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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들의 위기,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답이 될 수 있을까

올해 20주년을 맞은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은 독일 함부르크의 리퍼반 스트릿을 중심으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쇼케이스형 음악 페스티벌이자 마켓 플랫폼이다. 재능 있는 신인과 인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아온 리퍼반은 지난 20년 동안 유럽 음악 산업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라이브 산업 전반이 겪고 있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소규모 공연장과 신진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작은 무대들’은 이전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 아티스트와 메이저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여전히 유효한 플랫폼일까. 리퍼반 페스티벌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Detlef를 통해 현재 음악 생태계가 마주한 현실적인 과제와 리퍼반 페스티벌의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 Edit | 김해인

리퍼반 페스티벌 디렉터 Detlef 인터뷰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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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USH가 페스티벌에서

함께 씻는 캠페인을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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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haein@alpsinc.kr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컨텐츠 기획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한다.

ㅡ 리퍼반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현재 리퍼반의 핵심 미션은 무엇인가요? 시작과 비교해 바뀐 것이 있다면요.

Detlef: 페스티벌의 비전과 핵심 DNA는 처음과 같아요. 대중 음악 분야의 재능 있는 국내외 아티스트를 소개한다는 것이 리퍼반의 가장 큰 미션이죠. ‘재능(talent)’이 바로 리퍼반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이고, 지난 20년 동안 그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Reeperbahn Festival
ⒸReeperbahn Festival



ㅡ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만큼 갖춰진 형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etlef: 처음에는 일반적인 페스티벌의 형태였어요. 처음 3년 간 리퍼반 페스티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라이브 산업 쪽에서 온 관계자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죠. 해외에서 리퍼반이 아주 흥미로운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국내(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국내와 해외 관계자들 중 라이브 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리퍼반 페스티벌을 비공식적인 플랫폼, 즉 만남의 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흐름이 있었어요. 팀에서 이 상황을 인지하게 된 후에, 이러한 흐름에 맞춘 구체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컨퍼런스나 B2B 플랫폼 등의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보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ㅡ 리퍼반 페스티벌은 함부르크의 상징적인 리퍼반 스트릿에서 진행됩니다.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인프라가 리퍼반 페스티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요. 지역 커뮤니티가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지원금을 받는 데에 그간 적지 않은 노력이 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20년이 지난 지금 지역 주체나 기관과의 관계는 안정적인가요? 이해관계자나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바뀌기도 하는지요.

Detlef: 당연히 모든 제반적 상황이 항상 같지는 않아요. 우리도 매년 진행하는 방식이나 프로그램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기도 하고요. 재정적 면에서는, 감사하게도 함부르크 시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서, 매년 행정기관이나 정치인을 처음부터 설득해야 하는 일은 없어요. 리퍼반과 같은 행사가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서 시에서도 매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함부르크 시 뿐만 아니라, 독일 중앙정부에서도 일부분 리퍼반 페스티벌을 후원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은 매년 지원금을 신청해야 하죠. 100% 보장된 지원금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지원금 사정은 매년 변할 수 있고, 저희도 사정에 맞춰 매년 적응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바뀌면 우선순위나 예산이 달라질 수 있고, 이런 요소들이 페스티벌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작은 단위로는 지역 공연장 및 클럽, 기업과 브랜드, 아티스트 등 다양한 파트너의 상황과 우선순위, 리퍼반에 대한 각 주체의 기대도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그런 점에서 리퍼반 페스티벌은 고정된 것이 아닌, 살아있는 포맷이라고 생각해요. 상황에 발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며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ㅡ 코로나19 이후 최근 리퍼반 페스티벌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Detlef: 사실 리퍼반은 코로나 기간에도 완전히 취소된 적이 없는 거의 유일한 페스티벌이고, 지난 20년 간 매년 개최를 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운이 좋아요.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 이전의 관객 규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몇 년 간 라이브 산업 전반이 겪고 있는 이슈를 우리도 똑같이 겪고 있어요.


특히 리퍼반은 이러한 문제를 더 크게 겪고 있는데, 산업 내에서 우리의 포지션 때문이에요. 같은 라이브 업계에 있더라도, 신인 아티스트와 작은 공연들을 다루는 페스티벌과 프로모터는 대형 뮤지션을 섭외하는 대형 및 상업 페스티벌이나 대형 공연과는 전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어요.


더 정확히는, 작은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프로모터들이 코로나 이후 이전보다 조금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여러 상황이 겹쳐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요즘 음악을 듣는 젊은 세대 내에서 라이브 음악이나 신진 아티스트,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대중 음악 분야에서 신진 아티스트의 공연을 소개하는 우리의 입장이 이전보다 어려워졌어요.




ㅡ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는 상황인가요?

Detlef: 각 시장의 조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시장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럽 내에서도 각 국이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르죠.


기본적으로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씬의 규모가 크고 훌륭한 인프라가 있습니다. 수많은 공연장과 투어 비즈니스가 잘 자리 잡았어요. 1960년대 이후 40년 이상 이어져 온 시스템이니까요. 북미도 마찬가지고요. 유럽과 북미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전통이 더 부족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인프라가 탄탄한 유럽 조차 작은 공연장들, 음악 관련 작은 에이전시들, 그리고 투어를 하는 신인 아티스트들이 지속가능성에 있어 일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ㅡ 음악 시장 전체를 보면 확실히 메이저급 아티스트들은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거든요.

Detlef: 맞아요. 다른 한 편으로는 분명한 성장세를 볼 수 있죠. 메이저 레이블은 발매하는 앨범마다 점점 더 많은 수익과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대형 공연 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은 물론이고, 독일에서는 AEG가 최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규모가 큰 비즈니스를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발표하는 수치만 보면, 음악 산업은 꽤 잘 돌아가고 있고 성장하는 것처럼 보여요. 마이클 라피노(라이브네이션 CEO)가 2030년 라이브 음악 시장의 규모를 500억 달러로 전망하더라고요. 숫자만 봐도 대형 아티스트들의 스타디움 투어, 즉 슈퍼스타 비즈니스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들이 문제입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규제가 필요한지, 또는 어떠한 공적 지원이 더 제공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고통 받는 부분, 즉 그라운드 레벨의 문화를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 말이죠.




ㅡ 산업 내 작은 비즈니스들을 계속해서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Detlef: 음악산업에서는 특히나 신인 뮤지션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스타들도 전부 그런 시절을 거쳐 자라니까요. 즉 그라운드 레벨의 뮤지션들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대형  회사들에게도 비즈니스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에요.


결국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각 산업 관계자들이 이 현실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죠. 게다가 AI로 생성된 음악 같은 새로운 기술도 등장하고 있어서 앞으로 5년, 15년, 25년 뒤 이러한 기술이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모든 성장단계의 뮤지션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산업 전체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음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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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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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간 진행되는 리퍼반 페스티벌에서는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이동하며 컨퍼런스, 공연, 네트워킹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트레인부터 신인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 각종 어워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ㅡ 지금 언급하신 위기 속에서도 리퍼반 페스티벌을 계속 이어가시는 입장에서 마켓형 쇼케이스 페스티벌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Detlef: 글쎄요. 하지만 이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리퍼반에 각종 조직 및 협회, 프리랜서, 독립 아티스트, 소규모·중규모 회사 등 자발적, 자연적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한데 모인다는 점에서 리퍼반을 ‘개방형 구조(open structure)’라고 보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만나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 것을 끊임없이 봐왔습니다.


이러한 주체들이 서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장소와 기회의 장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에 쇼케이스 페스티벌과 음악 컨퍼런스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뮤직 마켓의 필요성에 대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쇼케이스와 컨퍼런스가 결합된 마켓이 매년 40~50개 정도가 열리고 있어요. 20년 전만 해도 우리 리퍼반,  Spot Festival(덴마크), The Great Escape(영국) 정도 밖에 없었고 이 마저 지금 정도로 발전된 형태는 아니었죠. 지난 20년 동안 이런 행사가 늘어난 이유는, 젊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관련 주제를 의제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ㅡ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 것 같네요. 리퍼반과 같은 쇼케이스형 페스티벌이 시장에 꼭 필요한 플랫폼이라면, 지금 리퍼반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에 대해 대해서요.

Detlef: 어떠한 구체적인 수치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젊은 음악 팬들이 아직 잘 모르는 아티스트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큰 조회수 등 주목할 만한 숫자를 아직 갖고 있지 않은 아티스트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직면한 진짜 도전 과제입니다. 만약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음악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리퍼반과 같은 쇼케이스, 마켓형 페스티벌은 존재 기반을 잃게 되니까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ㅡ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음악 산업 내에서 새로운 탤런트를 가진 아티스트를 소개하고자 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비슷한 과제를 떠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관객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리퍼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리퍼반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나요?

Detlef: 10대 학생들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애쓰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은 청소년 컨퍼런스를 운영했습니다. 작년에는 덴마크의 Roskilde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수십명의 청소년을 리퍼반에 초대하고, 페스티벌 현장을 둘러보며 행사 운영 방식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어요. 독일의 Höme - Für Festivals 이라는 단체(페스티벌이 단순한 음악 이벤트가 아닌, 사회·문화적 공간이며 생태계라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독일의 페스티벌 관련 단체)와도 비슷한 활동을 했는데, 독일에서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는 학생들을 초대해서 리퍼반에서 제공할 수 있는 운영적 인사이트를 제공했고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정기적으로 시도하고자 합니다.




ㅡ 이 외에 리퍼반에서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도전이나 키워드가 있나요?

Detlef: 매년 새로운 도전은 있습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있겠고요. 여기에 앞서 언급한 문화 생태계의 기반 위기(ground-level crisis) 역시 계속되고 있고요. 또한 오늘날 문화는 사회적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문화적 활동을 정치·사회적 논의와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젊은 관객들은 이제 페스티벌이 단순히 음악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이슈를 함께 반영하기를 기대하죠. 이런 다양한 요소를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지, 그리고 관객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보여줄지가 큰 과제입니다.


또 모두에게 여전히 흥미롭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관객들이 리퍼반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담아내야 하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매년 다양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비밀 공연 및 리퍼반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공연과 같은 독창적인 경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모여 리퍼반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Reeperbahn Festival
ⒸReeperbahn Festival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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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반 페스티벌의 수많은 공연장 중에는 함부르크의 상징인 엘브 필하모니도 포함되어 있다. 2024년 엘브 필하모니의 그랜드 홀에서는 덴마크의 전설적 뮤지션 Trentemoller가 공연을 펼쳐 큰 화제를 모았다.




ㅡ Reeperbahn 페스티벌의 재원 비중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공공 지원금, 브랜드 후원, 티켓 판매, 페스티벌 스테이지 판매 등이 주요 수입원인데요. 독일의 정치 상황에 따라서 이 비중이 달라질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Detlef: 리퍼반 페스티벌의 총 제작 예산은 매년 9백만 유로 정도입니다. 3분의 2를 공공에서 지원 받고, 나머지 3분의 1은 티켓 수익, 스폰서, 광고 수익 등으로 충당됩니다. 즉, 6백만 유로가 공적 자금인 것이죠. 공공 지원금 대부분은 베를린, 즉 국가 중앙 정부에서 나오고, 함부르크시의 지원도 일부 받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뒤 선거가 있으니, 언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작지 않은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는 데에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우리와 같은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결국 독일을 음악의 중심지로 강화하기 위한 의도인데, 누군가는 여기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할 수도 있는 거죠.


결국 구조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정부 지원에 의존적인지, 동시에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산업계가 뮤직 마켓 플랫폼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인식한다면, 정치와 공적 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독립적으로 페스티벌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기도 합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자금이 자생적으로 발생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행동을 유도하기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가치를 둡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식 페스티벌 배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리퍼반을 찾아 도시의 분위기와 커뮤니티를 경험합니다. 리퍼반 페스티벌이 가진 독특한 특성 중 하나이죠”



ㅡ 리퍼반에도 벌써 수년 째 여러 한국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리퍼반 페스티벌이 아시아 아티스트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살펴보면, 아시아나 유럽 외 지역 출신 아티스트의 참여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 편인데요. 아시아권 아티스트의 참여와 관련해 리퍼반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Detlef: 유럽 외 지역의 아티스트가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은 리퍼반에게도 긍정적인 일입니다. 아시아 시장이 독일 음악 산업 관계자들에게 흥미로운 신흥 시장으로 인식된다면, 상호 간의 만남과 교류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겠죠. 다만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결국 실제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자 하는 아티스트와 관련 주체들이 내려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아프리카나 남미 출신 아티스트들이 리퍼반에 참여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들을 초청하고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 몇 차례의 공연만 진행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고, 이후 투자 대비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죠. 참여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독일이나 유럽 시장에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접근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준비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커리어의 출발점이라기보다는, 이미 일정 단계에 오른 아티스트가 다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따라서 특정 아티스트를 새로운 시장으로 데려오는 것이 지금 당장 합리적인 선택인지,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리퍼반 페스티벌 하나만으로 아티스트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고, 새로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한 여러 단계 중 하나로 보고 전략을 잘 세워야 하죠. 거리와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실제로 현지 수출 지원 기관이나 구조적인 지원이 없이는 아시아 아티스트나 음악 산업 종사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도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 출신 아티스트들이 리퍼반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례를 더 발굴하고 싶어요. 이러한 성공 사례가 축적된다면,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참여에 대한 동기를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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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말씀하신 것처럼, 리퍼반에서 단 한 번의 공연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뮤직 마켓이라는 플랫폼의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실제로 참여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유럽 시장 내에서 보다 질 높은 유럽의 음악 산업 관계자(델리게이트)를 유치하기 위해 리퍼반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Detlef: 매년 새롭게 설정하는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퍼반은 수백 개의 국제 파트너 및 파트너 조직과 협력하며, 50개 이상의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파트너와 함께하느냐에 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전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악 프로그램과 컨퍼런스 프로그램 모두에 해당합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의 경우, 전체 세션의 약 60%를 국제 세션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라이브, 레코딩, 유통, 테크 등 다양한 시장 세그먼트를 균형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관련해서는 늘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핵심적인 논의를 만들고, 더 많은 산업 관계자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리퍼반이 다른 유럽의 음악 컨퍼런스와 구별되는 지점은, 구조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포맷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공간에 참가자들이 모이는 방식이 아니라, 낮 시간 동안 약 30~40개의 공연장과 행사장이 동시에 운영되며, 참가자들이 도시 전반을 이동하면서 공연, 비즈니스 미팅, 네트워킹, 컨퍼런스를 자유롭게 오갑니다. 이러한 포맷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리퍼반만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리퍼반은 특정한 전략으로 참가자들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관리’하기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가치를 둡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스스로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을 만들어갑니다. 저희는 이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리퍼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식 페스티벌 배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리퍼반 현장을 찾고, 도시의 분위기와 커뮤니티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점 역시 리퍼반 페스티벌이 가진 독특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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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반 페스티벌의 오프닝 세레모니에는 매년 키 슬로건(key slgan)에 맞춰 독일의 문화부 장관, 함부르크 시장, 리퍼반 페스티벌 디렉터의 기조 연설 등이 진행된다.





ㅡ 쇼케이스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음악 산업 주체들이 직접 무대를 큐레이션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퍼반에서는 한국,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별 수출 기관부터 Beggars와 같은 독립 레이블, 부킹 에이전시, 매거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주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를 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 주체들의 비율이나 참여 기준이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Detlef: 전체적인 쇼케이스 아티스트 기준으로 본다면, 3분의 2는 독일 참가자, 3분의 1은 국제 참가자로 구성합니다. 라이브 음악 중심의 주체들 외에도 레코딩, DSP, 레이블 등 다른 분야에서도 본인들 만의 공연을 만들고 큐레이션에 참여하는 것이 다양성 확대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점이 유럽의 다른 마켓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다른 행사들은 대부분 라이브 산업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음악 산업 내 더 많은 분야의 균형 있는 참여를 유도하려고 노력합니다.




ㅡ 올해 리퍼반에서는 DIY 매거진 큐레이션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디어와의 협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Detlef: 리퍼반에서 미디어는 가장 중요한 음악 산업 주체 중 하나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10년,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리퍼반이 수행하는 역할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새로운 아티스트와 장면을 산업과 관객에게 알리는 일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와의 협업은 매우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특정 매체의 규모나 이름보다, 실제로 아티스트와 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고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와 개인을 중요하게 봅니다. 여기에는 매거진 기자뿐 아니라 라디오 진행자, 큐레이터,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주체가 포함됩니다. 이들을 정기적으로 리퍼반에 초대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리뷰나 소개 하나가 신인 아티스트에게는 실질적인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매거진보다, 한 명의 큐레이터나 저널리스트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그래서 리퍼반에서는 특정 매체와의 협업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이 의미 있는 관점을 가지고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결국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형식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관객, 산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적절한 주체를 찾는 일입니다.




ㅡ 리퍼반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플랫폼형 페스티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티스트와 산업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학습의 장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장소와 교류의 장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느끼는데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Detlef: 확실한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리퍼반 페스티벌은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잠재력 역시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리퍼반이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길 바랍니다. 더 많은 아시아권 아티스트들이 유럽 시장에 도전하고, 직접 경험을 쌓아가며 자신만의 경로를 만들어 나가는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리퍼반이 그 과정 중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작은 무대들의 위기,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답이 될 수 있을까

리퍼반 페스티벌 디렉터 Detlef 인터뷰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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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주년을 맞은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은 독일 함부르크의 리퍼반 스트릿을 중심으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쇼케이스형 음악 페스티벌이자 마켓 플랫폼이다. 재능 있는 신인과 인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아온 리퍼반은 지난 20년 동안 유럽 음악 산업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라이브 산업 전반이 겪고 있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소규모 공연장과 신진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작은 무대들’은 이전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 아티스트와 메이저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여전히 유효한 플랫폼일까. 리퍼반 페스티벌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Detlef를 통해 현재 음악 생태계가 마주한 현실적인 과제와 리퍼반 페스티벌의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 Edit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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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FEED 세션 3

김해인 haein@alpsinc.kr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컨텐츠 기획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한다.

ㅡ 리퍼반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현재 리퍼반의 핵심 미션은 무엇인가요? 시작과 비교해 바뀐 것이 있다면요.

Detlef: 페스티벌의 비전과 핵심 DNA는 처음과 같아요. 대중 음악 분야의 재능 있는 국내외 아티스트를 소개한다는 것이 리퍼반의 가장 큰 미션이죠. ‘재능(talent)’이 바로 리퍼반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이고, 지난 20년 동안 그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ㅡ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만큼 갖춰진 형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etlef: 처음에는 일반적인 페스티벌의 형태였어요. 처음 3년 간 리퍼반 페스티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라이브 산업 쪽에서 온 관계자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죠. 해외에서 리퍼반이 아주 흥미로운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국내(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국내와 해외 관계자들 중 라이브 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리퍼반 페스티벌을 비공식적인 플랫폼, 즉 만남의 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흐름이 있었어요. 팀에서 이 상황을 인지하게 된 후에, 이러한 흐름에 맞춘 구체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컨퍼런스나 B2B 플랫폼 등의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보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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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리퍼반 페스티벌은 함부르크의 상징적인 리퍼반 스트릿에서 진행됩니다.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인프라가 리퍼반 페스티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요. 지역 커뮤니티가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지원금을 받는 데에 그간 적지 않은 노력이 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20년이 지난 지금 지역 주체나 기관과의 관계는 안정적인가요? 이해관계자나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바뀌기도 하는지요.

Detlef: 당연히 모든 제반적 상황이 항상 같지는 않아요. 우리도 매년 진행하는 방식이나 프로그램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기도 하고요. 재정적 면에서는, 감사하게도 함부르크 시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서, 매년 행정기관이나 정치인을 처음부터 설득해야 하는 일은 없어요. 리퍼반과 같은 행사가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서 시에서도 매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함부르크 시 뿐만 아니라, 독일 중앙정부에서도 일부분 리퍼반 페스티벌을 후원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은 매년 지원금을 신청해야 하죠. 100% 보장된 지원금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지원금 사정은 매년 변할 수 있고, 저희도 사정에 맞춰 매년 적응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바뀌면 우선순위나 예산이 달라질 수 있고, 이런 요소들이 페스티벌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작은 단위로는 지역 공연장 및 클럽, 기업과 브랜드, 아티스트 등 다양한 파트너의 상황과 우선순위, 리퍼반에 대한 각 주체의 기대도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그런 점에서 리퍼반 페스티벌은 고정된 것이 아닌, 살아있는 포맷이라고 생각해요. 상황에 발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며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ㅡ 코로나19 이후 최근 리퍼반 페스티벌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Detlef: 사실 리퍼반은 코로나 기간에도 완전히 취소된 적이 없는 거의 유일한 페스티벌이고, 지난 20년 간 매년 개최를 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운이 좋아요.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 이전의 관객 규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몇 년 간 라이브 산업 전반이 겪고 있는 이슈를 우리도 똑같이 겪고 있어요.


특히 리퍼반은 이러한 문제를 더 크게 겪고 있는데, 산업 내에서 우리의 포지션 때문이에요. 같은 라이브 업계에 있더라도, 신인 아티스트와 작은 공연들을 다루는 페스티벌과 프로모터는 대형 뮤지션을 섭외하는 대형 및 상업 페스티벌이나 대형 공연과는 전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어요.


더 정확히는, 작은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프로모터들이 코로나 이후 이전보다 조금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여러 상황이 겹쳐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요즘 음악을 듣는 젊은 세대 내에서 라이브 음악이나 신진 아티스트,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대중 음악 분야에서 신진 아티스트의 공연을 소개하는 우리의 입장이 이전보다 어려워졌어요.





ㅡ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는 상황인가요?

Detlef: 각 시장의 조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시장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럽 내에서도 각 국이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르죠.


기본적으로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씬의 규모가 크고 훌륭한 인프라가 있습니다. 수많은 공연장과 투어 비즈니스가 잘 자리 잡았어요. 1960년대 이후 40년 이상 이어져 온 시스템이니까요. 북미도 마찬가지고요. 유럽과 북미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전통이 더 부족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인프라가 탄탄한 유럽 조차 작은 공연장들, 음악 관련 작은 에이전시들, 그리고 투어를 하는 신인 아티스트들이 지속가능성에 있어 일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ㅡ 음악 시장 전체를 보면 확실히 메이저급 아티스트들은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거든요.

Detlef: 맞아요. 다른 한 편으로는 분명한 성장세를 볼 수 있죠. 메이저 레이블은 발매하는 앨범마다 점점 더 많은 수익과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대형 공연 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은 물론이고, 독일에서는 AEG가 최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규모가 큰 비즈니스를 모두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발표하는 수치만 보면, 음악 산업은 꽤 잘 돌아가고 있고 성장하는 것처럼 보여요. 마이클 라피노(라이브네이션 CEO)가 2030년 라이브 음악 시장의 규모를 500억 달러로 전망하더라고요. 숫자만 봐도 대형 아티스트들의 스타디움 투어, 즉 슈퍼스타 비즈니스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들이 문제입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규제가 필요한지, 또는 어떠한 공적 지원이 더 제공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고통 받는 부분, 즉 그라운드 레벨의 문화를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 말이죠.





ㅡ 산업 내 작은 비즈니스들을 계속해서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Detlef: 음악산업에서는 특히나 신인 뮤지션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스타들도 전부 그런 시절을 거쳐 자라니까요. 즉 그라운드 레벨의 뮤지션들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대형  회사들에게도 비즈니스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에요.


결국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각 산업 관계자들이 이 현실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죠. 게다가 AI로 생성된 음악 같은 새로운 기술도 등장하고 있어서 앞으로 5년, 15년, 25년 뒤 이러한 기술이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모든 성장단계의 뮤지션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산업 전체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음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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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간 진행되는 리퍼반 페스티벌에서는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이동하며 컨퍼런스, 공연, 네트워킹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트레인부터 신인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 각종 어워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ㅡ 지금 언급하신 위기 속에서도 리퍼반 페스티벌을 계속 이어가시는 입장에서 마켓형 쇼케이스 페스티벌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Detlef: 글쎄요. 하지만 이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리퍼반에 각종 조직 및 협회, 프리랜서, 독립 아티스트, 소규모·중규모 회사 등 자발적, 자연적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한데 모인다는 점에서 리퍼반을 ‘개방형 구조(open structure)’라고 보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만나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 것을 끊임없이 봐왔습니다.


이러한 주체들이 서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장소와 기회의 장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에 쇼케이스 페스티벌과 음악 컨퍼런스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뮤직 마켓의 필요성에 대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쇼케이스와 컨퍼런스가 결합된 마켓이 매년 40~50개 정도가 열리고 있어요. 20년 전만 해도 우리 리퍼반,  Spot Festival(덴마크), The Great Escape(영국) 정도 밖에 없었고 이 마저 지금 정도로 발전된 형태는 아니었죠. 지난 20년 동안 이런 행사가 늘어난 이유는, 젊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관련 주제를 의제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ㅡ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 것 같네요. 리퍼반과 같은 쇼케이스형 페스티벌이 시장에 꼭 필요한 플랫폼이라면, 지금 리퍼반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에 대해 대해서요.

Detlef: 어떠한 구체적인 수치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젊은 음악 팬들이 아직 잘 모르는 아티스트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큰 조회수 등 주목할 만한 숫자를 아직 갖고 있지 않은 아티스트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직면한 진짜 도전 과제입니다. 만약 새로운 아티스트의 라이브 음악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리퍼반과 같은 쇼케이스, 마켓형 페스티벌은 존재 기반을 잃게 되니까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ㅡ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음악 산업 내에서 새로운 탤런트를 가진 아티스트를 소개하고자 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비슷한 과제를 떠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관객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리퍼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리퍼반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나요?

Detlef: 10대 학생들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애쓰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은 청소년 컨퍼런스를 운영했습니다. 작년에는 덴마크의 Roskilde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수십명의 청소년을 리퍼반에 초대하고, 페스티벌 현장을 둘러보며 행사 운영 방식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어요. 독일의 Höme - Für Festivals 이라는 단체(페스티벌이 단순한 음악 이벤트가 아닌, 사회·문화적 공간이며 생태계라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독일의 페스티벌 관련 단체)와도 비슷한 활동을 했는데, 독일에서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는 학생들을 초대해서 리퍼반에서 제공할 수 있는 운영적 인사이트를 제공했고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정기적으로 시도하고자 합니다.





ㅡ 이 외에 리퍼반에서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도전이나 키워드가 있나요?

Detlef: 매년 새로운 도전은 있습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있겠고요. 여기에 앞서 언급한 문화 생태계의 기반 위기(ground-level crisis) 역시 계속되고 있고요. 또한 오늘날 문화는 사회적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문화적 활동을 정치·사회적 논의와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젊은 관객들은 이제 페스티벌이 단순히 음악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이슈를 함께 반영하기를 기대하죠. 이런 다양한 요소를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지, 그리고 관객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보여줄지가 큰 과제입니다.


또 모두에게 여전히 흥미롭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관객들이 리퍼반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담아내야 하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매년 다양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비밀 공연 및 리퍼반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공연과 같은 독창적인 경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모여 리퍼반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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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반 페스티벌의 수많은 공연장 중에는 함부르크의 상징인 엘브 필하모니도 포함되어 있다. 2024년 엘브 필하모니의 그랜드 홀에서는 덴마크의 전설적 뮤지션 Trentemoller가 공연을 펼쳐 큰 화제를 모았다.





ㅡ Reeperbahn 페스티벌의 재원 비중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공공 지원금, 브랜드 후원, 티켓 판매, 페스티벌 스테이지 판매 등이 주요 수입원인데요. 독일의 정치 상황에 따라서 이 비중이 달라질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Detlef: 리퍼반 페스티벌의 총 제작 예산은 매년 9백만 유로 정도입니다. 3분의 2를 공공에서 지원 받고, 나머지 3분의 1은 티켓 수익, 스폰서, 광고 수익 등으로 충당됩니다. 즉, 6백만 유로가 공적 자금인 것이죠. 공공 지원금 대부분은 베를린, 즉 국가 중앙 정부에서 나오고, 함부르크시의 지원도 일부 받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뒤 선거가 있으니, 언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작지 않은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는 데에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우리와 같은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결국 독일을 음악의 중심지로 강화하기 위한 의도인데, 누군가는 여기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할 수도 있는 거죠.


결국 구조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정부 지원에 의존적인지, 동시에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산업계가 뮤직 마켓 플랫폼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인식한다면, 정치와 공적 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독립적으로 페스티벌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기도 합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자금이 자생적으로 발생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행동을 유도하기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가치를 둡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식 페스티벌 배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리퍼반을 찾아
도시의 분위기와 커뮤니티를 경험합니다.
리퍼반 페스티벌이 가진 독특한 특성 중 하나이죠”




ㅡ 리퍼반에도 벌써 수년 째 여러 한국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리퍼반 페스티벌이 아시아 아티스트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살펴보면, 아시아나 유럽 외 지역 출신 아티스트의 참여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 편인데요. 아시아권 아티스트의 참여와 관련해 리퍼반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Detlef: 유럽 외 지역의 아티스트가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은 리퍼반에게도 긍정적인 일입니다. 아시아 시장이 독일 음악 산업 관계자들에게 흥미로운 신흥 시장으로 인식된다면, 상호 간의 만남과 교류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겠죠. 다만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결국 실제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자 하는 아티스트와 관련 주체들이 내려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아프리카나 남미 출신 아티스트들이 리퍼반에 참여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들을 초청하고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 몇 차례의 공연만 진행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고, 이후 투자 대비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죠. 참여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독일이나 유럽 시장에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접근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준비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쇼케이스 페스티벌은 커리어의 출발점이라기보다는, 이미 일정 단계에 오른 아티스트가 다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따라서 특정 아티스트를 새로운 시장으로 데려오는 것이 지금 당장 합리적인 선택인지,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리퍼반 페스티벌 하나만으로 아티스트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고, 새로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한 여러 단계 중 하나로 보고 전략을 잘 세워야 하죠. 거리와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실제로 현지 수출 지원 기관이나 구조적인 지원이 없이는 아시아 아티스트나 음악 산업 종사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도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 출신 아티스트들이 리퍼반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례를 더 발굴하고 싶어요. 이러한 성공 사례가 축적된다면,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참여에 대한 동기를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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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말씀하신 것처럼, 리퍼반에서 단 한 번의 공연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뮤직 마켓이라는 플랫폼의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실제로 참여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유럽 시장 내에서 보다 질 높은 유럽의 음악 산업 관계자(델리게이트)를 유치하기 위해 리퍼반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Detlef: 매년 새롭게 설정하는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퍼반은 수백 개의 국제 파트너 및 파트너 조직과 협력하며, 50개 이상의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파트너와 함께하느냐에 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전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악 프로그램과 컨퍼런스 프로그램 모두에 해당합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의 경우, 전체 세션의 약 60%를 국제 세션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라이브, 레코딩, 유통, 테크 등 다양한 시장 세그먼트를 균형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관련해서는 늘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핵심적인 논의를 만들고, 더 많은 산업 관계자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리퍼반이 다른 유럽의 음악 컨퍼런스와 구별되는 지점은, 구조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포맷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공간에 참가자들이 모이는 방식이 아니라, 낮 시간 동안 약 30~40개의 공연장과 행사장이 동시에 운영되며, 참가자들이 도시 전반을 이동하면서 공연, 비즈니스 미팅, 네트워킹, 컨퍼런스를 자유롭게 오갑니다. 이러한 포맷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리퍼반만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리퍼반은 특정한 전략으로 참가자들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관리’하기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가치를 둡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스스로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을 만들어갑니다. 저희는 이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리퍼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식 페스티벌 배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리퍼반 현장을 찾고, 도시의 분위기와 커뮤니티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점 역시 리퍼반 페스티벌이 가진 독특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Reeperbah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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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반 페스티벌의 오프닝 세레모니에는 매년 키 슬로건(key slgan)에 맞춰 독일의 문화부 장관, 함부르크 시장, 리퍼반 페스티벌 디렉터의 기조 연설 등이 진행된다.





ㅡ 쇼케이스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음악 산업 주체들이 직접 무대를 큐레이션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퍼반에서는 한국,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별 수출 기관부터 Beggars와 같은 독립 레이블, 부킹 에이전시, 매거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주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를 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 주체들의 비율이나 참여 기준이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Detlef: 전체적인 쇼케이스 아티스트 기준으로 본다면, 3분의 2는 독일 참가자, 3분의 1은 국제 참가자로 구성합니다. 라이브 음악 중심의 주체들 외에도 레코딩, DSP, 레이블 등 다른 분야에서도 본인들 만의 공연을 만들고 큐레이션에 참여하는 것이 다양성 확대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점이 유럽의 다른 마켓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다른 행사들은 대부분 라이브 산업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음악 산업 내 더 많은 분야의 균형 있는 참여를 유도하려고 노력합니다.





ㅡ 올해 리퍼반에서는 DIY 매거진 큐레이션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디어와의 협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Detlef: 리퍼반에서 미디어는 가장 중요한 음악 산업 주체 중 하나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10년,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리퍼반이 수행하는 역할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새로운 아티스트와 장면을 산업과 관객에게 알리는 일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와의 협업은 매우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특정 매체의 규모나 이름보다, 실제로 아티스트와 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고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와 개인을 중요하게 봅니다. 여기에는 매거진 기자뿐 아니라 라디오 진행자, 큐레이터,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주체가 포함됩니다. 이들을 정기적으로 리퍼반에 초대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리뷰나 소개 하나가 신인 아티스트에게는 실질적인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매거진보다, 한 명의 큐레이터나 저널리스트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그래서 리퍼반에서는 특정 매체와의 협업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이 의미 있는 관점을 가지고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결국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형식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관객, 산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적절한 주체를 찾는 일입니다.





ㅡ 리퍼반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플랫폼형 페스티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티스트와 산업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학습의 장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장소와 교류의 장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느끼는데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Detlef: 확실한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리퍼반 페스티벌은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잠재력 역시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리퍼반이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길 바랍니다. 더 많은 아시아권 아티스트들이 유럽 시장에 도전하고, 직접 경험을 쌓아가며 자신만의 경로를 만들어 나가는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리퍼반이 그 과정 중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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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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