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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페스티벌:

부지런히 준비된, 모두를 위한 놀이터

ISSUE 3 - 06. INSIGHT

ㅡ 두분 안녕하세요.

지은, 지윤: 안녕하세요. 브랜드 미스치프 대표 서지은, 정지윤입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미스치프 웹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스투시(Stussy) 코리아를 이끌다가 지금은 브랜드 슈프림(Supreme)에 몸 담고 있는 백규희 디렉터 인터뷰 영상이 메인에 크게 띄워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대놓고 옷을 보여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쿨하다니요. 백규희 디렉터를 첫 인물로 소개한 미스치프의 새로운 프로젝트 PEGTIME(펙타임)은 어떤 건가요?

 

지은, 지윤: 그동안 미스치프에서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적이 없어요. 잡지나 유튜브 같은 걸 운영하면서 미디어로서도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는데 계속 바빠서 못하고 있었죠. 저희가 패션 외에 다른 데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하긴 했는데 꾸준하게 어떤 시리즈로 보여진 건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미스치프 유튜브 안에 이름을 단 채널이 하나 있으면 우리가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왜 이렇게 브랜드 운영을 하고 있는지 더 잘 설명이 될 것 같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ㅡ 백규희 디렉터가 두 분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또 비슷한 일을 하시잖아요. 업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는 입장에 있는 동료의 일상에 찾아가 보다 깊은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걸 보고, 두 대표님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올라온 것만 봤을 때는 인터뷰 시리즈인 것 같은데, 정해진 컨셉이 있는 건가요? 

 

지은, 지윤: 일단은 미스치프의 오랜 동료인 말립(maalib)과 미스치프 서지현 팀장님이 주축이 돼서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어요. 매번 다같이 의논해서 게스트를 정하고 있는데, 꼭 인터뷰 형식으로만 진행하지는 않을 거예요. 미스치프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호스트인 말립과 지승욱씨가 주체로서 함께 풀 수 있는 주제들을 여러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우선 저희가 주변 친구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그들의 일이 미스치프와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으니까 처음엔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첫 편이 나오게 됐어요. 다른 방식으로도 많이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본 인터뷰 이후 펙타임은 바밍타이거 홍찬희와 함께한 두번째 컨텐츠를 릴리즈했다. 링크

 

컨텐츠에 미스치프의 옷은 아예 드러나지 않네요.

 

지은, 지윤: 미스치프는 패션 브랜드다 보니까 아무래도 저희가 하고 싶은 여러 요소를 한 프로젝트에 녹아냈을 때 옷으로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봤을 때 결과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은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어떤 인물이 미스치프의 옷을 입고 이야기를 한다는 구상같은 거였지만, 결국에는 옷에 스포트라이트가 갔던 것 같아요. 

 

PEGTIME(펙타임)을 통해서는 주체가 옷과는 철저히 분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 화자인 말립과 지승욱씨만 봐도 우리와는 성격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미스치프에서 하는 채널이지만, 브랜드가 끼어들어 상업적인 의도가 많이 드러나는 내용이 아니라 컨텐츠 자체를 집중해서 보여주고 싶은 방향이에요. 이런 점에서 오랜만에 재밌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하셨던 프로젝트 얘기를 이어가 볼게요. 2월에 새로운 컬렉션이 나왔을 때 슬로건이 ‘2023 MSCHF ONLY’ 였어요. 단순한 슬로건이지만, 속에 담긴 의미가 더 있을 것 같았어요. 무슨 뜻인가요?  

 

지은, 지윤: 미스치프가 다른 패션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부각되는 점이 있다면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거예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어쨌든 저희 브랜드의 확실한 특징이거든요. 우리끼린 우리 둘이 미스치프한테 멱살을 잡혀서 끌려간다는 표현을 써요(웃음). 물론 미스치프를 만든 우리가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브랜드가 혼자 자가번식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만큼 지금까지 독자적인 힘만으로 브랜드를 운영했다는 자부심이 커요. 미스치프는 인디팬던트 브랜드라는 것, 그 점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ㅡ 패션 브랜드가 일년에 컬렉션 준비하는 거만 해도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초반부터 음악까지 같이 할 여유가 있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요.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도 있고요. 음악이 항상 우선순위에 있던 건가요? 

 

지은: 너무 감사하게도 초반에는 그런 부분에서 아티스트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앞서 언급한 아방가르드 박이나 진보님 같은 분들은 사실 그때도 이미 본인들의 작업을 너무 잘하고 있던 분들이어서 아마 저희가 페이를 많이 드린다고 했어도 마음에 안 들면 같이 안하셨을 분들이에요. 그때 재밌는 거 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해주신 거라 그게 되게 감사했어요. 비록 그 당시에 많이 챙겨 드리진 못했지만 다 같이 재밌게 했죠.

 

ㅡ 비교적 최근 프로젝트 중에 <SOOM> 얘기도 해볼게요. 개성 강한 세 아티스트가 각자 독립적으로 파트를 담당해서 만들어진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또 ‘일을 할 때에 서로의 행동이나 의향을 잘 알고 처리하여 나가다’라는 메인 메시지도 되게 와닿았거든요. 미스치프가 친구들과 이 정도로 합이 좋다는 걸 자신있게 말하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어요.

 

지은, 지윤: 처음에 이 컨셉을 제시한 건 미스치프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말립이었어요. 그래서 비트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고요. 숨이라는 주제가 미스치프와 어울린다고 말립씨가 얘기를 했어요. 이때 처음으로 그동안의 강한 메시징을 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좀 더 포용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숨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컨셉이잖아요. 숨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호흡을 맞추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요가로 비디오를 시작했고요.

“미스치프에서 만드는 음악은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느낌이든 멋있는 점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인디펜던트, 미스치프가 브랜드를 운영해 온 방식

ⒸMISCHIEF 제공. SOOM은 2022년 3월 미스치프의 컬렉션과 함께 공개된 프로젝트 음악/뮤직비디오이다. 미스치프 대표 서지은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총괄 기획을 맡았고 미스치프의 음악감독 말립이 총괄 프로듀서로 임하여 세 명의 뮤지션과 음악을 제작하였다. 4분 40초에 달하는 비디오는 SOOM1 과 SOOM2 두 가지 노래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SOOM1은 2021년 MAGO라는 곡으로 이미 호흡을 맞춰 온 림킴과 Y2K92의 지빈이 참여하였고 SOOM2는 아티스트 수민과 함께했다.

ㅡ <SOOM> 프로젝트도 역시 음악이 시작이었네요. 그런데 결국 미스치프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더라도 패션으로 풀어내야 하잖아요.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나요?

 

지은, 지윤: 음.. 사실 다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미스치프는 시즌 때마다 특별히 좁은 범위의 컨셉을 한 적도 없고, 해석도 다 열려있어요. 지금은 그래도 컬렉션 단위로 봤을 때 통일성이 있는 편인데 이전에는 우리 멋대로 해서 중구난방이었죠(웃음). 작업한 음악, 옷, 이런 것들을 다 모아놓으니까 이대로 미스치프가 되었고요. 의도하지 않아도 미스치프 자체가 저희 둘, 그리고 우리 주변과 연결되어 있어요. 다른 브랜드는 이렇게까지 아이덴티티가 동기화되어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저희는 영혼이 담겨있긴 해요. 그래서 특별한 과정을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요.

 

ㅡ 두분의 아이덴티티와 관심사가 섞여 자연스레 미스치프가 되었네요. 그래도 브랜드를 하시면서 욕심이 있으시다면, 미스치프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게 있나요?

 

지은: 그럼요. 저희는 상업적인 브랜드잖아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은 브랜드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걸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옷도 그렇고 음악 작업 한 것도 그렇고요. “우리는 이런 게 좋은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우린 이런게 좋고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한번 봐주세요!” 라는 식의 제스처를 계속 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해도 저희는 만족스러웠던 시즌은 단 한번도 없어요. 

 

지윤: 맞아요. 한번도 이번에는 좀 괜찮았다는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은: 저는 결국 브랜드가 조금 매니악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퀄리티가 엄청 좋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반드시 누군가의 취향은 아닐 수 있어도 누가 봐도 멋지다고 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요.

 

ㅡ 제가 느끼기에 미스치프는 그렇게 매니악하거나 진입 장벽이 높은 브랜드는 아닌 것 같아요. 대표님 두분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있고, 또 개성 강한 멋진 언니들이 입는 브랜드의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시도하기 어려운 옷도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 시선이지만, 오히려 컬렉션만 봤을 때는 대중적이라고도 느껴져요. 

 

지은,지윤: 그럼요, 저희 굉장히 단순해요.

 

지은: 저도 제가 너무 어려운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하지는 못했을 거 같은데, 저희 자체가 워낙 이지고잉해요. 쉽게 가고, 긍정적이고. 

 

지윤: 둘 다 심각한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은: 브랜드 이름을 (악의 없는)장난이라는 뜻의 미스치프(Mischief)로 정했을 때도 그 뜻이 저희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ㅡ 시작은 장난스러웠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에서 꾸준히 굵직한 메시지들을 던져 왔다는 게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행보에요. 그런 점에서 정말 서브컬쳐에 기반한 스트릿 브랜드 답고요. 저는 미스치프만큼 음악 하면 생각나는 해외의 패션 브랜드로는 좀 더 연차가 있는 호주의 P.A.M(perks and mini), 뮤직레이블에서 시작해 지금은 훌륭한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을 내는 독일의 public possession 등이 있어요. 세 브랜드 모두 음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다른 두 브랜드는 웹사이트 들어가보면 음악에 대한 선언 같은 것도 있더라고요. 거창할 수 있지만 그래도 미스치프에 음악적 사명이 있다면요? 

 

지은, 지윤: 음.. 저희가 정말 예전에는 힙합만 좋아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둘 다 고집이 없는 편이기도 해요. 디자인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가 변하고 저희도 계속 변하니까요. 우리끼리는 둘다 되게 쉽게 어디에 질리는 스타일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만큼 저흰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하게 많이 들어요.

 

ㅡ 그럼 다양성 내지는 유연함인가요? 

 

지은, 지윤: 네. 근데 미스치프에서 만드는 음악은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느낌이든 멋있는 점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밍숭맹숭한 거 별로 안좋아해요, 하하. 조용하고 정적인 음악이어도 카리스마가 있는. 한 단어로 얘기하면 강인함이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아요.

 

지윤: 또 옷만 봤을 때의 느낌이랑 음악이 함께 했을때 분위기는 엄청 다르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그 강인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죠.

 

지은: 음악과 함께 하는 작업이 옷에도 영향을 미치면 좋겠어요. 우리가 아무리 귀여운 실루엣의 옷을 만들어서 선보여도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을 때 사람들이 멋있다고 인식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ㅡ 음악 외에도 현대무용가 안은미 선생님과도 협업하시고, 브랜드 차원에서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를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시지만 다른 분야 자체에도 작업에 경계가 없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음악 외에 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지은, 지윤: Chat GPT 랑 미드저니요. 미드저니가 인공지능(AI)이 비주얼 크리에이팅을 하는 건데, 정말 신기해요. 예를 들어 키워드를 팀버튼으로 입력하고 그런 스타일로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놀라울 정도로 프로젝트를 바로 완성 해요. 그렇게 비디오도 만들고 음악도 만들 수 있죠. 이런 흐름이 모든 창작자들에게는 화두일 수밖에 없어요. 물론 AI도 아직 과도기고, 도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이 되는 것도 있어서 아직 위험한 부분도 있는데, 또 아주 흥미롭기도 해요. 저희는 이렇게 새로운 화두나 기술이 등장할 때 무조건 싫다는 건 없어요. 오히려 미스치프가 이런 걸 활용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죠. 다만 저희가 기계와 친하지는 않아서, 다른 팀원들이 먼저 많이 알려주는 편이에요. 

 

ㅡ 창작자로서 일차적으로는 위기감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작업을 해석하고 큐레이션하는 역할은 계속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은: 그게 희망적인 부분이죠. 어쨌든 저희가 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롤은 계속 필요할 거예요. 

 

ㅡ 미스치프에서 또 어떤 프로젝트를 선보이실지 기대가 됩니다. 패션 브랜드지만 경계 없는 미디어라고 할까요, 이제는 미스치프가 뭘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거 같아요.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지은: 저희가 그 고민을 진짜 많이 하는데, 한 분을 꼽자니 잘 모르겠어요. 지금 물어보시니까 든 생각인데, 인지도가 엄청 높은 분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은 저희가 친하고, 또 비슷한 씬 안에 있는 친구들과 협업을 많이 했잖아요. 저번에 안은미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는데요, 그런 것처럼 좀 신선하고 저희가 배울점이 엄청 많은, 저희보다 오랫동안 훨씬 뭘 많이 한 아티스트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윤: 혹시 떠오르시는 분 있으면 추천해주세요.(웃음)

ⒸMISCHIEF 제공. 2023 MSCHF ONLY: 2023년 2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2023 MSCHF ONLY 는 미스치프의 S/S 컬렉션을 첫 공개하는 퍼블릭 이벤트로 20여명의 모델이 참여한 LIVE LOOKBOOK이 메인 코너였다. 미스치프 온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인하우스로 기획, 진행된 행사인만큼 쇼의 음악을 비롯한 총괄 기획에 말립과 서지은 대표, 팀 미스치프가 함께 하였고 모델로 선 인물들도 미스치프와  여러번 작업을 함께한 아티스트, 뮤지션, 디자이너, DJ 등이 다수 포함되었다.

ㅡ 그동안 미스치프가 새로운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하면서도 미스치프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고 자부하신다는 인터뷰 답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어떻게 미스치프만의 색, 정체성을 지키는 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요? 

 

지은: 미스치프가 저희 자체여서 그런 거 같아요. 아직도 저희 둘이 실무의 아주 작은 단계까지 하고 있기도 하고요.

 

지윤: 직원을 많이 안 늘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계속 바쁘고, 예전만큼 창의적인 대화를 많이 할 시간이 없을 때도 있어요.

 

지은: 그래도 저희가 짬이..(웃음) 이제는 너무 오랜 세월을 지지고 볶아서 신기할 정도로 둘이 한몸이에요. 제가 뭘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지윤이 입에서 나오고, 그런 걸 한두번 겪은 게 아니에요. 둘이 진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 친구 사이가 아니었으면 길게 못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즐겁고 웃긴게 중요한데 이 친구가 엄청 웃기거든요.(웃음) 힘든 일이 있어도 그걸 웃음으로 승화해요. 안 그러면 진짜 너무 힘들기도 하고.  

 

지윤: 운이 좋은 것도 있어요. 적재적소에 좋은 사람이 주변에 항상 많았던 거 같아요. 이전에는 둘이 다 했다면 이제는 같이 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그 친구들도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고, 다 동기화가 잘 되어있으니까 큰 프로젝트 할 때 좋은 점이 크게 와닿아요.

 

지은: 네. 그래서 힘들긴 해도 아직까지는 좋아서 하는 거 같아요.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결과물들은 멋있고 강인한 것이라고 인식되면 좋겠어요

스낵 컬쳐와 오프라인 팝업이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미스치프의 행보는 유독 묵직하게 다가온다. 

패션 브랜드의 행보로는 쉽게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고, 그 결과물은 늘 멋지다.

 젊음, 롬버스 로고, 음악, 서브컬쳐, 두 여성 대표. 

미스치프 하면 곧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브랜드가 시작된 2010년부터 꾸준히 다져진 것들이다.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비슷한 두 친구가 만든 브랜드는 

이제 ‘MSCHF PRESENTS’ 라는 슬로건 하나로도 패션 뿐만 아니라

음악 및 다양한 서브컬쳐 신에 속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패션을 옷 그 자체로만 담지 않았던 미스치프만의 유연함이 자리잡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두 대표의 유연한 태도가

그 자체로 미스치프의 단단한 정체성이 되었다.

미스치프의 두 대표 서지은과 정지윤에게 패션과 음악, 미스치프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 김해인,  Edit | 김해인

미스치프(MISCHIEF) 서지은, 정지윤 대표

ⒸMISCHIEF 제공

스낵 컬쳐와 오프라인 팝업이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미스치프의 행보는 유독 묵직하게 다가온다. 패션 브랜드의 행보로는 쉽게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고, 그 결과물은 늘 멋지다. 젊음, 롬버스 로고, 음악, 서브컬쳐, 두 여성 대표. 미스치프 하면 곧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브랜드가 시작된 2010년부터 꾸준히 다져진 것들이다.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비슷한 두 친구가 만든 브랜드는 이제 ‘MSCHF PRESENTS’ 라는 슬로건 하나로도 패션 뿐만 아니라 음악 및 다양한 서브컬쳐 신에 속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패션을 옷 그 자체로만 담지 않았던 미스치프만의 유연함이 자리잡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두 대표의 유연한 태도가 그 자체로 미스치프의 단단한 정체성이 되었다. 미스치프의 두 대표 서지은과 정지윤에게 패션과 음악, 미스치프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김해인 haein@alpsinc.kr

광고대행사의 AE, 공연기획사의 프로모션 매니저, 그리고 IT 스타트업의 운영 PM 등을 거쳐  2023년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합류했다. 콘텐츠 기획, 마케팅을 담당한다.

독립적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지은: 아무래도 사업이다보니 자본이 중요하잖아요. 패션 비즈니스를 더 잘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본력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규모면에서 브랜드를 잘 키우시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처음과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많이 바뀌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어찌됐든 패션 업계에선 투자를 받아 브랜드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렇게 가지 않았고 그런 방식이 우리 둘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지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업적이지만, 무조건 그런 방향으로만 가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ㅡ 요즘은 자기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마련이 되어 있지 않나요? 미스치프가 벌써 13년이 넘은 브랜드가 되었는데요, 그동안 환경이 많이 변한 걸 보면 어떻게 느끼시나요?

 

지은: 일단은 부럽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까지가 브랜드라고 하면, 이제 의류는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게 완전히 가능한 시장이에요. 물론 저희도 어느 정도 커진 브랜드인 것 치고는 묶여 있는 게 많이 없는 편이지만 개인으로 하면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윤: 지금은 미스치프도 어엿한 회사가 되어서 딸린 식구들도 있고, 모두 우리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는 규모에요. 우리끼리는 프리랜서 처럼 일하는 요즘 친구들이 부럽다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그것도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을 거 같아요. 

 

ㅡ 그렇긴 하지만 결국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미스치프라는 브랜드는 다다르고 싶은 어떤 목표점이 아닐까요? 

 

지은: 그런가요, 하하. 생각해보면 저희도 비슷하긴 하네요. 친구끼리 놀듯이 시작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더 재밌게 할 수 있었고 커가면서는 시스템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근데 요즘엔 굳이 규모를 키우지 않아도 더 다양한 것들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분명 우리 딴에는 정해져 있는 길에서 벗어나 다르게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일을 펼칠 수 있는 방식이 굉장히 열려있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은 거죠.

 

지윤: 맞아요. 요즘은 규모감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한 것 같아요. 저희만 해도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패션 브랜드가 어떤 정도 이상의 규모는 되어야 성공하는 거라는 식의 압박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잘 없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ㅡ 미스치프는 음악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워요. 뮤지션들과 비교적 최근 진행하셨던 프로젝트 중에는 림킴(LIM KIM), 수민(SUMIN), y2k92의 지빈(JIBIN)과 함께 한 <SOOM>이 있고, 그 전에 림킴(LIM KIM)과 단독으로 함께 한 <MAGO(마고)>도 강렬했어요. 그냥 음원만 놓고 들어도 정말 좋은 음악들이 나왔어요. 이렇게 꾸준히 뮤지션들을 샷아웃하고 함께 작업하는 방식이 미스치프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지은: 저희가 어쨌든 옷을 만드는 걸로 브랜드를 시작한 거잖아요. 조금 모순적이기는 한데 우리는 패션을 하면서도 패션에 관심이 없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옷 자체에만 더 집중을 했다면 미학적으로 더 아름다운 옷들을 만들었겠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옷을 어떤 매개체라고 생각한 게 더 큰 것 같아요. 옷이라는 매개체에 이것 저것 살을  덧붙여서 문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더 흥미가 있었던 거죠.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지윤: 그래서 패션하는 사람들은 보통 주변에 패션 디자이너 친구들을 많이 두는데 저희는 패션 쪽으로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우리는 다 뮤지션, 디제이 친구들(웃음).

 

ㅡ 두분 모두 패션과 연관된 전공을 하신 게 아니었나요? 왜 패션 쪽 친구가 별로 없어요. 

 

지은: 저는 학교를 엉망진창 다녔어요. 맨날 밖에서 노느라 대학 친구들과 교류도 잘 못했고요. 

 

지윤: 둘이 항상 놀러다니기 바빴죠. 

 

지은, 지윤: 그때 한창 360 사운즈(360 sounds)에서 하는 파티가 많았어서 거기 많이 놀러 다녔어요. 둘 다 술은 잘 못마시는데 파티에서 음악듣고 춤추는 건 정말 좋아해요. 둘이 앞쪽에서 놀고 있으면 주변에서 다들 취한 줄 알죠. 어쨌든 그때 만난 사람들이랑 지금까지도 거대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 뮤지션들도 많다보니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요. 

 

ㅡ 그럼 두 분은 어릴 때부터 같이 음악 들으면서 친해지신 거예요? 

 

지은, 지윤: 네. 중학교때부터 둘이 친구고 주변에 다른 친구들도 많긴 한데, 둘이 특히 취향이 비슷해서 지금 일을 같이 하게된 것 같아요. 음악도 다들 다른 장르 들을 때 우리 둘만 힙합 좋아하고 그랬죠(웃음). 서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비슷했고, 음악으로 영향을 많이 주고 받았어요.

 

지윤: 사실 음악에 얽힌 좀 슬픈 얘기가 있는데요…(웃음) 

 

지은: 슬프게도 저희 둘다 뮤지션의 길을 걷기에는 재능이 없었어요. 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릴 때 좋아하다 보면 금방 알잖아요. 

 

지윤: 그래서 나중에 생각한 게 우리는 패션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걸 매개체로 음악을 서포트하는 그런 역할을 해야되겠다. 대충 이런 거였죠, 하하.  

 

ㅡ 이렇게 훌륭하고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니요! 그러면 브랜드 초반부터 계속 음악 작업이 있던 건가요? 미스치프에서 음악으로 작업을 한 게 언제가 처음이에요?

 

지은, 지윤: 처음에 미스치프 타이틀로 음악을 만든 게 아방가르드박(Avantgarde Vak)과의 작업이었어요. 90년대 사운드를 엄청 좋아하셔서 지금까지 계속 한 길만 파는 아티스트인데요. 초반에 웹사이트 들어가면 음악이 나오는 걸 하고 싶었어서 거기에 들어가는 음악을 의뢰드린 게 시작이었어요. 이후에 좀 더 제대로 한 거는 진보씨랑 같이 음악 만든거였어요. 그때는 참 아무것도 몰랐는데 진보 오빠 작업실 찾아가서 막 이게 나을 것 같다, 저게 나을 것 같다 괜히 어쭙잖은 디렉션을 드리고 그랬죠(웃음).

ⒸMISCHIEF 제공

AUDREY NUNA와 함께 하는 미스치프의 2023년도 마지막 프로젝트. 

출처: MISCHIEF 인스타그램

ㅡ 두분 안녕하세요.

지은, 지윤: 안녕하세요. 브랜드 미스치프 대표 서지은, 정지윤입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미스치프 웹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스투시(Stussy) 코리아를 이끌다가 지금은 브랜드 슈프림(Supreme)에 몸 담고 있는 백규희 디렉터 인터뷰 영상이 메인에 크게 띄워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대놓고 옷을 보여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쿨하다니요. 백규희 디렉터를 첫 인물로 소개한 미스치프의 새로운 프로젝트 PEGTIME(펙타임)은 어떤 건가요?

 

지은, 지윤: 그동안 미스치프에서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적이 없어요. 잡지나 유튜브 같은 걸 운영하면서 미디어로서도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는데 계속 바빠서 못하고 있었죠. 저희가 패션 외에 다른 데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하긴 했는데 꾸준하게 어떤 시리즈로 보여진 건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미스치프 유튜브 안에 이름을 단 채널이 하나 있으면 우리가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왜 이렇게 브랜드 운영을 하고 있는지 더 잘 설명이 될 것 같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ㅡ 백규희 디렉터가 두 분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또 비슷한 일을 하시잖아요. 업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는 입장에 있는 동료의 일상에 찾아가 보다 깊은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걸 보고, 두 대표님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올라온 것만 봤을 때는 인터뷰 시리즈인 것 같은데, 정해진 컨셉이 있는 건가요? 

 

지은, 지윤: 일단은 미스치프의 오랜 동료인 말립(maalib)과 미스치프 서지현 팀장님이 주축이 돼서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어요. 매번 다같이 의논해서 게스트를 정하고 있는데, 꼭 인터뷰 형식으로만 진행하지는 않을 거예요. 미스치프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호스트인 말립과 지승욱씨가 주체로서 함께 풀 수 있는 주제들을 여러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우선 저희가 주변 친구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그들의 일이 미스치프와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으니까 처음엔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첫 편이 나오게 됐어요. 다른 방식으로도 많이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본 인터뷰 이후 펙타임은 바밍타이거 홍찬희와 함께한 두번째 컨텐츠를 릴리즈했다. 링크

 

컨텐츠에 미스치프의 옷은 아예 드러나지 않네요.

 

지은, 지윤: 미스치프는 패션 브랜드다 보니까 아무래도 저희가 하고 싶은 여러 요소를 한 프로젝트에 녹아냈을 때 옷으로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봤을 때 결과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은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어떤 인물이 미스치프의 옷을 입고 이야기를 한다는 구상같은 거였지만, 결국에는 옷에 스포트라이트가 갔던 것 같아요. 

 

PEGTIME(펙타임)을 통해서는 주체가 옷과는 철저히 분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 화자인 말립과 지승욱씨만 봐도 우리와는 성격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미스치프에서 하는 채널이지만, 브랜드가 끼어들어 상업적인 의도가 많이 드러나는 내용이 아니라 컨텐츠 자체를 집중해서 보여주고 싶은 방향이에요. 이런 점에서 오랜만에 재밌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하셨던 프로젝트 얘기를 이어가 볼게요. 2월에 새로운 컬렉션이 나왔을 때 슬로건이 ‘2023 MSCHF ONLY’ 였어요. 단순한 슬로건이지만, 속에 담긴 의미가 더 있을 것 같았어요. 무슨 뜻인가요?  

 

지은, 지윤: 미스치프가 다른 패션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부각되는 점이 있다면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거예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어쨌든 저희 브랜드의 확실한 특징이거든요. 우리끼린 우리 둘이 미스치프한테 멱살을 잡혀서 끌려간다는 표현을 써요(웃음). 물론 미스치프를 만든 우리가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브랜드가 혼자 자가번식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만큼 지금까지 독자적인 힘만으로 브랜드를 운영했다는 자부심이 커요. 미스치프는 인디팬던트 브랜드라는 것, 그 점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ㅡ 패션 브랜드가 일년에 컬렉션 준비하는 거만 해도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초반부터 음악까지 같이 할 여유가 있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요.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도 있고요. 음악이 항상 우선순위에 있던 건가요? 

 

지은: 너무 감사하게도 초반에는 그런 부분에서 아티스트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앞서 언급한 아방가르드 박이나 진보님 같은 분들은 사실 그때도 이미 본인들의 작업을 너무 잘하고 있던 분들이어서 아마 저희가 페이를 많이 드린다고 했어도 마음에 안 들면 같이 안하셨을 분들이에요. 그때 재밌는 거 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해주신 거라 그게 되게 감사했어요. 비록 그 당시에 많이 챙겨 드리진 못했지만 다 같이 재밌게 했죠.

 

ㅡ 비교적 최근 프로젝트 중에 <SOOM> 얘기도 해볼게요. 개성 강한 세 아티스트가 각자 독립적으로 파트를 담당해서 만들어진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또 ‘일을 할 때에 서로의 행동이나 의향을 잘 알고 처리하여 나가다’라는 메인 메시지도 되게 와닿았거든요. 미스치프가 친구들과 이 정도로 합이 좋다는 걸 자신있게 말하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어요.

 

지은, 지윤: 처음에 이 컨셉을 제시한 건 미스치프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말립이었어요. 그래서 비트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고요. 숨이라는 주제가 미스치프와 어울린다고 말립씨가 얘기를 했어요. 이때 처음으로 그동안의 강한 메시징을 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좀 더 포용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숨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컨셉이잖아요. 숨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호흡을 맞추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요가로 비디오를 시작했고요.

“미스치프에서 만드는 음악은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느낌이든 멋있는 점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인디펜던트, 미스치프가 브랜드를 운영해 온 방식

ⒸMISCHIEF 제공. SOOM은 2022년 3월 미스치프의 컬렉션과 함께 공개된 프로젝트 음악/뮤직비디오이다. 미스치프 대표 서지은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총괄 기획을 맡았고 미스치프의 음악감독 말립이 총괄 프로듀서로 임하여 세 명의 뮤지션과 음악을 제작하였다. 4분 40초에 달하는 비디오는 SOOM1 과 SOOM2 두 가지 노래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SOOM1은 2021년 MAGO라는 곡으로 이미 호흡을 맞춰 온 림킴과 Y2K92의 지빈이 참여하였고 SOOM2는 아티스트 수민과 함께했다.

ㅡ <SOOM> 프로젝트도 역시 음악이 시작이었네요. 그런데 결국 미스치프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더라도 패션으로 풀어내야 하잖아요.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나요?

 

지은, 지윤: 음.. 사실 다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미스치프는 시즌 때마다 특별히 좁은 범위의 컨셉을 한 적도 없고, 해석도 다 열려있어요. 지금은 그래도 컬렉션 단위로 봤을 때 통일성이 있는 편인데 이전에는 우리 멋대로 해서 중구난방이었죠(웃음). 작업한 음악, 옷, 이런 것들을 다 모아놓으니까 이대로 미스치프가 되었고요. 의도하지 않아도 미스치프 자체가 저희 둘, 그리고 우리 주변과 연결되어 있어요. 다른 브랜드는 이렇게까지 아이덴티티가 동기화되어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저희는 영혼이 담겨있긴 해요. 그래서 특별한 과정을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요.

 

ㅡ 두분의 아이덴티티와 관심사가 섞여 자연스레 미스치프가 되었네요. 그래도 브랜드를 하시면서 욕심이 있으시다면, 미스치프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게 있나요?

 

지은: 그럼요. 저희는 상업적인 브랜드잖아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은 브랜드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걸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옷도 그렇고 음악 작업 한 것도 그렇고요. “우리는 이런 게 좋은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우린 이런게 좋고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한번 봐주세요!” 라는 식의 제스처를 계속 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해도 저희는 만족스러웠던 시즌은 단 한번도 없어요. 

 

지윤: 맞아요. 한번도 이번에는 좀 괜찮았다는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은: 저는 결국 브랜드가 조금 매니악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퀄리티가 엄청 좋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반드시 누군가의 취향은 아닐 수 있어도 누가 봐도 멋지다고 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요.

 

ㅡ 제가 느끼기에 미스치프는 그렇게 매니악하거나 진입 장벽이 높은 브랜드는 아닌 것 같아요. 대표님 두분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있고, 또 개성 강한 멋진 언니들이 입는 브랜드의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시도하기 어려운 옷도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 시선이지만, 오히려 컬렉션만 봤을 때는 대중적이라고도 느껴져요. 

 

지은,지윤: 그럼요, 저희 굉장히 단순해요.

 

지은: 저도 제가 너무 어려운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하지는 못했을 거 같은데, 저희 자체가 워낙 이지고잉해요. 쉽게 가고, 긍정적이고. 

 

지윤: 둘 다 심각한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은: 브랜드 이름을 (악의 없는)장난이라는 뜻의 미스치프(Mischief)로 정했을 때도 그 뜻이 저희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ㅡ 시작은 장난스러웠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에서 꾸준히 굵직한 메시지들을 던져 왔다는 게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행보에요. 그런 점에서 정말 서브컬쳐에 기반한 스트릿 브랜드 답고요. 저는 미스치프만큼 음악 하면 생각나는 해외의 패션 브랜드로는 좀 더 연차가 있는 호주의 P.A.M(perks and mini), 뮤직레이블에서 시작해 지금은 훌륭한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을 내는 독일의 public possession 등이 있어요. 세 브랜드 모두 음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다른 두 브랜드는 웹사이트 들어가보면 음악에 대한 선언 같은 것도 있더라고요. 거창할 수 있지만 그래도 미스치프에 음악적 사명이 있다면요? 

 

지은, 지윤: 음.. 저희가 정말 예전에는 힙합만 좋아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둘 다 고집이 없는 편이기도 해요. 디자인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가 변하고 저희도 계속 변하니까요. 우리끼리는 둘다 되게 쉽게 어디에 질리는 스타일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만큼 저흰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하게 많이 들어요.

 

ㅡ 그럼 다양성 내지는 유연함인가요? 

 

지은, 지윤: 네. 근데 미스치프에서 만드는 음악은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느낌이든 멋있는 점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밍숭맹숭한 거 별로 안좋아해요, 하하. 조용하고 정적인 음악이어도 카리스마가 있는. 한 단어로 얘기하면 강인함이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아요.

 

지윤: 또 옷만 봤을 때의 느낌이랑 음악이 함께 했을때 분위기는 엄청 다르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그 강인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죠.

 

지은: 음악과 함께 하는 작업이 옷에도 영향을 미치면 좋겠어요. 우리가 아무리 귀여운 실루엣의 옷을 만들어서 선보여도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을 때 사람들이 멋있다고 인식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ㅡ 음악 외에도 현대무용가 안은미 선생님과도 협업하시고, 브랜드 차원에서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를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시지만 다른 분야 자체에도 작업에 경계가 없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음악 외에 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지은, 지윤: Chat GPT 랑 미드저니요. 미드저니가 인공지능(AI)이 비주얼 크리에이팅을 하는 건데, 정말 신기해요. 예를 들어 키워드를 팀버튼으로 입력하고 그런 스타일로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놀라울 정도로 프로젝트를 바로 완성 해요. 그렇게 비디오도 만들고 음악도 만들 수 있죠. 이런 흐름이 모든 창작자들에게는 화두일 수밖에 없어요. 물론 AI도 아직 과도기고, 도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이 되는 것도 있어서 아직 위험한 부분도 있는데, 또 아주 흥미롭기도 해요. 저희는 이렇게 새로운 화두나 기술이 등장할 때 무조건 싫다는 건 없어요. 오히려 미스치프가 이런 걸 활용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죠. 다만 저희가 기계와 친하지는 않아서, 다른 팀원들이 먼저 많이 알려주는 편이에요. 

 

ㅡ 창작자로서 일차적으로는 위기감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작업을 해석하고 큐레이션하는 역할은 계속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은: 그게 희망적인 부분이죠. 어쨌든 저희가 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롤은 계속 필요할 거예요. 

 

ㅡ 미스치프에서 또 어떤 프로젝트를 선보이실지 기대가 됩니다. 패션 브랜드지만 경계 없는 미디어라고 할까요, 이제는 미스치프가 뭘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거 같아요.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지은: 저희가 그 고민을 진짜 많이 하는데, 한 분을 꼽자니 잘 모르겠어요. 지금 물어보시니까 든 생각인데, 인지도가 엄청 높은 분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은 저희가 친하고, 또 비슷한 씬 안에 있는 친구들과 협업을 많이 했잖아요. 저번에 안은미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는데요, 그런 것처럼 좀 신선하고 저희가 배울점이 엄청 많은, 저희보다 오랫동안 훨씬 뭘 많이 한 아티스트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윤: 혹시 떠오르시는 분 있으면 추천해주세요.(웃음)

ⒸMISCHIEF 제공. 2023 MSCHF ONLY: 2023년 2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2023 MSCHF ONLY 는 미스치프의 S/S 컬렉션을 첫 공개하는 퍼블릭 이벤트로 20여명의 모델이 참여한 LIVE LOOKBOOK이 메인 코너였다. 미스치프 온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인하우스로 기획, 진행된 행사인만큼 쇼의 음악을 비롯한 총괄 기획에 말립과 서지은 대표, 팀 미스치프가 함께 하였고 모델로 선 인물들도 미스치프와  여러번 작업을 함께한 아티스트, 뮤지션, 디자이너, DJ 등이 다수 포함되었다.

ㅡ 그동안 미스치프가 새로운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하면서도 미스치프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고 자부하신다는 인터뷰 답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어떻게 미스치프만의 색, 정체성을 지키는 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요? 

 

지은: 미스치프가 저희 자체여서 그런 거 같아요. 아직도 저희 둘이 실무의 아주 작은 단계까지 하고 있기도 하고요.

 

지윤: 직원을 많이 안 늘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계속 바쁘고, 예전만큼 창의적인 대화를 많이 할 시간이 없을 때도 있어요.

 

지은: 그래도 저희가 짬이..(웃음) 이제는 너무 오랜 세월을 지지고 볶아서 신기할 정도로 둘이 한몸이에요. 제가 뭘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지윤이 입에서 나오고, 그런 걸 한두번 겪은 게 아니에요. 둘이 진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 친구 사이가 아니었으면 길게 못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즐겁고 웃긴게 중요한데 이 친구가 엄청 웃기거든요.(웃음) 힘든 일이 있어도 그걸 웃음으로 승화해요. 안 그러면 진짜 너무 힘들기도 하고.  

 

지윤: 운이 좋은 것도 있어요. 적재적소에 좋은 사람이 주변에 항상 많았던 거 같아요. 이전에는 둘이 다 했다면 이제는 같이 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그 친구들도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고, 다 동기화가 잘 되어있으니까 큰 프로젝트 할 때 좋은 점이 크게 와닿아요.

 

지은: 네. 그래서 힘들긴 해도 아직까지는 좋아서 하는 거 같아요.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결과물들은 멋있고 강인한 것이라고 인식되면 좋겠어요

스낵 컬쳐와 오프라인 팝업이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미스치프의 행보는 유독 묵직하게 다가온다. 

패션 브랜드의 행보로는 쉽게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고, 그 결과물은 늘 멋지다.

 젊음, 롬버스 로고, 음악, 서브컬쳐, 두 여성 대표. 

미스치프 하면 곧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브랜드가 시작된 2010년부터 꾸준히 다져진 것들이다.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비슷한 두 친구가 만든 브랜드는 

이제 ‘MSCHF PRESENTS’ 라는 슬로건 하나로도 패션 뿐만 아니라

음악 및 다양한 서브컬쳐 신에 속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패션을 옷 그 자체로만 담지 않았던 미스치프만의 유연함이 자리잡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두 대표의 유연한 태도가

그 자체로 미스치프의 단단한 정체성이 되었다.

미스치프의 두 대표 서지은과 정지윤에게 패션과 음악, 미스치프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 김해인,  Edit | 김해인

미스치프(MISCHIEF) 서지은, 정지윤 대표

ⒸMISCHIE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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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3 - 06. INSIGHT

조이랜드 페스티벌:

부지런히 준비된, 모두를 위한 놀이터

김해인 haein@alpsinc.kr

광고대행사의 AE, 공연기획사의 프로모션 매니저, 그리고 IT 스타트업의 운영 PM 등을 거쳐  2023년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합류했다. 콘텐츠 기획, 마케팅을 담당한다.

독립적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지은: 아무래도 사업이다보니 자본이 중요하잖아요. 패션 비즈니스를 더 잘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본력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규모면에서 브랜드를 잘 키우시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처음과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많이 바뀌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어찌됐든 패션 업계에선 투자를 받아 브랜드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렇게 가지 않았고 그런 방식이 우리 둘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지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업적이지만, 무조건 그런 방향으로만 가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ㅡ 요즘은 자기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마련이 되어 있지 않나요? 미스치프가 벌써 13년이 넘은 브랜드가 되었는데요, 그동안 환경이 많이 변한 걸 보면 어떻게 느끼시나요?

 

지은: 일단은 부럽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까지가 브랜드라고 하면, 이제 의류는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게 완전히 가능한 시장이에요. 물론 저희도 어느 정도 커진 브랜드인 것 치고는 묶여 있는 게 많이 없는 편이지만 개인으로 하면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윤: 지금은 미스치프도 어엿한 회사가 되어서 딸린 식구들도 있고, 모두 우리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는 규모에요. 우리끼리는 프리랜서 처럼 일하는 요즘 친구들이 부럽다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그것도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을 거 같아요. 

 

ㅡ 그렇긴 하지만 결국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미스치프라는 브랜드는 다다르고 싶은 어떤 목표점이 아닐까요? 

 

지은: 그런가요, 하하. 생각해보면 저희도 비슷하긴 하네요. 친구끼리 놀듯이 시작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더 재밌게 할 수 있었고 커가면서는 시스템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근데 요즘엔 굳이 규모를 키우지 않아도 더 다양한 것들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분명 우리 딴에는 정해져 있는 길에서 벗어나 다르게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일을 펼칠 수 있는 방식이 굉장히 열려있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은 거죠.

 

지윤: 맞아요. 요즘은 규모감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한 것 같아요. 저희만 해도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패션 브랜드가 어떤 정도 이상의 규모는 되어야 성공하는 거라는 식의 압박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잘 없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ㅡ 미스치프는 음악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워요. 뮤지션들과 비교적 최근 진행하셨던 프로젝트 중에는 림킴(LIM KIM), 수민(SUMIN), y2k92의 지빈(JIBIN)과 함께 한 <SOOM>이 있고, 그 전에 림킴(LIM KIM)과 단독으로 함께 한 <MAGO(마고)>도 강렬했어요. 그냥 음원만 놓고 들어도 정말 좋은 음악들이 나왔어요. 이렇게 꾸준히 뮤지션들을 샷아웃하고 함께 작업하는 방식이 미스치프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지은: 저희가 어쨌든 옷을 만드는 걸로 브랜드를 시작한 거잖아요. 조금 모순적이기는 한데 우리는 패션을 하면서도 패션에 관심이 없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옷 자체에만 더 집중을 했다면 미학적으로 더 아름다운 옷들을 만들었겠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옷을 어떤 매개체라고 생각한 게 더 큰 것 같아요. 옷이라는 매개체에 이것 저것 살을  덧붙여서 문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더 흥미가 있었던 거죠.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지윤: 그래서 패션하는 사람들은 보통 주변에 패션 디자이너 친구들을 많이 두는데 저희는 패션 쪽으로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우리는 다 뮤지션, 디제이 친구들(웃음).

 

ㅡ 두분 모두 패션과 연관된 전공을 하신 게 아니었나요? 왜 패션 쪽 친구가 별로 없어요. 

 

지은: 저는 학교를 엉망진창 다녔어요. 맨날 밖에서 노느라 대학 친구들과 교류도 잘 못했고요. 

 

지윤: 둘이 항상 놀러다니기 바빴죠. 

 

지은, 지윤: 그때 한창 360 사운즈(360 sounds)에서 하는 파티가 많았어서 거기 많이 놀러 다녔어요. 둘 다 술은 잘 못마시는데 파티에서 음악듣고 춤추는 건 정말 좋아해요. 둘이 앞쪽에서 놀고 있으면 주변에서 다들 취한 줄 알죠. 어쨌든 그때 만난 사람들이랑 지금까지도 거대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 뮤지션들도 많다보니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요. 

 

ㅡ 그럼 두 분은 어릴 때부터 같이 음악 들으면서 친해지신 거예요? 

 

지은, 지윤: 네. 중학교때부터 둘이 친구고 주변에 다른 친구들도 많긴 한데, 둘이 특히 취향이 비슷해서 지금 일을 같이 하게된 것 같아요. 음악도 다들 다른 장르 들을 때 우리 둘만 힙합 좋아하고 그랬죠(웃음). 서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비슷했고, 음악으로 영향을 많이 주고 받았어요.

 

지윤: 사실 음악에 얽힌 좀 슬픈 얘기가 있는데요…(웃음) 

 

지은: 슬프게도 저희 둘다 뮤지션의 길을 걷기에는 재능이 없었어요. 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릴 때 좋아하다 보면 금방 알잖아요. 

 

지윤: 그래서 나중에 생각한 게 우리는 패션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걸 매개체로 음악을 서포트하는 그런 역할을 해야되겠다. 대충 이런 거였죠, 하하.  

 

ㅡ 이렇게 훌륭하고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니요! 그러면 브랜드 초반부터 계속 음악 작업이 있던 건가요? 미스치프에서 음악으로 작업을 한 게 언제가 처음이에요?

 

지은, 지윤: 처음에 미스치프 타이틀로 음악을 만든 게 아방가르드박(Avantgarde Vak)과의 작업이었어요. 90년대 사운드를 엄청 좋아하셔서 지금까지 계속 한 길만 파는 아티스트인데요. 초반에 웹사이트 들어가면 음악이 나오는 걸 하고 싶었어서 거기에 들어가는 음악을 의뢰드린 게 시작이었어요. 이후에 좀 더 제대로 한 거는 진보씨랑 같이 음악 만든거였어요. 그때는 참 아무것도 몰랐는데 진보 오빠 작업실 찾아가서 막 이게 나을 것 같다, 저게 나을 것 같다 괜히 어쭙잖은 디렉션을 드리고 그랬죠(웃음).

ⒸMISCHIEF 제공

AUDREY NUNA와 함께 하는 미스치프의 2023년도 마지막 프로젝트. 

출처: MISCHIEF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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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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