이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이제 막 적극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아티스트이지만 엔젤하우스의 대표이기도 한 주환님이 비즈니스 감각을 유지하고, 전개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환: 요즘은 아티스트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자체 수익 모델을 만들 기회와 시장도 커지는 것 같고요. 그래서 더욱 세상에 관심을 많이 두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과 귀를 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음악 산업백서를 매년 내는데 흐름을 파악하는 데 꽤 도움이 됐습니다. 음악 산업을 다루는 TMI.FM도 있죠. 내가 속한 산업에 대한 정보 동향에 관심을 두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류해야 해요. NFT가 뭐야?’라고 주변에 물어보지 말고 발 빠르게 공부하면서 돌파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해요. 관심가지고 보고 듣는 정보로 업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비즈니스로 연결하기도 하고요. 눈과 귀를 열고 세상에 관심을 두는거죠.
컨퍼런스에서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중요해요. 아시아 쪽은 특히 프로모터들이 잔다리 페스타나 뮤콘, DMZ PEACE TRAIN 페스티벌 등에 찾아오거든요. 그 안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키우면서 성장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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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