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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타겟팅

-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아무리 잘 기획해도, 그것을 즐길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페스티벌은 완성된다. 관객과 호흡해야 하는 주체는 아티스트만이 아니다. 페스티벌 또한 매년 성장하며 끊임없이 관객을 이해하고, 그들과 호흡해야 한다. [FESTFEED]의 세번째 세션에서는 필리핀과 대만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만나며 시행착오를 겪어온 두명의 페스티벌/공연 프로모터를 통해 관객 타겟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패널: John Uy (Wanderland music & arts festival), Orbis Fu (ULC)

Moderator | 박준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Edit | 김해인

FESTFEED 세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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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유연하게,

해외로 뻗어 나가는

힙노시스테라피

ISSUE5 05.ARTIST

PRE

라인업 큐레이션과 딜레마

ISSUE5 03.INSIGHT

김해인 haein@alpsinc.kr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컨텐츠 기획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한다.

ㅡ 우선 마케팅 세션에서 타겟팅이 주제라는 것부터, 음악 페스티벌 시장이 아직 타겟층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기획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페스티벌 고어(Festival Goer, 페스티벌이 여가 활동에서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새로 생겨나는 페스티벌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각 페스티벌이 새로운 관객을 어떻게 발굴하고 유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번 세션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대만과 필리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각국 공연/페스티벌 시장의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이 궁금합니다. 페스티벌에 꾸준히 오는 관객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또 새로운 관객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John: 저희 회사(Karpos)에서 만드는 Wanderland 페스티벌의 사례를 들어 말씀드릴게요. Wanderland는 2013년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12년  간 우리를 찾아온 충성 관객들이 쌓였고, 그 결과 지금 코어 관객은 젊은 부모들이 많아요. 제가 처음 페스티벌을 만들기 시작할 때 20대 초반이었고 결혼해서 지금은 1살짜리 딸이 있으니, 저희 가족이 코어 관객의 대표성을 띠는 셈이죠. 이들은 약 5,000명 정도이고, 이로 인해  Wanderland는 가족 중심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고요. 이러한 관객 특성을 고려해 8살까지는 무료 입장 정책을 펼치고 있고,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마련합니다. 이들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서 Wanderland는 마치 아이들의 놀이학교 같은 곳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지금의 바이브를 만들었어요.  


동시에, 미래에 지속가능 하기 위해서는 더 젊은 관객층을 잡아야 하는데요. 팬데믹 이후 필리핀의 젊은 관객들은 페스티벌보다는 단독공연에 가는 것을 선호하고, 본인이 원하는 뮤지션의 공연-kpop 아티스트 위주-을 보기 위해 해외 여행을 갑니다.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새로운 흐름이죠.  


거의 3년이 되는 팬데믹 기간동안 필리핀에는 페스티벌이 없었어요. 그렇기에 이전에 페스티벌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관객들에게는 아마 우리 페스티벌이 너무 새롭거나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을 거예요. 이들을 어떻게 Wanderland에 유입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다가 올해는 기존 우리 라인업에는 없던 새로운 장르를 넣어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그렇게 한국의 kpop 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화사를 통해 일시적인 붐업을 기대한 것 보다도, 화사로 인해 Wanderland의 티켓을 구매한 젊은 관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고, 그들이 페스티벌 안의 다른 라인업과 경험들도 함께 즐기는 지를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분위기의 관객들이 확실히 많이 왔지만, 동시에 기존의 관객들은 이러한 변화를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도 보았고요. 


비슷한 고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Wanderland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지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고요. 브랜드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니까요. 



Orbis: 타겟하는 관객의 연령이나 라이프스타일은 페스티벌마다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2007년 처음 해외 라인업이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었어요. 야심 차게 Muse를 헤드라이너로 섭외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는데 우선 대만은 제가 생각한 것만큼 국제적인 것(international)에 반응하는 시장이 아니었어요.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미권 문화와 가깝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영미권의 팝스타보다 오히려 만다린팝이 더 인기가 있을 수 있는 시장이더라고요.


또 하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부분인데요. 처음 페스티벌을 만들 때, 일본 후지록의 철학이 멋있어서 그 철학을 카피해 대만에서 비슷하게 페스티벌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후지록의 문화가 대만 사람들이 평소 향유하는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선 대만에는 눈이 오지 않으니 스키리조트가 없어요. 산을 중심으로 크게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없다는 뜻이에요. 일본이나 한국처럼 캠핑 문화가 자리 잡지도 않았죠. 10년 전 까지만 해도 대만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후지록처럼 산과 캠핑이 함께 있는 뮤직 페스티벌은 대만에서는 적용되기 어렵겠더라고요. 


이후 대만이 가진 특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대만의 특징적 풍경에는 항구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항구로 유명한 도시인 가오슝에 페스티벌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게 시작한 페스티벌인 Megaport 에는 항구라는 풍경이 배경이 되어 큰 선박들 앞에 무대가 설치되었습니다. 가오슝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즌을 고려해 날짜를 정하기도 했어요. 페스티벌 기획자들이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여행사에서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기획자는 자꾸 상상해야 합니다. 우리는 음악과 공연을 좋아해서 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들이니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열심히 관찰해야 해요. 사람들이 친구들과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그 문화의 중심에 있는 소셜라이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시아가 가진 특징 중에 하나는 ‘서구 문화권’이라고 하는 어느정도 공통된 문화를 공유하는 북미나 유럽과는 다르게, 각 나라별로 나타나는 소셜 라이프(social life)의 양상이 상당히 다르다는 거예요.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진 페스티벌 문화가 비교적 오래전에 자리잡은 북미나 유럽의 경우 이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 스스로 음악을 디깅해 발견하는 패턴이 자리잡았겠지만, 아시아는 그렇지 않아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각자의 방식으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음악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에 2년정도 살았는데, 처음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음악 페스티벌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의아했어요. 페스티벌에서 사운드를 더 잘 듣기 위해 앞으로 나가서 집중해 공연을 보는 것보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 더 중요한 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대단히 음악에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왜 굳이 음악 페스티벌에 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한국에 조금 더 살아본 후 답을 알 수 있었죠. 한강에서 치맥을 하고, 날이 좋으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각자 공원에 둘러 앉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피크닉 문화가 한국에서 중요한 라이프스타일이었던 거예요.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본능적으로 그걸 자기 나라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것은 늘 쿨해보이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막상 다른 문화에서는 그만큼 인기가 없거나 너무 새로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전에 많은 관찰과 통찰이 필요해요. 


또 요즘 세대는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를 먼저 관심 갖고 찾아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스포티파이에서 다른 친구들이 어떤 걸 듣는지 보고 따라 듣죠. 


문화권별, 세대별 행동 패턴을 세심히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관객들을 어떻게 페스티벌에 끌어올지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해요.







ㅡ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특별하게 구성하고 좋은 라인업을 가져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기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페스티벌은 경험이라는 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와 닿았습니다. 치킨을 먹으며 피크닉을 하는 것이 한국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찰에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요. 요즘 세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소위 집중하지 않는 문화(inattention economy) 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요. 순간에 몰입해 진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몸이 덜 귀찮고 정신적으로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흐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티켓을 많이 파는 것은 페스티벌 기획자들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하지만 목표에 다다르는 방법에 있어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는 것만이 방법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결국 아까 John이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어디까지는 시류에 타협을 하고, 또 다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인데. 각자 상한선을 어떻게 정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Orbis: 개인적으로 지금 받은 질문은 아시아 페스티벌 신에서는 조금 시기상조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벌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자리 잡힌 북미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는 아직 음악 페스티벌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직 그런 면에서 아시아는 더 젊고, 많은 것을 새롭게 탐색하고 즐기기 시작한 단계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페스티벌이라는 형태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음악 페스티벌은 아직 메이저한 문화로 자리잡지 않았어요.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음악 공연을 하나의 서브 프로그램처럼 섭외해 뮤지션들의 무대를 볼 수 있는 다른 많은 종류의 행사, 이벤트도 매우 많고요. 행사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죠. 요즘 대만에서 하는 농담 중에 대만에서 가장 큰 음악 문화는 ktv(대만의 대표 노래방 브랜드)라는 말이 있는데, 농담이 아니에요. ktv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죠. 


꼭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어도 뭐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주말을 사로잡는 것 자체가 매우 치열하고 경쟁적인 상황이에요. 도시의 문화가 모두 새롭게 등장하고 성장하는 상황에서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며 주말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싸움이라고 볼 수 있죠. 많은 아시아 도시들이 이러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오히려 티켓을 얼마나 팔지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벤트의 사이즈와 타겟을 정하고 이에 따라 티켓 판매 규모가 정해지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 전략은 티켓 사이즈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요. 


이건 살짝 다른 얘기지만, 500석 미만의 사이즈는 주변부터 열심히 홍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인디밴드가 앨범 발매 파티를 처음 연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모든 멤버들이 본인의 고등학교, 대학 친구들을 포함해 살면서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에게 다 전화를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건 뮤지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청첩장은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보내면서 왜 친구들을 공연에 부르지 않는지 뮤지션들에게 항상 얘기해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그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발매 음감회 같은 이벤트에 가면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지 않나요. 그보다는 많이 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벌은 얘기가 완전히 다르죠. 우선 기획자들은 페스티벌이 비즈니스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해요. 무작정 좋은 뮤지션을 부른다고 해서 사람들이 와주지 않거든요. 만약 한국에서 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종류의 이벤트와 공연에 가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pop 공연에도 가야 하고요. 사람들이 어떤 공연에 얼만큼 소비를 하고, 다른 장르, 다른 성격의 이벤트는 어떤 기획으로 돈을 벌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음악 페스티벌 기획자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본인들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라인업 짜는 것을 쉽게 여길 수 있지만,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어떻게 구성해야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신나게 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에 관한 실수와 오류를 너무 많이 봐왔어요.  



John: 공감합니다. 음악 페스티벌을 단순히 내가 좋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만든다고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어요. 


필리핀 시장은 아직 구매력이 낮아요. 그래서 페스티벌 입장에서는 스폰서로서 페스티벌을 지원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많이 찾아야 해요. 그래야 페스티벌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만 브랜드 쪽에는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는 편이에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안되고, 페스티벌 스러운 체험, 즉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형태로 우리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하죠. 


목표 수량을 매진 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요. 어떻게 이 미친(crazy) 일을 지속하기 위해 어디까지 타협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다. 항상 되새기는 점인데, 내가 생각하는 페스티벌 성공 공식이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내가 원했던 방식은 언제든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세상이 흐르는 방향과도 함께 가면서 돈을 벌기 위해(수익화를 위해) 타협하는 자세도 필요하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월급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ㅡ 오늘 뼈를 많이 맞고 가네요. 페스티벌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면서도, 새로운 관객을 유입 시키는 데에 여러가지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라인업도 중요하지만,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라섬은 자원봉사 커뮤니티가 막강한데, 라인업 말고 어떻게 관객 인게이지먼트(관여도)를 강화할 수 있을까요?



Orbis: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저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인터넷 덕분에 대만 국내의 대중 음악이 아닌 서양의 인디 문화에 대해 처음 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많지만, 온라인에서 매거진을 만들고 셀링해본 경험, 이를 토대로 취향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빌딩해보는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어요.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서 공연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아티스트 조차 본인의 팬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랐던 때죠. 그때 처음으로 공연장 SNS를 운영하면서 팔로우하는 관객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들의 취향을 확인했고, 거기서 홍보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스티벌/공연과 같은 이벤트는 다른 큰 일이 생기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갑자기 행사를 취소해야 하거나 표가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요즘에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데이터인 것 같아요. 솔직히 내가 티켓 플랫폼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관객 데이터가 다소 제한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이 자리를 빌어 최근 티켓 플랫폼을 만든 존에게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묻고 싶었습니다.(웃음)  



John: 맞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티켓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단연 데이터 때문입니다. 2013년부터 페스티벌을 운영했지만 항상 다른 플랫폼을 통해 티켓을 팔았기 때문에 관객 데이터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고, 해가 갈수록 이에 대한 좌절이 컸어요. 위기를 기회삼아, 팬데믹 기간에 티켓 회사를 준비했고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프로모터로서 성공하려면 내가 기획하는 페스티벌/공연의 티켓 구매자들이 어떤 지역에서 온 지부터 연령, 그들의 취미, 음악 취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이런 데이터를 훨씬 디테일 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직접 마케팅이 가능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스폰서나 정부와 같은 파트너에도 더 쉽게 피칭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페스티벌 관객의 10%는 외국에서 여행오는 사람들이라든지, 관객 중 몇 %는 페스티벌 기간 중 근처에 숙박을 잡아 호텔에서 지낸다든지. 브랜드 입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이건 티켓 플랫폼과는 다른 얘기인데,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에 속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틱톡의 명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요즘에 우리끼리 If it is famous in Tiktok, is it really famous in real? (틱톡에서 유행하는 것이 진짜로 유명한 것인가?)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필리핀에서는 틱톡이 가장 인기있는 소셜 플랫폼인데, 틱톡에서 유명해보이는 아티스트가 실제로도 구매력이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 실패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틱톡 지표만 들이대면서 이 노래가 필리핀에서 인기가 엄청 많다는 에이전트의 말에 속기 쉽상이죠.


몇번의 실수 이후에는 단순히 지표만 보지 않고 아티스트가 실제 공연장에 와줄 만한 진짜 팬들을 갖고 있는지 신중히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틱톡에서 직접 뮤지션을 발견해 세번의 공연을 매진시킨 성공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실제 국내 팬이 있는지, 그들과 얼마나 소통을 하는지, 즉 인게이지먼트가 높은지 잘 봐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생각지 못한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소셜 플랫폼도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페스티벌의 타겟팅

-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아무리 잘 기획해도, 그것을 즐길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페스티벌은 완성된다. 관객과 호흡해야 하는 주체는 아티스트만이 아니다. 페스티벌 또한 매년 성장하며 끊임없이 관객을 이해하고, 그들과 호흡해야 한다. [FESTFEED]의 세번째 세션에서는 필리핀과 대만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만나며 시행착오를 겪어온 두명의 페스티벌/공연 프로모터를 통해 관객 타겟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패널: John Uy (Wanderland music & arts festival), Orbis Fu (ULC)

Moderator | 박준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Edit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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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haein@alpsinc.kr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컨텐츠 기획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한다.

ㅡ 우선 마케팅 세션에서 타겟팅이 주제라는 것부터, 음악 페스티벌 시장이 아직 타겟층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기획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페스티벌 고어(Festival Goer, 페스티벌이 여가 활동에서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새로 생겨나는 페스티벌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각 페스티벌이 새로운 관객을 어떻게 발굴하고 유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번 세션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대만과 필리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각국 공연/페스티벌 시장의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이 궁금합니다. 페스티벌에 꾸준히 오는 관객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또 새로운 관객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John: 저희 회사(Karpos)에서 만드는 Wanderland 페스티벌의 사례를 들어 말씀드릴게요. Wanderland는 2013년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12년  간 우리를 찾아온 충성 관객들이 쌓였고, 그 결과 지금 코어 관객은 젊은 부모들이 많아요. 제가 처음 페스티벌을 만들기 시작할 때 20대 초반이었고 결혼해서 지금은 1살짜리 딸이 있으니, 저희 가족이 코어 관객의 대표성을 띠는 셈이죠. 이들은 약 5,000명 정도이고, 이로 인해  Wanderland는 가족 중심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고요. 이러한 관객 특성을 고려해 8살까지는 무료 입장 정책을 펼치고 있고,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마련합니다. 이들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서 Wanderland는 마치 아이들의 놀이학교 같은 곳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지금의 바이브를 만들었어요.  


동시에, 미래에 지속가능 하기 위해서는 더 젊은 관객층을 잡아야 하는데요. 팬데믹 이후 필리핀의 젊은 관객들은 페스티벌보다는 단독공연에 가는 것을 선호하고, 본인이 원하는 뮤지션의 공연-kpop 아티스트 위주-을 보기 위해 해외 여행을 갑니다.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새로운 흐름이죠.  


거의 3년이 되는 팬데믹 기간동안 필리핀에는 페스티벌이 없었어요. 그렇기에 이전에 페스티벌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관객들에게는 아마 우리 페스티벌이 너무 새롭거나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을 거예요. 이들을 어떻게 Wanderland에 유입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다가 올해는 기존 우리 라인업에는 없던 새로운 장르를 넣어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그렇게 한국의 kpop 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화사를 통해 일시적인 붐업을 기대한 것 보다도, 화사로 인해 Wanderland의 티켓을 구매한 젊은 관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고, 그들이 페스티벌 안의 다른 라인업과 경험들도 함께 즐기는 지를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분위기의 관객들이 확실히 많이 왔지만, 동시에 기존의 관객들은 이러한 변화를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도 보았고요. 


비슷한 고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Wanderland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지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고요. 브랜드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니까요. 



Orbis: 타겟하는 관객의 연령이나 라이프스타일은 페스티벌마다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2007년 처음 해외 라인업이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었어요. 야심 차게 Muse를 헤드라이너로 섭외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는데 우선 대만은 제가 생각한 것만큼 국제적인 것(international)에 반응하는 시장이 아니었어요.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미권 문화와 가깝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영미권의 팝스타보다 오히려 만다린팝이 더 인기가 있을 수 있는 시장이더라고요.


또 하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부분인데요. 처음 페스티벌을 만들 때, 일본 후지록의 철학이 멋있어서 그 철학을 카피해 대만에서 비슷하게 페스티벌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후지록의 문화가 대만 사람들이 평소 향유하는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선 대만에는 눈이 오지 않으니 스키리조트가 없어요. 산을 중심으로 크게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없다는 뜻이에요. 일본이나 한국처럼 캠핑 문화가 자리 잡지도 않았죠. 10년 전 까지만 해도 대만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후지록처럼 산과 캠핑이 함께 있는 뮤직 페스티벌은 대만에서는 적용되기 어렵겠더라고요. 


이후 대만이 가진 특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대만의 특징적 풍경에는 항구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항구로 유명한 도시인 가오슝에 페스티벌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게 시작한 페스티벌인 Megaport 에는 항구라는 풍경이 배경이 되어 큰 선박들 앞에 무대가 설치되었습니다. 가오슝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즌을 고려해 날짜를 정하기도 했어요. 페스티벌 기획자들이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여행사에서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기획자는 자꾸 상상해야 합니다. 우리는 음악과 공연을 좋아해서 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들이니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열심히 관찰해야 해요. 사람들이 친구들과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그 문화의 중심에 있는 소셜라이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시아가 가진 특징 중에 하나는 ‘서구 문화권’이라고 하는 어느정도 공통된 문화를 공유하는 북미나 유럽과는 다르게, 각 나라별로 나타나는 소셜 라이프(social life)의 양상이 상당히 다르다는 거예요.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진 페스티벌 문화가 비교적 오래전에 자리잡은 북미나 유럽의 경우 이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 스스로 음악을 디깅해 발견하는 패턴이 자리잡았겠지만, 아시아는 그렇지 않아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각자의 방식으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음악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에 2년정도 살았는데, 처음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음악 페스티벌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의아했어요. 페스티벌에서 사운드를 더 잘 듣기 위해 앞으로 나가서 집중해 공연을 보는 것보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 더 중요한 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대단히 음악에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왜 굳이 음악 페스티벌에 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한국에 조금 더 살아본 후 답을 알 수 있었죠. 한강에서 치맥을 하고, 날이 좋으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각자 공원에 둘러 앉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피크닉 문화가 한국에서 중요한 라이프스타일이었던 거예요.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본능적으로 그걸 자기 나라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것은 늘 쿨해보이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막상 다른 문화에서는 그만큼 인기가 없거나 너무 새로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전에 많은 관찰과 통찰이 필요해요. 


또 요즘 세대는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를 먼저 관심 갖고 찾아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스포티파이에서 다른 친구들이 어떤 걸 듣는지 보고 따라 듣죠. 


문화권별, 세대별 행동 패턴을 세심히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관객들을 어떻게 페스티벌에 끌어올지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해요.







ㅡ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특별하게 구성하고 좋은 라인업을 가져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기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페스티벌은 경험이라는 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와 닿았습니다. 치킨을 먹으며 피크닉을 하는 것이 한국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찰에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요. 요즘 세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소위 집중하지 않는 문화(inattention economy) 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요. 순간에 몰입해 진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몸이 덜 귀찮고 정신적으로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흐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티켓을 많이 파는 것은 페스티벌 기획자들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하지만 목표에 다다르는 방법에 있어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는 것만이 방법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결국 아까 John이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어디까지는 시류에 타협을 하고, 또 다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인데. 각자 상한선을 어떻게 정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Orbis: 개인적으로 지금 받은 질문은 아시아 페스티벌 신에서는 조금 시기상조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벌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자리 잡힌 북미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는 아직 음악 페스티벌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직 그런 면에서 아시아는 더 젊고, 많은 것을 새롭게 탐색하고 즐기기 시작한 단계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페스티벌이라는 형태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음악 페스티벌은 아직 메이저한 문화로 자리잡지 않았어요.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음악 공연을 하나의 서브 프로그램처럼 섭외해 뮤지션들의 무대를 볼 수 있는 다른 많은 종류의 행사, 이벤트도 매우 많고요. 행사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죠. 요즘 대만에서 하는 농담 중에 대만에서 가장 큰 음악 문화는 ktv(대만의 대표 노래방 브랜드)라는 말이 있는데, 농담이 아니에요. ktv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죠. 


꼭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어도 뭐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주말을 사로잡는 것 자체가 매우 치열하고 경쟁적인 상황이에요. 도시의 문화가 모두 새롭게 등장하고 성장하는 상황에서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며 주말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싸움이라고 볼 수 있죠. 많은 아시아 도시들이 이러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오히려 티켓을 얼마나 팔지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벤트의 사이즈와 타겟을 정하고 이에 따라 티켓 판매 규모가 정해지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 전략은 티켓 사이즈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요. 


이건 살짝 다른 얘기지만, 500석 미만의 사이즈는 주변부터 열심히 홍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인디밴드가 앨범 발매 파티를 처음 연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모든 멤버들이 본인의 고등학교, 대학 친구들을 포함해 살면서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에게 다 전화를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건 뮤지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청첩장은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보내면서 왜 친구들을 공연에 부르지 않는지 뮤지션들에게 항상 얘기해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그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발매 음감회 같은 이벤트에 가면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지 않나요. 그보다는 많이 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벌은 얘기가 완전히 다르죠. 우선 기획자들은 페스티벌이 비즈니스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해요. 무작정 좋은 뮤지션을 부른다고 해서 사람들이 와주지 않거든요. 만약 한국에서 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종류의 이벤트와 공연에 가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pop 공연에도 가야 하고요. 사람들이 어떤 공연에 얼만큼 소비를 하고, 다른 장르, 다른 성격의 이벤트는 어떤 기획으로 돈을 벌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음악 페스티벌 기획자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본인들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라인업 짜는 것을 쉽게 여길 수 있지만,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어떻게 구성해야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신나게 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에 관한 실수와 오류를 너무 많이 봐왔어요.  



John: 공감합니다. 음악 페스티벌을 단순히 내가 좋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만든다고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어요. 


필리핀 시장은 아직 구매력이 낮아요. 그래서 페스티벌 입장에서는 스폰서로서 페스티벌을 지원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많이 찾아야 해요. 그래야 페스티벌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만 브랜드 쪽에는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는 편이에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안되고, 페스티벌 스러운 체험, 즉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형태로 우리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하죠. 


목표 수량을 매진 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요. 어떻게 이 미친(crazy) 일을 지속하기 위해 어디까지 타협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다. 항상 되새기는 점인데, 내가 생각하는 페스티벌 성공 공식이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내가 원했던 방식은 언제든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세상이 흐르는 방향과도 함께 가면서 돈을 벌기 위해(수익화를 위해) 타협하는 자세도 필요하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월급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ㅡ 오늘 뼈를 많이 맞고 가네요. 페스티벌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면서도, 새로운 관객을 유입 시키는 데에 여러가지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라인업도 중요하지만,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라섬은 자원봉사 커뮤니티가 막강한데, 라인업 말고 어떻게 관객 인게이지먼트(관여도)를 강화할 수 있을까요?



Orbis: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저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인터넷 덕분에 대만 국내의 대중 음악이 아닌 서양의 인디 문화에 대해 처음 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많지만, 온라인에서 매거진을 만들고 셀링해본 경험, 이를 토대로 취향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빌딩해보는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어요.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서 공연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아티스트 조차 본인의 팬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랐던 때죠. 그때 처음으로 공연장 SNS를 운영하면서 팔로우하는 관객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들의 취향을 확인했고, 거기서 홍보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스티벌/공연과 같은 이벤트는 다른 큰 일이 생기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갑자기 행사를 취소해야 하거나 표가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요즘에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데이터인 것 같아요. 솔직히 내가 티켓 플랫폼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관객 데이터가 다소 제한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이 자리를 빌어 최근 티켓 플랫폼을 만든 존에게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묻고 싶었습니다.(웃음)  



John: 맞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티켓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단연 데이터 때문입니다. 2013년부터 페스티벌을 운영했지만 항상 다른 플랫폼을 통해 티켓을 팔았기 때문에 관객 데이터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고, 해가 갈수록 이에 대한 좌절이 컸어요. 위기를 기회삼아, 팬데믹 기간에 티켓 회사를 준비했고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프로모터로서 성공하려면 내가 기획하는 페스티벌/공연의 티켓 구매자들이 어떤 지역에서 온 지부터 연령, 그들의 취미, 음악 취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이런 데이터를 훨씬 디테일 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직접 마케팅이 가능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스폰서나 정부와 같은 파트너에도 더 쉽게 피칭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페스티벌 관객의 10%는 외국에서 여행오는 사람들이라든지, 관객 중 몇 %는 페스티벌 기간 중 근처에 숙박을 잡아 호텔에서 지낸다든지. 브랜드 입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이건 티켓 플랫폼과는 다른 얘기인데,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에 속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틱톡의 명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요즘에 우리끼리 If it is famous in Tiktok, is it really famous in real? (틱톡에서 유행하는 것이 진짜로 유명한 것인가?)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필리핀에서는 틱톡이 가장 인기있는 소셜 플랫폼인데, 틱톡에서 유명해보이는 아티스트가 실제로도 구매력이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 실패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틱톡 지표만 들이대면서 이 노래가 필리핀에서 인기가 엄청 많다는 에이전트의 말에 속기 쉽상이죠.


몇번의 실수 이후에는 단순히 지표만 보지 않고 아티스트가 실제 공연장에 와줄 만한 진짜 팬들을 갖고 있는지 신중히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틱톡에서 직접 뮤지션을 발견해 세번의 공연을 매진시킨 성공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실제 국내 팬이 있는지, 그들과 얼마나 소통을 하는지, 즉 인게이지먼트가 높은지 잘 봐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생각지 못한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소셜 플랫폼도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INSIGHT

ISSUE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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