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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음악 시장의 정체:

지형, 그리고 트렌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엮인 나라들은

사실 인종도, 종교도, 문화도, 경제도 한 데

묶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세계 사회의 질서 속에서 아시아는

하나의 권역으로 주요한 몫을 하고 있고

음악계에서도 신흥시장으로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Contributor |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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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지휘하며

자유롭게 음악하기 | CIFIKA

ISSUE3 03.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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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뮤직의 선을 넘는 페스티벌

ISSUE3 01. INSIGHT

이수정 cecilia@alpsinc.kr

(주)알프스 기획이사. 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에서 기획, 프로그래밍,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활동하는 한국의 음악가들에게 해외 시장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한국에선 어렵더라도 외국 어딘가에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던 막연한 추측은 스포티파이의 데이터만으로도 사실임을 판명할 수 있다. 바다 건너 저 멀리 어딘가에서 ‘실제로’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는다는 믿음은 창작자로서 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므로 이제는 해외 활동으로 돈을 버는 케이팝뿐만 아니라 인디나 장르 음악 역시 창작과 제작의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다.

해외 시장에 소개되었음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해외 공연이다. 2012년 SXSW를 시작으로 한국의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노출되던 시기, 아티스트 대부분은 ‘원조 시장’, 혹은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의 음악 산업계에서도 해외 시장의 경험치가 높아지면서 시각과 접근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중음악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성공으로 보는 게 아니라, 수요가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공략하는 것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이라고 말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만난 제작자나 매니저, 아티스트는 해외 진출을 두고 모두 같은 얘기를 했다. 자신들이 먼저 공략하고 싶은 시장은 아시아라고.

흥미로운 부분은 타 아시아 국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음악 산업이 원래 컸거나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나라들의 관계자들 역시 같은 아시아 권역에서 성공하는 것이 유럽과 미국보다 쉽거나 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 가능성에 베팅한다는 말은 경쟁 상대가 갑자기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급격하게 판이 넓어지는 아시아 시장을 두고, Kpop이 인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의 다른 장르 음악도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추측은 섣부르다. 무작위로 다가오는 일회성 기회에 목을 매거나 하나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아시아의 음악 시장과 지형을 이해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아시아 음악의 지형과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근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트리거 시티(Trigger City)를 찾아라



음악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인 차트메트릭(Chartmetric)의 CCO 채드 젠킨스가 2019년 제시한 개념인 트리거 시티는 음악 스트리밍의 트렌드를 촉진하는 도시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TMI.FM의 뉴스레터를 통해서 소개된 적이 있는 트리거 시티는 상대적 신흥 시장인 남미와 동남아 지역을 주요하게 다룬다. 유럽과 미국만 시장이라고 시작하던 서양의 음악 비즈니스 관계자들에게 트리거 시티의 등장은 마케팅 전략의 좋은 참고 자료가 되어 왔다. 말하자면 음악의 트렌드 세터, 혹은 인플루언서를 도시로 치환한 것과 같은데, 예상하다시피 동북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서울이 트리거 시티로 꼽힌다. 동남아시아의 트리거 시티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태국의 방콕, 필리핀의 케손시티와 세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 룸푸르, 베트남의 호치민과 하노이, 그리고 싱가포르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ASEAN으로 묶인 국가들의 가능성은 인구와 그 분포에 있다.




(출처: World Bank Data 2016)




2016년 기준만으로도 동남아시아 권역의 인구는 중국(13억)과 인도(12억)에 이어 세 번째(6억)이며, 유럽(5억)의 인구보다 많으며 인구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다. 특히 2017년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가 급증했는데 이들 인구가 성장하면서 지금에 와서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소비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소비자가 늘었다는 지점이다.







아시아만의 음악 취향,

존재할까?



인구가 증가하고 시장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스타일과 장르의 음악이 소비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 시장은 여전히 커머셜 팝이 주류를 이루고 지역에 따라 힙합/랩, 라틴, Kpop, 댄스/일렉트로닉 등 선호도의 차이가 있다. 동남아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Kpop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의 수요가 높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음악 청취자들만을 놓고 보면 한국 음악이 반드시 강세인 것은 아니다. 일례로, 2023년 태국 방콕의 유튜브 음악 트렌드 탑텐 중 9팀은 모두 태국 아티스트이며 해외 아티스트로는 블랙핑크가 유일하다. 한편, 샤잠 차트는 현지에서 해외 음악을 듣는 층으로 추측할 수 있는 리스너들이 어떤 음악을 선호하는지 보여주는데 이 차트의 탑텐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은 테일러 스위프트, 더 위켄드, 도자 캣 등 영미권 메인스트림이며, 그 외 BTS의 진, 그리고 태국 현지의 커머셜 팝 아티스트 순이다.



(출처: 차트메트릭)



한편, 지리적으로는 남쪽에 위치하지만 동북아 권역, 특히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 대만의 동일 차트는 위의 지역과 차이를 보인다. 타이베이를 기준으로 2023년 유튜브 트렌트 탑텐에는 서양 아티스트가 한 팀도 없으며 블랙핑크, 여자아이들, 뉴진스 등의 Kpop과 일본의 요아소비가 중화권 아티스트들과 함께 차트에 랭크되어 있다. 샤잠 차트 역시 흥미롭다. 서양의 아티스트는 레이디 가가와 마일리 사이러스가 유일하며 한국의 블랙핑크, 숀, 지수, 일본의 이마세 그리고 대만의 팝스타들이 차트에 올라있다.



(출처: 차트메트릭)




즉, ASEAN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도 국가별로 음악 스타일의 트렌드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메인스트림인 영미권 팝과 일부 Kpop, 그리고 현지 팝 음악을 제외하고, 록, 알앤비/소울, 힙합, 인디 등 장르 음악은 데이터로도 포착되지 않을 만큼 작은 시장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서는 시장과 대중의 성향을 기초적으로 이해하되, 장르 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성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각 나라 장르 신의 대표 아티스트, 대표 제작자, 대표 커뮤니티 등을 파악하고 이들의 활동을 추적하며 나아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각 장르에서 아시아 권역 수준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 함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브네이션은

어디에 둥지를 틀었는가?



디지털 스트리밍처럼 정확하게 수치화되지 않는 정성적인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공연 정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음악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현상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라이브네이션의 공격적인 아시아 진출이다. 라이브네이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라이브이벤트 회사로 독립 플레이어가 대다수인 음악 공연계에서는 독점적 대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라이브네이션이 지난 몇 년간 아시아 국가에서도 지사를 설립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라이브네이션이 지사를 설립한 국가들은 음악 공연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입증된 셈이다. 라이브네이션의 아시아 지사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 있다. 라이브네이션은 음악가의 단독공연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개최, 기존 페스티벌 인수 등에도 적극적이다. 홍콩의 클라켄플랍은 2023년 라이브네이션에 인수되었고, 중국, 홍콩, 태국에서는 크림필드(Creamfield) 페스티벌, 태국의 소닉 뱅(Sonic Bang), 일본의 다운로드 (Download) 페스티벌 등이 개최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라이브네이션이 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페스티벌을 런칭할 것이라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또 하나의 현상은 아시아 권역 내 개최되는 페스티벌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아시아 지역의 페스티벌 역사는 겨우 20여 년으로 비교적 새로운 문화 활동이다. 이 새로운 물결 속에서 태어난 페스티벌의 특징은 서양 페스티벌의 라인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 영미권 출신의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메인스트림 팝보다는 인디와 장르 음악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라인업을 꾸리는 편이다. 물론 티켓파워가 강한 현지 뮤지션으로 라인업을 꾸리는 경우도 많았으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자국 아티스트의 풀이 넓지 않아 페스티벌 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뮤지션을 섭외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음악 트렌드를 살필 때, 각국에서 활동하는 음악 전문가가 큐레이션하는 페스티벌 라인업은 디지털 스트리밍의 정량적인 수치에서 발견되지 않는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태국 방콕에는 일주일 상간으로 개최되는 두 페스티벌이 있다. 마호 라솝(Maho Rasop) 페스티벌과 베리(Very) 페스티벌이다. 슈퍼 헤드라이너가 없는 이 두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면 각각 다른 결이지만 원하는 관객층이 분명한 라인업으로 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태국 리스너의 음악 트렌드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좌 – Very, 우 – Maho Rasop)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엮인 나라들은 사실 인종도, 종교도, 문화도, 경제도 한 데 묶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세계 사회의 질서 속에서 아시아는 하나의 권역으로 주요한 몫을 하고 있고 음악계에서도 신흥시장으로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단독 공연 및 페스티벌을 통한 영미권 아티스트의 아시아 진출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아시아 각국의 플레이어는 글로벌화된 자국 시장 속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확장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다. 이 시장이 과열되가나 포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상생을 통해 음악 커뮤니티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음악가들과 음악관계자들도 아시아 지역의 진출 시장으로 고려할 때 아시아라는 권역을 타자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일부’라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활동을 통해 개별적 성장이 아닌 아시아 권역 내 각국의 음악 커뮤니티와 신이 함께 성장해야 ‘아시아 시장’의 일원으로서 산업을 함께 구축하고, 그 안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동아시아 음악 시장의 정체:

지형, 그리고 트렌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엮인 나라들은 사실

인종도, 종교도, 문화도, 경제도 한 데 묶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세계 사회의 질서 속에서 아시아는 하나의 권역으로 주요한 몫을 하고 있고

음악계에서도 신흥시장으로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Contributor |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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