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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지휘하며

자유롭게 음악하기

코로나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22년, 미국 SXSW 쇼케이스에서 씨피카의 공연을 보았다. 깜깜한 교회 중앙에 세워진 구조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샤막에 맵핑된 신비로운 비주얼, 지금 이 퍼포먼스를 하는 게 씨피카라고?


2023년 정규 2집 <ION> 발매 콘서트에서 씨피카를 다시 만났다. ‘Hush’, ‘Melody’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세련된 비주얼과는 대조적으로 공연은 음악에만 집중했다. 앨범에 실린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투톤쉐이프와 함께 라이브 버전으로 전곡 재구성해 공연에 적합한 방식으로 들려줬다. 담백하고 자연스러웠다.


경계를 오가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하는 씨피카, 독립 후 홀로서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 김미소, Edit | 김미소

CIFIKA

Photographed by Bah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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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단단한

대만의 공연 기획 이야기

ISSUE3 04.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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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음악 시장의 정체:

지형, 그리고 트렌드

ISSUE3 02. INSIGHT

인터뷰, 글: 김미소 miso@alpsinc.kr

㈜알프스의 대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독립의 결실,

정규 2집 <ION>




 
“제 노래에서 아련한 희망감 같은 게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따뜻한 SF가 만들고 싶었어요.
따뜻하고 무너지지 않은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죠.”
 



씨피카 정규 2집 이온 <ION> 커버 ⓒ CIFIKA




— 씨피카한테 2023년은 특별했을 거 같아요. 직접 제작, 프로듀싱한 앨범 <ION>을 발매하고, 5년만에 단독콘서트를 했어요. 페스티벌에 오른 씨피카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CIFIKA: 맞아요. 바쁘게 보냈지만, 기억이 남는 한 해에요. 아무래도 소속사로부터 독립해 제작비도 제가 다 부담하고 직접 프로듀싱해서 정규 2집 <ION> 을 발매했죠. 최대한 많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아카이브를 남기고 싶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 연락해서 인터뷰도 잡았어요. 머천다이즈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씨피카 티셔츠를 제작해서 리오더도 진행했어요. 만족해요. 

​​

— 앨범 구성, 뮤직비디오 스케일이 컸어요. 직접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CIFIKA: 원래도 그랬지만 구성은 전부 제가 했어요. 달랐던 점은 음악을 만드는 중간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많이 들려주고 의견을 들었어요. 주변 음악가들이나 지인의 반응을 살폈죠. 예전에는 혼자 작업하고 완성했는데, 요즘은 “이 음악 어때? 어떤 기분이 들어? 뭐가 아쉬워?”를 설문조사 하듯이 주변사람들한테 들려주고 물어봤어요. 

— 기존에는 안그랬는데, 이번에는 중간 중간 모니터링을 한 이유가 있나요?

CIFIKA: 제가 너무 자기한테 빠져서 혼자 만드는 음악을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앨범은 어떤 때보다 제일 팝에 가까운 앨범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한테 가닿기를 바랐고 피드백이 필요했어요. 일반 리스너들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아주 구별을 잘 하시더라고요. 

 

— 앨범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인터뷰에서 많이 다뤄졌더라고요. 씨피카에게 과학과 판타지는 뗄 수 없는 부분인가봐요. 특별히 <ION> 앨범에서 다루고 싶었던 메시지, 주제가 있어요?

CIFIKA: 다른 인터뷰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제가 엄청나게 큰 시련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음악을 하면서 그 다운 타임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저를 마주한 적이 있어요. 바닥에 완전이 닿았을 때 튕겨 올라올 수 있는 탄력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이번 앨범의 큰 주제였죠. 회복탄력성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제 생각에 그 에너지는 어떤 희망감 같은 거였어요. 제 노래에서 아련한 희망감 같은 게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음악을 만들며 느꼈던 희망과 같은 상태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 앨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리뷰는 어땠나요?

CIFIKA: 원래 아티스트는 남의 반응을 많이 생각하면 안 되기도 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앨범이 여태껏 제일 쉽고 반복해서 듣게 된다는 피드백을 줬어요. 저는 그 부분이 제일 좋아요. 한 번 듣고 마는 음악보다 저는 여러번 들려지길 원하거든요.

​ 


— 사람들이 더 좋다고 반응하는 곡이 있나요?


CIFIKA: 확실히 더 좋아하는 곡이 있긴 한 거 같아요. 한국 청취자들은 확실히 ‘Melody’를 좋아하고,  해외에서는 ‘Nebula’, ‘Dark Quasar’가 반응이 있었죠. 

— <ION>앨범을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씨피카의 음악을 ‘일렉트로닉 팝’이라 정의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CIFIKA: 국내에서는 제 음악이 ‘일렉트로닉(전자음악)’ 이라 분류되며 굉장히 어려운 음악에 속하더라고요. 국내 음악 산업에 있는 사람들도 “씨피카 음악이 좀 어려워. 더 쉽게 만들어줘”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글로벌 기준에서 제 음악은 굉장히 일렉트로닉 팝이거든요. 외국에서는 제 음악을 들었을 때 바로 일렉트로닉 팝이라 이야기해요. 국내에서도 일렉트로닉 팝이라는 서브 장르로 분류되길 바랐는데 국내 뮤직서비스에서는 그렇게 적용이 안 되더라고요.

국내에는 전자음악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아요. 제 스스로 일렉트로닉 팝이라 정의를 내리고 실제 거기에 부합하는 음악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거기도 했고요. 일렉트로닉 팝이라는 서브 장르도 있다, ‘씨피카 음악, 생각보다 쉽다’를 전하고 싶었어요.




CIFIKA - Hush [Official Music Video]




— ‘Hush’, ‘Melody’ 뮤직 비디오의 연출, 미술, 의상이 남달랐어요. 앨범 주제가 시각적으로 잘 구현되었고 씨피카스럽다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뮤직비디오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CIFIKA: 데뷔 뮤직비디오를 감독해준 VFX팀 듀오로 활동하는 YNR과의 작업이 너무 강렬했어요. 그때 정말 재밌게 했었는데 한 번 더 해보자,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설득했죠. 새가지비디오의 김현수 감독 집에 가서 머물면서 이것저것 좋아하는 영상도 공유하고 진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음악 만드는 것처럼 아주 긴밀하게요. 

뮤직비디오 연출,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헤어 아티스트 전부 다 제가 직접 섭외했어요. 제가 이렇게 만들어줘 라기 보다는 제 음악 안에서 그들이 단서를 찾기를 바랐어요. 따뜻한 SF가 만들고 싶었어요. SF라고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다 디스토피아 같은 무섭고, 더럽고, 파괴적인 희망이 없는 모습이 대부분일거에요. 저는 뭔가 따뜻하고 무너지지 않은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같이한 스태프들이 이것들을 이해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제 음악에 대한 해석을 통해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 

— 6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5년 만에 단독 공연을 개최했죠. 오랜만의 단독 공연이었어요.


CIFIKA: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공연을 정말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줘서 그 모습도 굉장히 감동스럽고. 간간히 공연을 했지만 확실히 단독 공연은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적자만 안 나면 정말 자주 하고 싶어요. 코로나로 2년간 공연을 못했고, 독립하면서 앨범 만든다고 공연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는데. 제가 단독 공연의 중요함, 필수적임을 놓치고 있었던 거 같아요.

 

 

— 공연의 PART 1에서는 투톤쉐이프과 <ION>의 수록곡을 라이브로, PART 2 에서는 오디오 비주얼 설치 작업인 'Hydrovox 5.0' 을 선보인게 인상적이었어요. 두 개의 다른 작업을 한꺼번에 구성한 이유가 있었나요? 

CIFIKA: 처음부터 투톤쉐이프를 염두했어요. 혼자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각자의 파트가 나누어져서 라이브로 들리면 너무 풍성하고 즐거울 거 같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한 시간 이상 보는 게 조금 지루할 때가 있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제 공연도 그럴 수 있겠죠. 처음에는 댄서블한 음악과 멜로우한 음악을 분류해서 구성하려다가 같이 공연을 준비한 ALPS에서 하이드로복스(Hydrovox)를 제안했어요. 한국에서는 라이브로 쉽게 잘 볼 수 없는 오디오 비주얼 작업을 보여주면 누군가에는 재밌고 흥미로울 수 있을 거 같다는 이야기에 기존 작업을 업데이트해서 소개하고 싶은 욕심을 부린거죠.

 

 

— 단독 공연 이후에 여러 곳에서 씨피카의 공연을 만났어요. DMZ 피스트레인, 쿼드페스타, 모니카XCIFIKA 〈쓰인 적 없는 ㅅ〉 공연을 하기도 했죠. 

CIFIKA: 이번 년도에는 앨범 발매와 더불어 더 넓은 형태의 공연에 많이 참가하게 되었어요. 페스티벌에서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열기와 에너지를 주고받은 기억이 강하게 남고, 쿼드 페스타에서는 360도 형태의 앞뒤가 없는 무대에서 뱅뱅 돌며 아이처럼 무대를 뛰어다니며 공연했던 것, 투톤쉐이프와 멋진 호흡을 맞추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모니카와의 협업에서는 제가 메인이 아닌 , 13명의 몸동작에 맞춰 음악을 작곡하는 아주 특별한 포지션의 음악감독 역할로 참여한 부분이 제 다음 앨범의 확장성을 가져다 주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씨피카의 정체




 
“제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하이브리드’ 같아요.
동서양, 영어와 국어,
일렉트로닉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동시에 원시적인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Photographed by  DONGWOO GANG




— 씨피카의 초기 데뷔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미술을 전공했는데, 최초에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걸까? 데뷔 이후 활동의 흐름이 어땠는지도 궁금하구요. 비즐라(VISLA)의 인터뷰를 보면 대학생일 때 사운드 클라우드에 음원이 올라가면서 주목하는 사람들이 생긴 거 같더라고요.

CIFIKA: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너무 좋아했고 미술대학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아트 디렉터 일을 맡게 되었어요. 늘 클라이언트가 있는 일이었고, 저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회사에서의 제 일이란 걸 깨닫고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노래를 잘한다고 주변에서도 이야기했죠. 친구들이 장난삼아 가수를 해보라고 했죠. 주변에 음악하는 프로듀서 친구들이 있었는데 멀리서 구경하다 보니까 그 친구들은 컴퓨터 하나로 음악을 만들더라고요.

회사 그만두고 뭐 해야 될까 하던 차에 부모님이 사업차 미국에 오셔서 2년 동안 머무르게 되셨어요. 중학교 이후로 떨어져 살았으니 부모님이랑 살 겸해서 실리콘 밸리로 왔어요. 할 게 딱히 없어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갔어요. 가서 음악이론, 음악사를 열심히 공부하며 제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미대에 들어갔을 때 제가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았는데, 음악은 조금만하고 어떤 클래스를 들어가도 칭찬을 받았어요. 제가 이태리 가곡 클래스 수업을 듣고 학기말 과제로 이태리 가곡을 직접 부르는데, 교수님이 끝나고 남으라고 하셨어요. “진지하게 음악을 해보는 거 어때? 언젠가 너의 목소리를 들으러 사람들이 돈을 내고 오는 날이 있을 거야” 라고 하셨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용기를 냈고 음악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든 음악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죠. 그때는 너무 순수하니까 라이크가 100개 찍히는데 제가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진짜 이게 답이다, 여태껏 미술하면서도 이렇게 많이 칭찬이나 응원을 받은 적이 없는데 시작한지 6개월도 안됐는데 음악 올리자마자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여러 연락들이 오고. 진지하게 음악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에 와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  완전 놀라운 이야기네요. 이태리 가곡 실기를 하다가 씨피카가 음악을 시작했다니. 실제 그 가곡도 들어보고 싶고요. 한국에 오고 나서는 어떤 시간과 과정이 있었나요?

CIFIKA: 아까 말씀하신 비즐라 인터뷰 덕분이기도 하고, 생각 보다 많은 곳에서 많은 연락과 계약을 제안 받았어요. 그 중 써드컬처키즈(Third Culture Kids)라는 레이블에 소속되어 2016년 EP <INTELLIGENTSIA>를 발매하며 데뷔했고 3년간 활동했죠. 이후 마더(MOTHER) 소속으로 첫 정규 <HANA> 앨범을 발매하게 됐어요. 21년 여름부터는 독립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 씨피카 음악의 원천 무엇인가요? 씨피카 음악의 영감, 정서, 주제, 태도 같은 것들이요.


CIFIKA: 저는 ‘미래’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미래의 과학 기술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반대로 자연을 정말 좋아해요. 자연이 갖고 있는 패턴들을 관찰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제일 영감이 되는 건 제 자신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감정, 랜덤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요. 작업할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고 혼자 많이 걸어다녀요.제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하이브리드’ 같아요. 동서양, 영어와 국어, 일렉트로닉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동시에 되게 원시적인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해서 합창처럼 들리게 만드는 기법을 굉장히 좋아해요. 제 인생도 반은 한국에서, 반은 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환경에서 오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앨범 <ION> 수록 ‘Hush’ 뮤직비디오  ⓒ CIFIKA




—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미국 오레곤과 캘리포니아에서 보냈고, 미술을 전공했어요.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씨피카를 구성해온 환경과 특징이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CIFIKA: 중학교 3학년때 미국에 갔어요. 인생에서 제일 강렬한 시기가 청소년기인데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 미국에서 다녔어요. 자연스럽게 언어에서 드러나는 부분이 있어요. 제 노래 가사에도 어떤 표현은 한국말밖에 안돼서 한국어로 써야 될 때가 있고 반대로 어떤 표현은 영어로밖에 안돼서 영어로 서야 될 때가 있죠. 언어에 따른 정서가 두 개 인거 같아요. 각자 상황에 맞는 언어를 쓰는 편이에요.

 


—  이태리 가곡을 듣고 음악하기를 제안 받았으면 클래식이나 현대음악을 생각할 법한데, 전자음악을 하게 됐어요. 전자음악을 특별히 좋아했나요? 하게 된 계기가 뭐에요?


CIFIKA: 전자 음악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접근성 때문인데요. 제가 밴드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런던 그래머(London Grammar) 같은 밴드요. 보통 밴드는 다 동창들이 하거나 어렸을 때 만나는 친구가 기반이 되더라고요. 저는 미술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그런 환경이 없었어요. 그래서 밴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음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게 24살인데, 악기를 배워서 음악을 하기에는 너무 늦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데뷔하고 왕성하게 활동을 할 때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워시드 아웃(Washed Out)은 컴퓨터 한 대로 집에서 녹음하고 음악을 만들더라고요. 그걸 보고 일렉트로닉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 좋아하는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음악을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에이블톤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켰는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이랑 몹시 유사하다러라고요. 시간의 영향을 받는 포토샵 프로그램 같았어요. 나머지는 거의 똑같으니까 조작이 너무 쉬웠어요. 진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을 때 친구들한테 협업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실제 협업하며 친구의 프로듀싱 스킬을 보고, 같이 작업한 스템 파일을 받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 파일을 뜯어보면서 배웠어요.




<ION> 수록 ‘Hush’ 뮤직비디오  ⓒ CIFIKA




—  미술을 통해 배우고 감각하게 된 것들이 음악에는 어떻게 영향을 주나요?

CIFIKA: 너무 신기한 현상인데요. 음악을 할 때 일단 음악을 써야지 보다 장면으로 구상을 해요.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 그 장면의 시각적 정보를 음악으로 옮기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재밌어요. 예를 들면 이 스타벅스 텀블러가 매끈매끈한데 우리의 이미지가 여기 잔상으로 비치잖아요. 그럼 이 장면을 음악으로 만드는 거에요. 이 과정이 너무 재밌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요. 저한테는 시각적인 게 먼저 일어나죠. 어떤 인상을 받거나 어느 순간들도 사진으로 찍어놓고, 저걸 음악으로 바꿔봐야지가 내적으로 되게 많이 일어나요.


제 노래 중에 크루세이더(Crusader)는 상처를 많이 입은 기사가 가시덤불이 가득한 여정을 떠나는 장면을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어떤 길의 끝까지 걸어가고, 그 중간 중간에 계절이 바뀌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이 이미지를 먼저 상상하고 음악으로 옮겼어요. 크루세이더의 드럼 패턴도 기사가 갑옷을 입고 무겁게 끌고 가는 데에서 나는 소리들, 철이나 메탈이 부딪히고 얽히는 소리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 재밌네요. CRUSH, 앰비언트 IDM 프로듀서 Lusine, The XX의 Romy,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Maison Valentino 등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왔어요. 크루처럼 움직이는 파트너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협업 작업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CIFIKA: 협업은 혼자 작업할 때 보다 자유도가 떨어져요. 제가 예상했던 거랑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많죠. 어느 정도의 자유를 잃는 게 창의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용도로 협업을 많이 해요. 제가 익숙한 방식이나 방향이 아니어서 불편한데 그걸 참으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어떤 과정이 배울게 정말 많거든요.

 

 

— 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CIFIKA: 이상적인 그림이긴한데,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와 라이벌 콘솔스(Rival Consoles)요. 그들 음악이 저랑은 굉장히 달라서요. 특히 OPN의 커리어는 제가 따라가고 싶고, 가까이 보면서 배우고 싶어요. 협업할 때 정말 같이 작업을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발자취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너무나 기쁘게 최근 OPN 매니지먼트에서 직접 연락이왔어요. 한국에 내한하는데 오프닝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요. OPN의 새 앨범 <Again>이 발매되며 음악을 반복 재생하던 중에 연락을 받아서 너무 놀라고 기뻤어요. 바로 참여하겠다고 답장을 보냈죠. 제가 애정하는 실리카겔의 한주와 뮤지션 김도언도 OPN의 열렬한 팬인걸 알아서 같이 무대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그들도 흔쾌히 오케이 했죠. 셋이 함께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CIFIKA: HydroVox (live performance)




— 하이드로복스 이야기를 해볼까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CIFIKA: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홀리 헌든(Holly Herndon)이 참여했던 ISM Berlin의 ‘Hexadome’ 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롱폼 음악을 처음으로 만들어 봤어요. 오디오 비주얼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었고 20분 넘는 음악을 어떻게 작곡하는지 경험하게 되었죠. 

하이드로복스는 아르코 미술관에서 전시가 있는데 오프닝 공연을 해달라는 제안이 있었어요. 제가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고, 전시에서 그냥 노래를 부르는게 그 전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축하 공연하러온 뮤지션이 아니라 작품들 속에 묻어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주려고 한 예산 그대로 주면, 오디오 비주얼로 진짜 재밌는거 해보겠다며 만들기 시작했어요. 록수랑 처음 일하게 됐고 음악과 비주얼 작업을 했어요. 이 작업이 나우니스(NOWNESS)에 소개되며 좋은 스타트였죠. 이후 2.0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 3.0은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4.0은 서울아트마켓, 5.0은 현대카드 단독공연에서 계속 디벨롭해 소개했어요. 

— 실제 오디오 비주얼 작업하면 어때요? 음악 작업할 때랑 어떤 부분이 재밌고 다른가요?


CIFIKA: 그냥 제 앨범 곡은 100% 비중이 씨피카잖아요. 근데 오디오 비주얼은 씨피카 비중이 딱 50%에요. 말 그대로 오디오 비주얼이기 때문에 씨피카 오디오에 비주얼 자리에 있는 사람과 그 밸런스를 맞추면서 작업하는 게 너무너무 재밌고 어느 방면에서 좀 익숙하죠. 시각적인 과제를 늘  했기 때문에 할때마다 너무 재밌어요. 여유가 있으면 정기적으로 계속 하고 싶고, 스케일도 키워보고 싶어요.






자유롭게 귀 기울일 때




 
“끝까지 꾸준히 해서
이 신의 영역이 적어도 줄어들지 않게
유지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Photographed by  DONGWOO GANG




—  하고 싶은 게 많은 씨피카의 모습에서 에너지를 받아요. 더 하고 싶은 게 있어요?

CIFIKA: 명확하게 있어요. 리믹스 앨범을 해보고 싶어요. 앨범 나오고 해외 PR과 마케팅을 전혀못했어요. 이 부분은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기회만 있다면 해외쪽으로 홍보를 하고 싶고. 유럽투어를 진행해 보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더러 기회가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제대로된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 유럽에 진출하고 싶은 이유는요?

CIFIKA: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너무 좁아요. 다양한 예술과 다양한 예술가가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환경과 사람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받고, 저도 영향을 주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 이미 외국에서 산 경험도 있고, 언어도 장벽이 없을 거 같은데. 외국에 살면서 활동할 생각은 없나요?

CIFIKA: 너무 가고 싶지만 아직 그런 생각은 안해봤어요. 너무 비싸요. 아직까지는 수입이 되는 활동이 한국에 있고, 기반 없이 움직였을 때 초기에는 활동도 줄고 생활비 감당이 안될 거 같아요. 어느 정도 그곳에 작은 기반이라도 마련한다면, 왔다 갔다 하면서 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 국내에서 활동 연차가 쌓이면, 뮤지션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을 원해요.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고,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CIFIKA: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 이유는 음악가로서 이루고 싶은 성취 때문인 거 같아요. 두 번째는 어떤 책임감이 있어요. 한국에서 음악, 그것도 전자 음악을 하면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게 생겼어요. 내가 끝까지 꾸준히 해서 이 신의 영역이 적어도 줄어들지 않게 유지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요. 해외에서도 영향력이 생기면 좋을 거 같아요. 각 활동이 연결되고, 그 경로가  누군가에게는 통로가 되면 좋겠어요. 제가 운동 선수라고 치면 외국 친구들이랑 붙어보고 싶은 그런 마음 같은. 한참 활동할 시기에 자극이 되는 많은 사람들, 작업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  한국 전자음악 신에 대해 생각을 하나봐요. 한국 전자음악 신에 대한 씨피카의 생각은 어떤가요?


CIFIKA: 신이 너무 작아요. 가장 문제는 사람들이 전자음악을 들을 여유가 없어요. 공연장은 당연히 없고요. 공연장이 마련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와야 될 거 아니에요. 전자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다른 음악하는 친구들보다 개인적이고 많이 조용한편이에요. 잘난척하거나 시끄럽게 보여주는 성향이 아니죠. 그런 상태로 공연을 열면 사람이 안오고, 돈이 안벌리고, 적자가 계속나고 그러면 아무도 하지 않겠죠.유통사들도 전자음악하는 친구들의 계약을 꺼린다고 들었어요. 돈이 안되니까요. 정산을 할 것도 없는데 사무일만 늘어나니까 계약을 피하게 되는거죠. 그러한 조건들로 음악을 못하게 되거나 안하게 되는 상황을 많이 봤어요. 케이팝으로 넘어가는 친구들도 있고요. 코로나 이후 데뷔한 전자음악 뮤지션이 정말 많이 없어요.

너무 소규모인데 이 규모를 조금 더 키워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제가 전자음악 하는 친구들 중엔 활발한 성격이에요. 제 활동이 누군가에게  ‘해도 된다’로 읽히면  좋겠어요.




<ION> 수록 ‘Melody’ 뮤직비디오  ⓒ CIFIKA




— 현대카드 공연에서의 멘트가 한번씩 생각나더라고요. 프리를 선언하고 나왔더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혼자 나와 더 잘하기 위해서는 남이랑 같이 해야만 되는 일들이 많더라. 공동 작업을 하며 함께 쓰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CIFIKA: 음악을 만들고 새로운 작업을 하면서 기획도 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제안도 하고 도움을 청할 일도 많았어요. 저에게 시간을 내주는, 에너지를 내주는 사람들을 챙기는 일도 중요한 걸 알게 됐어요. 많이 배우고 있죠.

 

 

— 소속사로부터 독립해 자기만의 방향과 목표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실천하는 뮤지션들을 최근에 ‘기업가형 뮤지션’이라고도 얘기해요.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이 힘든가요?

CIFIKA: 제일 좋은 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회사에 있으면 기다려야 돼요. 회사의 시스템이 결정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무언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때가 너무 힘들었어요. 시간은 가고 저는 음악이 전부인데, 종종 음악이 1순위가 아니게 되고, 씨피카가 1순위가 아니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수 밖에 없잖아요.

나와보니까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음악을 잘하고 싶은거지 나머지 일을 잘하고 싶은 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죠. 이왕 시작한거면 잘해야 하니까, 음악 외에도 에너지를 많이 써야 되긴 해요. 아직까지는 잘 해온 거 같아요.

 

 

— 다시 회사에 들어가거나 할 생각은 없나요?

CIFIKA: 혼자 더 해보고 싶어요. 스케줄이나 스케일을 잘 조절하고 싶어요. 제가 손이 커요. 요리도 1인분을 못 만들고 3인분이 최소에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 양을 알고 그에 맞게 구성을 해야할 거 같아요. 한국은 360도 매니지먼트라고 해서 한 회사에서 모든 걸 다 맡아서 하잖아요. 외국처럼 유통은 유통대로, 투어는 투어대로. 제가 못하는 영역을 잘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만나서 일하고 싶어요. 휘뚜루 마뚜루 스타일은 더 이상은 아닌 거 같아요. 휘뚜루 마뚜루는 제가 더 잘하고 있습니다. (웃음)

 

— 다음 앨범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CIFIKA: 하반기부터 조금씩 작업해 왔어요. 부담없이 좀 더 자주내고 싶어요.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거, 제가 당장 만들고 싶은 거 말고. 조금 더 절 들여다보고 내가 뭘 좋아하지, 어떤 걸 하고 싶어 했지. 저한테 좀 귀 기울이고 있어요.

EP 앨범을 위해 최근 새로 합을 맞추고 있는 세션 중 한명인 영웅이라는 친구가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무대에서 함께 기타와 노래해보니, 기타 선율 위에 내 목소리가 들어간 어쿠스틱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들더라고요. 새로운 씨피카의 소리를 준비 중이에요. 합창곡을 워낙 좋아하기도해서 하이어팝, 앰비언트, 콰이어 음악의 그 중간인 새로운 사운드를 탐험해볼까 하고있어요. 이것도 역시 EP 형태로 내고 싶어요.

 

—  귀 기울인다는 소리가 듣기 좋네요. 가깝게도 좋고 조금 먼 미래도 괜찮고,  씨피카의 꿈은 뭐에요?

CIFIKA: 가깝게든 멀게든 오랫동안 음악 만들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제가 이제 더 이상 활동을 못하겠다 싶은 그런날이 오면  조그만 그룹을 만들고 싶어요. 그 그룹은 어찌보면 예술 학교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졸업장이 주어지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기획사는 아닌데, 정말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서 그 아티스트가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할때까지 지원을 해주는 커뮤니티의 모습에 가까워요.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음악, 미술, 춤 장르 상관없이요. 당장은 음악으로 아주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싶어요. 


스스로 지휘하며 자유롭게 음악하기

코로나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22년,

미국 SXSW 쇼케이스에서 씨피카의 공연을 보았다.

깜깜한 교회 중앙에 세워진 구조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샤막에 맵핑된 신비로운 비주얼,

지금 이 퍼포먼스를 하는 게 씨피카라고?


2023년 정규 2집 <ION> 발매 콘서트에서 씨피카를 다시 만났다.

‘Hush’, ‘Melody’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세련된 비주얼과는

대조적으로 공연은 음악에만 집중했다.

앨범에 실린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투톤쉐이프와 함께

라이브 버전으로 전곡 재구성해 공연에 적합한 방식으로 들려줬다.

담백하고 자연스러웠다.


경계를 오가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하는 씨피카,

독립 후 홀로서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 김미소, Edit | 김미소

CIFIKA

Photographed by Bah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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