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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큐레이션과 딜레마

[FESTFEED]의 두 번째 세션은 페스티벌 라인업에 초점을 두었다. 일본후지록 페스티벌의 프로듀서이자 프로그래머인 스매쉬(Smash)의 Johnnie Moylett과 홍콩 클로켄플랍의 프로모터 Cora Chan, 중국 대형 음악 그룹인 모던 스카이(Modern Sky)에서 해외 섭외 담당자로 오랜 경력을 쌓았고 현재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회사 Kiloglow에서 동명의 페스티벌을 제작하는 Zhang Ran 까지, 아시아의 주요 페스티벌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페스티벌 큐레이션과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대담의 모더레이터는 음악평론가 김윤하가 맡았다.


패널: Johnnie Moylett(일본, Smash Corporation), Cora Chan (홍콩, Clockenflap), Zhang Ran (중국 Kiloglow)

Moderator | 김윤하(음악평론가), Edit | 이수정

FESTFEED 세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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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타겟팅

-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ISSUE5 04.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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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페스티벌 트렌드

ISSUE5 02.INSIGHT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 우선 짧게 자기 소개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Cora: 저는 Cora 입니다. 저는 홍콩에서 왔고 클로켄플랍(Clockenflap) 페스티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처음 개최되었고,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열리며 3일동안 홍콩 시 한가운데에서 여러 장르의 음악 공연이 펼쳐집니다. 


Ran: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Zhang Ran입니다. 제가 영어가 서툴러서, 영어로 말하는데도 지인들이 중국어를 하는 거냐고 놀리곤 합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저는 킬로글로우(Kiloglow)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주로 해외 아티스트의 중국 공연을 기획합니다. 올해에는 킬로글로우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절반은 중국 아티스트이며 절반은 해외 아티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Johnnie: 안녕하세요, 저는 스매시(Smash)의 Johnnie라고 합니다. 도쿄에서 살고 있고 후지록 페스티벌을 만듭니다. 올해가 25주년이었고요, 특별할 건 없고 시간도 그렇게 빨리 지나간 것 같진 않네요. 후지 록은은 니가타현의 스키 리조트에서 개최되는데, 다행히 호텔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주로 캠핑을 하고요. 항상 7월 말에 개최하는데 저희의 주요 관객들이 이제는 그 날짜에 맞추어서 휴가 일정을 계획하기 때문에 절대 바꾸지 않습니다. 5개의 메인 무대가 있고 작은 무대들은 더 많습니다. 




— 솔직히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후지록이나 클로켄플랍은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질문 드리겠습니다. 페스티벌 라인업을 꾸릴 때 아무래도 각 나라마다 자국의 음악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장란 님이 말씀하신대로 킬로글로우도 로컬과 해외를 절반씩 섞는다고 하셨고요.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Johnnie: 공연기획자, 즉 프로모터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공연만 기획할 수 있고 싫어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기획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페스티벌 라인업을 꾸릴 때는 보통 팀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특정 아티스트를 두고서 논쟁을 벌이죠. 단독공연의 경우에는 그 아티스트가 올 수 있는지, 수요가 있는지를 단순하게 따지면서 우리의 브랜드와 결이 맞는지를 봅니다. 저희는 온전히 상업적이기만 한 페스티벌은 아니에요. 처음에 시작할 때엔 인디 록이 강세였고 이후에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더 많은 무대에 올려졌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페스티벌의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후지 록에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거죠.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라인업에 관해 더 얘기를 하자면, 일단 중간급 아티스트부터 시작해서 더 작은 아티스트들을 고민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공연에서의 에너지가 넘치지만 아직 대형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신인들이에요. 관객들 입장에서도 새롭게 발견해야 하는 그런 팀들이죠. 이 라인업들이 가장 중요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아티스트는 반드시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스포티파이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천 장의 음반을 팔았다는 이유로 수많은 팬들이 몰릴 수 있지만, 만약 이전에 공연을 해 본적도 없거나 무대에서 형편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우리에게 소용이 없습니다. 거기에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공연하는 아티스트는 무대에서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합니다. 



Ran: 지금 회사를 세우기 전, 저는 9년 동안 중국의 스트로베리 페스티벌에서 프로그래밍과 섭외를 담당했습니다. 스트로베리 페스티벌은 중국 20개 도시에서 개최되었는데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였어요. 그래서 창업하기로 했고요. 


중국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고, 중국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음원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주로 해외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체크합니다. 



Cora: 저도 조니와 장란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축제 라인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관객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홍콩과 더불어 중국 본토의 관객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가 중요한데요, 중국 본토에서 온 관객들이 클로켄플랍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클로켄플랍이라는 브랜드에 충실해야 합니다. 최초에 우리가 추구했던 것에 따라야죠. 팬데믹 이후로 이런 부분이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내부적인 통계를 보니 축제를 찾아오는 관객층이 상당히 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팬데믹 이전에 한 번도 축제에 가본 적 없는 홍콩민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편집 주: 팬데믹 이전 클로켄플랍의 관객 상당 수는 홍콩 거주 외국인이었음) 팬데믹이 길어진 데다 2019년 홍콩에서 일어난 사태로 축제는 4년이나 쉬었어요. 4년의 공백은 너무나 컸습니다. 그래서 2023년이 되었을 때 12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3월에 페스티벌 개최했었는데, 저희 모두 놀랐습니다. 홍콩 사람들 모두 클로켄플랍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새로운 축제가 생겨났고 새로운 기획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클로켄플랍을 잊을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도 저희 관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축제를 만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드라이너를 보러 오는 것 같긴 합니다. 그게 저희가 직면한 도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단순 티켓 구매자보다 브랜드에 충실하고 클로켄플랍의 핵심 관객 그룹이 소외되지 않는 그런 관객이 늘어났으면 좋겠거든요. 







— 한국에서도 페스티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코라 님이 한 말이 크게 와닿을 겁니다. 코로나 전후로 바뀐 관객층과, 라인업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 매해 페스티벌에 누가 라인업으로 들어가는지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획자분들이 많은 고민을 안고 라인업을 꾸리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헤드라이너가 누구냐에 따라 이슈화도 달라지고 티켓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퍼포먼스나 브랜딩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헤드라이너와 라인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 운영하는 페스티벌의 철학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라인업을 구성하는지 약간의 팁이 있다면요? 


Johnnie: 다양성이죠. 금요일엔 특정 스타일의 라인업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다 다른 스타일의 라인업을 꾸리는 것으로 관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공연이 후지록에 함께 모이는 것으로 관객을 확장하는 거죠. 


각기 다른 스타일의 헤드라이너를 메인 스테이지에 매일 다르게 배치하면서 세 가지 느낌의 페스티벌 공연 경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금요일 메인 스테이지에 헤드라이너가 있다면, 서브 스테이지에는 보다 얼터너티브한 공연을 세우죠. 즉, 라인업은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되어 축제에 오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초창기 후지록은 록 음악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지금의 관객들은 장르 음악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대합니다. 메인 무대라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다른 무대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조합을 제대로 맞추어 내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Ran: 저희도 헤드라이너 한 명만 보고 오는 관객들은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새로 유입되는 관객들에게 라인업에서 아는 이름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헤드라이너 이름 하나만 대요. 킬로글로우 페스티벌은 3일간 개최되는데, 저희도 최대한 다양한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날짜를 나누어서요. 예를 들어서 금요일에 록 밴드를 주로 세웠다면 이튿날엔 팝이나 어번 뮤직으로 꾸리고 마지막 날에는 싱어송라이터나 포크로 큐레이션 하는 거죠.



Cora: 저희의 철학도 후지 록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 개의 라이브 스테이지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 메인 무대의 금요일 헤드라이너는 요아소비(Yoasobi)였고, 동시간 서브 스테이지는 캐나다 래퍼 BBNO$, 서드 스테이지는 한국의 이디오테잎(Idiotape)이었어요. 아주 다른 장르와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포진되어 있어서 관객들이 같은 시간에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공연이 많이 겹치면서 불만도 생깁니다. 작년 일요일 공연이 중복되면서 저희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아무래도 새로 유입되는 관객층은 아티스트의 이름만 보고 오기 때문에 이 아티스트들의 공연 전체를 다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각 무대별 헤드라이너들은 가장 늦은 시간에 배치되어 있어서 시간 충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날의 문제는 대만의 노파티포차오동(No Party for Caodong)과 조지(Joji)의 공연 시간이 많이 겹치는 것이었는데요, 관객층이 전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많이 겹쳤던 거죠. 때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작년에는 사람들이 좀 더 이른 시간에 축제장으로 들어오게 하도록 지역 프로모터이자 음악 플랫폼과 협력하여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관객들은 클로켄플랍에서 보고 싶은 로컬 아티스트 5팀에 투표했고, 최종 2팀이 토요일과 일요일 첫 시간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했어요. 실제로 그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초반부터 축제장을 찾았고 나머지 공연들도 이어서 봤기 때문입니다. 늦게 왔다면 놓쳤을 공연들이었죠. 어쨌든 저희로서는 관객들이 일찍 축제장에 찾아와 최대한 많은 음악을 발견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 세 분 모두 다양한 라인업의 페스티벌을 운영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록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록 밴드만 나오는 게 아니고 재즈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재즈 아티스트만 나오는 게 아닌 모습으로 요일마다 다른 장르나 스타일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여러분과 같은 기획자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페스티벌이 명확한 장르나 스타일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보다 다양하게 가는 게 실질적인 티켓 판매나 페스티벌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지, 피부에 닿는 경험이 혹시 있을까요? 


Johnnie: 예를 들어, ‘후지 록’이라고 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사람은 록이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기획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장르를 포용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겠지요. 


이 중 어떤 게  우리 페스티벌 브랜딩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일까요?


최고의 브랜딩은 새로운 얼터너티브 음악(A new alternative music)입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아티스트요.


온전한 답을 드리기는 못하겠지만,  후지록에는 ‘루키 어 고고(Rookie A Gogo)’라는 작은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음반 계약을 맺지 않은 밴드들이 경력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저희에게 데모를 보냅니다. 보통 150~200팀 정도인데 이 중에서 30팀 정도를 선정해서 페스티벌 기간 동안 사람들이 밴드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에서 우승한 밴드는 다음 해에 더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여 커리어를 쌓게 돕는 거죠.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가 5년 뒤 메인 스테이지인 그린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밴드를 길러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로컬 밴드를 꼭 찾아서 키워내야 합니다.



Ran: 제 생각에는, 결국 기획자로서 얼마나 많은 티켓을 팔고 싶은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저는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라는 쇼케이스 페스티벌을 9년 정도 기획하고 운영했었습니다. 그 사이에 포스트 펑크나 포스트 록 등 다양하지만 마이너한 장르들의 무명을 많이 소개했는데 축제로서는 적자를 봤습니다. 신인으로 페스티벌을 만든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죠.



Cora: 홍콩은 워낙 작은 나라여서 어떤 규모의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홍콩 인구는 겨우 7백만이고, 축제 관객층이 워낙 작은 편이라서 특정 장르 중심의 페스티벌을 만들기 어렵죠. 정부에서 주최하는 재즈 페스티벌이 있는데, 공공기금이 없었다면 개최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희 같이 민간에서 개최하는 상업 페스티벌은 한정된 장르로 규모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슈게이즈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슈게이즈 페스티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는데 홍콩에서도 그런 작은 페스티벌이 개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네요. 







— 결국, 규모가 있는 페스티벌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겠네요. 후지록과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그림이겠고요. 규모가 커지면 자국이나 아시아, 혹은 그 너머의 권역에서도 페스티벌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대형 페스티벌을 만드는 입장에서 한계를 느낀다거나 혹은 아시아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본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말하자면 희망편과 절망편?


Johnnie: 아무래도 서구권 아티스트이 오기엔 물리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이 있겠네요. 유럽에서 투어를 돌면 하루 공연하고 다음날 움직이면서 4~5일동안 4~5회의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오면 그런 게 불가하죠. 그래서 저희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처럼 동기간에 개최되는 축제와 최대한 많이 연계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아시아에 한 번 들어와서 다회의 공연으로 투어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럼 저희 입장에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아시아 시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이전트들의 경우 아시아라고 하면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정도 밖에 모릅니다. 대만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생각조차 안 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프로모터들에겐 힘든 일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권역 내 프로모터들 사이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Ran: 중국의 경우에는 로컬 아티스트들이 워낙 많이 소비되어서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일본 빼고는 아시아 어디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오히려 요즘 인지도가 높아진 일본 아티스트를 섭외합니다. 올해 저희 페스티벌에도 9팀 정도 초청한 것 같아요. 서구권 아티스트는 취소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에 중국 관객들은 티켓 환불 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항공까지 배상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요즘 겪는 심각한 문제인데, 아시아라는 지역 특성 때문에 이런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점은 없는 것 같고요.



Cora: 아시아 페스티벌의 유일한 장점은, 관객들이 서구권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아시아 권역 내 다양한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올해 미국이나 유럽, 영국에서 열린 수많은 페스티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게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요. 모든 페스티벌이 헤드라이너 섭외에 정말 큰 난항을 겪고 있다고요. 그런데 아마 미국 페스티벌의 경우, 관객들이 다 고개를 끄덕일만한 헤드라이너는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뮤지션이겠죠.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서구권 헤드라이너가 어렵다면 만다린 팝 아티스트, 일본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서구 아티스트를 섭외하기 어렵다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의 아티스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시아권 아티스트들이 중국 본토 등 다른 페스티벌에도 자주 나온다면 우리 페스티벌만의 독특함은 확인하기 어렵긴 할 겁니다.







— 한국에서도 ‘아시안 팝 페스티벌’ 같이 권역에 집중한 새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함께 하고 있는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공연 시장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라인업은 앞으로도 음악 페스티벌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까요?


Johnnie: 저는 한 50%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라인업만큼, 축제에 와서 함께 온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한 표정으로 페스티벌을 떠나는, 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Ran: 중국에서는 여전히 라인업이 중요합니다. 중국 페스티벌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좀 늘어지거나 기분이 올라가면서 다른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가능성이 낮은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티켓 판매에 도움이 되는 라인업이 여전히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Cora: 저희의 사정도 비슷해요. 시티 페스티벌로, 클로켄플랍에서만 볼 수 있는 빌딩숲의 경관이 축제의 매력포인트긴 하지만 그것도 몇 년 계속 보다보면 감흥이 떨어지겠죠. 따라서 라인업은 축제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결정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다만, 저희가 구상 중인 새로운 페스티벌 중 캠핑 페스티벌이 있는데요, 만약 그런 페스티벌이라면 라인업 보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을 위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번 세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인업 큐레이션과 딜레마

[FESTFEED]의 두 번째 세션은 페스티벌 라인업에 초점을 두었다. 일본후지록 페스티벌의 프로듀서이자 프로그래머인 스매쉬(Smash)의 Johnnie Moylett과 홍콩 클로켄플랍의 프로모터 Cora Chan, 중국 대형 음악 그룹인 모던 스카이(Modern Sky)에서 해외 섭외 담당자로 오랜 경력을 쌓았고 현재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회사 Kiloglow에서 동명의 페스티벌을 제작하는 Zhang Ran 까지, 아시아의 주요 페스티벌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페스티벌 큐레이션과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대담의 모더레이터는 음악평론가 김윤하가 맡았다.


패널: Johnnie Moylett(일본, Smash Corporation), Cora Chan (홍콩, Clockenflap),

Zhang Ran (중국 Kiloglow)

Moderator | 김윤하(음악평론가), Edit |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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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페스티벌 트렌드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 우선 짧게 자기 소개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Cora: 저는 Cora 입니다. 저는 홍콩에서 왔고 클로켄플랍(Clockenflap) 페스티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처음 개최되었고,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열리며 3일동안 홍콩 시 한가운데에서 여러 장르의 음악 공연이 펼쳐집니다. 


Ran: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Zhang Ran입니다. 제가 영어가 서툴러서, 영어로 말하는데도 지인들이 중국어를 하는 거냐고 놀리곤 합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저는 킬로글로우(Kiloglow)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주로 해외 아티스트의 중국 공연을 기획합니다. 올해에는 킬로글로우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절반은 중국 아티스트이며 절반은 해외 아티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Johnnie: 안녕하세요, 저는 스매시(Smash)의 Johnnie라고 합니다. 도쿄에서 살고 있고 후지록 페스티벌을 만듭니다. 올해가 25주년이었고요, 특별할 건 없고 시간도 그렇게 빨리 지나간 것 같진 않네요. 후지 록은은 니가타현의 스키 리조트에서 개최되는데, 다행히 호텔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주로 캠핑을 하고요. 항상 7월 말에 개최하는데 저희의 주요 관객들이 이제는 그 날짜에 맞추어서 휴가 일정을 계획하기 때문에 절대 바꾸지 않습니다. 5개의 메인 무대가 있고 작은 무대들은 더 많습니다. 




— 솔직히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후지록이나 클로켄플랍은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질문 드리겠습니다. 페스티벌 라인업을 꾸릴 때 아무래도 각 나라마다 자국의 음악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장란 님이 말씀하신대로 킬로글로우도 로컬과 해외를 절반씩 섞는다고 하셨고요.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Johnnie: 공연기획자, 즉 프로모터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공연만 기획할 수 있고 싫어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기획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페스티벌 라인업을 꾸릴 때는 보통 팀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특정 아티스트를 두고서 논쟁을 벌이죠. 단독공연의 경우에는 그 아티스트가 올 수 있는지, 수요가 있는지를 단순하게 따지면서 우리의 브랜드와 결이 맞는지를 봅니다. 저희는 온전히 상업적이기만 한 페스티벌은 아니에요. 처음에 시작할 때엔 인디 록이 강세였고 이후에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더 많은 무대에 올려졌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페스티벌의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후지 록에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거죠.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라인업에 관해 더 얘기를 하자면, 일단 중간급 아티스트부터 시작해서 더 작은 아티스트들을 고민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공연에서의 에너지가 넘치지만 아직 대형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신인들이에요. 관객들 입장에서도 새롭게 발견해야 하는 그런 팀들이죠. 이 라인업들이 가장 중요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아티스트는 반드시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스포티파이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천 장의 음반을 팔았다는 이유로 수많은 팬들이 몰릴 수 있지만, 만약 이전에 공연을 해 본적도 없거나 무대에서 형편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우리에게 소용이 없습니다. 거기에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공연하는 아티스트는 무대에서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합니다. 



Ran: 지금 회사를 세우기 전, 저는 9년 동안 중국의 스트로베리 페스티벌에서 프로그래밍과 섭외를 담당했습니다. 스트로베리 페스티벌은 중국 20개 도시에서 개최되었는데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였어요. 그래서 창업하기로 했고요. 


중국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고, 중국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음원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주로 해외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체크합니다. 



Cora: 저도 조니와 장란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축제 라인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관객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홍콩과 더불어 중국 본토의 관객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가 중요한데요, 중국 본토에서 온 관객들이 클로켄플랍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클로켄플랍이라는 브랜드에 충실해야 합니다. 최초에 우리가 추구했던 것에 따라야죠. 팬데믹 이후로 이런 부분이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내부적인 통계를 보니 축제를 찾아오는 관객층이 상당히 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팬데믹 이전에 한 번도 축제에 가본 적 없는 홍콩민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편집 주: 팬데믹 이전 클로켄플랍의 관객 상당 수는 홍콩 거주 외국인이었음) 팬데믹이 길어진 데다 2019년 홍콩에서 일어난 사태로 축제는 4년이나 쉬었어요. 4년의 공백은 너무나 컸습니다. 그래서 2023년이 되었을 때 12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3월에 페스티벌 개최했었는데, 저희 모두 놀랐습니다. 홍콩 사람들 모두 클로켄플랍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새로운 축제가 생겨났고 새로운 기획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클로켄플랍을 잊을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도 저희 관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축제를 만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드라이너를 보러 오는 것 같긴 합니다. 그게 저희가 직면한 도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단순 티켓 구매자보다 브랜드에 충실하고 클로켄플랍의 핵심 관객 그룹이 소외되지 않는 그런 관객이 늘어났으면 좋겠거든요. 







— 한국에서도 페스티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코라 님이 한 말이 크게 와닿을 겁니다. 코로나 전후로 바뀐 관객층과, 라인업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 매해 페스티벌에 누가 라인업으로 들어가는지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획자분들이 많은 고민을 안고 라인업을 꾸리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헤드라이너가 누구냐에 따라 이슈화도 달라지고 티켓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퍼포먼스나 브랜딩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헤드라이너와 라인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 운영하는 페스티벌의 철학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라인업을 구성하는지 약간의 팁이 있다면요? 


Johnnie: 다양성이죠. 금요일엔 특정 스타일의 라인업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다 다른 스타일의 라인업을 꾸리는 것으로 관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공연이 후지록에 함께 모이는 것으로 관객을 확장하는 거죠. 


각기 다른 스타일의 헤드라이너를 메인 스테이지에 매일 다르게 배치하면서 세 가지 느낌의 페스티벌 공연 경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금요일 메인 스테이지에 헤드라이너가 있다면, 서브 스테이지에는 보다 얼터너티브한 공연을 세우죠. 즉, 라인업은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되어 축제에 오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초창기 후지록은 록 음악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지금의 관객들은 장르 음악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대합니다. 메인 무대라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다른 무대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조합을 제대로 맞추어 내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Ran: 저희도 헤드라이너 한 명만 보고 오는 관객들은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새로 유입되는 관객들에게 라인업에서 아는 이름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헤드라이너 이름 하나만 대요. 킬로글로우 페스티벌은 3일간 개최되는데, 저희도 최대한 다양한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날짜를 나누어서요. 예를 들어서 금요일에 록 밴드를 주로 세웠다면 이튿날엔 팝이나 어번 뮤직으로 꾸리고 마지막 날에는 싱어송라이터나 포크로 큐레이션 하는 거죠.



Cora: 저희의 철학도 후지 록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 개의 라이브 스테이지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 메인 무대의 금요일 헤드라이너는 요아소비(Yoasobi)였고, 동시간 서브 스테이지는 캐나다 래퍼 BBNO$, 서드 스테이지는 한국의 이디오테잎(Idiotape)이었어요. 아주 다른 장르와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포진되어 있어서 관객들이 같은 시간에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공연이 많이 겹치면서 불만도 생깁니다. 작년 일요일 공연이 중복되면서 저희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아무래도 새로 유입되는 관객층은 아티스트의 이름만 보고 오기 때문에 이 아티스트들의 공연 전체를 다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각 무대별 헤드라이너들은 가장 늦은 시간에 배치되어 있어서 시간 충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날의 문제는 대만의 노파티포차오동(No Party for Caodong)과 조지(Joji)의 공연 시간이 많이 겹치는 것이었는데요, 관객층이 전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많이 겹쳤던 거죠. 때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작년에는 사람들이 좀 더 이른 시간에 축제장으로 들어오게 하도록 지역 프로모터이자 음악 플랫폼과 협력하여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관객들은 클로켄플랍에서 보고 싶은 로컬 아티스트 5팀에 투표했고, 최종 2팀이 토요일과 일요일 첫 시간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했어요. 실제로 그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초반부터 축제장을 찾았고 나머지 공연들도 이어서 봤기 때문입니다. 늦게 왔다면 놓쳤을 공연들이었죠. 어쨌든 저희로서는 관객들이 일찍 축제장에 찾아와 최대한 많은 음악을 발견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 세 분 모두 다양한 라인업의 페스티벌을 운영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록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록 밴드만 나오는 게 아니고 재즈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재즈 아티스트만 나오는 게 아닌 모습으로 요일마다 다른 장르나 스타일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여러분과 같은 기획자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페스티벌이 명확한 장르나 스타일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보다 다양하게 가는 게 실질적인 티켓 판매나 페스티벌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지, 피부에 닿는 경험이 혹시 있을까요? 


Johnnie: 예를 들어, ‘후지 록’이라고 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사람은 록이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기획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장르를 포용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겠지요. 


이 중 어떤 게  우리 페스티벌 브랜딩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일까요?


최고의 브랜딩은 새로운 얼터너티브 음악(A new alternative music)입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아티스트요.


온전한 답을 드리기는 못하겠지만,  후지록에는 ‘루키 어 고고(Rookie A Gogo)’라는 작은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음반 계약을 맺지 않은 밴드들이 경력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저희에게 데모를 보냅니다. 보통 150~200팀 정도인데 이 중에서 30팀 정도를 선정해서 페스티벌 기간 동안 사람들이 밴드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에서 우승한 밴드는 다음 해에 더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여 커리어를 쌓게 돕는 거죠.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가 5년 뒤 메인 스테이지인 그린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밴드를 길러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로컬 밴드를 꼭 찾아서 키워내야 합니다.



Ran: 제 생각에는, 결국 기획자로서 얼마나 많은 티켓을 팔고 싶은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저는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라는 쇼케이스 페스티벌을 9년 정도 기획하고 운영했었습니다. 그 사이에 포스트 펑크나 포스트 록 등 다양하지만 마이너한 장르들의 무명을 많이 소개했는데 축제로서는 적자를 봤습니다. 신인으로 페스티벌을 만든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죠.



Cora: 홍콩은 워낙 작은 나라여서 어떤 규모의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은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홍콩 인구는 겨우 7백만이고, 축제 관객층이 워낙 작은 편이라서 특정 장르 중심의 페스티벌을 만들기 어렵죠. 정부에서 주최하는 재즈 페스티벌이 있는데, 공공기금이 없었다면 개최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희 같이 민간에서 개최하는 상업 페스티벌은 한정된 장르로 규모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슈게이즈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슈게이즈 페스티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는데 홍콩에서도 그런 작은 페스티벌이 개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네요. 







— 결국, 규모가 있는 페스티벌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겠네요. 후지록과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그림이겠고요. 규모가 커지면 자국이나 아시아, 혹은 그 너머의 권역에서도 페스티벌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대형 페스티벌을 만드는 입장에서 한계를 느낀다거나 혹은 아시아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본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말하자면 희망편과 절망편?


Johnnie: 아무래도 서구권 아티스트이 오기엔 물리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이 있겠네요. 유럽에서 투어를 돌면 하루 공연하고 다음날 움직이면서 4~5일동안 4~5회의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오면 그런 게 불가하죠. 그래서 저희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처럼 동기간에 개최되는 축제와 최대한 많이 연계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아시아에 한 번 들어와서 다회의 공연으로 투어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럼 저희 입장에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아시아 시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이전트들의 경우 아시아라고 하면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정도 밖에 모릅니다. 대만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생각조차 안 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프로모터들에겐 힘든 일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권역 내 프로모터들 사이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Ran: 중국의 경우에는 로컬 아티스트들이 워낙 많이 소비되어서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일본 빼고는 아시아 어디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오히려 요즘 인지도가 높아진 일본 아티스트를 섭외합니다. 올해 저희 페스티벌에도 9팀 정도 초청한 것 같아요. 서구권 아티스트는 취소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에 중국 관객들은 티켓 환불 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항공까지 배상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요즘 겪는 심각한 문제인데, 아시아라는 지역 특성 때문에 이런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점은 없는 것 같고요.



Cora: 아시아 페스티벌의 유일한 장점은, 관객들이 서구권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아시아 권역 내 다양한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올해 미국이나 유럽, 영국에서 열린 수많은 페스티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게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요. 모든 페스티벌이 헤드라이너 섭외에 정말 큰 난항을 겪고 있다고요. 그런데 아마 미국 페스티벌의 경우, 관객들이 다 고개를 끄덕일만한 헤드라이너는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뮤지션이겠죠.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서구권 헤드라이너가 어렵다면 만다린 팝 아티스트, 일본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서구 아티스트를 섭외하기 어렵다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의 아티스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시아권 아티스트들이 중국 본토 등 다른 페스티벌에도 자주 나온다면 우리 페스티벌만의 독특함은 확인하기 어렵긴 할 겁니다.







— 한국에서도 ‘아시안 팝 페스티벌’ 같이 권역에 집중한 새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함께 하고 있는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공연 시장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라인업은 앞으로도 음악 페스티벌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까요?


Johnnie: 저는 한 50%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라인업만큼, 축제에 와서 함께 온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한 표정으로 페스티벌을 떠나는, 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Ran: 중국에서는 여전히 라인업이 중요합니다. 중국 페스티벌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좀 늘어지거나 기분이 올라가면서 다른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가능성이 낮은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티켓 판매에 도움이 되는 라인업이 여전히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Cora: 저희의 사정도 비슷해요. 시티 페스티벌로, 클로켄플랍에서만 볼 수 있는 빌딩숲의 경관이 축제의 매력포인트긴 하지만 그것도 몇 년 계속 보다보면 감흥이 떨어지겠죠. 따라서 라인업은 축제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결정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다만, 저희가 구상 중인 새로운 페스티벌 중 캠핑 페스티벌이 있는데요, 만약 그런 페스티벌이라면 라인업 보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을 위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번 세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INSIGHT

ISSUE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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