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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USH가 페스티벌에서

함께 씻는 캠페인을 만든 이유

올해 LUSH는 통상적인 PPL이나 스폰서십 대신, 국내 페스티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화장실 환경 개선(일명 ‘프레쉬 워시룸’)을 중점적으로 샤워 바, 게임 이벤트 등 선도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며 화제가 되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과 처음 구상하여 해당 캠페인을 런칭한 LUSH는 이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까지 참여하며 올해 한국 페스티벌의 MVP로 각인되었다.


LUSH가 움직이자 관객들의 페스티벌 경험은 쾌적해졌으며, LUSHER(‘러쉬의 스태프’를 이르는 말)들의 참여형 활동은 관객들과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러쉬코리아 YUZU(전하나 팀장)에게 LUSH가 올해 음악 페스티벌과 함께한 이유와 과정, 현장에서 통하는 LUSH만의 솔직하고 즐거운 커뮤니케이션 비결을 들어보았다.


Interview · Edit | 박도현

러쉬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전하나 팀장 인터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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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들의 위기,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답이 될 수 있을까

ISSUE6 05.INSIGHT

박도현 dora@alpsinc.kr

(주)알프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운영 전반을 담당하며, 프로젝트의 지식·정보화, 티켓 매니지먼트, 관객 경험을 디자인한다.

캠페인의 시작 - LUSH와 DMZ 피스트레인의 만남




ㅡ 안녕하세요! 올 한 해 한국 페스티벌 씬에서 인상적인 캠페인을 보여주신 러쉬코리아의 전하나 팀장님과 말씀 나눌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담당하고 계시는 주요 업무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YUZU: 안녕하세요. 러쉬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을 맡고 있는 전하나입니다. 러쉬는 제품명에서 가져온 닉네임을 쓰고 있어서 회사에서는 유주(YUZU)로 불리고 있어요.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달콤 상큼한 샤워 젤이 있었답니다. 근무한 지는 9년 차가 되었어요. 글로벌 브랜드인 러쉬를 한국에 더 제대로 알리고, 브랜드의 격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올해 페스티벌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 TF팀이 하나 더 만들어져 기획도 하고 PM도 하며 1년을 보냈네요.




러쉬코리아 전하나 팀장 (YUZU) Ⓒ전하나 제공
러쉬코리아 전하나 팀장 (YUZU) Ⓒ전하나 제공


ㅡ 러쉬의 페스티벌 캠페인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었죠. 피스트레인과의 캠페인이 실현되기까지 3년의 기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YUZU: 피스트레인과의 인연은 2023년에 시작되었는데요, 7월에 피스트레인 마케팅팀에서 러쉬 이벤트팀으로 처음 참여 제안을 주셨어요. 당시 저희가 22년도에 진행했던 20주년 쇼케이스를 함께한 파트너가 있었고, 그분들을 통해서 저희 브랜드 이벤트팀 파트장님에게 처음 연락을 주신 거죠.


당시 저희가 집중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들이 있어 바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는데, 해인님이 피스트레인을 직접 경험해보고 내년에 함께 하면 좋겠다며 러쉬팀을 초대해주셨어요. 제가 페스티벌을 워낙 좋아하고 많이 다녔는데 피스트레인은 처음이었고, 또 마침 제 친구들이 이미 티켓팅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타이밍 좋게 직접 경험할 수 있었어요. 




ㅡ 피스트레인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YUZU: 처음 가봤던 피스트레인은 정말 날 것 그대로 신선함이 있었고 낭만 그 자체였어요.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아, 왜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러쉬가 늘 말하는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의 가치가 페스티벌에 그대로 녹아 있는 모습에서 ‘페스티벌 계의 러쉬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ㅡ 그렇게 피스트레인에 다녀가신 후 마침내 2025년, 피스트레인과의 캠페인을 실제로 추진하셨는데요. 어떤 계기였나요?

YUZU: 감사하게도 2년간 오퍼를 주셨지만, 일정상 진행은 못 했어요. 그러던 중 25년 봄,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 러쉬에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소정(루츠) 님과의 첫 프로젝트가 페스티벌이 되었어요. 소정 님도 24년도에 아이와 함께 페스티벌에 방문한 좋은 경험이 있으셨어요. 


러쉬코리아의 브랜딩 전략을 연초에 함께 세우면서 ‘우리가 직접 고객들을 찾아가자!’라는 방향이 세워졌었는데요. ‘가장 우리 브랜드를 환영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전략이 나왔고 그 첫 주자가 페스티벌이 되었죠. 모두가 이미 피스트레인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고 내면의 가치관이 닮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누구 하나 반대한 사람 없이 좋은 타이밍에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ㅡ LUSH가 음악 페스티벌, 그중에서도 특히 피스트레인과의 협업을 결정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YUZU: 러쉬는 ENFP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회사에 I도 정말 많지만 공교롭게 저도 ENFP이긴 해요. 그만큼 텐션 높은 에너지가 강한 브랜드인지라 ‘I들은 매장에 가기 부담스럽다.’라는 이야기가 함께 나오기도 했죠. 이미 러쉬는 30년이 된 브랜드로서 고객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거든요. 그 30년 동안 가장 잘 해왔던 것이 바로 고객들과 함께 노는 것이에요. 제품을 하나 보여주더라도 일방적인 소개가 아닌, 먼저 친구가 되고 함께 노는 거죠.


그런 우리와 함께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러쉬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라는 질문의 정답이 페스티벌이었어요. 특히, 씻고 싶은 경험이 꼭 필요한 음악 페스티벌이 딱 맞았죠. 그리고 제가 경험한 피스트레인은 뮤직 페스티벌 중에서도 가장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피스트레인과 함께 준비하면서 해인 님의 2년 전 초대가 없었다면’, ‘DMZ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주목 받으며 시작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했던 적도 있네요. (웃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불편함'에서 '즐거움'으로, LUSH 다운 아이디어가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




ㅡ LUSH는 단순히 스폰서가 아닌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는 파트너'로 나섰습니다. 특히 청결 면에서 페스티벌 화장실이 갖는 애로사항을 해소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화장실 개선 아이디어를 팀장님께서 가장 먼저 제안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어떤 지점을 개선하고 캠페인에 녹여내고 싶으셨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YUZU: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고 난 뒤, 그 첫 번째가 피스트레인이라 정말 기뻤어요. 브랜드가 워낙 에너지 있는 이미지가 크다 보니 1년에 10곳이 넘는 행사, 페스티벌, 축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요. 그렇지만 결국엔 우리가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없이 단순 제품 홍보, 마케팅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것은 임팩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제품의 대부분은 샤워할 때 사용하는 ‘씻는 제품’들이에요. ‘씻고 싶은 경험이 10배로 즐거울 수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씻어낸다’라는 것이 러쉬가 페스티벌에 갈 때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핵심 지표였고요. 


그런데 브랜드 정책상 러쉬는 현금 스폰서십으로 협업을 할 수 없는 브랜드에요. 이건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정책이죠. 그런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파트너십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했고, 브랜드에도, 피스트레인도, 관객들에게도 모두가 이득이 되는 기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비슷한 내용으로 몇 번의 미팅을 반복하면서 답답했던 순간들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건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저는 러쉬와 피스트레인의 비슷한 DNA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데 미팅 때도 그랬어요. 처음엔 서로의 니즈가 다소 달랐지만 그래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태였어요. 


미팅 내내 제가 다녀온 공연들의 경험을 계속 복기하면서 생각에 잠겼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한 번씩은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화장실은 하루에 한 번 무조건 가겠네!’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미팅이 끝나려던 찰나에 쌩뚱맞은 질문을 하나 했죠. “이동식 화장실이 몇 개가 들어가나요?”라고요. 이후 “작년엔 4동이 들어갔고, 올해는 6동으로 늘릴 예정이다.”라는 답변을 해주시고는 해인 님이 제게 화장실 개수는 왜 물어보셨냐고 되물어 오셨죠. 그때 저희 둘 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예측해 봅니다. ‘오? 괜찮은 생각인데?’ 라며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YUZU: 저희의 예산을 결정해 주셔야 했던 총괄 디렉터님도 거기서 힌트를 얻으셨던 것 같아요. 화장실 관리나 운영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은 후 ‘이걸 해결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러쉬와 피스트레인이 함께 상생할 방법으로 “화장실을 러쉬가 가지고 갈게요.”라고 바로 결정해 주셨던 걸 보면요. 미팅 이후 콜드플레이 공연에 갔었는데 그렇게 대단하게 준비한 공연에도 화장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막상 가려니 조금 찝찝하고 냄새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고 지나쳐 온 경험도 있었어요. 




ㅡ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러쉬의 실행력도 대단했습니다. 화장실을 3일 내내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YUZU: 러쉬가 가져가는 화장실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죠.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향기로운 화장실이어야 했고, 그런 화장실을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은 리더들이었어요. 프로젝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디렉터, 본부장, 팀장들이 직접 화장실 청소를 전담하게 된 거죠. 그렇지 않았으면 3일 내내 그렇게 깨끗하게 유지되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왜 이렇게 깨끗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먼저 경험해서 찾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해시켰기 때문에 이후 진행한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대표님까지 직접 해주셨으니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아시겠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ㅡ 화장실 외에 샤워 바, 슈팅 샤워 게임과 같은 캠페인도 함께 진행되었죠. 특별한 향과 형형색색의 제품들, 자유롭게 사용해 볼 수 있는 체험 존, 그리고 크루들이 주는 에너지까지. LUSH 매장의 활기찬 풍경이 페스티벌 현장에 그대로 옮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페벌러들을 완벽히 취향 저격한 이 ‘LUSH 다운’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YUZU: 깨끗하게 관리된 향기로운 화장실이 메인인 ‘프레쉬 워시룸’ 테마로 저희 제품들이 가진 각각의 메시지와 향기를 선보일 수 있었는데요. 깨끗한 화장실 다음엔 우리 제품의 향기로 샤워하는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메시지 또한 마음까지 씻어내는 샤워의 경험이었거든요. 그래서 제품을 마음껏 써보면서 샤워하라는 의미로 ‘애프터 샤워 바’를 만들었어요. 이 이름과 콘셉트는 공간 디자이너 소영(수퍼) 님과 함께 만든 이름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제품만 써보는 것이 아니라, 페스티벌답게 다 같이 놀면서 더 즐거울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가 있었으면 했죠. 그게 슈팅 샤워 게임이었어요. TF팀원이었던 예서(페퍼)님이 물에 녹는 종이에 오늘 씻고 싶은 마음 한 단어를 적어내고 욕조에 물총으로 시원하게 녹여 없애 버리자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고, 녹는 종이 테스트까지 했답니다. 페스티벌 동안 많은 분들의 스트레스와 전남친의 이름을 없애 드린 것 같네요. 그리고 참여하신 분들께서 오늘 이 페스티벌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러쉬로 씻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누 선물을 드렸답니다. 모든 여정에 우리의 메시지를 담고 고객들이 함께 경험하면서 느끼셨기를 바랐는데요. 행사 이후 빨랫감에서도 러쉬 향기가 남아있다는 리뷰가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ㅡ 저는 LUSH 크루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단순한 제품 시연을 넘어 페스티벌 현장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모습이었죠. 이 크루들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무더운 야외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LUSH가 이토록 활기 가득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YUZU: 러쉬는 브랜드 스태프들을 모두 러셔(LUSHER) 라고 자칭하는데요. 하나의 공동체 명이 생기는 건 우리가 같은 커뮤니티에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팀워크를 더욱 쫀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현장에 참여한 100명의 러셔들은 외주 인력 없이 100% 러쉬 직원이었는데 본사의 경영 지원팀은 물론이고 전국 매장 스태프들의 자원을 받아서 함께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저희 팀의 아현(엔젤)님도 저와 3개의 페스티벌TF 운영을 내내 함께 했을 정도로 페스티벌을 경험하고 싶고 좋아하는 직원들만 모였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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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매장에서는 주로 스태프들이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이 먼저 두 팔 벌려 스태프들에게 다가와 주셨어요.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저희가 있는 공간으로 뛰어오시면서 뿌려달라고 하시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는 관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치는 줄도 모르고 에너지를 계속 받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운영적인 전략들도 있었지만, 러쉬 스태프들을 더 에너지 넘치게 만들어 주셨던 건 관객들이었다고 생각해요.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와달라고 한 곳들을 간 것뿐이에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ㅡ 피스트레인 이후 관객들이 LUSH를 적극적으로 호출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부름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하 부락)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페스티벌들과 진행하신 캠페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 싶네요. 이 두 페스티벌과 협업을 결정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YUZU: 피스트레인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큰 호응을 받았고 가장 많이 받았던 댓글이 바로 “펜타포트에도 와주세요”, “부락에도 와주세요” 였어요. 다른 이유를 찾자면 더 있겠지만 강력한 계기는 심플했죠. 처음 기획 의도처럼 씻고 싶은 경험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는 것.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와달라고 이야기 나온 곳들을 간 것뿐이에요. 


타이밍 좋게 펜타포트도 담당자께서 작년에 저희를 한번 찾아주셨던 좋은 기억이 있었고, 마침 DMZ가 끝나고 바로 연락을 주셔서 인연이 한 번 더 연결되었어요. 


부락은 펜타포트를 준비하면서 저희가 먼저 콘택트를 했었는데요. 이미 고객들 사이에서 와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굉장히 커져 있다 보니 내부에서 빠른 결정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별로 없겠더라고요. 더불어 저희 매장이 부산에도 꽤 있거든요. 매번 주요한 프로젝트들이 수도권에서만 이루어지니 아쉬움이 컸던지라, 다른 지역의 러셔들과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부산은 여러 가지 니즈를 충족하는 좋은 선택지였어요. 부락에서도 너무 흔쾌히 파트너십을 가져주셨고 어느 순간 저희도 ‘어떻게 하면 페스티벌에 더 좋은 이미지와 환경을 함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우선이 되었던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도 업계 내 정말 많은 페스티벌에서 협업 제안을 해주셨는데 모든 기획과 운영을 대행사 없이 내부에서 소화하다보니 일정상 더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ㅡ 3개 페스티벌에서 각기 조금씩 다른 형태의 캠페인이 다채롭게 꾸며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더 새롭게, 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YUZU: 코어 경험인 프레쉬 워시룸과 애프터 샤워바의 경험은 그대로 가져가고, 각각의 페스티벌이 모두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정말 필요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엔 이미 성과를 확인한 기획이라 그대로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10만 명 이상 오는 규모라고 생각하니 새롭게 또 달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펜타포트는 기획 인력을 더 늘렸는데요. 저보다 젊고 체력 좋은 PM 재현(위그)님과 함께 했어요. 예산상 저희가 가져갈 수 있는 화장실의 개수는 한계가 있었고, 현장에서 보디 스프레이를 뿌리는 게 키 액션이었는데 현실적으로 10배 가까이 많아진 사람들에게 보디 스프레이를 다 뿌려주는 게 가능할까? 라는 운영 고민도 있었고요. 이러다간 스태프들의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겠더라고요.




ㅡ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었고 어떻게 실현하셨나요? 또 현장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YUZU: 1년 중 가장 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펜타포트에는 냄새를 잡아줄 인간 세차장 향기 타워를 도입했어요. 더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향기를 직접 배달하는 향기 카트도 준비했는데, 새로운 PM의 아이디어죠. 너무 더운 날씨에는 땡볕에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임 이벤트를 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줍깅’을 진행했어요. 그걸 많이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락에서는 관객들과 정말 신나게 놀았어요. 그 모습을 실시간 편집해서 전광판에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공연이 끝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광고판을 놀이판으로 만든 거죠. 결과적으로 모든 기획의 기준은 고객들에게 정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ㅡ 키라라 님과의 <씻자송> 음원 발매 협업도 이어졌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귀에 콕콕 박히는 가사, 그리고 LUSH 크루들의 매력 넘치는 안무까지. 페스티벌 현장을 더욱 풍성하고 역동적으로 꾸며주었는데요. 음악 협업을 추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YUZU: 이건 저희 소정 디렉터님의 경험에서 나온 스토리인데요. 그것도 시작은 피스트레인 덕분이네요. 디렉터님이 DMZ 때 키라라 님 공연에서 사람들이 숫자송 떼창을 부르는 현장에 있으셨던 거예요. 평소 CM송 추종자였던 디렉터님의 작은 꿈이 러쉬 CM송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공연을 본 순간 키라라와 함께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개인으로, 또 음악적 가치관 측면에서 키라라 님은 러쉬와 너무 어울리는 아티스트였어요.


저희가 페스티벌 프로젝트 이외에도 성수동에서 진행하는 팝업 씨어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쓸 BGM을 만들자’에서 시작됐어요. 마침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이틀인가 앞두고 씻자송이 세상에 나왔고 팝업 씨어터 오픈은 한 달이 남았으니, 페스티벌에서 틀어서 반응을 보자!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화장실에 틀었는데 터졌어요.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기다리면서 노래에 점점 중독되는 과정을 직접 봤어요. 그래서 펜타포트에서는 노래를 틀었고, 이후 관객들의 참여와 함께 안무를 만들어 부락에서는 춤을 췄죠. 키라라 님이 무대에서 씻자송을 틀어주시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현실로 이루어졌어요. 정말 고객들이랑 함께 놀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 거예요.




“진정성은 좋아하는
마음이 진하게 응축된 다음,
무언가로 발현될 때 나타나는 것을 깨달았죠.”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키라라의 무대 Ⓒ러쉬코리아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키라라의 무대 Ⓒ러쉬코리아


ㅡ 특히 부산에서 키라라 님의 공연 때 크루들이 어우러져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연대’와 ‘화합’이라는 페스티벌 고유의 매력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춤추는 광경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YUZU: 씻자송을 페스티벌 무대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시작부터 없었어요. 준비하는 동안 키라라 님이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셋 리스트도 모르다보니 씻자송을 불러주시려나? 하는 추측과 소망만 가득했죠. ‘러쉬가 응원하러 왔어요!’ 하는 모습을 무대 위의 키라라 님이 보실 수 있도록 단체로 달려갔고요. 함께 슬램을 하고 춤을 춘 건 그 현장을 오롯이 즐겨준 러쉬 스태프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진짜 관객들이랑 함께 놀고 친구가 되려고 페스티벌에 간 거니까요. 




ㅡ 팀장님께서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이를 지켜보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나 새로웠던 점이 궁금하네요.

YUZU: 그때 저는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느꼈어요. 브랜드에서 일하다 보면 기획하는 모든 일에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잖아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좋아하는 마음이 정말 진하게 응축된 다음, 무언가로 발현될 때 이게 진정성으로 나타나는구나, 이를 깨달았죠. 우리가 함께 놀던 그 광경은 피스트레인의 영혼도, 펜타포트의 기운도 함께 담아 소환해 버린, ‘프레쉬 워시룸’ 프로젝트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ㅡ 1년 간 음악 페스티벌과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진행하시며 다른 이벤트와 다르다고 느끼신 점들이 있으셨나요? 브랜드 마케터로서 생각하시는 음악 페스티벌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YUZU: 음악 페스티벌을 만드는 건 관객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이 페스티벌인 것 같아요. 관객이 들어서기 전에 그 넓은 부지에 우리가 눈에 보이기는 할까? 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하루 종일, 또는 2박 3일 동안 한데 모여 만나고 또 만나는 모습에서 굉장히 강력한 커뮤니티의 힘을 느꼈거든요. 일방도, 쌍방도 아닌 정말 얽혀서 함께 하는 곳이더라고요. 


잘 모르셨겠지만, 현장에서 운영하면서 기존에 기획한 것들을 꽤 많이 바꿨어요. 실제로 예상 못 했던 작지만 많은 변수가 있었고 관객들의 피드백이나 행동 패턴을 보면서 계속 조금씩 움직였던 것 같아요. 관객도 아니고, 주최사도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서 관객의 마음을 파악하고 주최사의 성공에 함께 기여하면서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함께 했답니다.




“러쉬를 ‘찐’으로 좋아하게 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팬덤을 넘어선 친구가 되는 커뮤니케이션”



ㅡ LUSH는 글로벌 차원에서 공식적인 소셜 미디어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이 성행하는 시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네요. 올해 진행된 뮤직 페스티벌 외에도 환경, 젠더, 미술 등의 분야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LUSH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펼쳐온 캠페인들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LUSH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궁금합니다.

YUZU: 러쉬는 오프라인 매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보니 고객들과 직접 스킨십하는 리테일 경험이 늘 1순위인 브랜드에요. 소셜 미디어를 중단한 이후에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고 올랐을 만큼 오프라인 경험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코로나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사람들은 더 새로운 경험, 가치 있는 활동이 있는 곳에 모여들었어요. 예술 산업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순수 미술 시장에서 작품 거래량이 최대로 늘고 키아프나 프리즈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집중적으로 주목받았던 시기에 러쉬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들을 만나고자 했는데요. 돌이켜보니 그것이 러쉬를 ‘찐’으로 좋아하게 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팬덤을 넘어선 친구가 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지금은 유명하진 않지만 재능있고 비전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업을 많이 했어요. 


<러쉬 아트페어>라는 이름으로 전국 매장의 윈도우를 하나의 갤러리처럼 브랜드 이념에 맞는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것을 시도했죠. 총 3번의 <러쉬 아트페어>를 진행했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 아티스트 50여 명과 함께했어요. 이 중엔 런던 사치 미술관에 전시하게 된 작가님도 계시죠. 


이어서 <오픈 스테이지>라는 프로젝트로 공모전을 진행하고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한 달 동안 무료로 전시를 하실 수 있게 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매장 2층 공간 전체를 내어드렸어요. 총 13팀의 작가님들이 1년간 저희 매장에서 전시하셨어요. 이후 유명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하신 분들도 계시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덩달아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10년동안 <고네이키드> 라는 캠페인을 지속했는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알리는 캠페인이에요. 작년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고객들의 자원을 받고 러셔들과 함께 행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저희는 러쉬를 가장 사랑하는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 안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파하고 커뮤니티 밖으로 확장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펼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러쉬 팝업 씨어터 ‘무명 배우의 욕실’ Ⓒ러쉬코리아
러쉬 팝업 씨어터 ‘무명 배우의 욕실’ Ⓒ러쉬코리아


ㅡ 2025년 LUSH의 음악 페스티벌 캠페인 이후, 그다음으로 음악 산업이나 문화 예술 분야의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혹시 LUSH에서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도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면 살짝 엿들어볼 수 있을까요?

YUZU: 제가 페스티벌을 열심히 준비할 동안 이벤트팀에서 성수점 매장 2층을 오픈해서 작은 공연장을 만들었어요. 9월부터 주말마다 성수동 길거리에서는 음악과 춤이 흘러나왔답니다. 예약도 없이 객석도 없이 길을 지나가는 누구나 공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러쉬 팝업 씨어터>는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 같고요. 12월에는 드랙퀸들의 공연을 직접 보실 수 있는데요. 이 또한 러쉬가 지속하고 있는 인권 캠페인의 메시지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드랙퀸은 흔히 남성이 여장하는 것으로 오해받지만 사실은 진짜 내가 되어보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그들의 용기 있는 외출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함께 응원하고 응원받는 순간이 될 거라 믿어요. 러쉬가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는 드랙퀸들의 이야기에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늘 사람, 환경, 동물에게 이로운 세상이 되는 일이라면 가장 먼저 손들고 나서는 것이 저희 브랜드 본부의 일이라서요. 내년에도 30년간 수고롭게 지켜온 것들을 반복하고 축적하는 프로젝트에 임할 예정입니다.



올해 LUSH가 페스티벌에서

함께 씻는 캠페인을 만든 이유

러쉬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전하나 팀장 인터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올해 LUSH는 통상적인 PPL이나 스폰서십 대신,

국내 페스티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화장실 환경 개선(일명 ‘프레쉬 워시룸’)을 중점적으로

샤워 바, 게임 이벤트 등 선도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며 화제가 되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과 처음 구상하여 해당 캠페인을 런칭한 LUSH는

이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까지 참여하며

올해 한국 페스티벌의 MVP로 각인되었다.


LUSH가 움직이자 관객들의 페스티벌 경험은 쾌적해졌으며,

LUSHER(‘러쉬의 스태프’를 이르는 말)들의 참여형 활동은

관객들과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러쉬코리아 YUZU(전하나 팀장)에게

LUSH가 올해 음악 페스티벌과 함께한 이유와 과정,

현장에서 통하는 LUSH만의

솔직하고 즐거운 커뮤니케이션 비결을 들어보았다.

Interview · Edit | 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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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6 05.INSIGHT

작은 무대들의 위기,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답이 될 수 있을까

박도현 dora@alpsinc.kr

(주)알프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운영 전반을 담당하며, 프로젝트의 지식·정보화, 티켓 매니지먼트, 관객 경험을 디자인한다.

캠페인의 시작 -

LUSH와 DMZ 피스트레인의 만남




ㅡ 안녕하세요! 올 한 해 한국 페스티벌 씬에서 인상적인 캠페인을 보여주신 러쉬코리아의 전하나 팀장님과 말씀 나눌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담당하고 계시는 주요 업무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YUZU: 안녕하세요. 러쉬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을 맡고 있는 전하나입니다. 러쉬는 제품명에서 가져온 닉네임을 쓰고 있어서 회사에서는 유주(YUZU)로 불리고 있어요.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달콤 상큼한 샤워 젤이 있었답니다. 근무한 지는 9년 차가 되었어요. 글로벌 브랜드인 러쉬를 한국에 더 제대로 알리고, 브랜드의 격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올해 페스티벌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 TF팀이 하나 더 만들어져 기획도 하고 PM도 하며 1년을 보냈네요.




러쉬코리아 전하나 팀장 (YUZU) Ⓒ전하나 제공
러쉬코리아 전하나 팀장 (YUZU) Ⓒ전하나 제공


ㅡ 러쉬의 페스티벌 캠페인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었죠. 피스트레인과의 캠페인이 실현되기까지 3년의 기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YUZU: 피스트레인과의 인연은 2023년에 시작되었는데요, 7월에 피스트레인 마케팅팀에서 러쉬 이벤트팀으로 처음 참여 제안을 주셨어요. 당시 저희가 22년도에 진행했던 20주년 쇼케이스를 함께한 파트너가 있었고, 그분들을 통해서 저희 브랜드 이벤트팀 파트장님에게 처음 연락을 주신 거죠.


당시 저희가 집중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들이 있어 바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는데, 해인님이 피스트레인을 직접 경험해보고 내년에 함께 하면 좋겠다며 러쉬팀을 초대해주셨어요. 제가 페스티벌을 워낙 좋아하고 많이 다녔는데 피스트레인은 처음이었고, 또 마침 제 친구들이 이미 티켓팅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타이밍 좋게 직접 경험할 수 있었어요. 




ㅡ 피스트레인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YUZU: 처음 가봤던 피스트레인은 정말 날 것 그대로 신선함이 있었고 낭만 그 자체였어요.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아, 왜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러쉬가 늘 말하는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의 가치가 페스티벌에 그대로 녹아 있는 모습에서 ‘페스티벌 계의 러쉬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ㅡ 그렇게 피스트레인에 다녀가신 후 마침내 2025년, 피스트레인과의 캠페인을 실제로 추진하셨는데요. 어떤 계기였나요?

YUZU: 감사하게도 2년간 오퍼를 주셨지만, 일정상 진행은 못 했어요. 그러던 중 25년 봄,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 러쉬에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소정(루츠) 님과의 첫 프로젝트가 페스티벌이 되었어요. 소정 님도 24년도에 아이와 함께 페스티벌에 방문한 좋은 경험이 있으셨어요. 


러쉬코리아의 브랜딩 전략을 연초에 함께 세우면서 ‘우리가 직접 고객들을 찾아가자!’라는 방향이 세워졌었는데요. ‘가장 우리 브랜드를 환영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전략이 나왔고 그 첫 주자가 페스티벌이 되었죠. 모두가 이미 피스트레인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고 내면의 가치관이 닮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누구 하나 반대한 사람 없이 좋은 타이밍에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ㅡ LUSH가 음악 페스티벌, 그중에서도 특히 피스트레인과의 협업을 결정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YUZU: 러쉬는 ENFP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회사에 I도 정말 많지만 공교롭게 저도 ENFP이긴 해요. 그만큼 텐션 높은 에너지가 강한 브랜드인지라 ‘I들은 매장에 가기 부담스럽다.’라는 이야기가 함께 나오기도 했죠. 이미 러쉬는 30년이 된 브랜드로서 고객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거든요. 그 30년 동안 가장 잘 해왔던 것이 바로 고객들과 함께 노는 것이에요. 제품을 하나 보여주더라도 일방적인 소개가 아닌, 먼저 친구가 되고 함께 노는 거죠.


그런 우리와 함께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러쉬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라는 질문의 정답이 페스티벌이었어요. 특히, 씻고 싶은 경험이 꼭 필요한 음악 페스티벌이 딱 맞았죠. 그리고 제가 경험한 피스트레인은 뮤직 페스티벌 중에서도 가장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피스트레인과 함께 준비하면서 해인 님의 2년 전 초대가 없었다면’, ‘DMZ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주목 받으며 시작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했던 적도 있네요. (웃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불편함'에서 '즐거움'으로,

LUSH 다운 아이디어가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




ㅡ LUSH는 단순히 스폰서가 아닌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는 파트너'로 나섰습니다. 특히 청결 면에서 페스티벌 화장실이 갖는 애로사항을 해소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화장실 개선 아이디어를 팀장님께서 가장 먼저 제안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어떤 지점을 개선하고 캠페인에 녹여내고 싶으셨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YUZU: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고 난 뒤, 그 첫 번째가 피스트레인이라 정말 기뻤어요. 브랜드가 워낙 에너지 있는 이미지가 크다 보니 1년에 10곳이 넘는 행사, 페스티벌, 축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요. 그렇지만 결국엔 우리가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없이 단순 제품 홍보, 마케팅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것은 임팩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제품의 대부분은 샤워할 때 사용하는 ‘씻는 제품’들이에요. ‘씻고 싶은 경험이 10배로 즐거울 수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씻어낸다’라는 것이 러쉬가 페스티벌에 갈 때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핵심 지표였고요. 


그런데 브랜드 정책상 러쉬는 현금 스폰서십으로 협업을 할 수 없는 브랜드에요. 이건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정책이죠. 그런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파트너십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했고, 브랜드에도, 피스트레인도, 관객들에게도 모두가 이득이 되는 기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비슷한 내용으로 몇 번의 미팅을 반복하면서 답답했던 순간들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건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저는 러쉬와 피스트레인의 비슷한 DNA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데 미팅 때도 그랬어요. 처음엔 서로의 니즈가 다소 달랐지만 그래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태였어요. 


미팅 내내 제가 다녀온 공연들의 경험을 계속 복기하면서 생각에 잠겼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한 번씩은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화장실은 하루에 한 번 무조건 가겠네!’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미팅이 끝나려던 찰나에 쌩뚱맞은 질문을 하나 했죠. “이동식 화장실이 몇 개가 들어가나요?”라고요. 이후 “작년엔 4동이 들어갔고, 올해는 6동으로 늘릴 예정이다.”라는 답변을 해주시고는 해인 님이 제게 화장실 개수는 왜 물어보셨냐고 되물어 오셨죠. 그때 저희 둘 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예측해 봅니다. ‘오? 괜찮은 생각인데?’ 라며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YUZU: 저희의 예산을 결정해 주셔야 했던 총괄 디렉터님도 거기서 힌트를 얻으셨던 것 같아요. 화장실 관리나 운영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은 후 ‘이걸 해결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러쉬와 피스트레인이 함께 상생할 방법으로 “화장실을 러쉬가 가지고 갈게요.”라고 바로 결정해 주셨던 걸 보면요. 미팅 이후 콜드플레이 공연에 갔었는데 그렇게 대단하게 준비한 공연에도 화장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막상 가려니 조금 찝찝하고 냄새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고 지나쳐 온 경험도 있었어요. 




ㅡ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러쉬의 실행력도 대단했습니다. 화장실을 3일 내내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YUZU: 러쉬가 가져가는 화장실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죠.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향기로운 화장실이어야 했고, 그런 화장실을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은 리더들이었어요. 프로젝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디렉터, 본부장, 팀장들이 직접 화장실 청소를 전담하게 된 거죠. 그렇지 않았으면 3일 내내 그렇게 깨끗하게 유지되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왜 이렇게 깨끗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먼저 경험해서 찾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해시켰기 때문에 이후 진행한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대표님까지 직접 해주셨으니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아시겠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ㅡ 화장실 외에 샤워 바, 슈팅 샤워 게임과 같은 캠페인도 함께 진행되었죠. 특별한 향과 형형색색의 제품들, 자유롭게 사용해 볼 수 있는 체험 존, 그리고 크루들이 주는 에너지까지. LUSH 매장의 활기찬 풍경이 페스티벌 현장에 그대로 옮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페벌러들을 완벽히 취향 저격한 이 ‘LUSH 다운’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YUZU: 깨끗하게 관리된 향기로운 화장실이 메인인 ‘프레쉬 워시룸’ 테마로 저희 제품들이 가진 각각의 메시지와 향기를 선보일 수 있었는데요. 깨끗한 화장실 다음엔 우리 제품의 향기로 샤워하는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메시지 또한 마음까지 씻어내는 샤워의 경험이었거든요. 그래서 제품을 마음껏 써보면서 샤워하라는 의미로 ‘애프터 샤워 바’를 만들었어요. 이 이름과 콘셉트는 공간 디자이너 소영(수퍼) 님과 함께 만든 이름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제품만 써보는 것이 아니라, 페스티벌답게 다 같이 놀면서 더 즐거울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가 있었으면 했죠. 그게 슈팅 샤워 게임이었어요. TF팀원이었던 예서(페퍼)님이 물에 녹는 종이에 오늘 씻고 싶은 마음 한 단어를 적어내고 욕조에 물총으로 시원하게 녹여 없애 버리자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고, 녹는 종이 테스트까지 했답니다. 페스티벌 동안 많은 분들의 스트레스와 전남친의 이름을 없애 드린 것 같네요. 그리고 참여하신 분들께서 오늘 이 페스티벌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러쉬로 씻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누 선물을 드렸답니다. 모든 여정에 우리의 메시지를 담고 고객들이 함께 경험하면서 느끼셨기를 바랐는데요. 행사 이후 빨랫감에서도 러쉬 향기가 남아있다는 리뷰가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ㅡ 저는 LUSH 크루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단순한 제품 시연을 넘어 페스티벌 현장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모습이었죠. 이 크루들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무더운 야외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LUSH가 이토록 활기 가득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YUZU: 러쉬는 브랜드 스태프들을 모두 러셔(LUSHER) 라고 자칭하는데요. 하나의 공동체 명이 생기는 건 우리가 같은 커뮤니티에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팀워크를 더욱 쫀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현장에 참여한 100명의 러셔들은 외주 인력 없이 100% 러쉬 직원이었는데 본사의 경영 지원팀은 물론이고 전국 매장 스태프들의 자원을 받아서 함께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저희 팀의 아현(엔젤)님도 저와 3개의 페스티벌TF 운영을 내내 함께 했을 정도로 페스티벌을 경험하고 싶고 좋아하는 직원들만 모였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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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매장에서는 주로 스태프들이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이 먼저 두 팔 벌려 스태프들에게 다가와 주셨어요.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저희가 있는 공간으로 뛰어오시면서 뿌려달라고 하시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는 관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치는 줄도 모르고 에너지를 계속 받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운영적인 전략들도 있었지만, 러쉬 스태프들을 더 에너지 넘치게 만들어 주셨던 건 관객들이었다고 생각해요.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와달라고 한 곳들을 간 것뿐이에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ㅡ 피스트레인 이후 관객들이 LUSH를 적극적으로 호출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부름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하 부락)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페스티벌들과 진행하신 캠페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 싶네요. 이 두 페스티벌과 협업을 결정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YUZU: 피스트레인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큰 호응을 받았고 가장 많이 받았던 댓글이 바로 “펜타포트에도 와주세요”, “부락에도 와주세요” 였어요. 다른 이유를 찾자면 더 있겠지만 강력한 계기는 심플했죠. 처음 기획 의도처럼 씻고 싶은 경험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는 것.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와달라고 이야기 나온 곳들을 간 것뿐이에요. 


타이밍 좋게 펜타포트도 담당자께서 작년에 저희를 한번 찾아주셨던 좋은 기억이 있었고, 마침 DMZ가 끝나고 바로 연락을 주셔서 인연이 한 번 더 연결되었어요. 


부락은 펜타포트를 준비하면서 저희가 먼저 콘택트를 했었는데요. 이미 고객들 사이에서 와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굉장히 커져 있다 보니 내부에서 빠른 결정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별로 없겠더라고요. 더불어 저희 매장이 부산에도 꽤 있거든요. 매번 주요한 프로젝트들이 수도권에서만 이루어지니 아쉬움이 컸던지라, 다른 지역의 러셔들과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부산은 여러 가지 니즈를 충족하는 좋은 선택지였어요. 부락에서도 너무 흔쾌히 파트너십을 가져주셨고 어느 순간 저희도 ‘어떻게 하면 페스티벌에 더 좋은 이미지와 환경을 함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우선이 되었던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도 업계 내 정말 많은 페스티벌에서 협업 제안을 해주셨는데 모든 기획과 운영을 대행사 없이 내부에서 소화하다보니 일정상 더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ㅡ 3개 페스티벌에서 각기 조금씩 다른 형태의 캠페인이 다채롭게 꾸며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더 새롭게, 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YUZU: 코어 경험인 프레쉬 워시룸과 애프터 샤워바의 경험은 그대로 가져가고, 각각의 페스티벌이 모두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정말 필요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엔 이미 성과를 확인한 기획이라 그대로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10만 명 이상 오는 규모라고 생각하니 새롭게 또 달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펜타포트는 기획 인력을 더 늘렸는데요. 저보다 젊고 체력 좋은 PM 재현(위그)님과 함께 했어요. 예산상 저희가 가져갈 수 있는 화장실의 개수는 한계가 있었고, 현장에서 보디 스프레이를 뿌리는 게 키 액션이었는데 현실적으로 10배 가까이 많아진 사람들에게 보디 스프레이를 다 뿌려주는 게 가능할까? 라는 운영 고민도 있었고요. 이러다간 스태프들의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겠더라고요.




ㅡ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었고 어떻게 실현하셨나요? 또 현장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YUZU: 1년 중 가장 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펜타포트에는 냄새를 잡아줄 인간 세차장 향기 타워를 도입했어요. 더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향기를 직접 배달하는 향기 카트도 준비했는데, 새로운 PM의 아이디어죠. 너무 더운 날씨에는 땡볕에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임 이벤트를 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줍깅’을 진행했어요. 그걸 많이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락에서는 관객들과 정말 신나게 놀았어요. 그 모습을 실시간 편집해서 전광판에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공연이 끝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광고판을 놀이판으로 만든 거죠. 결과적으로 모든 기획의 기준은 고객들에게 정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ㅡ 키라라 님과의 <씻자송> 음원 발매 협업도 이어졌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귀에 콕콕 박히는 가사, 그리고 LUSH 크루들의 매력 넘치는 안무까지. 페스티벌 현장을 더욱 풍성하고 역동적으로 꾸며주었는데요. 음악 협업을 추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YUZU: 이건 저희 소정 디렉터님의 경험에서 나온 스토리인데요. 그것도 시작은 피스트레인 덕분이네요. 디렉터님이 DMZ 때 키라라 님 공연에서 사람들이 숫자송 떼창을 부르는 현장에 있으셨던 거예요. 평소 CM송 추종자였던 디렉터님의 작은 꿈이 러쉬 CM송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공연을 본 순간 키라라와 함께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개인으로, 또 음악적 가치관 측면에서 키라라 님은 러쉬와 너무 어울리는 아티스트였어요.


저희가 페스티벌 프로젝트 이외에도 성수동에서 진행하는 팝업 씨어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쓸 BGM을 만들자’에서 시작됐어요. 마침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이틀인가 앞두고 씻자송이 세상에 나왔고 팝업 씨어터 오픈은 한 달이 남았으니, 페스티벌에서 틀어서 반응을 보자!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화장실에 틀었는데 터졌어요.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기다리면서 노래에 점점 중독되는 과정을 직접 봤어요. 그래서 펜타포트에서는 노래를 틀었고, 이후 관객들의 참여와 함께 안무를 만들어 부락에서는 춤을 췄죠. 키라라 님이 무대에서 씻자송을 틀어주시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현실로 이루어졌어요. 정말 고객들이랑 함께 놀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 거예요.



“진정성은 좋아하는 마음이 진하게 응축된 다음, 
무언가로 발현될 때 나타나는 것을 깨달았죠.”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키라라의 무대 Ⓒ러쉬코리아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키라라의 무대 Ⓒ러쉬코리아


ㅡ 특히 부산에서 키라라 님의 공연 때 크루들이 어우러져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연대’와 ‘화합’이라는 페스티벌 고유의 매력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춤추는 광경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YUZU: 씻자송을 페스티벌 무대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시작부터 없었어요. 준비하는 동안 키라라 님이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셋 리스트도 모르다보니 씻자송을 불러주시려나? 하는 추측과 소망만 가득했죠. ‘러쉬가 응원하러 왔어요!’ 하는 모습을 무대 위의 키라라 님이 보실 수 있도록 단체로 달려갔고요. 함께 슬램을 하고 춤을 춘 건 그 현장을 오롯이 즐겨준 러쉬 스태프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진짜 관객들이랑 함께 놀고 친구가 되려고 페스티벌에 간 거니까요. 




ㅡ 팀장님께서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이를 지켜보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나 새로웠던 점이 궁금하네요.

YUZU: 그때 저는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느꼈어요. 브랜드에서 일하다 보면 기획하는 모든 일에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잖아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좋아하는 마음이 정말 진하게 응축된 다음, 무언가로 발현될 때 이게 진정성으로 나타나는구나, 이를 깨달았죠. 우리가 함께 놀던 그 광경은 피스트레인의 영혼도, 펜타포트의 기운도 함께 담아 소환해 버린, ‘프레쉬 워시룸’ 프로젝트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ㅡ 1년 간 음악 페스티벌과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진행하시며 다른 이벤트와 다르다고 느끼신 점들이 있으셨나요? 브랜드 마케터로서 생각하시는 음악 페스티벌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YUZU: 음악 페스티벌을 만드는 건 관객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이 페스티벌인 것 같아요. 관객이 들어서기 전에 그 넓은 부지에 우리가 눈에 보이기는 할까? 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하루 종일, 또는 2박 3일 동안 한데 모여 만나고 또 만나는 모습에서 굉장히 강력한 커뮤니티의 힘을 느꼈거든요. 일방도, 쌍방도 아닌 정말 얽혀서 함께 하는 곳이더라고요. 


잘 모르셨겠지만, 현장에서 운영하면서 기존에 기획한 것들을 꽤 많이 바꿨어요. 실제로 예상 못 했던 작지만 많은 변수가 있었고 관객들의 피드백이나 행동 패턴을 보면서 계속 조금씩 움직였던 것 같아요. 관객도 아니고, 주최사도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서 관객의 마음을 파악하고 주최사의 성공에 함께 기여하면서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함께 했답니다.




“러쉬를 ‘찐’으로 좋아하게 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팬덤을 넘어선 친구가 되는 커뮤니케이션”



ㅡ LUSH는 글로벌 차원에서 공식적인 소셜 미디어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이 성행하는 시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네요. 올해 진행된 뮤직 페스티벌 외에도 환경, 젠더, 미술 등의 분야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LUSH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펼쳐온 캠페인들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LUSH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궁금합니다.

YUZU: 러쉬는 오프라인 매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보니 고객들과 직접 스킨십하는 리테일 경험이 늘 1순위인 브랜드에요. 소셜 미디어를 중단한 이후에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고 올랐을 만큼 오프라인 경험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코로나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사람들은 더 새로운 경험, 가치 있는 활동이 있는 곳에 모여들었어요. 예술 산업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순수 미술 시장에서 작품 거래량이 최대로 늘고 키아프나 프리즈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집중적으로 주목받았던 시기에 러쉬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들을 만나고자 했는데요. 돌이켜보니 그것이 러쉬를 ‘찐’으로 좋아하게 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팬덤을 넘어선 친구가 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지금은 유명하진 않지만 재능있고 비전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업을 많이 했어요. 


<러쉬 아트페어>라는 이름으로 전국 매장의 윈도우를 하나의 갤러리처럼 브랜드 이념에 맞는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것을 시도했죠. 총 3번의 <러쉬 아트페어>를 진행했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 아티스트 50여 명과 함께했어요. 이 중엔 런던 사치 미술관에 전시하게 된 작가님도 계시죠. 


이어서 <오픈 스테이지>라는 프로젝트로 공모전을 진행하고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한 달 동안 무료로 전시를 하실 수 있게 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매장 2층 공간 전체를 내어드렸어요. 총 13팀의 작가님들이 1년간 저희 매장에서 전시하셨어요. 이후 유명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하신 분들도 계시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덩달아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10년동안 <고네이키드> 라는 캠페인을 지속했는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알리는 캠페인이에요. 작년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고객들의 자원을 받고 러셔들과 함께 행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저희는 러쉬를 가장 사랑하는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 안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파하고 커뮤니티 밖으로 확장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펼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러쉬 팝업 씨어터 ‘무명 배우의 욕실’ Ⓒ러쉬코리아
러쉬 팝업 씨어터 ‘무명 배우의 욕실’ Ⓒ러쉬코리아


ㅡ 2025년 LUSH의 음악 페스티벌 캠페인 이후, 그다음으로 음악 산업이나 문화 예술 분야의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혹시 LUSH에서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도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면 살짝 엿들어볼 수 있을까요?

YUZU: 제가 페스티벌을 열심히 준비할 동안 이벤트팀에서 성수점 매장 2층을 오픈해서 작은 공연장을 만들었어요. 9월부터 주말마다 성수동 길거리에서는 음악과 춤이 흘러나왔답니다. 예약도 없이 객석도 없이 길을 지나가는 누구나 공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러쉬 팝업 씨어터>는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 같고요. 12월에는 드랙퀸들의 공연을 직접 보실 수 있는데요. 이 또한 러쉬가 지속하고 있는 인권 캠페인의 메시지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드랙퀸은 흔히 남성이 여장하는 것으로 오해받지만 사실은 진짜 내가 되어보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그들의 용기 있는 외출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함께 응원하고 응원받는 순간이 될 거라 믿어요. 러쉬가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는 드랙퀸들의 이야기에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늘 사람, 환경, 동물에게 이로운 세상이 되는 일이라면 가장 먼저 손들고 나서는 것이 저희 브랜드 본부의 일이라서요. 내년에도 30년간 수고롭게 지켜온 것들을 반복하고 축적하는 프로젝트에 임할 예정입니다.




INSIGHT

ISSUE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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