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랜드 페스티벌:
부지런히 준비된,
모두를 위한 놀이터
“The idea of Joyland Festival was born out of the desire to pioneer a multisensory festival of medium scale set in idyllic green space that combines and collaborates with artists in various creative fields.”
"조이랜드 페스티벌은 목가적인 녹지 공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아티스트가 결합하고 협업하는 중형 규모의 다감각적인 축제를 개척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탄생했습니다." 2012년에 시작해 올해 12년 차를 맞은 인도네시아의 조이랜드 페스티벌의 공식 소개 문구다. 3일간 평균 3만 명 정도의 관객을 맞는 중형급 페스티벌의 이 열망은 어떻게 구체화 되고 있을까.
지난 11월 방문한 조이랜드 페스티벌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본다.
Article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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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자카르타 ⒸPlainsong Live / Joyland
NEXT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결과물들은 멋있고 강인한 것이라고 인식되면 좋겠어요
ISSUE3 07.OUTRO
PRE
대중음악 산업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안착하기 위한 태도 | HAEPAARY
ISSUE3 05.ARTIST
김해인 haein@alpsinc.kr
광고대행사의 AE, 공연기획사의 프로모션 매니저, 그리고 IT 스타트업의 운영 PM 등을 거쳐 2023년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합류했다. 콘텐츠 기획, 마케팅을 담당한다.
도심의 한 스타디움 공원에서 열리는 조이랜드 자카르타 ⒸPlainsong Live / Joyland
1. 하나의 이름 아래
다른 관객층을 가진 두 번의 축제
조이랜드 페스티벌을 만드는 자카르타의 공연기획사 Plainsong Live는 작년부터 조이랜드 발리 에디션을 새로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1년에 한 번 자카르타에서만 진행하던 행사를 두 번으로 늘려 3월에는 발리, 11월에는 자카르타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젊은 인구와 해변 클럽을 중심으로 파티씬이 활발히 형성되어 있는 발리와 인도네시아 중산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수도 자카르타의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조이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Gisela Ruslim이 한 인터뷰에서 “발리에서는 노출 있는 옷을 많이 입는다. 그런 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해외의 페스티벌 분위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자카르타에서는 사람들이 다소 엄숙하고 절제하는 편”이라고 두 지역의 차이를 언급한다. 조이랜드는 이러한 각 도시의 대표성을 반영해 감도가 다른 두 번의 페스티벌을 준비한다.
자카르타는 인구의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의 수도로, 가족 중심의 젊은 중산층이 주관객이다. 실제 페스티벌에 입장 할 때 놀이공원 테마곡처럼 제작된 조이랜드의 배경 음악이 흘러나왔고, 잔디 곳곳에 형형색색의 오브제가 연출되어 도시 한복판의 놀이공원을 연상케 했다. 반면 발리에서는 현지의 라탄 장인들과 함께 협업해 해변의 휴양지 컨셉을 살린 공간 디자인으로 페스티벌 전반의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렸다.
페스티벌이 지속하는 방식에는 다양한 전략이 있다. 자본금에 따라 시작하는 규모는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초기 핵심 관객층을 기반으로 점차 공간과 그에 맞는 라인업 규모를 키우는 등 양적 팽창을 하면서 대중적인 페스티벌로 나아가는 방향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조이랜드는 동떨어진 두 지역을 기반으로 각각의 핵심 관객층을 다르게 설정한다. 각 행사의 규모는 유지하되 새로운 층위의 관객을 개발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양적 팽창을 시도한다.
2023 조이랜드 발리의 메인 게이트 ⒸPlainsong Live / Joyland
조이랜드 발리는 Nusa Dua 섬에서 열린다. ⒸPlainsong Live / Joyland
2. 모든 프로그램의 확실한 존재감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조이랜드는 ‘음악과 예술 축제(music and arts festival)’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형 페스티벌인 홍콩의 클로켄플랍이 그러하듯 ‘music and arts’를 내세우는 페스티벌은 많다. 하지만 페스티벌은 기본적인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티켓 파워가 강한 뮤지션을 위주로 마케팅되고, 이 과정에서 음악 외적인 요소는 잘 두드러지지 않는다. 조이랜드 또한 이러한 생리를 잘 알지만, 그럴수록 다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다른 경쟁 페스티벌이 음악 라인업에만 집중하는 동안 우리는 조이랜드에서의 전반적인 체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Gisela Rusli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선 조이랜드는 페스티벌이 보여주고자 하는 ‘arts’를 영화와 스탠드업 코미디로 명확히 지정했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 기획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겨 프로그램의 전문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의 저널리스트 출신 코미디언인 Soleh Solihun이 기획했다. 위치상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음악 스테이지의 공연 시간대를 피해 3일간 총 12명이 무대에 섰는데, 영화 작가, 영화배우,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무대에 올려 기획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영화 프로그램은 자카르타의 필름 프로덕션인 Palari Films에서 맡았다. 마치 작은 영화제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독립된 공간에서는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제작된 총 13편의 단편을 선보였다. 특히 칸을 비롯한 여러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을 포함해 대부분 1~2년 내 개봉한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각 프로그램의 기획자들이 공간과 기획 의도를 소개하는 현장 인터뷰 영상을 콘텐츠로 제작, 조이랜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모든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홍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악 공연 기획사가 만드는 페스티벌에서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을 이 정도의 깊이로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조이랜드는 외부 영역은 전문가에게 믿고 맡김으로써 퀄리티도 챙길 뿐만 아니라, 내부 인력은 음악 라인업과 현장 운영 업무에 힘을 더 쏟을 수 있게 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취했다.
(링크: 스탠디업 코미디 섹션을 기획한 Soleh Solihun의 기획 의도 소개)
스탠드업 코미디 스테이지 Shrooms Garden ⒸPlainsong Live / Joyland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Cinerillaz 존. ⒸPlainsong Live / Joyland
3. 미래의 관객까지 내다보다
“아이들도 (어른들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Ferry Dermawan, 프로그램 디렉터)
아이들과 이들을 동반한 부모를 위해 마련된 White Peacock 존은 오로지 어린이가 주인공인 공간으로, 조이랜드는 이곳에 아이들이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먼저 이 공간에 들어서면 유모차를 세울 수 있는 파킹존이 보인다. 바깥의 잔디 공간에 설치된 놀이기구들을 즐기다 족히 200명은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내부로 들어가면 구역별로 손으로 직접 만지고 노는 점토 놀이, 컵 홀더와 재활용 수첩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이 끝나고 나면 준비된 무대에 오를 차례다. 무대 앞에선 어린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인형극 연기도 해보고, 다 같이 춤도 춘다. 대망의 퍼레이드도 준비되어 있다.
성인이 대다수인 일반적인 음악 페스티벌에 어린아이들을 동반한다고 생각하면 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아마 아이들과 함께 페스티벌에 참여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음악 페스티벌은 어른들의 전유물이 되었으니, 실제 아이들을 동반하더라도 가족을 배려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이랜드는 이 공간의 기획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과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처음 보는 친구들과 퍼레이드를 하고 합창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조이랜드의 미래다. 아마 이 아이들은 매년 조이랜드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고, 이들 중 다수는 미래에 페스티벌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을 배제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미래의 관람객들이 키워진다. 멀리 내다보며 미래의 문화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조이랜드의 가장 큰 그림이 아닐까.
워크샵 프로그램 중인 White Peacock 의 내부 공간 ⒸPlainsong Live / Joyland
White Peacock 존에서 열리는 퍼레이드 ⒸPlainsong Live / Joyland
4. 네트워킹을 강화해
페스티벌의 관계 인구를 키워내는 힘
아티스트와 에이전트, 그리고 페스티벌 관계자들을 위한 vip 라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의 장이다. 우선 오랜 시간 조이랜드와 관계하며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밴드 White Shoes & the Couples Company를 중심으로 이 공간의 디제잉 프로그램이 꾸려졌다. 편안한 음악의 무드에 맞춰 인테리어 된 집과 같은 분위기, 게임 머신과 당구대, 그리고 상시 운영되고 있는 음료 및 스낵바 등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렇게 잘 차려진 공간에서 초반에는 인도네시아 음악 및 문화예술 씬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다가, 공연을 위해 조이랜드에 방문한 해외 아티스트 및 에이전트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지역사회학에서 지역 상생과 관련된 단어인 관계인구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외부인을 뜻한다. 조이랜드를 하나의 지역으로 본다면, vip 라운지의 풍경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이랜드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기여한 폭넓은 관계인구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밴드 White Shoes & the Couples Company가 큐레이션한 vip lounge의 디제잉 공간 ⒸPlainsong Live / Joyland
vip lounge에 마련된 당구대 ⒸPlainsong Live / Joyland
5. 탄탄한 허리 라인업
3일 관객 수 약 3만 명에 아티스트 총 48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페스티벌들과 단순히 비교해 본다면 조이랜드는 관객 대비 아티스트 수가 꽤 많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페스티벌 비즈니스가 하이리스크인 가장 큰 이유는 당해년도 라인업에 들어간 개런티 비용과 이에 기대하는 티켓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슈퍼스타를 섭외하면 어느 정도의 티켓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다른 팀을 섭외하는 예산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아예 인지도를 고려하지 않고 라인업을 꾸린다면 총 섭외비를 감당할 만큼의 티켓 판매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이랜드는 탄탄한 허리 라인업으로 이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특히 라인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팀의 분포가 인상적인데, 스포티파이 월간 리스너 수가 20만에서 70만 사이에 위치한, 중형급의 아티스트가 가장 많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전체적인 리스너 수가 그렇게 많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인기가 많은 아티스트를 다수 배치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드인 Alvvays는 196만의 월간 리스너를 보유하는데, 국가별 리스너를 보면 인도네시아가 3위에 위치한다. 호주의 Last Dinosaurs 도 평균 50만의 월간 리스너를 형성하는데, 인도네시아는 이 중 4위에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슈퍼스타는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선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너를 가진 아티스트들을 많이 섭외해 티켓 판매와 균형있는 예산 분배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균형감이 현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아티스트에만 과하게 관객이 몰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많은 해외 아티스트에 일정 관객 이상이 떼창을 하는 광경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전략이 가능한 데에는 인도네시아의 높은 인구수(약 2.7억)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인도네시아 중산층, 이에 따른 리스너의 증가도 한몫할 것이다.
MEW의 공연이 진행 중인 메인 스테이지 ⒸPlainsong Live / Joyland
결국 조이랜드도 관객이 핵심이다. 부지런히 관객을 연구하고, 관객이 중심이 되는 기획을 선보이며 주변의 관계인구와도 꾸준히 상호작용 한 결과가 조이랜드의 큰 자산이 되었다. 이는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페스티벌이 성장해 나가는 구간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다.
조이랜드 사이트 곳곳에 마련된 간이 식수대. ⒸPlainsong Live / Joyland
조이랜드 페스티벌:
부지런히 준비된, 모두를 위한 놀이터
“The idea of Joyland Festival was born out of the desire to pioneer a multisensory festival of medium scale set in idyllic green space that combines and collaborates with artists in various creative fields.”
"조이랜드 페스티벌은 목가적인 녹지 공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아티스트가
결합하고 협업하는 중형 규모의 다감각적인 축제를 개척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탄생했습니다."
2012년에 시작해 올해 12년 차를 맞은 인도네시아의 조이랜드 페스티벌의 공식 소개 문구다.
3일간 평균 3만 명 정도의 관객을 맞는 중형급 페스티벌의 이 열망은 어떻게 구체화 되고 있을까.
지난 11월 방문한 조이랜드 페스티벌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본다.
Article |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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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자카르타 ⒸPlainsong Live / Joyland
NEXT
미스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결과물들은 멋있고 강인한 것이라고 인식되면 좋겠어요
ISSUE3 07.OUTRO
PRE
ISSUE3 05.ARTIST
대중음악 산업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안착하기 위한 태도 | HAEPAARY
김해인 haein@alpsinc.kr
광고대행사의 AE, 공연기획사의 프로모션 매니저, 그리고 IT 스타트업의 운영 PM 등을 거쳐 2023년 (주)알프스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합류했다. 콘텐츠 기획, 마케팅을 담당한다.
도심의 한 스타디움 공원에서 열리는 조이랜드 자카르타 ⒸPlainsong Live / Joyland
1. 하나의 이름 아래
다른 관객층을 가진 두 번의 축제
조이랜드 페스티벌을 만드는 자카르타의 공연기획사 Plainsong Live는 작년부터 조이랜드 발리 에디션을 새로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1년에 한 번 자카르타에서만 진행하던 행사를 두 번으로 늘려 3월에는 발리, 11월에는 자카르타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젊은 인구와 해변 클럽을 중심으로 파티씬이 활발히 형성되어 있는 발리와 인도네시아 중산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수도 자카르타의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조이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Gisela Ruslim이 한 인터뷰에서 “발리에서는 노출 있는 옷을 많이 입는다. 그런 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해외의 페스티벌 분위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자카르타에서는 사람들이 다소 엄숙하고 절제하는 편”이라고 두 지역의 차이를 언급한다. 조이랜드는 이러한 각 도시의 대표성을 반영해 감도가 다른 두 번의 페스티벌을 준비한다.
자카르타는 인구의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의 수도로, 가족 중심의 젊은 중산층이 주관객이다. 실제 페스티벌에 입장 할 때 놀이공원 테마곡처럼 제작된 조이랜드의 배경 음악이 흘러나왔고, 잔디 곳곳에 형형색색의 오브제가 연출되어 도시 한복판의 놀이공원을 연상케 했다. 반면 발리에서는 현지의 라탄 장인들과 함께 협업해 해변의 휴양지 컨셉을 살린 공간 디자인으로 페스티벌 전반의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렸다.
페스티벌이 지속하는 방식에는 다양한 전략이 있다. 자본금에 따라 시작하는 규모는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초기 핵심 관객층을 기반으로 점차 공간과 그에 맞는 라인업 규모를 키우는 등 양적 팽창을 하면서 대중적인 페스티벌로 나아가는 방향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조이랜드는 동떨어진 두 지역을 기반으로 각각의 핵심 관객층을 다르게 설정한다. 각 행사의 규모는 유지하되 새로운 층위의 관객을 개발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양적 팽창을 시도한다.
2023 조이랜드 발리의 메인 게이트 ⒸPlainsong Live / Joyland
조이랜드 발리는 Nusa Dua 섬에서 열린다. ⒸPlainsong Live / Joyland
2. 모든 프로그램의 확실한 존재감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조이랜드는 ‘음악과 예술 축제(music and arts festival)’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형 페스티벌인 홍콩의 클로켄플랍이 그러하듯 ‘music and arts’를 내세우는 페스티벌은 많다. 하지만 페스티벌은 기본적인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티켓 파워가 강한 뮤지션을 위주로 마케팅되고, 이 과정에서 음악 외적인 요소는 잘 두드러지지 않는다. 조이랜드 또한 이러한 생리를 잘 알지만, 그럴수록 다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다른 경쟁 페스티벌이 음악 라인업에만 집중하는 동안 우리는 조이랜드에서의 전반적인 체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Gisela Rusli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선 조이랜드는 페스티벌이 보여주고자 하는 ‘arts’를 영화와 스탠드업 코미디로 명확히 지정했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 기획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겨 프로그램의 전문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의 저널리스트 출신 코미디언인 Soleh Solihun이 기획했다. 위치상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음악 스테이지의 공연 시간대를 피해 3일간 총 12명이 무대에 섰는데, 영화 작가, 영화배우,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무대에 올려 기획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영화 프로그램은 자카르타의 필름 프로덕션인 Palari Films에서 맡았다. 마치 작은 영화제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독립된 공간에서는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제작된 총 13편의 단편을 선보였다. 특히 칸을 비롯한 여러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을 포함해 대부분 1~2년 내 개봉한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써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각 프로그램의 기획자들이 공간과 기획 의도를 소개하는 현장 인터뷰 영상을 콘텐츠로 제작, 조이랜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모든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홍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악 공연 기획사가 만드는 페스티벌에서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을 이 정도의 깊이로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조이랜드는 외부 영역은 전문가에게 믿고 맡김으로써 퀄리티도 챙길 뿐만 아니라, 내부 인력은 음악 라인업과 현장 운영 업무에 힘을 더 쏟을 수 있게 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취했다.
(링크: 스탠디업 코미디 섹션을 기획한 Soleh Solihun의 기획 의도 소개)
스탠드업 코미디 스테이지 Shrooms Garden ⒸPlainsong Live / Joyland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Cinerillaz 존. ⒸPlainsong Live / Joyland
3. 미래의 관객까지 내다보다
“아이들도 (어른들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Ferry Dermawan, 프로그램 디렉터)
아이들과 이들을 동반한 부모를 위해 마련된 White Peacock 존은 오로지 어린이가 주인공인 공간으로, 조이랜드는 이곳에 아이들이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먼저 이 공간에 들어서면 유모차를 세울 수 있는 파킹존이 보인다. 바깥의 잔디 공간에 설치된 놀이기구들을 즐기다 족히 200명은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내부로 들어가면 구역별로 손으로 직접 만지고 노는 점토 놀이, 컵 홀더와 재활용 수첩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이 끝나고 나면 준비된 무대에 오를 차례다. 무대 앞에선 어린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인형극 연기도 해보고, 다 같이 춤도 춘다. 대망의 퍼레이드도 준비되어 있다.
성인이 대다수인 일반적인 음악 페스티벌에 어린아이들을 동반한다고 생각하면 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아마 아이들과 함께 페스티벌에 참여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음악 페스티벌은 어른들의 전유물이 되었으니, 실제 아이들을 동반하더라도 가족을 배려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이랜드는 이 공간의 기획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과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처음 보는 친구들과 퍼레이드를 하고 합창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조이랜드의 미래다. 아마 이 아이들은 매년 조이랜드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고, 이들 중 다수는 미래에 페스티벌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을 배제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미래의 관람객들이 키워진다. 멀리 내다보며 미래의 문화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조이랜드의 가장 큰 그림이 아닐까.
워크샵 프로그램 중인 White Peacock 의 내부 공간 ⒸPlainsong Live / Joyland
White Peacock 존에서 열리는 퍼레이드 ⒸPlainsong Live / Joyland
4. 네트워킹을 강화해
페스티벌의 관계 인구를 키워내는 힘
아티스트와 에이전트, 그리고 페스티벌 관계자들을 위한 vip 라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의 장이다. 우선 오랜 시간 조이랜드와 관계하며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밴드 White Shoes & the Couples Company를 중심으로 이 공간의 디제잉 프로그램이 꾸려졌다. 편안한 음악의 무드에 맞춰 인테리어 된 집과 같은 분위기, 게임 머신과 당구대, 그리고 상시 운영되고 있는 음료 및 스낵바 등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렇게 잘 차려진 공간에서 초반에는 인도네시아 음악 및 문화예술 씬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다가, 공연을 위해 조이랜드에 방문한 해외 아티스트 및 에이전트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지역사회학에서 지역 상생과 관련된 단어인 관계인구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외부인을 뜻한다. 조이랜드를 하나의 지역으로 본다면, vip 라운지의 풍경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이랜드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기여한 폭넓은 관계인구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밴드 White Shoes & the Couples Company가 큐레이션한
vip lounge의 디제잉 공간 ⒸPlainsong Live / Joyland
vip lounge에 마련된 당구대 ⒸPlainsong Live / Joyland
5. 탄탄한 허리 라인업
3일 관객 수 약 3만 명에 아티스트 총 48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페스티벌들과 단순히 비교해 본다면 조이랜드는 관객 대비 아티스트 수가 꽤 많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페스티벌 비즈니스가 하이리스크인 가장 큰 이유는 당해년도 라인업에 들어간 개런티 비용과 이에 기대하는 티켓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슈퍼스타를 섭외하면 어느 정도의 티켓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다른 팀을 섭외하는 예산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아예 인지도를 고려하지 않고 라인업을 꾸린다면 총 섭외비를 감당할 만큼의 티켓 판매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이랜드는 탄탄한 허리 라인업으로 이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특히 라인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팀의 분포가 인상적인데, 스포티파이 월간 리스너 수가 20만에서 70만 사이에 위치한, 중형급의 아티스트가 가장 많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전체적인 리스너 수가 그렇게 많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인기가 많은 아티스트를 다수 배치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드인 Alvvays는 196만의 월간 리스너를 보유하는데, 국가별 리스너를 보면 인도네시아가 3위에 위치한다. 호주의 Last Dinosaurs 도 평균 50만의 월간 리스너를 형성하는데, 인도네시아는 이 중 4위에 자리 잡고 있다.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슈퍼스타는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선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너를 가진 아티스트들을 많이 섭외해 티켓 판매와 균형있는 예산 분배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균형감이 현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아티스트에만 과하게 관객이 몰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많은 해외 아티스트에 일정 관객 이상이 떼창을 하는 광경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전략이 가능한 데에는 인도네시아의 높은 인구수(약 2.7억)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인도네시아 중산층, 이에 따른 리스너의 증가도 한몫할 것이다.
MEW의 공연이 진행 중인 메인 스테이지 ⒸPlainsong Live / Joyland
결국 조이랜드도 관객이 핵심이다. 부지런히 관객을 연구하고, 관객이 중심이 되는 기획을 선보이며 주변의 관계인구와도 꾸준히 상호작용 한 결과가 조이랜드의 큰 자산이 되었다. 이는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페스티벌이 성장해 나가는 구간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다.
조이랜드 사이트 곳곳에 마련된 간이 식수대. ⒸPlainsong Live / Joy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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